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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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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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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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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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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가족(2)

DUMMY

6. 가족(2)


문을 닫는 순간부터 레비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제니토가 무언갈 감추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녀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레비의 시선이 계단 위를 향했다. 2층에는 제니토의 방이 있었다. 대부분은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최근 들어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자주 있는 게 기억났다.


그녀의 발이 계단을 밟았다. 2층에 올라온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작업실의 문이 보였다. 작업을 시작한 제니토는 한 동안 나오지 않을 것이다.


레비는 제니토의 방 문 앞에 섰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평소 청소하던 모습과 달라진 건 없었다. 평소와 같은 방의 풍경에 레비는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선반에는 온통 금속과 기계로 가득했다. 방 한켠에 컴퓨터 한 대와 서랍장이 있었다. 그녀는 제니토의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 안에는 이렇다 할 자료가 보이지 않았다. 최근 다운로드한 자료를 훑어보아도 금속 재질에 대한 자료만 있을 뿐 매그와 연결지을 만한 자료는 없었다.


그녀의 눈이 책상 아래 서랍장을 향했다. 당겨보았지만 굳게 잠겨 있었다. 상관없었다. 그녀는 머리 핀 두개를 빼내 열쇠구멍에 넣고 이리저리 돌렸다. 곧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장이 열렸다.


안에는 서류 뭉치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걸 집어들어 한 장씩 넘겼다. 빠르게 넘기던 그녀의 손은 어느 순간 느려졌다. 이윽고 마지막 장에 이르자 손이 멈췄다. 마지막 종이를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원래 자리로 넣었다. 처음처럼 서랍을 잠그고 방을 나선 그녀는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예상보다 오래 있었는지 1층에는 제니토가 나와 있었다. 레비는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자기의 행동이 들킨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제니토는 종이로 만든 가방에 주섬주섬 무언갈 챙기고 있었다.


“매그에게 간 거 아니었니?”

“놓고 간 게 있었어요.”


급격히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그녀는 서둘러 집을 나서기 위해 현관문을 밀었다.


“잘됐다. 레비야, 이것 좀 매그에게 갖다 줄 수 있겠니.”


제니토가 나가려는 레비를 잡았다. 레비에게 걸어간 그는 그녀의 손에 가방을 쥐어주었다.


“이건 뭐에요?”

“요새 녀석이 다치는 걸 보니 의료키트를 안챙기는 것 같더구나. 허벅지에 넣을 수 있게 만들어놓았으니 갖다주렴.”


그녀는 가방을 받고는 우두커니 자리에 서 있었다. 가방안에는 붉은색으로 코팅된 가벼운 재질의 모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가서 같이 밥이라도 먹고 오거라. 난 이따 어디 들려야 해서 늦게 올거다.”

“......”


제니토는 말을 끝내자 작업실로 향했다. 레비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집에서 뛰어나왔다.


한참을 달리던 그녀는 좁은 골목길에 이르러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주체하지 못해 넘쳐흘렀다. 뺨을 타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아... 으...”


레비는 그 가방안에 들어 있는 모듈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매그의 의체에 맞춰 만든 그것에는 제니토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이 바보 아빠.

이런 건 직접 주라고.




피곤하다.

매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몸을 뉘었다. 욱씬거리는 뺨이 잠을 방해했다.


“아파...”


처음으로 맞아보는 아저씨의 진심이 담긴 펀치는 꽤나 아팠다. 당연했다. 쇠를 두드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제니토의 팔은 괴물같은 힘을 갖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이상했다. 원래 평소에도 화를 내긴 했지만 그건 원래 성격이 거칠고 다혈질이라 그런거지 진심으로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단 두 번 보았다. 오늘 한 번과 이전에 몸이 반이 날아간 이후 다시 복귀했을때였다. 그때도 뺨을 맞았었지.


그땐 오른쪽 뺨이었는데 이번엔 왼쪽뺨을 맞았다. 평등한 아저씨네.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이라도 마실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렇게 혼나고도 다시 마시려는 자신이 우스웠다. 대신 그는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냈다. 2리터짜리를 절반이 넘게 한 번에 마셨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딩동.


“응?”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매그는 꺼내 놓은 총을 집어들고 문 앞으로 가서 조그마한 구멍으로 밖을 살폈다.


“레비?”


아저씨 옆에 있어야 할 레비가 집에 찾아온 것이다. 그는 보안을 해제했다. 총을 내려놓고 문을 열자 레비가 있었다.


레비의 눈가는 왠지 부어 있었다. 울었던 걸까. 매그는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가뜩이나 심란한 레비의 속마음을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는 어쩌고 여기 있어.”

“정말... 둘 다 똑같아.”


아빠 옆에 있어달라는 매그나, 매그를 치료해주라는 아빠나 둘 다 못났다. 그렇게 미안하면 직접 가서 사과하든가!

아무리 다투고 싸워도 역시 둘은 가족이었다.


“너 괜찮나 보러 왔어.”


그녀는 성큼성큼 매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 왔을 때와 다를 게 없었다. 치우지 않은 맥주캔하며 어지러이 늘어놓은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눈 한번 찌푸린 그녀는 익숙하게 쇼파에 앉았다.


“뭐해, 옆에 안 앉고.”


팡팡.


그녀는 앉은 옆 자리를 두드리며 매그를 쳐다보았다. 매그는 그녀가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옆에 앉자 그녀의 눈에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또렷이 보였다. 입가에 찢긴 상처도 보였다. 이마와 관자놀이 부근에는 넘어지면서 긁힌 생채기가 있었다.


그뿐아니었다. 멀리서는 몰랐지만 그의 몸은 흉터로 가득했다. 목 언저리에는 날카롭게 찢긴 흉터가 목깃에 가려져 있었다.


레비는 우선 입가에 찢긴 상처에 반창고를 붙였다.


“이런 거 안해도 금방 나아.”

“닥치고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응...”


박력이 넘치는 그녀의 행동에 매그는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소독약의 특유의 냄새가 둘 사이에 흘렀다.


레비가 하는 치료는 굳이 필요없었다. 신진대사가 일반인보다 빠른 매그에게 이런 상처는 하루 이틀이면 아물고 며칠이면 흉터조차 남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정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지금도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


치료를 마친 그녀는 손등을 매그의 뺨에 갖다 대었다. 따끈한 열기가 새어나와 그녀의 손을 간질였다.


그 조그마한 미열이 가슴을 쥐어 뜯는다.


“레비?”


매그는 한참이나 손을 떼지 않는 레비에게 시선을 옮겼다. 입을 앙다문 그녀의 눈은 당장이라도 흘러내릴것만 같았다.


“매그...”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한 줄기 떨어진다.


“미안... 미안해...”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멈출 새도 없었다. 한번 터진 둑처럼 계속해서 밀려나왔다.

매그의 집 앞에서 다짐했는데... 절대로 울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매그는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았다. 뺨과 뺨끼리 맞닿으며 온기를 느꼈다. 가냘픈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난 괜찮아.”

“내가, 아프게 했어. 둘에게 상처 입혔어.”


흐느끼는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 또한 매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알아.”

“내가, 내가 하자고 안했으면...”


레비가 제니토의 방에서 발견한 문서는 매그의 신체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그의 몸 안에 불길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한 번 발병하면 서서히 몸을 좀먹어가며 몸 전체에 전이한다. 그렇게 퍼져나간 덩어리는 신체를 괴사시키고 종래에는 고통스럽게 죽게 된다.


잠복해있는 잔존 에너지 물질을 먹으며 비대해진다. 과도한 에너지의 사용으로 잔여 에너지가 잔존 물질로 바뀌어 몸에 쌓인다. 그것에 반응해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다.


지금 매그의 신체는 한계에 다다랐다. 마치 물이 가득 담긴 잔과 같았다.

넘쳐 흐르면... 걷잡을 수 없다.

잠복기가 끝난 악마는 순식간에 매그의 세포를 잡아먹으며 이윽고 매그의 생명을 모조리 빨아들일 것이다.


앞으로 몇 번이 남았는지는 몰랐다. 한 번이 될지 서너 번이 될지 아무도 몰랐다. 확실한 것은 계속해서 과도한 힘을 쓴다면 얼마 못가 매그의 목숨은 없을 것이다.


아마스의 의뢰를 받던 날 레비는 더그와 협상을 했다. 매그의 의체를 보강한다는 명목하에 그에게서 아마스의 엔진을 받아냈던 것이다.

단지, 욕망 때문에, 매그의 수명을 줄인 것이다.


지금까지 과한 출력을 넣어준 자신을 욕했다. 마구 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과거의 자신이 싫었다.

그 같잖은 욕망때문에 매그의 생명이 사라질 뻔한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차라리 아빠한테 혼났으면 이정도로 괴롭진 않았을 텐데...

제니토의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꾹꾹 눌러담은 감정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터져나왔다.


매그는 레비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레비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변한다. 그 가족의 범주 안에 매그가 들어갔기에 의뢰를 하고 다치는 날마다 잔소리를 하며 걱정했다.


괴로워하는 레비를 안아주는 것 밖에 매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매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레비, 레비.”


훌쩍이느라 레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매그는 말을 이어갔다.


“네가 날 걱정해주는 거 잘 알고 있어. 가족으로 대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아냐,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네가 없었으면 난 진즉 포기하거나 어딘가에서 죽어 있겠지. 날 위해 만들어주고 날 걱정해주는 네가 있어서 지금 내가 있어.”


매그의 말에 레비는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누구나 실수는 해. 그래도 우린 가족이잖아? 울지 않아도 돼. 다치고 상처받아도 날 걱정해주는 네가 있어. 널 걱정하는 나도 있어. 실수 따위로 위태한 사이가 아니잖아. 그러니 울지 마.”


그런 뜻이 아니야.

네 목숨이 위험하다고.


그러나 레비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꼭 안아 줄 뿐이었다.

그 온기에 레비는 점차 진정이 되어갔다.


맞닿은 가슴에서 박동이 서로를 넘나들었다. 레비의 심장의 고동이 점차 느려지며 매그와 같아지자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매그...”


레비는 매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군청색의 눈동자는 빛이 났다. 어둡지만 푸른 빛을 품고 있었다. 깊고 깊은 눈동자에 그녀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매그도 레비의 눈을 바라보았다. 금색의 눈은 마력이 있었다. 마음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그 안에 자신이 있었다.


둘의 얼굴은 점차 가까워졌다.

입술이 닿는다. 따스하고, 부드럽다. 서로의 숨결이 교차한다. 점차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매그의 몸이 레비를 가볍게 눌렀다. 그녀는 힘을 거부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감싸안는 온기가 느껴졌다.


“레비.”


숨소리 사이로 매그는 본능적으로 레비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목을 입술로 쓰다듬었다. 작디 작은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얇은 손가락이 만났다.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머리에서, 입술에서, 몸에서부터 매그에게 흘러들어갔다. 숨을 들이킬때마다 취해만 갔다.


조금이라도 더,

너를 느끼고 싶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땅거미는 이윽고 졌지만 둘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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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 가족(3) 22.09.22 22 1 7쪽
» 6. 가족(2) 22.09.20 22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6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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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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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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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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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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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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