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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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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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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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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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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들개와 사냥개(13)

DUMMY

5. 들개와 사냥개(13)


"제가 하고 싶은 말이군요. 대체 왜 막은 겁니까.”


저지당한 프란츠는 뒤로 물러나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사샤와 매그는 전투태세를 취하며 그를 경계했다.


"너희 직원이잖아."

"아닙니다. 그의 이름이 아마스의 처리 명단에 있습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버논을 쳐다보았다. 그는 손사래 치며 부정했다.

"난 엊그제까지 아마스에 출근했다고!"

"제가 받은 인적 사항으론 저자가 확실합니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버논을 쳐다보았다. 버논은 벌벌 떨면서도 계속 아마스의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맞다, 제프한테 연락해봐. 걔는 알고 있어!"

"회장님이 당신의 친구인가요? 연락한다고 받게?"

"어, 친구 맞아!"


프란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만하시죠. 불쾌해서 못 듣겠습니다."


그답지 않은 공격적인 어조였다. 그는 버논을 겨누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멈춰."


버논의 앞을 가로막은 건 자야였다.


"자야님, 비켜주시죠."

"안 돼. 이 자는 우리 고객이야."

"억지군요. 그자는 인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자와 거래하고 있었어. 아직은 안 돼.”


그녀는 단호하게 프란츠를 바라보았다. 등 뒤에선 히드라가 머리를 세우고 칼날을 드러내며 프란츠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그자는 아마스의 직원이 아닙니다. 그러니 비켜주십시오."

"아니, 비키지 않아."

"그는 처리 대상입니다. 계속 이렇게 막아서면 다칠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어."


자야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눈만은 섬뜩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우린 그를 보호한다고 결정했어.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럼 전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가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란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딩고 전원이 그를 경계하며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끝내 있었다. 사샤의 시위는 당장에라도 살을 날릴 듯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고 매그는 이미 두 손에 총을 들고 프란츠를 향해 겨누었다.


"제가 못 뚫을 것 같습니까?"


다시금 미소 짓는 프란츠는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내뱉었다.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딩고에서 자부하는 실력자라 해도 뚫을 생각이었다. 사샤는 정말 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대치하는 틈에 더그는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 다프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


"프란츠,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다."


더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프란츠에게 다가갔다.


"저도 그러고 싶군요. 당장 비켜주시면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널 방해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가 조사한 바로는 그는 분명 아마스의 직원이야."

"임무가 잘못되었을 리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겠죠."

"아니, 내 정보는 틀리지 않아."


더그는 확신을 붙여 말했다. 그 말대로 딩고만큼 정보력이 우수한 곳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 딩고는 사람의 수만큼 정보가 모인다. 그걸 걸러내는 일이 더그의 주된 업무였다. 그의 손을 거쳐 교차 검증한 정보는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건한 프란츠의 태도에 그도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더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버논이 처리 명단에 올라가 있을 수도 있어. 그러나 지금 죽이면 안 돼."

"그 이유가 뭐죠?"

"내가 버논을 데려가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야."

"그건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분명 그건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더그는 없는 논리를 쥐어짜 내며 밀고 나갔다.


"아니, 넌 내가 내린 명령에 우선으로 해야 해. 난 아마스사에게 너희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너희의 상관이야."

"궤변이군요. 당신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샐러리맨을 대표하는 자면 보안 담당 팀장이겠군요. 안타깝지만 제 처리 명령은 더 높은 곳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런.

하운드의 논리를 파고들려 했지만, 역으로 파훼당했다. 시간을 벌려는 시도는 무산되었다.


"그러니 비켜주시죠."


더그는 머리를 굴렸다.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건 버논의 죽음뿐이었다.

막고 싶다.


"그럼 우리가 정리한 이후에 처리하는 건 어떤가?"


그 말에 뒤에 있던 버논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기를 버리려는 거로 생각한 버논은 무릎을 꿇었다.


"제발 살려줘..."


프란츠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의 존재를 몰랐다면 모를까 안 이후에는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타협을 모르는 프란츠에게 사샤는 참고 있던 분노를 터트렸다.


"왜 그렇게 꽉 막힌 거야! 조금 정도는 늦게 처리해도 되잖아!"

"명령이니까 당연한 겁니다."


하운드란 그런 것이다. 명령이 최우선인 집단. 그걸 뼈저리게 느끼는 더그였다.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러다 대머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쩔 수 없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것만 해결하면 제가 상부에 딩고에 대해 잘 말해 놓겠습니다."

"힘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되묻는 프란츠에게 더그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힘으로 해결하겠다고. 딩고는 그를 보호하겠다."


철컥.

프란츠는 총구의 방향을 버논에서 더그로 바꿨다. 격철이 당장에라도 총알을 때리기 직전이었다.

그렇지만 더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하게 총구 앞을 가로막았다.


"안타깝군요. 전 당신들을 좋아했습니다."


프란츠의 싸늘한 시선이 그들을 휘감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들은 서로를 죽일 준비가 되었다. 단 한순간에 서로의 목을 날릴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프란츠의 총에서 불이 뿜기 직전,

자야의 히드라가 갈라지며 나인 테일이 드러나기 직전,

사샤의 화살이 시위를 벗어나기 직전,

매그의 총, 레빈의 방아쇠가 당기기 직전,


콰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그들에게 엄습했다.


"읏!"

"이번엔 또 뭐야!"


소리의 근원지는 트레일러였다. 아직 열지 않은 트레일러 하나가 폭발하며 잔해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 안에서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엥?"


그건 버논의 말 대로 풀아머 따위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거대한, 그러니까 건물 5층 높이는 간단히 넘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눈을 뜬 로커는 머리를 매만졌다. 피가 손끝에 묻어나왔다. 매그에게 날려진 그의 몸이 나무 상자를 박살 내며 그 조각이 튀어 머리를 스친 것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기억은 또렷했다. 사이더스의 총구가 자신을 향했다는 걸 기억하자 두통이 심해졌다.


분명 뭔가 잘못된 거야.

그들이 그럴 리 없어. 분명 그 새끼를 죽이기 위해 쏜 거야. 단지 내가 근처에 있던 것뿐이야. 분명 우연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사이더스의 전투력을 잘 안다. 적들은 한 줌의 핏덩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걸 알면 그들은 손을 뻗어줄 것이다. 손을 잡은 우린 그렇게 넥스를 탈환하고 앙넬라를 불바다로 만든 후 마르시아로 돌아가겠지. 수많은 사람의 칭송을 받으며 영웅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지옥이었다.


마르시아의 수많은 혁명단 중에서도 정예라고 불리던 사이더스였다. 그런 그들이 지금은 사지가 찢기고 가슴이 뚫리고 머리가 날아가고 불에 타 죽었다.

무적이라 생각했던 풀아머는 박살 나 여기저기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이건 악몽이다. 지리멸렬한 지옥이었다.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불현듯 그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그것'이 없다.

눈에 보이는 건 풀아머의 잔해뿐이었다. 사이더스는 '그것'을 아직 쓰지 않았다


그는 킬킬 웃어대며 중얼거렸다.


"사이더스의 복수를 위해."


그 말을 계속 되풀이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것뿐이었다. 이대로 잡혀가면 평생 감옥에서 썩거나 사형이었다. 살아남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그는 몰래 트레일러로 접근했다. 다행히 그들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트레일러의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예상대로 아직 가동하지 않은 '그것'이 보였다. 버튼을 누르자 윙하는 기계음과 함께 '그것'의 가슴 부근이 열렸다. 그는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사이더스가 그를 데리고 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전투도 할 줄 모르는 약한 그였지만 '그것'의 암호를 해제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모조리 씹어먹어 주마.


'그것'의 머리 부근에 빛이 번쩍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감싸고 있던 트레일러는 폭발하듯 찢어지며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어... 저거 혹시 그거죠?"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로... 로봇?"


목을 뒤로 젖혀야 머리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로봇이었다. 십여 미터는 간단히 넘기는 그것을 보자 경외감마저 들었다.


"대규모 파괴 수행 골격(Large Overwhelming Destruction Operating Skeleton), 로도스다."


그렇게나 비굴하게 자야의 뒤에서 숨던 버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가슴을 펴고 거대한 로봇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가랏, 로도스여!"

"너 누구 편이야!"


사샤의 손이 버논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작가의말

로도스는 예전 불가사의한 로도스의 거상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이니셜도 그에 맞춰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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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6. 가족(1) 22.09.19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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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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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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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28 2 10쪽
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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