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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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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867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9.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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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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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6. 가족(3)

DUMMY

6. 가족(3)


“으음...”


눈을 뜨자 자고 있는 매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몸 위에 포개진 자신의 몸으로 체온이 따스하게 들어왔다. 왼쪽 가슴 부근까지 은빛 금속이 덮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온기가 새어나왔다.


단단한 그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옷으로 가려져 있던 곳까지 흉터가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가슴 부근의 커다란 흉터를 쓰다듬었다.

그의 가슴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후훗.”


그녀는 매그의 볼을 살짝 눌렀다. 단단한 듯했던 피부가 말랑거렸다. 그의 몸 중에서 가장 여린 부분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나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에 약간 부끄러워졌다. 침대 아래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 걸치고 나자 지난 밤의 일이 생각났다.


얼굴이 터질듯이 새빨개졌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그의 몸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정한 손길에 살짝 미소가 나왔다.


그가 일어나기 전에 밥이라도 해야겠다.


어젯밤부터 한 끼도 안 먹었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매그가 좋아하는 고기 조림을 꺼내고 빵을 잘랐다. 달걀을 꺼내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부었다.


티디딕하며 달걀과 기름이 만나 튀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그가 자는 침대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냉장고에는 레비가 가져다 준 걸 제외하면 생수만 가득했다. 예전 그가 처음 독립하고 나갔을 때가 생각났다. 나간 지 한 달 만에 그의 집에 찾아 갔던 날 매그는 그녀에게 엄청나게 혼났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물과 맥주로 가득했다. 즉시 맥주캔을 사방에 던지며 화를 냈지만 매그는 맥주도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라 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지금 먹는 것도 사실 레비가 사서 넣어 주는 것이었다. 양상추를 자르고 남은 걸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고기 조림은 미리 만들어 준 것이므로 데우기 위해 냄비에 넣었다. 다른 야채가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주걱으로 휘젓는 그때였다.


“우앗!”


허리를 잡는 손길에 깜짝 놀라 주걱을 놓칠 뻔 했다. 레비는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깬 매그가 등 뒤에서 그녀를 안고 있었다.


“뭐해?”

“보면 몰라?”


놀란 탓에 말투가 약간 거친 듯 했지만 매그는 미소지었다. 레비의 목에 머리를 파묻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달콤하면서도 깨끗한, 그러면서도 강렬한 향기가 가득 들어왔다.


“야! 나 아직 안 씻었어!”

“괜찮아, 괜찮아. 좋은 냄새만 나는 걸.”


평소의 기름 냄새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선 향기가 났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온기 가득한 향이었다.

매그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목에 키스했다. 그리곤 뺨에도 키스하곤 손을 놓았다. 그녀는 등을 돌린채 한참을 도마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매그는 그녀의 귀가 새빨개진 걸 알아챘다.




“잘 먹을게.”


레비가 차려준 아침은 그가 평소에 먹는 것과 달랐다. 그의 집에 몇 없는 재료로 만든 음식은 예상보다 다양했다.


그런 의문도 잠시, 매그는 포크로 고기 조림을 찍어 입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오늘따라 맛있는 건 기분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했다. 분명 저번에 레비가 만들어 준 음식이었지만 그가 집에서 혼자 먹을 때 느꼈던 맛과는 깊이가 달랐다.


“레비, 여기 뭐 집어 넣었어?”

“아니? 그냥 데우기만 했는데?”


온도 차이인가.

그가 먹을 때는 냉장고에서 갓 꺼내 기름이 굳어있는 상태로 대충 먹었던 것이었다. 지금처럼 데운 음식이 아니었다.


그녀는 보기와 다르게 식성이 좋은 편이었다. 조그마한 입이지만 먹는 속도는 매그에 뒤쳐지지 않았다.


꽤 많은 양이었지만 금세 다 먹어치운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정리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끝나진 않았다. 설거지를 하는 매그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레비와 고무장갑을 낀 채 거품 묻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문질댄 매그의 행동으로 부엌은 세제 방울이 둥둥 떠다니는 지옥이 펼쳐졌다.


그런 장난을 치다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한 시간이나 치우는 데 걸린 둘은 쇼파에 앉았다. 매그는 찬장에서 컵을 꺼내 커피를 끓였다. 싸구려 커피지만 레비는 상관없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잦은 레비는 커피 끓이기 귀찮아 인스턴트 커피로 해결하곤 했다.


그렇지만 장난삼아 매그에게 지분거렸다.


“손님에게 싸구려 커피가 뭐야.”

“우리 집에 이것 밖에 없는걸. 아니면 맥주라도 마실래?”

“어휴, 내가 말을 말지.”


그렇게 말은 했지만 킥킥 대며 웃었다. 매그도 따라 웃었다. 달달한 커피를 즐기고 있는 그때 레비는 시선이 느껴졌다.


당연히 시선의 주인은 매그였다. 매그가 빤히 쳐다보는 걸 알고 있음에도 레비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계속된 시선에 레비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빨개지는 얼굴에 더는 참을 수 없던 레비는 매그에게 소리치듯 크게 말했다.


“뭐, 뭐야!”

“아니, 그냥...”


점차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녀는 몸을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의 몸이 더욱 다가왔다. 커피를 잡은 손이 긴장 탓에 덜덜 떨렸다.


“자... 잠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얼굴을 향해 매그의 손이 뻗어졌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장난을 치고 싶어도 이렇게 빨개져서야 못하겠네.”


그렇게 말한 매그는 키득대며 웃었다. 레비는 커피를 내려놓고 볼을 부풀렸다. 그녀는 재빨리 매그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


“에잇!”


갑작스런 힘에 쇼파에 쓰러진 그의 몸 위로 레비가 올라탔다.


“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그녀는 매그의 뺨을 잡고 입술을 겹쳤다.


“읍!”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매그는 당황했지만 곧 손을 내밀어 그녀를 껴안았다.


“으음...”


입술을 감미하는 매그는 포개진 가슴에서 쿵쿵 박동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심장 소리인가 했지만 레비의 가슴 위로 전해지는 고동이었다.


매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향했다.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레비는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한참을 키스하던 둘은 입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매그는 레비의 뺨을 쓰다듬었다. 밝게 상기한 뺨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다.


“또... 할래?”

“으, 응.”


레비의 손이 매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 씩 풀어갔다. 매그는 열렬히 키스를 하며 그녀를 다정하게 매만졌다.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드는 그 순간.


삐비비비비비비비!


난데없는 알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그는 상체를 일으키곤 소리의 진원지인 단말기를 집어들었다. 레비는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대체 누구야!”


그녀의 새된 목소리에 매그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이름을 본 순간 그의 몸이 순간 굳었다.


“누... 누군데?”

“아저씨.”


매그의 말에 레비도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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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6. 가족(2) 22.09.20 22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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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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