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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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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4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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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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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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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5. 들개와 사냥개(11)

DUMMY

5. 들개와 사냥개(11)


자야의 폭주 덕분에 피해는 크지 않았다. 크고 작은 상처는 많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자야의 상태는 마냥 좋지는 않았다. 전투가 끝난 지 삼십 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눈을 뜨지 못했다. 일 이분이면 모를까 십 분이 넘게 나인 테일 폼을 유지하느라 피폐해진 탓이었다.


자야는 여우 꼬리단이 준비한 모포에 누워 치료받고 있었다. 사샤도 그 옆의 의자에 앉아 단원의 도움으로 붕대를 감았다.


“악! 살살 감아!”

“네네, 알겠습니다.”


단원의 손길은 우악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치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샤의 몸을 대충 감아주고는 등짝을 짝 때렸다.


“큽!”


눈물을 간신히 삼킨 사샤는 붕대로 감긴 상체 위에 재킷을 걸쳣다. 진통제 덕분에 어찌어찌 걸어 다닐 만했다. 사샤는 언덕 위에 설치된 여우 꼬리단의 본부를 발견했다.


모터홈을 개조한 본부는 원래 모델의 차량보다 서너 배는 넘는 크기를 자랑했다. 자야의 임무에 항상 동행하는 서포터 장비 중 하나였다. 벽마다 레일이 달려 있어 이동시에는 축소할 수 있었다.


안에는 자야의 단원이 모여 있었다. 들어간 그는 의외의 얼굴을 발견했다.


“넌 왜 여기 있어?”


그건 딘이었다. 딘은 구석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신경 끄셔.”

“저 새끼가...”


어린놈이 무시하는 건 사샤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싸움도 못 하는 놈이었네. 그러니까 이런 곳에 숨어 있지.”


그 말에 딘은 꿈틀하며 쓰던 손을 멈추고 사샤를 째려보았다.


“머리가 나쁜 새끼나 싸움하는 거야. 멍청아.”

“예이예이, 그렇군요.”


사샤는 씨익 웃었다.


“네 말대로면 프란츠도 빡대가리겠네?”


그 말에 딘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닥쳐, 프란츠는 너희랑 달라!”

“그렇겠지, 그러니까 너 같은 어린애 손이나 빌리지.”

“프란츠는 내가 없어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아니지, 네가 힘도 없는 꼬맹이니까, 할 수 없이 혼자 하는 거겠지.”


딘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사이를 중재하려던 여우 꼬리단은 사샤의 분노 서린 눈을 보곤 조용히 상황을 관망했다.


“빌어먹을 새끼가... 입 안 닥쳐!”

“닥치는 건 너지.”


다음 순간 사샤는 순식간에 딘에게 접근했다. 눈치채기도 전에 사샤의 손이 그의 목을 짓눌렀다.


“애새끼가 봐줬더니 기어올라?”

“끄으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전에는 프란츠가 있어서 선을 지켰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 바닥에서 얕보였다간 잡아먹히기 십상이었다. 사샤는 그런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약한 놈은 이용당하다 비참하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강해지려 노력한 게 사샤였다.


기어오르는 녀석은 철저히 밟는다.


그러나 목이 졸리는 순간에도 딘은 독기 어린 눈으로 사샤를 노려보았다. 숨이 막히는 것보다 프란츠를 욕보이는 것이 그에게 더 큰 고통이었다. 딘의 눈에 깃든 건 살기였다. 그의 세계를 우그러뜨리는 존재에 대한 분노였다.


사샤는 딘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또래 중 저런 눈은 본 적 없었다. 그러나 사샤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목뼈를 부러트리진 않지만, 버릇없는 녀석에게 철저하게 각인 시켜줄 생각이었다.


“사샤, 그쯤 해 둬.”


그를 멈춘건 본부에 막 들어온 클락이었다.


“클락.”

“아무리 그래도 어린놈이다. 그만하면 됐어.”


마흔 가까이 된 클락은 굳은 표정으로 사샤를 쳐다보았다. 그의 부탁에 사샤의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내 진정된 사샤는 손에 힘을 풀었다.


“콜록, 콜록.”


눌린 목이 풀리며 다량의 공기가 폐로 들어가자 딘은 여러 번 기침을 하였다. 그는 숨을 고르자마자 뒤로 물러나 구석진 곳으로 달려가 숨었다.


그제야 사샤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생겼다. 다들 눈빛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래, 내가 좀 과했네.”


사샤는 자신을 째려보는 그들에게 사과했다.


“다들 미안, 내가 좀 욱했나봐.”


그들은 자신의 일이 방해된 것에 화가 났지만 상황을 목격했기에 사샤에게 따지지 않았다.그들은 사과받고는 곧바로 일에 열중했다. 그 모습에 클락은 안도했다.


“일단 나가자.”

“잠시만.”


사샤는 딘이 숨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다른 이들이 긴장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또 화를 낼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사샤는 조용히 딘에게 말을 걸었다.


“딘.”


사샤의 말에도 딘은 숨어서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샤는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야, 딘.”


그러나 딘은 묵묵부답이었다. 사샤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미안하다. 말이 과했어. 프란츠를 욕할 생각은 없었다.”


그 말에 딘이 고개를 조금 내밀었다. 그 모습이 강아지 같아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네 마음도 이해해. 다만, 네가 계속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너에게 절대로 좋지 않아. 프란츠가 널 언제나 지켜 줄 수 없어. 그가 없으면 나처럼 공격할지도 몰라. 어쩌면 프란츠가 다칠 지도 모르고. 너도 프란츠를 방해하고 싶지 않잖아?”


딘은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를 수준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프란츠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조심하고. 대신, 프란츠를 욕할 때는 나한테 한 것처럼 하면 돼. 정말로 죽일 것처럼 노려보고 주먹으로 날려 버리라고.”


이번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지금껏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나...나도 미안...”


그 말을 끝으로 딘은 구석으로 다시 들어가 숨어 버렸다. 작은 동물 같은 모습에 사샤는 피식 웃었다.




밖으로 나가자 클락은 사샤를 보고 꺼내려던 담배를 집어넣었다.


“클락.”

“사샤. 오랜만이다.”


클락이 악수를 건네자 사샤는 손을 잡았다.


“자야는 어때?”

“덕분에”


그나마 사샤의 대처가 덕분에 자야를 빠르게 억제할 수 있었다. 폭주가 길어지면 뇌에 치명적이었다. 계속된 충격과 데이터의 범람에 그녀의 뇌는 과열 직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히드라의 이빨에 다치진 않았어.”

“너희가 좀만 늦었으면 꼬치가 되었겠지.”


몇 초만 늦었으면 사샤의 몸은 히드라의 아홉 머리에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한 사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감싸 안은 건 여우 꼬리단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사샤는 그들과 함께 몇 번 의뢰를 한 적 있었다. 그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류 오퍼레이터인 그들이라면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다.


“고마워.”

“우리가 더 고맙지.”


하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사샤의 능력, 특히 전장을 보는 눈이 뛰어난 걸 클락은 알고 있었다. 억지로 폭주한 자야를 멈추는 것보다 전투 이후에 억제하는 게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클락은 구속 디바이스를 끈 것이다. 예상대로 사샤가 자야의 움직임을 봉쇄하자 그 틈에 저항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었다.


“내려가서 이야기하자.”


클락의 말에 사샤는 함께 따라갔다. 클락은 언덕에서 내려가 자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그는 품 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한 대 줄까?”

“됐어. 요샌 안 펴.”


대신 사샤의 손에는 조그마한 병 하나가 있었다. 차 안에 있던 걸 어느새 챙긴 건지 몰랐다.


뽕!

경쾌한 소리.

사샤는 뚜껑을 따자 올라오는 거품에 입을 댔다. 문득 시선을 느낀 사샤는 클락에게 병을 내밀었다.


“한 입 줄까?”

“너, 그런 점은 전혀 안 변했군.”


거절하는 클락을 보며 키득대는 사샤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후우.


짙은 담배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으레 그렇듯 의뢰가 끝나면 피는 담배였다. 넘치던 긴장감이 천천히 수그러들었다.


다시 한 모금 들이마셨다.


“이상해.”

“뭐가?”


클락은 담뱃재를 한 차례 털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까지 폭주한 적이 없었어. 단 한 번도 말이야.”

“그러고 보니...”


사샤의 기억에도 자야가 저렇게 폭주한 적은 없었다. 대여섯 번 폭주한 걸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구속 디바이스는 잘 작동했다. 사샤가 개입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기가 오래되었나?”

“그럴 리가.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자야가 의뢰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녀가 많은 의뢰를 해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단원 덕분이었다. 항상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주는 그들은 실수하지 않았다. 가장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본 클락은 착잡한 마음이 이를 데 없었다.


“지금 그 이유를 분석 중인데 알 수가 없어.”

“내가 알려주지.”


클락의 말에 대답한 건 사샤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말에 사샤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사이 새로운 단원이 늘어난 건가 싶었지만 클락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누구?”

“나? 버논이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사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버논? 버논이 누군데?”

“나다.”


누가 몰라서 물어보냐?


말투가 거지 같다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사샤는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클락을 쳐다보았다. 그는 어떤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까 우리 쪽 구역 정리하다가 구한 인질이다.”

“인질?”

“여기로 오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다.”

“뭐?”


사샤는 말이 안 되는 상황에 클락에게 말을 쏘아붙였다. 클락은 할 말이 없어 턱을 긁적였다. 더그의 허락이 있었다 해도 데려온 건 자신이었으니까.


“인질을 전장에 데리고 오는 새끼가 어딨어?”

“내가 바로 그 새끼다.”


둘의 대화 사이를 어디선가 나타난 더그가 끼어들었다.


“괜찮아. 그의 신원은 내가 보장하지.”


사샤는 불안한 표정으로 더그를 바라보았다.


“더그, 생각이 있는 거야?”

“너보다 생각이 깊지.”


그는 씨익 웃으며 사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더그는 이미 버논의 신원을 확인했다. 아마스사와 연락하여 얻은 정보이므로 틀릴 리 없었다.


“버논은 아마스의 연구소장이야. 우리가 박살 낸 것 대부분이 그의 팀이 만든 거야.”

“정확하게는 내가 만들었지! 양산화한 건 내 부하들이고.”


더그의 말에 자랑하듯 가슴을 쭉 펴는 버논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의 뒷부분을 완전히 갈아엎어서 좀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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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6. 가족(1) 22.09.19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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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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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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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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