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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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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003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3.21 08:42
조회
1,519
추천
31
글자
7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5)

DUMMY

페이린의 일섬에 맞서 습격자의 몸에서 강력한 방벽이 솟아났다. 어지간한 소총탄 세례에도 버틸만큼 튼튼한 실드가 전사의 검을 가로막는다. 분명히 사람이 휘두르는 검격 따위로 깨질만한 방패가 아니건만, 전사는 오히려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검격에 힘을 더한다.


우웅!


실드와 검이 부딛치는 순간, 별안간 검이 울리더니 굳건한 성벽과도 같던 실드가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약간의 감속조차 없이 실드를 돌파한 검은 여세를 몰아 습격자의 두터운 견갑에 묵직한 일격을 내리꽃았다.


콰드득!


두텁고 무딘 칼날이 강철 견갑을 깨부수고 가슴 깊숙한 곳까지 틀어박힌다. 볼 것도 없는 치명상. 승부는 그 일격으로 결판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쟁취한 페이린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적을 쓰러뜨린 뒤에야 자신이 무엇과 싸웠는지 깨달은 탓이었다.


' 대행자? '


가슴에 위치한 동력로가 파괴당한 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대행자였다. 옅은 녹색 갑옷을 입은 기사 형상으로 제조된 이 무인병기는 퇴각하기 전에 송신해두었던 마지막 명령에 따라 지금쯤 전방에서 시간을 벌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체는 여기서 얼쩡거리고 있었을까?


자신을 구속하는 컨트롤러를 파괴하여 자유를 얻으려고?


물론, 그럴 리야 없다. 기계는 오로지 주어진 명령대로만 움직이니까. 그보다는 적들이 보안을 뚫고 명령계통을 장악했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페이린의 미간에 주름이 팼다. 무인병기와 병력의 질을 통해 압도적인 숫적 열세를 극복하는 혁명군에게 무인병기의 강탈은 파멸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 하여튼 마법사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요. 적어도 석달 동안은 절대 못 뚫을거라고 자신하더니 한달도 못가서 이게 뭐람. "


투덜거림은 잠시, 페이린은 파괴된 대행자의 잔해를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리저리 뒤집어보며 자세히 살펴보아도 특별히 이상한 흔적이나 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페이린은 혀를 차며 일어섰다.


" 칫, 쓸데없이 시간만 버렸네. "


그리곤 미련없이 돌아서려는 순간, 뒤늦게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제일 처음 라비를 노렸던 공격은 마나탄을 이용한 저격이었는데 파괴된 대행자는 장검과 단검으로 무장했을 뿐, 총기류는 일체 장비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장비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말이 안되기는 매한가지다. 타고난 청력 때문에 소음을 싫어하는 엘프들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위력이 떨어지더라도 소음이 적은 총기를 선호했다. 그리고 대행자는 본래 일반 보병을 잡으라고 만든 병기다. 중장갑이나 실드를 상대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니 당연히 고출력 화기가 필요할 리 없었다. 하지만 최초의 저격은 짜증이 치밀만큼 커다란 총성을 동반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답은 오직 하나.


저격수는 틀림없이 인간들의 총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괴된 대행자는 소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저격수는 따로 있으며 아마도 페이린이 대행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처리하러 이동한 사이에...


" 쯧, 그렇게 된거였구나. "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뒤늦게 파악한 페이린의 표정에 여유가 돌아왔다. 라비와 리안은 임무의 특성상 직접 전투보다는 탈주에 중점을 둔 훈련을 받은 에어 바이크의 달인들. 평지에서라면 모를까, 대수림 속에서 바이크에 탑승한 그녀들을 추적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 결국 시야에서 벗어나기 전에 총으로 바이크를 파괴하던지 탑승자를 쏘아 죽일 수 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총성이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지금쯤 놓쳤거나 한참 뒤쳐져서 추적 중일 것이다.


" 그럼 이제 남은건 복수뿐이네. 야핫! "


전문 훈련을 받은 라비나 리안처럼 잘 타는 것은 아니지만 페이린도 에어 바이크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대수림에서라면 출발이 조금 늦은 것 따윈 패널티도 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따라잡아 자신들을 건드린 댓가를 치르게 해주리라. 그렇게 작정한 전사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바이크를 숨겨둔 나무 뒤로 달려갔다.


다행히 바이크는 무사했다.


혹여 적에게 발견당해 탈취당했을까봐 걱정하던 페이린의 표정에 미소가 감돈다. 전사는 길고 탐스러운 금발 머리칼을 한데 묶은 뒤, 위장으로 덮어놓은 덩굴식물을 걷어내고 애마에 올라탔다.


" 자, 그럼 잡으러 가볼... "


페이린이 잔혹한 웃음과 함께 시동을 거는 순간,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바이크 곳곳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강렬한 폭발이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쿠콰콰콰쾅!!!


폭발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번, 세번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위력으로 보나 횟수로 보나 무엇도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무려 일곱번이나 연달아 터진 뒤에야 겨우 폭발이 멈췄다. 그제서야 15미터 뒤의 나무에서 눈을 붕대로 칭칭 감은 사나이가 지루한 표정으로 모습을 들어냈다.


" 너무 예상대로라 시시한데. "


그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폭연이 걷히며 번쩍이는 칼끝이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페이린의 갑옷은 그 폭발 속에서도 주인을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뜻밖의 사태'에 직면했을 사내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이 지루함을 담고 있었다.


" 정말 예상대로야... "


카캉!!


금방이라도 사내의 목이 꿰뚫릴 것 같던 순간, 나무 뒷편에서 한 기의 대행자가 튀어나와 몸으로 검을 가로막았다. 실드는 이번에도 간단히 찢어졌지만 대행자는 복부 깊숙히 검이 꽃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철 팔로 페이린의 양 팔을 단단히 붙들었다.


" 젠장! "


동시에 페이린의 후방에서 두 기의 대행자가 더 나타나 전사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본래라면 강력한 실드가 발생해 검격을 막아냈겠지만 애석하게도 페이린의 갑옷은 더 이상 실드를 생성할 여력이 없었다. 아까의 폭발로 내장 마력을 모두 소모해버린 것이다.


속수무책에 빠진 전사에게 무감정한 기계의 검이 날아들었다.



작가의말

일찍(?) 나왔는데 분량이 시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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