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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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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6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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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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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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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 들개와 사냥개(2)

DUMMY

5. 들개와 사냥개(2)


“나머지 설명하지 않은 내용은 내가 뽑아놨으니까 가져가서 읽어.”


그는 자기 책상에 있던 종이뭉치를 집어 각각 나눠주었다. 매그도 받아서 읽어보니 계약 내용과 돈이 적혀있었다.


“어...”


선금이 40코르면... 천오백만 크레딧? 매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잘못된거 아니죠?”


더그는 매그가 물어본 것이 무엇인지 눈치채고 씨익 웃었다.


“그럴리가. 이래뵈도 딩고에서 내로라하는 고급인력을 쓰는건데 협상좀 했지.”

“아마스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되요?”


사샤의 말에 프란츠는 살짝 웃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딩고에게 도움을 받을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터라 그만한 비용은 지불해야죠.”


보통 혐오로 일관하는 딩고와 하운드 사이에서 이렇게 똑바로 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매그는 놀랐다. 매그는 바로 딩고로 온 타입이기 때문에 하운드에 대해 잘 몰랐지만, 대부분의 딩고처럼 하운드를 거쳐 프리랜서가 된 사샤는 그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물론 비용에 걸맞는 능력이 없으면 곤란합니다만... 아무래도 기우였네요.”


프란츠의 실눈 사이로 빛이 반짝했다.


더그는 관절에서 뚜둑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럼 이따가 17구역 역전에서 만나자고.”

“그러죠.”


프란츠와 딘이 일어나 나가는 와중에 딘은 프란츠에게 물었다.


“저딴 똥개는 필요없지 않아요?”

“똥개?”


참고 넘기려던 사샤였지만 버릇없는 딘의 말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야, 너 잠깐 멈춰봐.”

“왜.”

“왜? 어린놈이 말이 짧다? 요새 하운드는 뇌가 없는 놈을 뽑나 보지?”

“병신, 일도 못해서 쫒겨난 주제에.”

“하, 내 발로 나간거거든? 너희처럼 노예가 아니라고.”


으득.

딘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들에게 있어 노예는 가장 치욕스런 욕이었다. 회사에 자부심과 소속감으로 당당하게 일을 하는 것이 샐러리맨이었다. 버티지 못해 쫒겨난 주제에 딩고는 그들에게 사냥개라는 멸칭을 붙이고 노예근성이라며 멸시했다.

딘은 특히나 그걸 싫어했다.


“넌 아래로 먹고 입으로 똥을 싸나보구나?”

“니네 형한테 입마개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물릴까봐 말도 못하겠다.”

“똥이나 처먹으니까 이빨이 다 빠져서 못 물겠지. 내가 한대 때려도 죽겠다, 야.”

“니 행동을 보아하니 니네 회사도 똑같구나. 맨날 비리나 저지르고 불법으로 돈벌고...”


사샤는 딘과 회사를 엮어서 비난했다. 그것이 샐러리맨의 약점이라는 것을 사샤는 잘 알고 있었다.


사샤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딘에게 회사는 은인이자 생명이고 자부심이었다. 계속해서 하운드라는 멸칭을 듣고, 싸울수록 회사까지 욕먹자 딘은 이를 부득부득 갈기만 했다.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딘을 보며 사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매그는 사샤를 말릴까 했지만 딩고를 똥개라 욕하는 딘을 봐줄 필요는 없었기에 내버려두었다. 프란츠도 자신을 샐러리맨이 아닌 하운드라 말하며 먼저 시작한 사샤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고, 지는 것도 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굳이 말리진 않았다.


둘의 사이를 끼어든 건 다름아닌 자야였다.


“둘다 조용히 해.”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던 그녀는 보라색으로 염색한 머리칼을 한 차례 흔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싸늘한 눈이 딘에게 꽂혔다.


“거기 어린놈. 프란츠가 욕먹어도 상관 없는 거야?”


자야의 말에 화들짝 놀란 딘은 시무룩해져 말이 없어졌다.


“꼬시다.”


그 모습을 비웃으려던 사샤에게도 자야의 독설이 꽂혔다.


“너도 닥쳐, 사샤. 꼰대 싫어한다고 그렇게 얘기하더니 니가 꼰대가 되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니까 차이고 병신처럼 질질 짜지.”


사샤의 얼굴이 대번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귀까지 달아오른 사샤는 자야한테 소리를 질렀다.


“그 얘기는 상관없잖아! 왜 그 얘기가 튀어나온 건데!”

“내 얘긴데 뭔 상관이야.”


가만히 듣던 더그와 매그의 눈이 자야와 사샤를 번갈아가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 얼음같은 붉은 여우, 자야가 사샤와 사귀었다고?


“야, 너 언제 그런 사이가 된거야? 아니지, 됐던거야?”


처음 듣는 얘기에 옆에 샐러리맨이 있다는 걸 잊은 채 매그는 끈질기게 사샤에게 달라붙었다.


“시끄러, 나중에 말할테니까 좀 닥쳐.”

“그건 나도 궁금하다 어떻게 저녀석이랑 친해졌냐?”

“아, 아저씨는 좀 빠져요!”


쓸데없이 더그도 대화에 끼어 어떻게든 사샤의 입을 열기 위해 말을 걸었다.


“당사자 앞에서 뭐하는 거야?”


자야의 말 덕분에 셋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에 프란츠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걸렸다.


“딩고는 유쾌하군요. 저희도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서 프란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딘의 무례는 제가 사과합니다. 어릴 때부터 험하게 자라서 버릇이 없거든요.”


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까 사샤만큼이나 빨개진 그의 얼굴에 모두들 화가 누그러졌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7시. 기억해.”


프란츠는 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는 와중에 프란츠는 잠시 멈춰섰다.

사샤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보이지 않던 눈동자가 뱀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사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아마스사에 대한 모욕은 하지 말아주시죠. 저에 대한 욕은 참아도 회사에 대해 더 비난하면 참지 않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문을 닫았다.


그들이 나간 사무실의 분위기는 얼음 그 자체였다. 딩고에서 몇 년간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문턱이었던 사샤는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눈치만 보는 와중에 문이 벌컥 열렸다.


“넌 똥이나 쳐먹어.”

“저자식이!”


딘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으음, 어쩌지.

일단 더글러스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지만 더그의 아쉬운 표정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정적으로 눈이 돌아갈 정도의 금액이 매그의 마음을 계속해서 붙잡았다.


일단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레비의 집으로 갔다. 오늘은 아저씨가 일찍 출장을 가느라 집에는 레비뿐이었다.


“자, 먹어.”

다진 계란이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한 매그의 머리는 온통 아마스의 의뢰로 가득했다.

“뭔 생각을 하길래 흘리면서 먹는거야.”


앗.

옷에 흘린 노른자 조각을 집어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레비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했다.


천 오백이라는 금액은 무척이나 군침이 도는 돈이었다. 보통 의뢰비보다 서너배는 높은 보수였다. 더욱이 이게 선금이다. 의뢰를 마쳤을 때 최소한 두배가 된다는 것이다.


최소 삼천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그렇지만 지금 상태에서 위험한 의뢰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더그의 서류에 나와있는 등급은 B+였다. 즉, 전투는 필요 불가결이다.


의뢰 등급은 딩고의 회원 등급에 맞춰 산정한다. 최대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나뉜다. 매그의 딩고 등급은 B등급으로 A등급과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다. 전투에서만큼은 A등급과 동등할 정도로 강했다. 다만 매그의 무기 특성상 시가전이나 암살 등 도시 내에서의 의뢰에 적합하지 않아 등급이 낮을 뿐이었다.


지금 매그의 등급은 잘 봐줘도 B등급 최하위, C등급과 차이가 없었다. C등급은 위험도가 낮은 의뢰로 이를테면 개인의 치안이라든가 얌전한 마수의 서식지 탐사 등이었다.


“아까부터 뭘 고심하는거야?”

“으악!”


눈 앞에 불쑥 튀어나온 레비의 얼굴에 깜짝놀라 비명을 질렀다. 레비도 덩달아 놀라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트릴뻔 했다.


“깜짝이야!”

“내가 더 놀랐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레비가 주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며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주관적인 의사보다는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일단 레비한테 물어볼까.


“레비. 지금 내 의체 출력이 얼마나 돼?”


레비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수식으로 가득한 그녀는 대충 계산을 끝냈다.


“대략 30퍼센트 정도? 자세 제어는 출력이 그리 낮아지진 않았는데 등 뒤랑 팔꿈치의 엔진 출력은 25퍼센트로 떨어졌으니까. 그건 왜?”


금세 눈치챈 레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매그를 노려보았다.


“너 또 위험한 일 하려고 하는거지?”

“아냐!”

“다 보인다, 보여. 이 놈아.”

“아직 한다고 안했어.”


레비의 반응을 보니 나중에 걸려서 된통 맞는 미래가 눈에 훤했다. 그것도 아저씨와의 더블 스패너로 대가리가 깨지겠지.

아무리 조심해도 B+는 안 다칠 수가 없는 등급이었다. 매그는 체념하고 마음을 굳혔다.


“역시 이번 의뢰는 거절하는게 낫겠다.”

“위험한 거야?”

“B등급 정도?”


원래 B+지만 일부러 줄여서 얘기했는데도 레비는 단호했다.


“절대 안돼.”


그녀는 찌릿하고 매그를 혼내듯 째려보았다.


“의뢰하다가 죽는 것보다 먼저 아빠한테 맞아 죽을걸?”


레비의 의견은 정론이었다.

역시 이번 의뢰는 패스.

매그는 단말기를 열어 더글러스에게 연락했다.




<결정했어?>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출력도 낮아서 자칫하면 다치는 걸로 안 끝나겠어요.”


출력이 약해진 것도 문제지만 익숙하지 않은 게 더 문제였다. 평소처럼 움직였다간 출력이 따라오지 못해 실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전장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제니토한테 부탁이라도 해보지.>

“안계셔요. 계셔도 제 대가리 깨려고 할걸요?”


스패너를 들고 머리를 내려치는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돈이 아무리 궁해도 목숨이 먼저였다.


<끙, 어쩔 수 없지. 대타를 구하든, 아니면 내가 직접 가는 수밖에.>

“죄송해요. 절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줬는데...”


<아냐, 이왕이면 하운드랑 연관이 없는 녀석으로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게요. 아마스 팀하고 마찰이 없으면 좋겠는데... 사샤를 부탁해요.”


<너네 둘이 사귀냐? 취향 참 독특하군. 아니지, 매그한텐 레비가 있는데...>

“미친 소리 좀 작작해요!”


사샤의 건방진 태도 때문에 일이 그르칠까봐 걱정했건만 더그는 큰일날 소리를 하고 자빠졌다.


그 순간 매그의 단말기를 가로채는 사람이 있었다. 레비는 매그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속도로 재빠르게 단말기를 낚아챘다.


“어?”


뭐가 지나간 거지?

매그는 단말기가 사라진 빈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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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6. 가족(1) 22.09.19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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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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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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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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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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