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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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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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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9.0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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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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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들개와 사냥개(6)

DUMMY

5. 들개와 사냥개(6)


풀아머의 주먹에 맞춰 매그도 팔을 휘둘렀다.


주먹과 주먹이 맞닿는 순간 충격파에 창고 전체가 진동했다. 강인한 금속 주먹이 적의 주먹을 부수고 팔꿈치까지 찢어 발겼다.


승자는 매그였다.

왼손을 뻗은 자세를 유지하던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역시 레비야.


이전에 썼던 것보다는 조금 약해졌지만, 사실 그때의 파워는 과하다못해 사용자까지 반죽음에 이르는 자살기였다. 그때의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조정한 것이 바로 타이탄 블래스터(Titan’s Blaster)였다.


레비가 붙여 준 공식 명칭은 재가속강타장갑(Re-Accelerating Strike Gauntlet)이었지만 매그는 너무 길고 멋이 없다며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주먹과 별개로 추가 가속을 하는 장치 덕분에 파괴력은 배가 되었고 반작용으로 매그에게 되돌아오는 충격은 장치로 일정량 흘려보낼 수 있었다.


오른손이 완전히 박살 나자 풀아머가 휘청거렸다. 매그는 몸을 숙인 채 재빠르게 움직여 풀아머의 뒤를 잡았다. 풀아머가 균형을 회복하려는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방금 전 펀치는 카운터를 노리기 위해 자세도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허리를 비틀고 주먹을 한계까지 수축했다. 혼신의 힘을 의수에 끌어모았다. 손목에 달린 장치가 가동하며 폭발적인 에너지가 응축되었다. 왼손이 말갛게 희푸른빛으로 점차 물들었다.


“빙고.”


한계까지 담긴 힘을 단번에 폭발하듯 풀어 버리자 사나운 섬광이 금속 갑주의 등을 정확하게 직격했다.


콰앙!

퍼퍼퍼펑!


깔끔한 클린히트.

주먹이 직접 닿은 등의 장갑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안으로 말려들어 갔다. 파괴적인 힘은 풀아머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철저하게 박살 냈다. 프레임이 접히고 박살 나고 찢어지며 사방으로 금속조각이 튀어 나갔다. 안에 탑승하던 사람은 완전히 넝마가 되었다. 육편이 사방으로 날리고 피가 하늘로 치솟으며 잠깐의 붉은 소나기를 만들었다.


치이익.


조금 무리했는지 왼손이 조금 덜컥거렸지만 저번과는 다르게 신체의 데미지는 없었다. 둔해진 왼손대신 아까처럼 오른손으로 총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머리는 남겨놨어야지.>

“처음 써봐서 힘 조절이 안 돼.”


이전에 써 보긴 했지만, 그건 프로토타입이니 제쳐두었다. 다시 남은 놈들을 잡으러 뛰어가려는 걸 사샤의 통신이 막았다.


<나머지 놈들도 처리했다. 남은 건 대장 한 놈뿐.>

“역시 확실하네. 그 대장이란 놈은 쎄냐?”

<방금 해치운 풀아머보단 훨씬 약하겠지.>

“그 정도면 간단하겠구만.”


매그는 팔을 휙휙 돌리며 적이 숨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로커는 절망했다.

겨우 둘 뿐이었다. 그 두 명에게 모조리 당한 것이다. 본대는 이동중이였기에 대기조만 남아 있던 게 너무나도 뼈아팠다.


응전을 거듭하고 테러에 쓸 풀아머 한 기를 꺼냈지만 그것도 저 괴물같은 놈에게 산산조각 나버렸다.

다른 대기조에게도 통신을 보내봤지만 들려오는 건 총소리와 비명뿐이었다.

무기력하게 대부분이 당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겨우 부하 한 놈을 총알받이로 밀어 넣고서야 간신히 창고 구석진 곳에 위치한 방 안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 방은 창문 하나 없는 어둡고 축축한 곳이었다. 그래도 문 바깥의 지옥보다는 나았다. 급히 본대로 통신을 보냈다. 원래는 넥스를 타격할 부대지만 저 새끼를 죽이지 않는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반드시 생길 것이다. 녀석을 막아야 한다.


수송대가 도착하면 곤죽으로 만들 수 있다. 겨우 풀아머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비장의 무기도 준비되어 있었다.


본대의 화력이면 이 창고 자체를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굳이 비장의 무기가 아니더라도 총잡이 두 놈은 간단히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억지로 합리화를 거듭한 로커는 상황을 본대에 알리는 선택을 했다.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덜덜 떨면서도 녀석들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픈 욕망에 로커는 실실 웃어대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방에서 혼자 킬킬 웃었다.




더그는 탈취한 라인으로 도청한 대화를 정리했다. 본대가 아직 합류하기 전이며 도착하기까지 10분가량 남았다. 본대의 화력은 50여명이 중무장한 걸로 추측, 용병도 다수 참전했지만 딩고와 하운드가 아닌, 하이에나 측 용병으로 판단했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오히려 본대의 화력이 더 위험하다. 아무리 매그와 사샤가 고평가받는 딩고의 프리랜서일지라도 50명을 상대로 정면승부는 자살행위였다.


그는 일단 자야 팀과 프란츠 팀에게 통신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프란츠는 대답했으나 자야쪽은 대답이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지만 자야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머즐, 인질이 따라 가고 싶다고 한다.>


이건 또 뭐야.

아픈 머리를 부여잡았다. 뚱딴지 같은 소리에 버럭 화를 내려다 멈췄다.


인질을 보호하기 위해 여우 꼬리 단의 인원을 할애하는 것이 더 손해였다. 그렇다고 자야 팀에게 인질을 내버려 두고 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팀원 하나하나가 자야의 전투력과 직결되는 이상, 전투력을 낮출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아까 더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걸로 보아 이 사건의 관계자가 분명했다.


고심끝에 더그는 한숨을 쉬며 자야에게 통신했다.


“어쩔 수 없지. 데리고 가되, 내가 가기 전까지 전투에 돌입하지 말고 인질을 보호하도록.”

<알겠다.>


더그는 DP암을 빼 버리고 빠르게 짐을 챙겼다. 전투 요원이 부족한 지금, 인질을 보호할 수 있는 자는 자신뿐이었다.

아무리 정보처리가 특기라 해도 딩고의 수장으로서 뛰어난 힘을 갖고 있었다. 어중이떠중이의 목숨을 가볍게 취할 수 있는 날카로움은 필수였다.


“현장에 가십니까?”

“그래. 두 명만 남기고 모두 따라와.”


비서는 더그의 말을 듣고 눈짓을 한 번 보냈다. 곧 그녀의 주변에 십여 명의 사람이 그림자에서 나와 몸을 드러냈다. 그녀는 둘에게 뒷정리를 지시하고는 허리에 분홍색 권총을 집어넣었다. 더그가 나가자 그를 따라 방을 나갔다.




자야는 바이크를 타고 좁은 골목길을 잘도 넘나들며 단숨에 사샤가 있는 창고가 보이는 언덕 위에 도착했다.. 얼마 걸리진 않았지만 뒷좌석에 탄 놈 때문에 생각보다 늦어졌다.


“우...우웨에에엑!”


속을 게워내는 젊은 남자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곤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그녀의 팀, 여우 꼬리단이 도착하려면 조금 걸린다.


“귀찮게 하지마.”

“으으으...”


일단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묵직한 가방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 품에서 납작하고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달하고 짜릿한 팝핑캔디의 맛을 음미하며 창고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머리에 달린 다용도 감각 증폭장치를 통해 소리가 들어왔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상황은 끝난 듯 보였다.


멀리서 그녀의 팀원들이 하나둘 도착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큼직한 트럭 두 대와 호위하는 차량 여럿이 보였다.


저놈들인가.


그녀를 귀찮게 만든 놈들이란 생각이 단번에 머리로 열기가 올라왔다.


얼음같은 붉은 여우라는 별명은 평소의 조용한 모습만 본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본질은 별명과 전혀 달랐다. 전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딩고의 미친년 중에서도 가장 미친년이 되었다. 주변을 모조리 찢어 버리는 전투방식때문에 팀원을 구할 때도 보조원만 뽑았다. 그녀가 전투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팀원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딱히 보여주기 싫은 건 아니었다. 딩고에는 팀 단위로 협업하는 의뢰가 별로 없었던데다 그럴 상황이 거의 안 나오는 데다가 자칫하면 자야의 공격 범위에 휩쓸릴 가능성도 있어 의도적으로 피해 왔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더그에게 빚진 것도 있고, 사샤에게 한 대 때려 줘야 했고, 매그가 누군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 변명을 중얼거렸다.


“저 녀석들이야?”


그녀의 말에 인질은 게워내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차에서 수십 명이 내리는 모습을 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 새끼들이야.”

“그래.”


때마침 여우 꼬리 단의 멤버가 도착했다. 그들은 빠르게 간이 캠프를 만들고 갖고 온 장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팅은 직전 전투에서 해놨기에 여기서는 연결만 하면 끝난다.


두 명은 자야가 가져온 가방을 열고는 길고 큼직한 장비를 꺼냈다. 그녀의 윙형(부착형) 외골격으로 전용 무기이자 방어구였다. 그걸 자야의 등에 장착했다.


윙형 외골격을 장착하고 특유의 이질감이 몇 초간 지속되었다. 신경계가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는 시간이 끝나자마자 자야는 언덕 아래의 적을 향해 뛰어내려갔다.


“자야! 더글러스씨 기다려야지!”

“아.”


팀원의 외침에 내려가던 자야는 발을 멈추고 다시 언덕으로 올라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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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들개와 사냥개(6) 22.09.01 2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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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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