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요일 오전 4시 18분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868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9.01 00:34
조회
25
추천
1
글자
10쪽

4. 라비라(LabiLa)(9)

DUMMY

4. 라비라(LabiLa)(9)


“사샤!”


바짐의 외침이 사샤들을 날카롭게 찔렀다.

바짐은 시간을 느긋하게 즐겼다. 어차피 저 녀석들은 살아나가지 못하는 몸이다. 그들에게 내리는 철퇴를 어떤 걸로 할지 즐겁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짐, 제안이 있다!”


바짐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지 않고 터트렸다. 머리 굴리는 게 벌레 정도 되는 녀석들이다. 무슨 짓을 하든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꼴에 생각한 건데 방법은 들어볼까.


“뭐지?”


사샤는 깊게 들이쉬고 크게 내질렀다.


“내기하자!”


바짐의 웃음소리가 홀을 가득 메웠다.


“하하하하하하.”


섬뜩한 웃음소리였다. 그의 기분을 대변하듯 날카롭고 분노가 가득한 웃음이었다.

그는 곧 웃음을 멈추고 무서운 표정으로 사샤가 있는 곳을 노려봤다.


“내걸 훔쳐가고 내기로 걸 만한 배짱이 있는가 보구나.”


분명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 그걸 훔쳐가고 내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어디서 감히!

바짐은 칼을 쥔 손에 힘을 가득 실었다.

쉽게 죽지 못하게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찢어 버릴 작정으로.


기둥 뒤에 숨어있는 사샤는 매그에게 손을 뻗었다.


“야, 단말기 내놔.”

“잠깐, 스톱!”


사샤는 매그의 품 안에 손을 집어넣더니 단말기를 꺼냈다. 몇 번 클릭하여 프로그램을 순식간에 깔고는 그걸 켜서 바짐 쪽으로 힘껏 던졌다.


단말기는 바짐의 근처 바닥에 떨어졌다.

날아오는 물체를 보고 긴장한 바짐은 손을 들어 준비했지만, 그게 단말기인 걸 확인하자 손을 내렸다.


단말기가 잠시 반짝이더니 가루가 흩날렸다. 그리고 가루는 하나로 뭉치며 자주 봤던 그 모습이 등장했다.


“베팅 프로그램 시작합니다... 반갑습니다! 날마다 오는 피뉴가 아닙니다. 저 피뉴로 말할 것 같으면 올해의 AI 상 7번 수상, 프랜드쉽 마스터 2번 우승에 빛나는 최고의 파트너 인공지능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바짐은 하얀 깃털을 뽐내며 비장하게 등장한 피뉴를 바라봤다. 피뉴도 똑같이 바짐을 바라봤다. 피뉴의 고개가 주변을 살펴봤다. 온통 총을 든 사내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단말기 오류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 프로그램을 종료합니다.”

“야, 야! 가지마! 내가 켰어!”


사샤가 악을 써가며 프로그램을 끄려는 피뉴를 말렸다.


“사샤님, 정말 내기를 하시려 부르셨습니까?”

“그래, 정말이니까 가지마!”


피뉴가 주변을 돌아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샤쪽을 쳐다봤다.


“이미 내기에서 진 모양인 것 같습니다...”

“일단 프로그램 돌리기나 해!”


사샤의 비명 같은 말에 피뉴는 투덜대며 깃털 속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며 외알 안경을 꼈다.


“흠... 사샤님이 가지고 계신 자금은 현재 1억 6,352만 크레딧입니다.”

“내 부동산, 장비, 열매, 담보, 대출 가능한 건 모조리 다 끌어와.”


피뉴가 놀란 얼굴로 사샤를 향해 봤다. 기둥뒤에 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샤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매그도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사샤에게 물었다.


“야, 너 괜찮아?”

“너도 마찬가지야.”

“응?”


매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샤는 크게 소리 질렀다.


“매그가 가진 모든 자산도 포함해!”


매그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


“야, 너 미쳤어?”


자신의 멱살을 잡은 매그를 향해 사샤는 시니컬하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서 죽자고?”


사샤의 표정은 이미 결심한 표정이었다. 하긴 그의 성격상 돈을 포기했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거겠지. 매그는 그의 표정을 보고 거칠게 멱살을 놓았다.


“...... 젠장!”


피뉴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매그님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아아, 그래. 어차피 뒤지면 돈이 뭔 소용이냐.”


어느새 매그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쓰지도 못하는 돈, 한 방 걸어보는 거지.


“사샤와 매그님의 판돈은 총 2억 1,240만 크레딧입니다.”


어느새 오골계로 변한 피뉴는 품 안에 모노클을 집어넣었다. 일단 이 정도면 부자동네인 14지구에 좋은 집 하나 정도는 얻을 만큼 되는 돈이었다.


하지만 바짐의 마음을 흔들기는 부족했다.


“30억이 넘는 걸 훔치고 3억도 안되는 돈으로 때울 수 있을 것 같아?”

“야! 생각해봐. 우리가 괜히 못 가져 온 줄 알아? 어차피 너네 들어갔으면 들어간 애들 다 뒤졌어. 내가 언제 빈손으로 나온 적 있어?”


분명 사샤의 성격상 어떻게든 돈이 된다면 가져 나오는 녀석이긴 했다. 그가 못가져 나왔다는 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물건이란 뜻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실일 지라도 라비라의 물건을 훔쳐간 것 또한 진실이었다.


“너희 둘을 죽이고 8억을 챙길 수 있는데 내가 왜 너의 요구를 들어야 하지?”


사샤는 이미 그가 행동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피뉴에게 외쳤다.


“피뉴! 우리가 죽으면 그 돈 기부해라! 병원이랑 고아원에 모조리! 한 푼도 남김없이 기부해버려!”

“네, 알겠습니다!”

“저 새끼가...”


입이 썼다. 사샤가 돈을 많이 밝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를 죽이고 재산을 탈취해 손해를 충당하려 했지만 그 방법이 막혔다.

영악한 놈.


“찢어 죽인다.”

“내기에 이기면 돈도 받을 수 있고 우릴 찢어 죽일 수도 있을걸?”


아무래도 사샤에게 한번 진 것 같았다.


“알겠다. 네놈한테 한번 속아주마.”


사샤는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일단 첫 단계는 클리어.

그 말에 사샤는 휘적휘적 걸어나왔다. 휘청이긴 하지만 곧은 발걸음이었다. 그와 바짐이 홀 가운데에서 마주했다.


“내기를 뭐로 할 거지?”


사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생각 안 했는데...”

“이 씹어먹을 새끼가!”


멱살을 잡는 바짐에게 사샤는 손사래를 쳤다.


“워워, 진정해. 돈은 받아가야 할 거 아냐?”


바짐은 그를 노려보더니 흥 하며 손을 놓았다.


“가위바위보는 안 되겠지?”

“......”

“아... 내기는 내가 시작했으니까 네가 뭐로 할지 정해볼래?”


가볍게 말하는 사샤에게 진짜로 한 대 쳐버릴까 생각이 들었다.


“가지가지 한다. 진짜...”


그렇게 말하던 바짐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에게 유리하면서 무대까지 준비된 게임.


“그럼, 투기장을 재개한다.”


사샤의 눈이 바뀌었다. 당황한 그는 바짐에게 한발 다가갔지만, 칼이 목 앞까지 다가오자 걸음을 멈췄다.


“잠깐, 그건 아니지.”

“맘대로 내기를 했으니 나도 맘대로 정했는데 불만 있어?”


분하지만 사샤는 여기에선 약자였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본 바짐은 한쪽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걱정 마, 선수는 정하게 해줄게.”

“미친, 나 아니면 쟤잖아!”


사샤의 손끝이 숨어있던 매그를 향했다.


“싫으면 그냥 죽던가.”


사샤의 입에서 바짐을 향해 욕이 튀어나왔지만, 그 정도는 태연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준비나 하고 나와.”


그는 빙글 돌고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사샤는 뒤를 돌고는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번째도 클리어.


가장 걱정된 것은 내기를 무시하고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 물론 당장 돈은 못 얻겠지만, 기부받은 곳을 샅샅이 뒤져 돈을 가져갈 능력이 충분한 바짐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내기를 주도한다는 생각을 심어야 했다. 조금씩 미끼를 던지며 뜯어먹기를 기다렸다. 홀 가운데로 나가 주변을 환기하며 그의 위치가 압도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며 조금이라도 더 불리하게 보이게 했다.


바짐에게 매그가 보여준 모습도 한몫했다. 매그가 그 꼬맹이한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녀석이 세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매그가 전력을 다해주면 이 정도는 가볍게 이기리라.


매그에게 다가가니 사샤에게 툭 쏘아붙였다.


“야 이 미친놈아!”


매그의 말에 그는 으쓱하며 말했다.


“너 정도면 그냥 껌이잖아.”

“하... 미치겠네.”


사샤가 이런 내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매그의 실력을, 힘을 믿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그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매그는 팔다리를 평소처럼 쓰지 못한다고 어렵사리 말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나올 때마다 사샤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그걸 진작 말해야지!”

“말할 시간이 있었냐!”


사샤는 머리에 손을 댔다. 두통이 그를 괴롭혔다.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진짜.”

“너 구해준 게 나거든?”


매그도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팠다.. 기껏 그를 구하러 왔더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아, 몰라. 그냥 이기고 와.”

“어떻게 이기냐고!”

“나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사샤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머릿속으로 짜놓은 계획이 어긋났다. 이젠 매그가 시간을 벌어 주는 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매그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고 걸어나갔다. 전장으로 향하는 장수처럼 뒷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사샤는 입을 열었다.


“매그야.”

“아, 왜!”


쏘아붙이는 그의 목소리에 사샤는 풀이 죽은 채 매그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미안하다.”

“... 됐어. 어차피 같이 털었는데 공범이지.”


총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여기서 나가면 왼팔로 한 대 맞을 줄 알아.”


그는 사샤에게 한마디 남기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7. 지하수로(3) +4 22.10.03 42 2 10쪽
53 7. 지하수로(2) +1 22.09.28 26 1 10쪽
52 7. 지하수로(1) 22.09.27 24 1 10쪽
51 6. 가족(4) 22.09.22 26 1 12쪽
50 6. 가족(3) 22.09.22 23 1 7쪽
49 6. 가족(2) 22.09.20 22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7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6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5 1 10쪽
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7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8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40 5. 들개와 사냥개(9) 22.09.03 32 1 11쪽
39 5. 들개와 사냥개(8) +1 22.09.02 28 1 10쪽
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5 1 10쪽
37 5. 들개와 사냥개(6) 22.09.01 28 1 10쪽
36 5. 들개와 사냥개(5) 22.09.01 25 1 9쪽
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7 1 11쪽
32 5. 들개와 사냥개(1) 22.09.01 33 1 10쪽
31 4. 라비라(LabiLa)(12) 22.09.01 32 2 15쪽
30 4. 라비라(LabiLa)(11) 22.09.01 26 0 10쪽
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30 2 10쪽
» 4. 라비라(LabiLa)(9) 22.09.01 26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9 1 9쪽
26 4. 라비라(LabiLa)(7) 22.08.31 31 1 14쪽
25 4. 라비라(LabiLa)(6) 22.08.31 28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