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요일 오전 4시 18분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843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9.01 22:51
조회
24
추천
1
글자
9쪽

5. 들개와 사냥개(5)

DUMMY

5. 들개와 사냥개(5)


같은 시각, 더그는 역 근처의 버려진 사무실에서 그들의 동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있는 방은 이미 십여 대의 컴퓨터와 더 많은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기계팔 하나가 추가로 달려 있었다. 그는 세개의 팔을 각각 자판을 두드리며 수많은 디스플레이를 살폈다. 일반인들이라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정보량이지만 더그는 문제없이 처리했다.


그가 딩고를 대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수십 명이 처리할 일을 그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추가 팔을 최대 3개까지 운용가능한 그는 딩고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었다.


계속해서 정보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그의 뇌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 의뢰를 아마스에서 받을 때부터 느낀 묘한 불쾌감이 그저 기분탓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었다.


모순.

그것은 분명 모순이었다. 그렇지만 두 가지의 사실이 양립하고 있었다. 즉, 이 임무의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말이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곧바로 가지고 온 가방을 열었다. 그의 전용 장비인 DP암(Data Processing Arm) 한쪽이었다. 왼쪽 어깨에 걸치고 회로를 연결하니 자연스럽게 팔이 움직였다.

원래 하던 일은 3개의 팔로 처리하고 새로 추가한 팔로는 의뢰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오자 그의 뇌는 맹렬하게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 보이차를 마시는 여유를 보였다.


“더 드릴까요?”


정장 차림의 젊은 여성이 더그의 뒤에서 뒷짐을 지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을 했다.


“얼음 넣어서.”


그녀는 방 한켠으로 가더니 책상 위의 기계를 만졌다.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토끼가 그려진 귀여운 커피포트였다.

얼음이 든 텀블러를 받은 더그는 단숨에 들이키고는 작업에 다시 들어갔다.


“역시...”

그의 예상이 맞았다.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느낀 기묘한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삐빅.


그의 귀에 달린 통신기로 신호가 들어왔다. 자야에게서 온 통신이었다.


<여기는 폭시. 머즐 나와라.>

“말해라, 폭시.”

<인질을 구출했다. 그런데 인질이 묘한 말을 한다.>


인질?

인질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그가 입수한 정보에는 인질에 대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도 탈취하면서 잡았거나 오는 길에 불확실한 시간대에 납치한 듯 싶다.


<안돼, 안돼. 그걸 가져가면 안돼...>


자야의 통신으로 인질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작게 전해졌다. 그걸 들은 더그는 인질이 이 임무의 관계자라는 걸 눈치챘다.


“폭시, 인질과 통화를 요청한다.”

<알겠다.>


치직거리는 소리가 몇 초간 들리더니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 누구야!>

“이 임무의 담당자 더글러스라고 합니다.”

<이..임무? 무슨 임무?>

“탈취당한 아마스사의 물건을 회수하는 임무입니다.”

<뭐? 그걸 왜?>

“마르시아의 테러 단체가 아마스사의 신제품을 이용해 넥스 본사에 테러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더그가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로는 풀아머를 탈취한 단체는 바다건너 마르시아의 테러단체였다. 앙넬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몇 년 전 앙숙이 된 곳이었다. 넥스에 앙심을 품은 자들이 모인 그들은 넥스를 향해 여러 번 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었다.


<아니야, 그들은 그것에 대해 잘 몰라. 그건 풀아머따위가 아니야...>


인질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것의 비밀은 바로...>


더그는 이어진 그의 말을 듣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매그를 알아챈 적의 사격이 그의 목숨을 노렸다. 천둥처럼 머즐플래쉬가 사방에서 터졌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총탄의 소나기를 피해 창고 한 켠의 포장된 짐 뒤에 숨은 매그는 탄창을 확인했다. 7발 모두 대인용 탄이었다. 왼팔에 장착한 탄창도, 허벅지에 들어간 탄창도 모조리 대인용이었다. 웨이스트 백에 들어있는 단 하나의 탄창을 제외하면 모두 이 테러단체를 위해 준비한 무기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총을 바꿔 잡은 다음 자세를 잡았다. 비스듬히 서서 왼팔을 구부려 머리 앞에 위치했다. 주먹을 쥐어 머리를 향한 총탄을 막아내고 팔뚝으로 가슴을 방어하는 자세는 시가전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세를 유지한 채 매그는 몸을 드러냈다. 그를 노리고 날아오는 탄환을 왼손으로 받아내며 불꽃의 위치를 파악했다.

다시 몸을 숨긴 매그는 몸을 한껏 움츠리며 힘을 불어넣었다.


쾅!

내딛은 바닥이 푹 꺼지며 굉음과 함께 매그의 몸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적의 한복판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억!”


가장 가까운 녀석의 멱살을 잡고 몸의 속도 그대로 벽으로 쳐박았다. 흉곽의 압력이 스켈레톤(외골격의 일종)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간 적은 말 그대로 벽과 함께 우그러들며 몸이 접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눈은 다른 녀석을 포착했다. 오른손의 총이 불을 뿜었다. 총알은 허겁지겁 총구를 돌리는 적의 가슴을 강타했다.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매그의 몸이 재차 움직였다.


다시 한 발 쏘면서 몸을 회전하며 손잡이로 적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의안과 시신경이 단번에 튀어나오는 충격은 일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왼팔을 쭉 펴자 두 뼘쯤 되는 날붙이가 비죽 나왔다. 움켜쥔 채 왼손을 힘껏 휘둘렀다. 금속 팔의 궤적을 따라 빛이 초승달을 그렸다.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을 번히 뜬 채 쓰러진 적은 한 번 버르적 대고는 움직임이 사라졌다.


적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대장의 지시하에 곧바로 그들은 매그의 사각으로 몸을 숨겼다.

곧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에 매그는 몸을 숙이면서 한바퀴 구르며 구석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허공으로 위협사격을 몇 발 발사하고는 숨을 고르며 탄창을 갈아끼웠다.




겨우 한 명이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문을 열던 파셴의 목을 꺾어버리고 이어 동료 서너 명을 눈 깜짝하는 시간만에 죽였다.

자신을 노리는 사신의 낫을 피해 몸을 숨겼다. 몸이 덜덜 떨렸지만 1층에 있던 로커의 지시에 발 소리가 나오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음을 뗐다.


시야에 사신의 모습이 보인다. 절묘한 위치였다. 저 죽음의 신은 자신을 못보지만 자신은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저 녀석이다. 우리의 대의를 방해하고 동료를 처참하게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앗아가려는 사신이 바로 저 녀석이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가늠쇠에 머리가 위치한다.

방아쇠를 당긴...


피슉.


얇은 파공음. 그리고 느껴지는 뜨거움.


가슴을 내려다본다. 그곳에는 전에 없던 구멍이 하나 있었다. 가슴의 정중앙을 주먹만한 크기로 도려낸 듯한 상처가 보인다.

피가 넘친다. 손으로 구멍을 막았지만 역부족이다. 몸이 식는다. 차갑다. 춥다. 추워. 추...워...


털썩.


흐려지는 시야에 빛이 보였다. 그것은 붉은 빛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번쩍이는 빛줄기이며 붉디붉은 송곳니였다.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리와 빛이 사라졌다.




<2층에 두 놈 정리했다.>

“땡큐.”

사샤에게 감사를 날린 매그는 총을 쥐고 엄폐물을 넘어 적을 향해 천천히 전진했다. 적의 사격이 조금 멈춘 틈에 움직이는 그의 귀가 조그마한 기계음을 포착했다.


위잉.


“헉!”

머리를 한계까지 뒤로 젖혔다. 그의 머리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팔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마터면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 한 상황이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힘 그대로 몸을 날려 덤블링을 하며 거리를 벌렸다. 앞에는 이전까지 본 적 없었던 기계가 그를 막아섰다.

키가 2미터는 넘길 그것은 분명 탈취당한 물건이었다. 외골격이라 보기엔 이미 범주를 넘어선 그것은 풀아머라고 불리는 장비였다.


빈틈없이 신소재의 금속으로 사용자를 보호하는 풀아머는 보기와 다르게 재빨랐다. 매그는 돌진하는 풀아머의 궤적에서 벗어나 한바퀴 구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팅!


금속의 벽을 넘지 못한 총탄이 튕겨나가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대인용 탄이라 할지라도 콘크리트 벽도 뚫어버리고 철판도 찢어버리는 총탄이었다. 약간의 흠집말고는 데미지가 전혀 없었다.


계속해서 내려치는 주먹에 매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잽싸게 회피했다.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는 금속의 흉기를 계속 피하며 뒤로 후퇴를 반복했다.

풀아머의 주먹은 튼튼한 매그조차 뼈와 살이 분리될 정도의 파워를 지녔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렇지만 매그도 이렇다 할 방법이 없이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주변을 박살내며 돌진하는 금속의 괴물에게 밀려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나던 매그의 등에 차가운 벽이 닿았다.


더는 피할 곳이 없다.


풀아머의 팔이 천천히 올라가며 실린더를 압축했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매그를 향해 날아왔다.

매그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7. 지하수로(3) +4 22.10.03 41 2 10쪽
53 7. 지하수로(2) +1 22.09.28 26 1 10쪽
52 7. 지하수로(1) 22.09.27 23 1 10쪽
51 6. 가족(4) 22.09.22 26 1 12쪽
50 6. 가족(3) 22.09.22 22 1 7쪽
49 6. 가족(2) 22.09.20 21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5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5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4 1 10쪽
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4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6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40 5. 들개와 사냥개(9) 22.09.03 30 1 11쪽
39 5. 들개와 사냥개(8) +1 22.09.02 27 1 10쪽
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4 1 10쪽
37 5. 들개와 사냥개(6) 22.09.01 27 1 10쪽
» 5. 들개와 사냥개(5) 22.09.01 25 1 9쪽
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6 1 11쪽
32 5. 들개와 사냥개(1) 22.09.01 32 1 10쪽
31 4. 라비라(LabiLa)(12) 22.09.01 32 2 15쪽
30 4. 라비라(LabiLa)(11) 22.09.01 26 0 10쪽
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28 2 10쪽
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8 1 9쪽
26 4. 라비라(LabiLa)(7) 22.08.31 30 1 14쪽
25 4. 라비라(LabiLa)(6) 22.08.31 27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