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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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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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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하수로(2)

DUMMY

7. 지하수로(2)


매그가 도착한 곳은 키의 두배가 넘는 지름의 터널 입구였다.

수십의, 대충 둘러봐도 서른은 넘는 인원이 거대한 터널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가 딩고에서 한 실력 하는 놈들이었다. 가장 낮은게 매그와 동일한 B등급이었다.


물론 매그는 실력에 비해 등급이 낮긴 했다. 100퍼센트에 달하는 의뢰 성공률과 손꼽히는 전투력을 갖고 있는 그였지만 도심에서는 그리 쓸모있지 않았다.

은밀한 건 꿈도 못꾸는 폭음 투성이 무기에, 주변에 확산 피해를 주는 화력은 불필요했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의뢰 대부분이 마수와 관련이 있었다.


매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전투력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 모인 이 자리는 그야말로 딩고의 전력이었다.

이정도의 무력이 모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번 의뢰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곳은 하나의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튼튼한 바리게이트와 기관총, 그리고 수많은 폭약이 설치되어 누구든지 가루로 만들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매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아, 또 하운드랑 같이 일해요?”

“아니, 하운드는 심층 탐사에 투입된다. 우린 마수가 도시 내로 접근하는 걸 차단하는 역할이다.”


하운드와 얼굴을 맞댈 일이 없다고 들었지만, 사샤의 입이 비죽 튀어나왔다.

사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운드를 혐오하는 딩고는 수두룩했다.


크게 접점이 없던 매그조차 하운드와의 협업은 껄끄러운 편이었다.

하운드도 딩고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상부의 지시만 아니었으면 잡아먹을 듯한 시선을 보내는 그들과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이!”

“매그!”


매그의 목소리에 사샤는 어깨동무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디서 뒤진 줄 알았는데.”

“뭐, 뒤질뻔한 건 맞긴 해.”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매그도 히죽 웃었다. 옆에 있던 더그도 매그를 환영했다.


“혹시나 안나올까봐 걱정했다.”

“더그의 부탁인데 나와야죠.”

“돈 때문이 아니고?”


더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매그는 손을 잡으며 흔들었다.


“와줘서 고맙다.”

“돈이나 더 주시죠.”


살짝 시선을 피하는 더그를 보곤 악수하는 그의 손을 꾸욱 잡았다.




더그는 브리핑을 위해 보초를 서는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를 불러모았다.


“이번에 발견한 건 생명체 타입의 마수다. 특징으로는 벽을 기어다니고 강한 치악력으로 물리면 뜯어나간다. 그러니 물리지 않게 조심해.”

“마수가 확실한가?”


수염이 덥수룩한 늙은 사내의 질문에 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확실해. 넥스와 조우한 녀석을 해부한 결과, 잔재를 발견했다.”


잔재는 마수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열매의 에너지로 탄생하는 마수는 신체 내부에 열매를 흡수한 기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잔재라 부르는 그것은 뇌 중심부에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귀찮게 됐군요.”

“그래, 하필이면 생명체 타입이라 공격성이 대단히 높아. 이미 한 부대의 샐러리맨이 소식이 끊겼어.”


꽤나 흉폭한 녀석이었다. 딩고의 전력을 동원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수는 대략 50개체. 하지만 하나하나가 완전무장한 사람을 순식간에 찢어버릴 정도로 강하고 빠른 녀석이라고 한다.


“일단 먼저 진입한 하운드의 연락을 기다리며 방어에 전념한다.”


더그의 말에 딩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동안 더그는 팀을 짜며 지시를 내렸다.


“또 매그랑 하라고요? 조피나 유나같은 애들이랑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어. 너희만큼 빠른 놈도 드물어. 그리고 걔넨 여기 오지도 않았어. 정 뭣하면 발렌타인이랑 같이 짜줄까?”

“아하하, 역시 친구가 편하죠!”


사샤는 재빠르게 매그의 어깨를 잡았다. 매그는 발렌타인이 누군지 몰랐지만 사샤가 겁을 먹을 정도면 무언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역시나 더그는 둘을 한 데 묶어 버디로 결성했다. 사샤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둘은 척후조로 전방에서 정보를 얻고 후방 부대에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든든한 백업이 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남은 인원의 팀을 짜던 더그의 통신기로 신호가 들어왔다. 들어간지 세 시간이 넘은 하운드의 수색팀이었다.


“잠시만.”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통신기의 버튼을 눌렀다.


“여기는 머즐 무슨 일인가?”

<젠장, 젠장! 지원을 요청한다. 다수의 마수와 대치중이다.>


다급한 목소리에 더그는 통신을 끊지 않고 매그와 사샤에게 손가락으로 제스쳐를 보냈다. 둘은 빠르게 눈치채고 재빨리 준비를 마쳤다.


“알겠다. 우리쪽에서 인원을 보내겠다. 다른 팀은 어떻게 되었나?”

<알파팀과 델타팀이 전멸했어! 우리도 지금 둘을 잃었어. 이젠 버티기 어렵다. 위치는 공동 입구로부터 150-217, 210-50, 30-20, 180-98. 어서 지원 병력을!>

“지금 바로 보내겠다. 계속해서 상황을 브리핑해라.”


더그는 통신을 잠시 멈추고 매그와 더그에게 다가갔다.


“둘은 먼저 들어가야 겠다. 좌표는 내가 보내줄테니까 샐러리맨 팀을 구출해라. 터널을 200미터정도 들어가면 왼쪽 벽에 동굴이 있을거야. 그곳에서 내가 준 좌표대로 가면 돼.”


남은 설명은 단말기로 전송하기로 하고 서둘러 둘을 보냈다.


“건투를 빌지.”


더그는 뛰어가는 둘의 등을 향해 조그맣게 속삭였다.




시간이 없었다. 매그와 사샤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터널 내부를 내달렸다. 곧 더그가 얘기한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굴의 입구에는 푸른색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 아래를 지나가다가 한 방울이 사샤의 목덜미에 떨어지자 그는 진저리쳤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칠게 파낸 내부가 보였다. 마수가 파낸 듯한 동굴 내부는 습하고 차가웠다.


매그는 손목에 달린 조그마한 디스플레이로 좌표를 확인했다.


“꽤나 깊은가 본데.”

“그러게. 아으... 좁고 습한 곳은 싫은데...”


매그는 벽에 손을 짚었다가 축축한 이끼를 만지자 질색했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의뢰에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둘은 좌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공동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쏜살처럼 뛰어갔지만 진입한 이후엔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이제부턴 마수의 영역이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목이 날아간다.


몇 걸음 걷자 매그의 단련된 귀로 터지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총성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총성이 들린다는 건 살아있다는 의미였다.

좌표도 총성이 들리는 방향을 향했다.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느리지는 않게 전진했다.


매그는 뒤따라오던 사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멈췄다. 총성이 계속해서 귀를 때렸다.


“쉿.”


사샤는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었다. 언제든지 무기를 뺄 준비를 마쳤다.


매그는 눈 앞에 진입로를 막고 있는 존재를 보았다. 케라틴의 갑각이 드문드문 덮여 있는 그것은 마치 도마뱀같은 형상이었다. 머리의 높이가 허리까지 오는 거대한 덩치의 마수는 약간 긴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매그는 홀스터에서 총을 꺼내려다 다시 집어넣었다. 아직 주변을 파악하지 못한 지금, 총성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인공 근육과 피스톤이 수축하며 맹렬하게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그의 왼팔이 머금은 에너지에 웅웅 거리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야, 나와.”

“어?”


사샤의 목소리에 잔뜩 에너지를 머금은 주먹에 힘을 풀었다.


그러나 사샤는 맨손이었다. 활도 꺼내지 않은 상태였기에 매그는 그가 무슨 일을 할 건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사샤는 몸을 숙이고 허리 옆에 손을 갖다 대었다. 매그의 눈에 살짝 튀어나온 손잡이가 보였다. 처음 보는 무장이었다. 녀석은 그걸 움켜잡았다.


사샤의 몸이 순간 일렁였다. 땅을 박차며 튀어나온 그의 신체가 순식간에 마수의 눈 앞까지 도달했다.


마수는 그제야 적을 발견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기도 전에 전에 사샤의 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푸시익!


사샤의 허리에서 증기가 한순간 뿜어지며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마수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은빛을 언뜻 보긴 했지만 쾌속으로 휘둘러진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볼 수 없었다.


철컥!


금속이 서로 만나는 소리가 나지막히 울렸다. 그는 굽힌 몸을 폈다.


사샤의 손은 마수에게 닿지 않았다. 그러나 마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마수를 내버려둔채 사샤는 지나쳐 들어갔다. 그가 걸어가는 동안에도 마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그는 의심섞인 눈으로 마수를 한 번 쳐다본 뒤 한 발 내딛었다.


스윽.


그순간 첨예한 소리와 함께 마수의 목에 실선이 그어졌다. 그 선으로 푸른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스며나오다가 이윽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피가 새어나오며 몸과의 마찰력을 상실한 목은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 광경에 매그는 속으로 감탄했다. 강화된 매그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깔끔하게 잘려 떨어진 단면은 그의 무기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말해주고 있었다.


사샤를 따라 모퉁이를 돌자 녀석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어때, 멋있냐?”

“입만 안열었다면 말이지.”


매그는 킬킬 대는 사샤 녀석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공동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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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7. 지하수로(1) 22.09.27 23 1 10쪽
51 6. 가족(4) 22.09.22 26 1 12쪽
50 6. 가족(3) 22.09.22 22 1 7쪽
49 6. 가족(2) 22.09.20 21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5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5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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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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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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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28 2 10쪽
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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