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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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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4일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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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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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이 구역.

DUMMY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슬슬 폐가 아파질 때쯤, SBC 쇼! 음악 무대 세트장이 보였다.

목선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너무 급해 보이지 않게.

하지만 간절해 보이도록 표정 관리를 한 후, 무대 세트장으로 향했다.


"오늘 야외 세트장 생방인데 장난해! 접촉 사고 나서 벤이 못 움직이면 택시라도 태워서 보내야 할 거 아니야! 익스플로어 매니저 어딨어! 당장 내 전화 받으라고 해-!!!"


SBC 최호철PD의 성난 목소리가 번개처럼 귓가에 꽂혔다.

쇼! 음악! 스탭들이 그런 최pd앞을 앞을 막아섰다.


"P,PD님 진정하세요! 연락해 봤는데, 생방 시간 맞추는 건 무리라지만 어떻게든 도착은···."

"무리가 어딨어! 생방 펑크 낼 거야 그럼!?"

"일단 최대한 빨리 오겠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30분은···."

"아이고, 지랄한다! 30분 뒤면 엔딩 앵콜 할 차례인데 그 때와서 뭘 어쩌겠다고!"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익스플로어가 최소 30분은 늦는다고?'


아직은, 열심히 뛰어온 보람이 있어 보였다.

숨을 고른 뒤, 최호철PD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최 PD님."

"어떤 새...권스타?

"인사드리러 왔는데, 난리도 아니네요. 무슨 문제 생겼어요?"


최PD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어떻게 알았어?"

"뭘요?"

"이빨 까지 말고. 익스플로어 생방 펑크 났다는 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속으로 작은 감탄을 터트렸다.


'최PD, 괜히 음방 PD가 아니야.'


내가 왜 찾아왔는지 단번에 눈치채고 추궁하는 데,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 순 없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낯을 만들었다.


"어쩌다 듣게 됐는데, 지금 상황 비슷하지 않습니까?"

"뭐?"

"2년 전이죠? 제가 스타로드 매니저였고, 그때···. 하이틴이 생방 펑크냈었나?"


최호철PD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뭐? 스페셜 무대 네가 담당하는 신인들한테 넘기라고?"

"익스플로어 도착할 때까지, 시간 끌기론 딱 좋지 않을까요?"

"야야 권스타...아니 권 실장."

"야외면 무대면 AR보정 불안할 테니까 실력에 자신 없는 애들은 무대 못 뛸 거고···. 급 있는 애들은 대타 들어가는 느낌이라 안 하겠죠."

"나 말 좀···."

"그럴 바에는, 아예 인지도 없는 신인 내세워서 땜빵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최PD님?"


최호철PD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마치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라는 표정이었다.


하긴.

최호철PD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으니까.


하지만 난 뻔뻔하게 웃었다.

최호철PD의 불같은 성격을 생각하면 말 한마디 못하고 내쫓겨도 안 이상했으니까.


그 사이 최호철 PD가 한숨을 퍽 내쉬었다.


"하아...반은 개소리라 이건 뭐,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네."


최pd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되니까 돌아가."

"···."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무리 시간 끌기 땜빵이라지만 신인을 어떻게 스페셜 무대에 세워?"


맞는 말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억지에 가까운 부탁이기는 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설득이 아니라 정에 호소하는 쪽으로.


"2년 전에는 제가 도와드렸잖아요?"

"!"

"이번에는 저 좀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기회라도 한 번 주시면 안 될까요 최PD님?"


최호철PD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붙였다.


"스페셜 무대라 하지만 결국 시간 끌기 땜빵이니까, 신인이 서도 딱히 이상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신인이라서 익스플로어 팬들도 그냥 넘어갈 것 같은데?"

"···."

"pd님도 아시겠지만 돌판 팬 싸움, 장난 아니잖아요? 인지도 있는 애들 무대에 세웠다가는 바로 전쟁 날걸요? 그럴 바에는 아예 생 신인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죠."


말을 마치고 최PD 눈치를 봤다.


'설득 됐을까?'


모르겠다.

이래도 안 된다면 스페셜 무대는 접어야지.


그런데 왤까.

아직, 아무것도 확정 된 게 없는데 스페셜 무대를 설 수 있을 거란 묘한 예감이 들었다.


요즘 운이 좋아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뭘 하건, 성공하는 요즘 내 운을 생각하면 내 개소리에 최호철pd가 설득당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내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하아...시발."

"!'

"투에니 라이브 좀 해?"

"!!"

"아니다. 내가 직접 봐야겠다. 대기실 어디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쪽입니다. 최PD님."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투에니 대기실로 향했다.

중간중간 최호철pd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며, 대기실 문을 열었다.


소파에 늘어져 있던 투에니 맴버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실장님? 옆에 계신 분 누구예요?"

"쇼! 음악, 최호철PD님이에요."

'!"


가을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투에니 애들에게 손짓했다.

아직 상황이 파악이 덜 된 것처럼 보이는 투에니 애들이 그 손짓에 따라 일렬종대로 섰다.


"안녕하세요 PD님! 신인 걸그룹 투에니 입니다!"


내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최호철PD가 걸어 나왔다.


"인사는 됐고, 지금 노래 가능해요?"

"!"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대답 좀만 빨리해줄래요? 지금 노래 가능해요?'


최호철PD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도 놀라고 투에니 맴버들도 놀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노래를 시킨다고?


안 되겠다 싶어 황급히 중재하려 할 때였다.

비장한 표정을 한 가을이가 불쑥 걸어 나오며 말했다.


"안무는 안 보셔도 되나요 PD님?"

"?"

"안무도 무반주로 가능한데, 같이 보여드려도 될까요?"


···. 허?

가을이의 당돌한 발언에 깜짝 놀라 숨을 참았다.


그건 최PD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입술을 달싹이던 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매니저에 그 아이돌이네."


최호철PD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안무건, 춤이건 빨리 해봐요. 시간 없으니까."



***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설마 첫 무대가 무반주 무대일 줄이야···.'


이건 진짜 예상 못 했다.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힐끔 시선을 돌려 최PD의 표정을 훔쳐봤다.


"···."


복잡한 표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신 할 수 있었다.


투에니 무대를 본 최PD의 표정은 흔들리고 있었다.

최pd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무반주 라이브인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


최PD가 웅얼거렸다.


"잘하긴 하네."

"얘네들, 무대 체질입니다. 올려보내면 절대 실수 안 할 거예요."

"장담할 수 있어?"

"책임지겠습니다."


최PD가 한숨을 퍽 내쉬었다.

한참을 떡진 머리를 박박 긁어내던 그가 돌연 소리쳤다.


"애들 준비시켜서 야외 홀로 지금 당장 출발해."

"!"

"현장에 조PD한테 무대 세팅 도와달라 하면 될 거야."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최 pd 어깨를 주물렀다.


"무대 끝나고 소고기 드시죠 최PD님."

"얼씨구, 이빨 그만 까고 출발 안 해? 나 마음 바꾼다?"


씩, 미소 지은 뒤 투에니 애들에게 다가갔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애들이 두 눈을 깜빡이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설채이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실장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가면서 설명해 줄게요."


필요한 짐들만 간단히 챙긴 뒤, 대기실을 나섰다.

야외무대로 가면서 상황을 설명하자, 투에니 애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헐! 그럼, 저희 스페셜 무대 서는 거예요?"

"네. 얼마나 중요한 무대인지 알죠?"

"그, 그럼요! 음방 스페셜 야외 무대인데!"


음방 스페셜 무대는 현세대 탑쓰리 아이돌이나 설 수 있는 무대다.


시간 끌기용 땜빵이긴 하지만, 그런 무대를 신인 아이돌이 선다는 건 과분한 기회였다.


그 탓에 투에니 애들의 표정이 싱숭생숭해 보였지만, 잘할 거라 믿었다.


그때 쇼케이스 봤던 투에니는 무대체질이니까.


뒤늦게 따라온 스타일리스트한테 메이크업과 헤어 점검을 받은 후, 곧바로 무대로 올려보냈다.


"잘하고 와요. 믿고 있을게요."


투에니 애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애들을 무대로 올려보내니, 뒤늦게 나타난 이예지 씨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뭔 일이에요 실장님···?"


아, 우리 예지 씨를 잊고 있었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오늘 아주 좋았어요 예지 씨."

"...네?"

"앞으로도 쭈욱, 이렇게만 해줘요."

"??"


이예지 씨의 눈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첫 무대를 스페셜 야외무대로 서게 된 투에니가 핸드 마이크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 하나, 둘, 셋. Two steps to the top! 안녕하세요, 투에니입니다!"


투에니의 첫 음방 무대가 시작됐다.





***



결과만 놓고보면 투에니 첫 음방 무대는 실수 없이 끝났다.


"후우...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소고기 드셔야죠 최PD님."

"됐어 임마! 오늘 생방 급하게 뛴 애들한테나 수고했다고 전해!"


생방을 펑크낸 익스플로어도 뒤늦게 무대에 서면서 쇼 음악! 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 후 나머지 스케쥴은 예지씨 한테 맡기고 백학 본사로 돌아왔다.


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오늘 음방 무대 반응을 살폈다.


-오늘 야외 스페셜 무대 뭐였어?

-익스플로어 교통사고 나서 늦었대 ㅠㅠㅠ

ㄴ헐! 애들 안 다쳤대?

ㄴ응. 현장 뛴 덕들한테 물어보니까 익스플로어가 차가 아니라 다른 차가 교통사고 내서 늦었대.

-익스플로어 4주년 축하해 ㅊㅊㅊㅊ!

-나 현장에 있던 덕인데 오늘 야외 게스트 무대 어이가 없더라.

-웬 듣보 신인이 땜빵 와서 짜증났어ㅠ

-신인치고 노래 잘하던데 ㅎ?

-투에니가 청춘여행 부른 애들이구나.

-노래 좋던데? 애들도 이쁘구

-신인치고 잘하더라 ㅋㅋ특히 가을인가 걔가 엄청 잘하던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나쁘지 않네."


중간중간 익스플로어 팬들이 단 악플이 보였지만, 예상하던 반응이다.


'데뷔 4주년 무대에, 웬 듣보 아이돌이 땜빵 무대를 섰으니까.'


투에니가 신인이 아니라 인지도 있는 그룹이었다면 익스플로어 팬들에게 패드립을 먹어도 안 이상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야외무대에 선 건 쇼! 음악을 시청하는 잠재적 투에니 팬들을 위해서였다.


오늘 야외무대를 통해 투에니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터.

아닌 말로 첫 음방 무대부터 스페셜 무대에 서는 신인은 흔치 않으니까!


그 증거로 슬슬 투에니 존재를 인식하는 팬들이 늘었다.


-오늘 데뷔한 신인 애들 노래 좋더라?

-청춘여행? 따라 부르기 쉬워서 귀에 확 꽂히더라 ㅎ

-어텐션 안무 숏츠 좀 뜨던데, 투에니 얘내 노래였구나

-현장 뛴 덕인데 투에니 얘내 이쁘더라...

ㄴ22 나도 현장 갔다왔는데 비쥬얼보고 반할뻔

ㄴ본진 옮기는 소리 들리네 ㅋㅋ

-음원 차트에 웬 듣보 신인 있어서 이상했는데, 노래 듣고 확 꽂혀서 덕질 시작할까 생각중.

-투에니 어디 회사 그룹이야?

-센터 비쥬얼 존예던데?


아직은 뜨뜻미지근 한 반응.

하지만 신인 걸그룹인 걸 고려하면 가시적인 성과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이번 달 운세, 아무래도 대운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뭘 해도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올 수 있지?


실실 웃으며 등받이에 허리를 기댔다.


늦은 오후라 모두 저녁이라도 먹으러 갔는지 매니지먼트 사무실이 조용했다.


고독, 여유.

그것들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까."


다사다난했던 하루다.


첫 음방, 박PD와의 예능 줄다리기, 마지막으로 스페셜 야외무대까지.


각성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쓰러져도 안 이상했을 스케줄이었다.


"그래, 이 정도 했으면 일찍 퇴근하자."


첫 음방 무대를 야외무대로 선 기념으로, 집에 돌아가면 맥주나 한 캔 따야겠다.

안주는 지코바 치킨···.마른오징어면 되겠지?


상상만 해도 즐거운 퇴근길에 입꼬리가 씰룩였을 때였다.

한동안 사무실에서 통보지 못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매니지먼트 1팀.

김성훈 팀장이었다.


내 입에서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



갑작스럽게 나타난 김성훈 팀장이 시비 조로 말했다.


"인사 안 하냐?"

"···."


뻐근해지기 시작한 목덜미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우리가 인사 할 정도의 사인가?

아니면 같은 부서 직장 상사로서 인사를 받고 싶단 건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숙였다.


지금 김성훈 팀장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내 상각과 달리, 김성훈 팀장은 곱게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 이 새끼. 볼 때마다 짜증 나게 하네 진짜."


김성훈 팀장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정신이 나른하게 풀렸다.

며칠간 유지되던 각성 상태가 풀린 것이다.

뒤늦게 몰려오기 시작한 무거운 피로감에 내 목소리도 낮아졌다.


"뭐가 불만입니까 1팀장님."

"불만? 불만은 네가 가지고 있겠지."


내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혀.

난 그 쪽한테 관심 없는데?


그때 김성훈 팀장이 눈을 부라리며 중얼거렸다.


"시발. 눈깔 이쁘게 안 뜨냐?"


이것 봐라?

지금 시발이라 욕한 거야?


김성훈 팀장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다행히 스마트 폰을 들고 왔다.


"욕은 좀 그렇네요 1팀장님."

"너도 해. 너도 나 마음에 안 들잖아?"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그게 불만이 있다는 거야, 시발놈아."

"계속 시발시발, 듣기 좀 불편하네요."


김성훈 팀장이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불필요한 터치에 몰려오던 피로가 확 달아나며 정신이 다시 각성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좀 건드니까 성질 나오나 봐?"


김성훈 팀장이 비릿하게 웃었다.


"가식 떨지말고 평소처럼 해 이 새끼야. 너도 나 꼴아봤잖어."


김성훈 팀장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맞아?'


넛튜브에서만 보던 사내 폭력, 폭언?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고?


당황스러웠만, 해야 할 일은 했다.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켰다.


그 사이 김성훈 팀장의 시비가 계속 됐다.


"요즘 아주 네 세상 같지 응? 그러니까 부서 상사도 물로 보이고?"

"그런 생각 한 적 없습니다."

"지랄 마. 니 눈빛이 딱 그런데! 내가 나락가니까 기분 좋잖아?"


김성훈 팀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


"내가···. 시발. 최수현 때문에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

"···."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벌떡벌떡 잠에서 깨. 그런데 더 억울한 건 뭔지 알아? 원래 서태준 내가 받아 가고, 최수현 그 불륜남 새끼를 니네 5팀이 받았어야 했다고! 대체 왜 본부장이 너네 같은 쓰레기 팀에 서태준을 넘긴 거야? 네가 수작 부렸지 응? "


헛웃음을 터트렸다.


서태준을 왜 1팀거지?

티오상 우리 5팀한테 배정된 배우인데?

수작을 부린 건 오히려 1팀장 쪽 아닌가?


그리고 최수현도 2팀 배정이었는데 1팀이 데려간 건 순전히 김성훈 팀장 욕심 때문 인 걸로 아는데?


비논리적인 걸 넘어, 어린애가 떼를 쓰는 걸 보는 기분이다.


그 순간 내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억측이 심하네요."

"!"

"최수현 받아 간 거 1팀장님 탓 아니에요? 원래 최수현 2팀 티오였는데?"


두 눈을 부릅뜬 김성훈 팀장이 내 멱살을 잡았다.


"···. 너 지금 뭐라 했냐?"

"1팀장님 탓이라 했는데요?"

"하···. 끝까지 사람 열받게 하네?"


김성훈 팀장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러다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다.


'참아야 하나?'


참아야 한다.

지금 막 데뷔한 투에니 애들한테 김성훈이란 똥물을 끼얹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전 했던 말들이 살짝 후회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김성훈 팀장이 중얼거렸다.


"그래. 처음부터 이하은 그 미친년하고, 쌍으로 마음에 안 들었어."

"!"

"엮이기만 하면 아주 골치가 아팠어. 보는 것만으로 짜증이 날 만큼."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김성훈 팀장은 이런 내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김성훈 팀장의 비틀려진 미소가 섬뜩하기보단 불쾌감을 유발했다.


"그런데 너희 둘 뭐 있냐?"


김성훈 팀장이 선을 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이하은이 너한테 관심이 많은 거야, 응? 이하은 그년, 버릇처럼 매니저 갈아치우는데, 너한테는 조선의 여왕 립서비스도 해주고."


충혈된 눈을 보니 이미 이성이 날아간 듯 보였다.

결국 김성훈 팀장이 내 치부를 건드렸다.


"무슨 방법으로 그 미친년 길들인 거야?"

"!"

"나도 팁 좀 알려줘 봐 권실장. 한 번 써먹 보게. 아니면···. 그 팁이 써먹지 못할 방법이야? 응?"


아, 참을 만큼 참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설마 그 미친년하고 너하고 붙어먹은 거···."


일단 이 개새끼 입부터 닥치게 만들고 뒷일을 생각해야 할 듯했다.

그렇게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려던 순간.


유리가 깨진 듯한, 날카로운 고성이 내 주먹을 멈추게 했다.


"미친년 뭐요."


나도 얼어붙고 김성훈 팀장도 얼어붙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도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기묘한 침묵이었다.


그 속에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친년 뭐냐고."


또각또각.

일정 간격으로 울려 퍼지는 구두 굽 소리에 내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어찌나 세게 뛰는 지, 귓가가 광광 울릴 정도였다.

그 사이 김성훈 팀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 어···. 그게···."


아마 내 얼굴도 꽤 창백해졌을 것이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가늘고 긴 손이 내 멱살을 잡고 있던 김성훈 팀장의 손을 쳐냈다.


달콤한 살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미친년 등장했으니까 말해봐요."


이 구역 미친년이 등장했다.


"내가 권실장하고 뭘 했다고?"


탑스타 여배우.

이하은.

그녀의 입가에 삐뚤어진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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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하은. +88 24.06.30 34,762 1,020 14쪽
35 고민. +70 24.06.29 34,491 966 15쪽
34 고민. +45 24.06.28 35,732 88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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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기분 좋은 헛웃음. +39 24.06.26 37,085 886 16쪽
31 기분 좋은 헛웃음. +58 24.06.25 37,809 943 16쪽
30 폭풍. +34 24.06.24 38,016 881 17쪽
29 폭풍. +67 24.06.23 37,938 904 14쪽
» 이 구역. +70 24.06.22 37,571 969 18쪽
27 오버랩. +30 24.06.21 38,349 748 16쪽
26 오버랩. +34 24.06.20 38,333 766 14쪽
25 오버랩. +27 24.06.19 39,141 801 15쪽
24 오버랩. +31 24.06.18 40,381 777 13쪽
23 나비효과. +25 24.06.17 40,391 818 14쪽
22 나비효과. +24 24.06.16 39,841 811 14쪽
21 다 주세요. +30 24.06.15 40,451 846 14쪽
20 다 주세요. +37 24.06.14 40,666 793 14쪽
19 다 주세요. +25 24.06.13 42,278 763 13쪽
18 그 친구 어때? +22 24.06.12 41,486 785 14쪽
17 그 친구 어때? +22 24.06.11 43,176 721 13쪽
16 운수 좋은 날. +33 24.06.10 42,792 730 15쪽
15 주말. +24 24.06.09 44,353 729 15쪽
14 주말. +34 24.06.08 44,724 716 14쪽
13 위기가 기회로. +27 24.06.07 45,625 720 15쪽
12 위기가 기회로. +31 24.06.06 44,935 694 12쪽
11 위기가 기회로. +52 24.06.05 46,373 7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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