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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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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7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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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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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들개와 사냥개(9)

DUMMY

5. 들개와 사냥개(9)


자야의 폭주는 적진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벌써 열댓 놈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사샤의 화살이 바닥에 쓰러진 자의 머리에 하나씩 박혔다. 확실히 죽이기 위한 확인 사살이었다.


그래도 아직 적의 반 수 이상이 멀쩡했다. 뱅가드의 희생으로 적은 다시 진영을 갖췄다. 사이더스의 지휘관의 통제 능력은 꽤나 뛰어났다. 그의 지시받은 열 명은 트레일러 안쪽으로 움직였다.


매그의 눈이 지시를 내리는 녀석을 포착했다. 그의 애총, 레빈이 순식간에 세 발을 격발하며 지휘관의 목을 노렸다.


타타탕!


하지만 이미 눈치챈 적은 바디 벙커를 두 세겹 겹쳐 매그의 공격을 막아 냈다. 점성이 강한 콜로이드 용액을 채운 방패는 매그의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 결국 매그의 총은 두 번째 방패를 뚫지 못하고 멈춰 섰다.


다시 돌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야가 한순간에 적을 흩어놓고 매그와 사샤가 몇 놈을 처치했지만 아직 적의 숫자는 서른 가량 되었다.


“사샤, 저 지휘관을 노릴 수 있겠어?”

“당장은 무리. 창고 옥상에 올라가야 가능하겠는걸.”


이미 사샤가 떡하니 보이는데 그걸 맞아줄 녀석들이 아니었다. 사수가 드러난 채로 저격을 하는 건 저격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럼 넌 이탈해서 저격 위치를 잡아. 그동안 우리가 막아 낼게.”

<그럴 필요 없어요.>


매그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통신을 보냈다. 통신기를 열어놓은 상태였기에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 목소리는...

다음 순간,


콰앙!


“끄아악!”


적진 한가운데 거대한 불덩이가 솟구쳤다. 바디 벙커로 감싸고 있던 녀석들 뿐 아니라 주변까지 모조리 삼키는 위력에 매그와 사샤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프란츠?”

“네, 프란츠입니다.”


매그의 중얼거림에 어느새 뒤에 온 프란츠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백팩을 맨 그는 거대한 평사포를 들고 서 있었다. 수백 킬로에 달하는 무게를 가볍게 들고 있는 녀석을 보자 식은땀이 나왔다.


“이 녀석을 준비하느라 늦었습니다.”


매그는 그의 무기를 살펴보더니 놀라며 프란츠에게 물었다.


“이거... 야전포 아닌가요?”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야전포 모델 크누아트와 구조가 똑같았다.

프란츠의 무기는 원래 야전에서 쓰는 야포 크누아트를 개조하여 길이를 줄이고 손잡이와 방아쇠를 달아 놓은 괴물이었다. 발사시 분출되는 폭음과 고열에 노출될 텐데 프란츠는 멀쩡했다.


“아뇨, 제 총입니다.”

“분명 대포...”

“총입니다.”


총이라기엔 지나치게 거대했지만 단호한 프란츠의 태도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끝난 것 같군요.”


프란츠의 포탄 한 방에 스물 남짓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머지는 화염과 파편에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매그는 레빈을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자야는 지쳤는지 바닥에 엎어져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마스사를 탈취한 테러 부대의 최후라기엔 허무했다. 그토록 강력한 장비를 사용하기도 전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사이더스가 약한 건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일대다 전투에 최적화된 자야와 올라운더이자 하드 누커로서 명성이 자자한 매그, 이번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은밀한 암살자 사샤에 혼자서 원거리 포격이 가능한 프란츠까지. 개개인이 부대급으로 강력한 실력자였다.


더그는 그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력한 한 방이 없는 자야를 보조하기 위해 매그를 데려왔고 단일 암살과 정보수집을 위해 사샤를 끼워 넣었다. 프란츠의 포격은 예상 밖이었지만 광범위한 파괴력으로 조합에 화룡점정을 더했다. 그야말로 악마의 부대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 해치웠나요?”

“프란츠.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에요.”


매그의 지적에도 프란츠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설마 이 정도 데미지를 받았는데 덤비진 않겠...”


으지직!


트레일러의 문이 박살 나며 안에서 무언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프란츠가 만든 불구덩이 앞에 일렬로 정렬한 그것은 아까 매그가 산산조각낸 풀아머와 동일한 모델이었다. 그것도 열 개체.


머리 부근의 광학센서가 그들을 포착하고 붉은빛으로 점멸했다. 적을 파악한 그들이 서서히 접근했다.


“뭐라고요?”

“하하하하하...”


매그의 원망 섞인 눈빛에 프란츠는 웃음만 지었다.


천천히 걸어오던 풀아머의 부대는 마치 군단같았다. 2미터가 넘는 키에서 오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휘익!


“읏!”


프란츠는 뒤로 물러났다. 그가 싸우기엔 지나치게 가까웠다. 그의 무기 ‘평화 협정’은 크누아트의 위력을 그대로 가져온 병기였기에 사용자인 자신이 아니면 버틸 수 없었다. 쏘는 순간 퍼져나가는 고열과 압력이 주변을 갉아먹는다.


“쳇,”


그렇지만 매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풀아머가 날린 주먹을 흘리며 적의 손목을 찍어내렸다. 맥없이 땅에 박힌 팔을 박차고 몸을 띄운 매그의 왼발이 풀아머의 머리에 작렬했다!


콰직!


머리가 순식간에 날아가자 매그는 그의 리볼버, 레빈을 적의 가슴에 박아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콕핏을 노린 그의 총알이 안에 탑승한 인간의 머리를 파괴했다. 거대한 풀아머의 몸체가 뒤로 쓰러졌다. 매그는 몸을 튕기듯 몸을 회전시키며


이어 매그를 노리는 적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매그는 몸을 숙여 녀석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뒤로 나온 순간 등에 총알 몇 발을 박아 넣었다. 척추 부근에 박힌 총알이 적의 동력원을 끊었다. 움직이지 않는 적을 뒤로한 채 그는 다음 적에게 향했다.


그때 무언가가 발목을 잡았다. 뒤로 돌아본 그의 눈에는 해제된 풀아머가 들어왔다. 움직이지 않는 풀아머를 해제한 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이었다.


“놔!”


거세게 뿌리치려 했지만 불행히도 잡힌 다리는 오른발이었다. 의족이 아닌 발의 힘으로는 적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급히 왼발로 차내려 했지만 늦었다.


풀아머 한 대가 무릎을 굽히더니 하늘로 도약했다. 목표는 매그. 그가 있는 장소로 몸으로 짓누를 생각이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거대한 풀아머가 팔을 활짝 벌리며 육중한 질량으로 매그를 짓이기기 위해 떨어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짧은 시간 동안 주먹에 힘을 쏟아부었다. 하얗게 불타오르는 왼팔을 끌어당겼다.


콰앙!


갑작스러운 충격이 허공에 떠 있는 풀아머에 작렬했다. 프란츠의 평화 협정의 포탄이었다. 강력한 운동에너지가 집약한 탄두가 풀아머의 낙하궤적을 밀어냈다.


그 틈에 왼발로 발목에 붙은 적의 머리를 차버렸다. 피를 토하며 저만치 날아가는 적은 목뼈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매그는 자신을 뭉개려는 주먹을 피해 한차례 굴렀다. 풀아머의 뒤에 다가간 그는 양손으로 적의 허리를 잡았다.


왼쪽 손가락이 합금으로 만든 풀아머의 장갑을 파고들며 단단히 고정했다.


“이거나...”


양발을 땅에 고정시킨 그는 전신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삐걱대고 뼈마디가 꺾일 정도로 수축한 근육이 한순간 힘을 풀었다. 극한까지 끌어올린 힘은 풀아머를 들어 올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괴력을 주었다.


“먹어랏!”


쿠웅!


허리를 꺾어 지면에 풀아머를 박아버렸다. 그의 저먼 수플렉스에 특수 콘크리트 바닥이 단번에 갈라지며 풀아머의 상체가 거꾸로 땅 깊숙이 박혔다.


매그는 땅에 박힌 풀아머의 등에 장착된 코어를 쏘아 파괴했다. 작동이 멈춘 풀아머는 그 자체로 감옥이 되어 탑승자를 구속했다.


“헉, 헉.”


짧은 시간 동안 힘을 쓴 탓인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다급히 숨을 고르며 상황을 파악했다.


남은 개체는 여섯.


아군의 상황은 양호했다. 프란츠는 안전한 장소를 확보해 포격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사샤는 한 놈을 맡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걱정은 안 했다. 저 정도는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녀석이다. 남은 인원은 자야인데...


매그는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자야가 보이지 않았다. 여우 꼬리단이 대피시켜 놓은 건가?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다. 남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사샤와 대치하던 풀아머가 크게 땅을 내리찍었다. 사샤는 여유롭게 피하며 흙더미 너머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 순간 풀아머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붉은색 덩어리가 날아와 풀아머에 달라붙은 것이었다. 그것의 정체는 자야였다.


자야는 양손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녀의 손에 닿는 족족 풀아머의 장갑이 뜯겨나갔다. 이윽고 콕핏에 다다르자 그녀는 자신의 팔로 콕핏 정가운데를 찔렀다. 팔을 뽑는 순간 분수같은 피가 솟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매그는 문득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캬학!”


그녀의 핏발선 눈은 이리저리 요동치고 있었고 입은 연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던 자야의 눈이 정상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 시각, 위에선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뇌에 걸리는 부하가 너무 높습니다. 커맨드 레이트 93% 돌파합니다.”

“바이탈 사인 임계점 돌파! 뇌압 상승중입니다.”

“스턴 디바이스 파손, 더는 제어할 수 없습니다!”

“스켈레톤 고정 실패, 고정 장치 78% 가동 불가능!”

“젠장! 클락, 어떻게 좀 해 봐!”


여우 꼬리단의 부단장인 클락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클락만큼 자야에 대해 아는 자는 없었다.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말이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자야의 뇌는 70퍼센트 가량이 전뇌로 이루어져 있었다. 생체 뇌는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만 일부 남아 있었다. 그래서 평소엔 전뇌의 영향으로 조용한 성격인 것이다. 하지만 전투에 임하면 생체 뇌의 영향력이 커진다. 그 여파는 전뇌까지 전해지고 결국 폭주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폭주해도 전뇌의 장악률이 기껏해야 30퍼센트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90퍼가 넘는 수치였다.


“구속 디바이스는 모두 꺼버려.”

“부단장!”


단원의 외침에도 그는 확고했다. 일단 최소한 신체에 걸리는 부하라도 빼줘야 한다. 잘못하다간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뇌의 손상은 막아야 한다.


“대신 냉각 시스템은 최대한으로 돌려!”

“냉각 시스템 Max로 가동합니다.”


아래에 싸우는 동료를 믿는 수밖에. 전투가 끝나면 어떻게든 신체를 구속할 수 있다. 그때까지만 자야가 버티길 기도했다.


작가의말

자야 : 찢고 죽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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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6. 가족(2) 22.09.20 21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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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6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 5. 들개와 사냥개(9) 22.09.03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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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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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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