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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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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093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7.28 19:43
조회
427
추천
8
글자
6쪽

75화

DUMMY

요안나가 이변을 감지한 것은 결단을 내린지 몇 초 뒤였다.


아군과 인형, 양쪽 모두에게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틈을 찾던 그녀는 어느 순간 인형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멈추는걸 목격하고 지체없이 아르모어가 있던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 해치웠나? '


과연 그녀의 짐작대로 멀리 비센나가 아르모어의 시체에서 목을 잘라내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긴 했지만 결국 저들이 성공한 것이다.


' ..... '


요안나는 옛 지인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스스로도 의외라고 생각할만큼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사람의 죽음에 너무 익숙해진걸까? 아니면 슬픔과 달성감이 뒤섞여 중화되어버린걸까? 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런 류의 문제가 다 그러하듯,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멈춰있던 인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청기사와 흑기사가 잔뜩 경계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주인을 잃으면서 그들에 대한 흥미도 함께 잃어버린 듯, 그것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느릿 걸어서 두 『기사』를 지나쳤다.

요안나는 그들이 인형을 공격할거라 생각했지만 두 『기사』는 경계 자세를 유지했을 뿐, 먼저 공격해들어가진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두 『기사』가 인형이 아니라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실소했다.


' 뭐야, 제대로 상황 파악하고 있잖아? '


그래도 아직은 그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하기사 그렇게나 얻어맞았으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신경쓸 여력이 남아있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 이크, 이럴 때가 아니지. '


잠깐, 아주 잠깐 딴생각에 빠져 있었을 뿐인데 인형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차피 갈 곳은 뻔하니까 놓칠 걱정은 없지만 너무 오래 내버려두는건 위험했다.

재빨리 아르모어가 죽은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인형과 인형을 보고 굳어버린 알레크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 괜찮아, 아직 안 늦었어. '


은기사의 거체가 쏜살처럼 날아간다. 가야겠다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이미 목적지에 도달해있다. 어찌나 빠른지 그 거구가 자신의 바로 뒤에 멈춰서는 순간까지도 비센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목표를 포착한 은기사의 창이 벼락처럼 떨어진다.


쿠웅!


그 이쁘장한 엘프 계집이 뭉개지는 순간,

그녀는 아주 조금, 속이 후련해지는걸 느꼈다.


***


쿠웅!


충격에 휩쓸린 육체가 종잇장처럼 훨훨 날아간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오만가지 잡음이 뒤섞인 소음이 고막을 쉴새없이 두들겨댄다. 그 무의미하고 짜증나는 자극들에 질려버린 뇌가 청각 신호를 차단해버린다. 그렇잖아도 바닥을 기던 현실감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꿈을 꾸는 듯한 부유감과 몽롱함이 이성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털썩!


그렇게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흐르고, 강한 충격과 함께 세계가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아파. 아파. 아파.

누가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쑤시는 것처럼 등이 아파왔다. 곧이어 장기가 곤죽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전신의 뼈와 근육이 비명을 질러댄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면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바람과는 반대로 무심한 뇌는 착실하게 기능을 회복해나갔다. 시각이, 청각이, 통각이, 차례차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괴로움이 한층 생생하게 느껴진다.


' 빌어쳐먹을, 뭐가 어떻게 된거야!? '


백기사의 소유자는 죽었다. 더 이상 적은 없을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아니아니,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 비센나! 비센나는 어떻게 됐지!? '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아픈 몸을 일으켜세운다. 단지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후들후들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힘을 주자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킬 수 있었다.


" 허억! "


그들이 서 있었던 곳에는 거대한 기둥을 박았다가 뽑은 듯한 큰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알버트는 그 구덩이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낮익은 오른손을 보고 기겁해서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려고 했다.


" 크윽! "


일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무릎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당한 그는 꼴사납게 모래바닥을 나뒹굴었다.


" 젠...장! "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을 준다. 아까보다도 훨씬 큰 고통이 몰려왔다.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손바닥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그의 다리는 의지를 배신하고 맥없이 풀려버렸다.


" 비센나! "


걸을 수 없다고 포기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청년은 처음 세상을 기었을 때처럼 전력을 다해 모래바닥을 기었다.

움직일 때마다 얼굴에 모래가 밀려오고 전신이 고통에 휩싸였지만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 기다려... 내가... 지금...! "


그 고귀한 노력 끝에, 마침내 청년은 목표물에 도달했다. 그리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주저없이 아내를 돕기 위해 구덩이 가장자리를 움켜쥔 가녀린 손목을 양손으로 꼭 붙잡았다.


" 후우... "


기어가는 것조차 겨우 하는 주제에 과연 사람 하나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설령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한들, 양 팔이 무사할 수 있을까? 지금 상태라면 정말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다.


' 까짓거 망가지라고 그래! '


그럼에도 알버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왼 팔을 희생하지 않았던가. 그런 아내를 구하는데 필요하다면 양 팔 따위 얼마든지 내버릴 수 있었다.


" 흐아아압! "


각오를 다지고 전력을 다해 잡아당긴다. 뜻밖에도 팔은 손쉽게 쑥 딸려왔다. 자기 힘을 못 이겨 벌러덩 넘어진 알버트는 다급히 비센나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침묵했다.


" ..... "


그가 건져낸 것은, 팔꿈치 부근에서 끊어진 오른팔 뿐이었다.


***


작가의말

와, 연재속도도 느려터진 주제에 분량도 돼지바 딸기잼만하네

이거 대체 어떤 개돼지 놈이 쓰는거야?

네, 물론 접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당최 머리가 굴러가질 않는단 말입니다

변명은 죄악이라는걸 모르나!?

에어컨 갖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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