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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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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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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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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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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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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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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 지하수로(1)

DUMMY

7. 지하수로(1)


“으... 추워...”


벌써 날씨가 쌀쌀해졌다. 매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커다란 종이 백을 두 손으로 안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갔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눈이라도 내릴 듯 보였다. 앙넬라에선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진 않는다. 오더라도 금세 녹아내리는 싸락눈이었다.

눈을 맞는 건 좋지 않다. 산성도가 높아 머리가 빠진다는 아저씨의 말이 기억났다. 넓어진 이마를 가리키며 이렇게 되고 싶냐는 그의 말이 기억나 쿡, 하고 웃었다.


“나 왔어.”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 들어오면서 매그는 인사를 날렸다. 그러자 대답이 돌아왔다.


“어서와.”


앞치마를 두른 레비는 매그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종이 백을 살폈다. 안에는 빵과 사과, 야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앙넬라의 식품은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다. 마수가 득시글거리는 숲으로 인해 지역간의 이동이 제한적이지만 반대로 그 덕분에 도시를 제외한 곳은 천혜의 농지가 되었다. 앙넬라에서 무력을 제공해 지역 방어를 도와주는 대가로 협약을 맺은 곳이 많았다. 어차피 앙넬라에 대항할 도시는 전세계적으로 드물었다.


덕분에 식자재는 비싸지 않았다. 오히려 물이 매우 비쌌다. 수도세 때문에 신분증을 소지한 많은 이들이 열차를 타고 타 지역으로 떠날 정도였다.


매그는 빵에 붙은 엘비뇽 마크를 보고 기억에 잠겼다. 몇 달 동안 파견을 간 적 있는 곳이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땅이었다. 근처의 마수도 그리 사납지 않은 소형의 녀석들 뿐이었다. 소일거리로 마수를 잡고 손톱만한 열매를 캐며 휴식을 즐겼다. 안타깝게도 지원자가 많은 곳이라 곧 딩고의 후배에게 자리를 넘기고 돌아왔다.


“흥, 흥, 흥.”


한아름 늘어난 식재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레비는 바로 부엌으로 총총총 뛰어갔다.

레비는 요리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좋아한다. 평소엔 엔지니어로서 기계를 만지곤 했지만 매그는 이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적어도 기름냄새는 나지 않으니까.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하는 레비를 보고 있자니 매그는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매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그녀의 뒤로 몰래 다가갔다. 그리곤 두 손으로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


“악!”


새된 비명을 지르는 레비는 찌릿 하며 매그를 째려보았다.


“야, 손 베일뻔 했어.”

“미안.”


말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꽉 안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기름내가 가신 그녀의 몸에선 상쾌한 향이 감돌았다. 민트향일까, 레몬향일까. 코를 자극하는 맛을 매그는 한껏 들이마셨다.

레비는 매그의 손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방해하지마. 조금 있으면 저녁 되니까 기다려.”

“기다리기 싫어.”


어리광부리는 매그의 모습에 레비는 키득댔다. 꼬맹이나 다름없는 행동에 레비는 귀여운 듯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요리에 집중했다.


향기를 맡던 매그의 손이 그녀의 배를 조물딱 거렸다. 그녀는 손을 한 번 찰싹 때렸다. 아무리 그래도 뱃살을 만지작대는 건 선을 넘었다. 그렇지만 매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한 대 맞은 그의 손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가슴에 도달한 손이 갑자기 확 움켜잡았다.


“꺅!”


매그는 그녀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손의 감각을 음미했다. 레비는 화를 내려다 그만두었다. 그의 손길에 몸에 찌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억센 그의 손이 섬세하게 매만지는 걸 느끼며 그녀는 가슴이 점차 콩콩 뛰었다.


“아으...”


신음이 새어나오며 요리에 집중하지 못한 수준까지 왔지만 매그의 손길은 집요했다. 손가락이 민감한 곳을 꼬집듯 잡자 살짝이지만 그녀의 몸이 한 차례 떨렸다. 그녀는 결국 요리하는 걸 포기했다.


“정말 못말리겠네.”


레비는 고개를 돌려 매그를 마주보았다. 목에 키스하던 그의 턱을 잡아끌어 입맞추었다. 혀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레비, 언제 까지 기다려야해?”

“어린애도 아니고, 그것도 못 기다려?”

“지금은 어린애가 되고 싶어...”


레비는 몸을 빙글 돌려 매그를 마주보았다. 키득거리는 매그를 향해 입맞추며 목을 끌어안았다. 몸을 밀치며 벽에 몸이 닿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레비는 맞춘 입을 떼고 매그를 바라보았다. 매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감긴 눈에서 나오는, 금색이 섞인 오묘한 빛에 매료되었다. 배시시 웃는 그녀의 미소에 그는 꽈악 껴안아주었다.


레비는 안긴 채로 몸을 밀어냈다. 매그는 그 힘에 다리가 걸려 침대 위로 쓰러졌다. 레비는 넘어진 그의 몸 위에 올라갔다.


“아주 못된 어린이네. 벌을 줘야겠어.”


그녀는 앞치마를 벗고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조금씩 드러나는 속살에 매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제니토는 매그의 몸에 시술을 해주며 리미트를 풀어줬지만 이후에 그는 제대로 힘을 쓴 적 없었다. 일부러 B 등급 이상의 의뢰를 받지 않았고 그마저도 무력이 필요한 일은 제외했다.


다치지 않고 끝나는 일은 그에게 일상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강박적으로 의뢰에 매달렸던 그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 틈으로 그녀가 조금씩 스며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 레비가 그의 집을 방문하는 날이 늘어났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끽해야 두어 달에 한 번 오던 그녀는 삼 일에 한 번은 그와 만났다.


그만큼 매그는 생명의 위험이 늘어났다. 아직도 시술을 받던 날 제니토를 떠올리면 온 몸이 벌벌 떨렸다.

수 발의 산탄을 막아내며 간신히 제니토의 살기를 버텨낸 그는 에스텔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썩 꺼지라며 호된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쫒겨났다.


아직도 아저씨는 둘의 사이를 탐탁치 않아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들처럼 키우던 녀석이 딸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 아버지는 세상에 없었다.

금지옥엽 키우던 딸을 놈팽이가 데려갈바에 혀를 깨물겠다고 하는 아저씨에게 매그는 연거푸 사죄를 보냈다. 제니토는 아직도 그의 사죄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낫지만 처음에는 레비가 매그의 집에 가는 것 조차 금지했다.


처음 일주일은 어찌어찌 버티던 매그도 한 달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하자 심각한 레비 부족증에 걸렸다. 금단증상으로 의욕을 상실하며 집에 처박혀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레비가 만들어준 냉장고 안의 음식을 아껴가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마지막 부스러기를 입에 넣은 그는 방바닥에 쓰러졌다.


거의 죽어가던 매그를 발견한 건 에스텔이었다. 한동안 활동은 커녕 소식도 없어 시술의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에스텔은 그의 집을 방문했다. 문을 열자 방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매그를 본 에스텔은 그 길로 제니토에게 찾아가 따져댔다. 그제야 제니토는 레비를 풀어주었다.


제니토의 허락 아닌 허락을 받은 레비는 점차 매그를 찾아오는 빈도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이주 만에 갔지만 그 다음은 일주일, 지금은 사나흘에 한 번 꼴로 찾아갔다.


대신 조건은 있었다.

밤 10시 전엔 들어올 것. 그리고 저녁은 해놓고 갈것.


제니토의 밥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요리 실력이 는 이유가 단순히 좋아해서인 건 아니었다. 누린내 나는 고기와 흙내 풍기는 야채를 먹으며 자란 그녀는 생존을 위해 요리를 배웠다. 실제로 그녀가 6살 즈음에 제니토가 삶아준 고기를 먹고 셋 모두 식중독으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제 제니토는 레비가 없는 식사는 꿈도 못 꿀 정도였다. 레비도 그걸 알기에 저녁은 항상 준비해준다.


밤 10시는 그녀가 제니토에게 반항해봤지만 얄짤없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못한다며 제니토는 완강하게 나왔다. 대화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울먹여봤지만 제니토의 마음을 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조건을 잘 지켰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둘은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일인용의 침대지만 좁지 않았다.


매그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는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얕은 잠을 끊어서 자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보안이 철저한 집과 솜이 넉넉한 이불, 푹신한 매트릭스와 손을 잡아주는 그녀까지. 안정을 위한 모든 것이 곁에 있었다.


그의 잠은 오래가지 않았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에 매그는 본능적으로 단말기를 잡아챘다. 눈을 감은 채로 옆의 레비를 깨우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나지 않자 그는 화면을 확인했다. 더그의 연락이었다.


“더그?”

<긴급이다. 넥스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아직은 덜 깨서 비몽사몽한 정신이 쉽사리 깨지 않았다. 고개를 휙휙 돌리며 눈을 겨우 뜬 매그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어렵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나도 안 부르고 싶었지만, 이번엔 안 되겠다. 넥스에서 딩고 전원에게 요청을 보냈어.>


예삿일이 아니었다. 넥스 내부에는 하운드가 있다. 그런데도 딩고 전원에게 요청했다는 말은 앙넬라에 위험이 빠진 것과 다름없었다.


“자세히 말해봐요.”

<지하수로에 마수의 흔적이 대량 발견되었다. 일단 내가 찍어주는 좌표로 지금 와줘.>


그 소리에 매그는 잠이 확 달아났다. 마수가 앙넬라의 내부에서 발견 된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딛고 있는 발 아래에선 위험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움직임에 조금 뒤척이는 레비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대신 돈은 더 받을 겁니다.”

<이번엔 더블로 준다. 내가 따로 인센도 챙겨줄게.>


통화를 끝낸 매그는 옷을 챙겨 입었다. 빠르게 외골격을 낀 그는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아직 자고 있는 레비에게 다가갔다.


“갔다올게.”


이마에 키스한 그는 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방 문을 닫았다.


작가의말

오늘은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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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6. 가족(4) 22.09.22 26 1 12쪽
50 6. 가족(3) 22.09.22 22 1 7쪽
49 6. 가족(2) 22.09.20 21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6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6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5 1 10쪽
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7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40 5. 들개와 사냥개(9) 22.09.03 32 1 11쪽
39 5. 들개와 사냥개(8) +1 22.09.02 27 1 10쪽
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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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5. 들개와 사냥개(5) 22.09.01 25 1 9쪽
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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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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