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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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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103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6.13 19:23
조회
394
추천
7
글자
8쪽

71화

DUMMY

" 큭... "


알버트는 고개를 우측으로 홱 젖혔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날카로운 얼음창이 그의 왼쪽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덕분에 볼살이 뭉텅 떨어져나가는 참사는 피했지만 발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세 발의 얼음창이 더 솟구쳐 그의 목과 양 다리를 노렸다.


챙챙! 챙!


재빨리 대검을 바닥에 내리꽃는다. 세로로 세워진 대검이 커다란 방패 역할을 하여 세 얼음창을 모두 튕겨냈다. 하지만 적과 그의 거리는 여전히 1cm도 줄어들지 않은 채다.


' 이래서는 끝이 없어... '


또다시 얼음창 세 개가 솟아오른다. 막으려고 들면 막을 수 있지만, 그래서야 또 제자리 걸음이다. 살려면 어떻게든 이 흐름을 바꿔야만 했다. 알버트는 과감하게 대검을 방패삼아 전진하는 길을 선택했다.


캉캉캉! 콰앙!


" 으악! "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했다. 대검은 얼음창을 손쉽게 튕겨내었지만 뒤이어 날아온 마나 구체의 폭발까진 막아주지 못했다.

날아오는 구체 자체는 원거리 판정이었지만 대검의 표면과 밀착한 뒤 발생한 폭발은 근거리 판정이라 AMF도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런 마법의 가호도 받지 못한 채, 폭발의 충격에 휘말린 알버트는 비명을 지르며 거의 7m 가까이 뒤로 날려갔다.


" 크... "


그나마 사지 멀쩡히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대검의 검신이 사용자에게 가는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하고 대신 파괴된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충격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해서 양 팔이 떨어져나갈 듯이 아프고 속이 다 뒤집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 아, 안되겠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겠어... '


그에게는 비센나처럼 놈의 마법을 모조리 회피할 민첩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테오도르처럼 마법을 무시하고 돌진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어설프고, 저것도 어설프다. 도저히 저 괴물 같은 놈에게 접근할 재주가 없다.


휘이이잉...


그가 절망에 빠져있는 사이, 놈을 향해 주변의 공기가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대량의 대기를 마나로 분해시킨 것이다. 큰 마법이 날아올 전조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알버트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젠장! 이럴 때가 아니야! '


궁상은 나중에 떨어도 된다. 지금은 목숨을 부지하는게 최우선이다. 알버트는 어느새 검신이 교체된 대검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미 아르모어의 몸 주변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을만큼 농축된 고농도의 마나가 시퍼런 빛을 내뿜으며 넘실거리고 있었다. 척 봐도 방금 전 아무렇게나 던진 마나 구체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일 것 같다.


막는다는건 어불성설.


어떻게든 피해야했다. 다리를 긴장시키면서 언제라도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놈 주변의 농축된 마나가 한 점으로 모여든다. 압축, 압축, 압축, 그 많던 마나가 탁구공 수준까지 쪼그라든다. 그만큼 폭발력은 더 커질테지. 알버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침내, 그것이 아르모어의 손을 떠났다.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한 집중력으로 구체의 방향을 파악하던 알버트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 어? 어? 어어! 어! "


저 높은 하늘에서도 똑똑히 보일만큼 거대한 폭발이 사막 한복판에 작렬했다.


***


불타는 창이 머리를 찌른다. 불타는 대검이 반원을 그리며 떨어진다. 불꽃의 채찍이 바닥을 쓸고 또아리를 트는 뱀처럼 휘리릭 감긴다. 1초 남짓한 순간에 물흐르듯이 이어진 세 동작이 모래색 피부의 델핀을 습격한다.


화르륵!


현란한 공격에 대처하는 가짜의 몸놀림은 실로 단순하다. 고개를 슬쩍 젖혀 창끝을 피한다. 옆으로 한걸음 물러서 대검을 피한다. 곧이어 뒤로 공중재비를 돌며 바닥을 휩쓰는 채찍을 흘려보내고 부채꼴을 그리며 화염을 마구 내뿜는다.

단순하지만 AMF도, 항마력도 갖추지 못한 상대에겐 치명적인 반격이다. 델핀은 불꽃 채찍을 더욱 빠르게 회전시켜 화염을 걷어냈다. 그리고 급한 불을 끄자마자 채찍을 버리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가만히 막고만 있으면 죽을 때까지 샌드백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걸 아는 것이다. 과연 그녀가 물러난 자리에 막은 것보다 훨씬 많은 화염이 쏟아졌다.


화르륵!


거리가 멀어지자 가짜와 진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양손에서 불꽃을 피워올렸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사람 머리만한 커다란 불덩어리가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일정 지점까지 도달한 불덩이는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폭발했다. 때문에 두 사람은 흔히 ' 종이 한 장 차이 ' 로 대변되는 효율적인 회피를 하지 못하고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피하는 방식을 택해야 했다. 자연히 움직임이 커지고 행동 반경이 넓어진다. 그렇게 6~7회 정도 공격을 주고받았을 즈음,


툭.


" ! "


델핀의 등이 무언가와 부딛쳤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 사람 등이 닿을만한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 ! "


깜짝 놀라 돌아봤다가 다시 한번 놀란다. 델핀과 등을 부딛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쌍둥이 동생, 이네스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몸은 고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모래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모래빛 눈동자에 깃든 당황한 기색만큼은 생동감 넘치게 전달됐다.


채앵!


상황을 파악한 둘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가짜 이네스의 얼음 장검과 델핀의 실체검이 부딛치고 둘의 위치가 뒤바뀐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진짜 쌍둥이들과 가짜 쌍둥이들이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 되었다.


화르륵!


델핀은 이네스와 말 한마디, 눈빛 한번 나누지 않고 불길을 일으켰다.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아는 파트너와 함께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적과 싸우는 것이다. 구태여 뭘 해야하는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 선수필승! '


콰앙!


서로의 손패를 훤히 알고 있는 상황. 주도권을 잡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 두 델핀이 동시에 날린 화염구가 중앙에서 격돌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준비된 델핀의 두번째 화염구가 앞서 날아간 녀석과 똑같은 길을 따라 날아간다.


콰앙!


이번에도 화염구는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전에 폭발했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똑같은 화염구와 부딛쳐 터진 것이 아니었다. 가짜 이네스가 펼친 거대한 얼음 방패의 일각에 부딛쳐 폭발한 것이었다. 폭발의 충격과 열기를 견디지 못한 방패 일부가 부서지고 방패의 왼쪽 하단에 작은 건물만한 구멍이 뚫렸다.


쿠웅!


어느새 그 구멍 앞으로 접근한 이네스가 발을 한번 구르며 팔을 휘두른다. 그러자 바닥에서 거대한 얼음 송곳이 솟아나 구멍 너머의 가짜 이네스를 향해 날아갔다.


콰직!


가짜 이네스는 재빨리 새로운 얼음 방패를 만들었지만 급조한 방패로 많은 힘을 축적한 얼음 송곳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방패는 산산조각나고 가짜 이네스의 상체가 괴물에게 뜯어먹힌 것처럼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화르륵!


가짜 델핀이 날린 불꽃이 얼음 송곳을 녹였지만 이제와서 외양간을 고쳐봤자 소는 이미 죽고 없다. 이것으로 2:1. 서로의 능력을 감안했을 때, 가짜 델핀에게 더 이상 승산은 없었다. 순간의 판단 차이가 승패를 결정지어버린 것이다.


이제부터는 싸움이 아니라 잔당을 치우는 '작업'일 뿐이다. 쌍둥이는 차분하게 능력을 발동시키며 가짜 델핀을 압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수 정도 공격했을 때,


푸욱!


" !? "


가짜 델핀의 등 뒤에서 날아온 마나 구체가 가짜 델핀의 명치를 뚫고 튀어나왔다.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폭발물에 쌍둥이들이 경악하는 순간, 마나 구체가 시퍼런 빛을 내뿜으며 성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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