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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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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863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8.31 17:15
조회
27
추천
2
글자
8쪽

4. 라비라(LabiLa)(6)

DUMMY

4. 라비라(LabiLa)(6)


매그의 말에 그녀는 한 손으로 가방에 있는 단말기를 꺼냈다. 타이머를 3초 뒤, 1초간 정지로 맞췄다. 속으로 수를 셌다.

삼. 이. 일.


“지금!”


강한 속삭임이 매그의 팔과 다리에 활력을 주었다. 수축한 근육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매그의 몸을 밀어냈다. 동시에 레비가 미리 부착해놓은 신호기가 반짝이며 건물의 전원이 차단되었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천장의 전구에서 울리며 빛이 모조리 차단되었다. 복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매그는 오른쪽 눈을 뜨고 희미하게 보이는 문을 향해 한 번의 도약만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레비는 빠른 속도를 버티려 매그의 몸에 웅크려 붙었다.


불이 곧바로 켜지자 복도 중앙에 있던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전시간이 짧았기에 그는 별거 아니라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레비와 매그는 방에 무사히 들어가자 안도의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킥킥대었다.


“어?”


방 안에는 권총을 매만지고 있던 남자와 매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마술처럼 등장한 매그를 보고 당황하여 총도 들지 못했다.


늦게나마 총을 들고 외치려 했지만 매그는 레비를 내려놓은 것과 동시에 품 안에서 총을 꺼내 남자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며 입을 틀어막았다.

남자는 놀란 눈을 하며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매그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


“쉿.”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비는 천천히 방문을 닫았다.


매그는 총구를 치우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맞으면 고개를 끄덕여. 내 말 알아들었어?”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조금이라도 냈다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는 목이 부러지도록 힘차게 끄덕였다.


“우선 첫 번째. 오늘 데리고 온 사람이 있는데 그 녀석 어디 있어?”

“바보야, 끄덕일 수 있는 질문으로 해야지.”

“아, 맞다.”


팔 다리도 리미트를 걸었더니 뇌도 리미트가 걸린 건가.


매그는 다시 질문했다.


“오늘 여기로 한 사람 끌고 왔을 거야. 맞아?”


그는 고개가 끄덕였다.


“그녀석 지금 어디 있지?”


남자의 손가락이 아래를 향했다. 아래층이란 건가?


그 모습을 본 레비는 기가 찼다.


“그냥 말하라고 해. 소리 내면 다 죽이면 되잖아.


그리고 아까 듣기로 지하에 있다고 했어.”

레비는 일부러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다.


효과는 좋았다. 남자는 모깃소리로 말을 했다.


“그..그래, 맞아. 어떤 녀석 데리고 와서 저번에 망친 작업의 복수를 하자고 했어.”


사내의 입이 열렸다.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는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지하 2층에 넓은 공터가 있어... 거기가 처형장이야.”

“언제 처형하는 거지?”

“아마... 10분 있으면 시작할 거야. 갖고 놀다가 죽이겠지.”

“갖고 놀아?”


레비의 의문에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잔뜩 패고난 다음 검 하나 쥐여주는 거야... 그런 다음 투기장을 여는 거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일견 섬뜩할 지경이었다.


“마지막에는 바닥에 쓰러진 배신자의 목을 베어버리고 끝나.”

“미친 거 아니야?”


치를 떠는 레비와 달리 매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갱단의 처형방법이자 포상방법이었다. 큰 공헌을 한 일원에게 반죽음 상태의 먹잇감을 던져주고 그걸 잔뜩 짓밟게 한다. 그리고 나서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희생자의 목과 함께 상을 주는 것이었다.


“관행이지. 웃기지도 않는 짓이야.”


빌어먹을. 욕이 저절로 나왔다.


“어떻게 지하로 내려가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복도 끝에 계단으로 내려가면 돼. 중앙 계단은 보스만 열 수 있어.”

“그렇단 말이지...”


매그의 질문이 끝났다. 매그는 몸을 일으켰다.


“잠시만, 마지막으로 질문할게. 여기 감시카메라를 관리하는 곳이 있지?”


끝내려는 매그를 말린 레비가 질문을 했다. 남자는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껴 서둘러 대답했다.


“자, 잠깐! 1층 복도 끝의 방이야.”

“흠...”


레비와 매그가 마주 보며 끄덕였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매그의 왼손이 순식간에 움직였다.


“나...나에게 토끼 같은 자식들이...컥!”


매그의 팔이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금속의 손가락이 목동맥을 정확히 꾹 누르자 그는 곧 정신을 잃었다.


“총알이 아깝거든.”


총은 소음이 크게 나는 것도 한몫했다.


매그는 방안에서 천 쪼가리를 찾아 그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묶었다. 어차피 곧 기절은 풀릴 것이다.


일단 여기서 생각을 정리하고 가야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5분 있으면 지옥의 투기장이 열릴 것이다. 투기장 안에서 버틴다고 가정해도 1~2분 남짓.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관리실이 어디 있는지 알면 쉬운 일이었다. 해킹이란 자고로 원격으로 가면 갈수록 어렵고 오프라인으로 갈수록 쉽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수록 할 방법이 많아진다.


“이대로 지하 2층까지 박살 내버릴까?”

“아냐 기다려.”


레비는 전원을 연결하고 리퀴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전기선으로 들어가는 전류 주변에서 미세한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주변에 흐르던 잔류 전류들이 서서히 하나의 흐름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관리실의 서버를 향해 달려나갔다. 보통의 신호보다는 느리고 약했지만, 서버로 들어가는 건 무리 없었다. 전압이 달랐다면 해킹할 수 없었을 테지만 운은 레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실 해킹이라고 하기엔 물리적으로 탈취한 것에 불과하지만.


서버에 들어간 레비는 우선 통신망 접근 코드를 열었다. 그러자 로비의 4명뿐 아니라 관리실 안의 2명의 무전기까지 나왔다.


6명 정도면 매그 혼자서도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무전기 6대가 무력화되었다.

그리고나서 건물 내부의 감시카메라에 접속했다. 1층 로비의 4명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4명의 움직임을 살폈다. 4명이 멈춘 순간 화면을 정지했다. 이걸로 매그가 걸릴 일은 없다.


“됐다.”


레비는 노트북을 닫았다. 여기서 할 건 이걸로 끝이다.


“매그, 1층 보안장치는 무효화했어.”


그 말에 매그는 왼손으로 오른 주먹을 감싸 쥐었다. 우두둑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관리실까지 모조리 날려버려.”

“오케이.”


왼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끼기긱 거리며 금속끼리 마찰하는 소리를 내었다. 몸을 슬슬 풀며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그때 레비는 사내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집어 매그에게 건넸다.


“챙겨놔. 그거라도 있어야지.”

“고마워.”


그녀는 함박웃음을 짓는 매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조심하라는 인사 대신이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적을 박살 내야 할 때는 짐승처럼.

이성보다 본능에 몸을 맡겨라.

엑슬라가 해준 조언대로.


자, 이제 날뛸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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