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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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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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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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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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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라비라(LabiLa)(8)

DUMMY

4. 라비라(LabiLa)(8)


매그는 신중하게 계단으로 내려갔다. 중앙쪽이 아니라 좌우 끝에 있는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지하 1층은 경기장처럼 2층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다행히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모두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나왔지만 아무도 매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난간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침 사샤의 혈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그는 사샤의 상황과 더불어 주변을 파악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조직원, 다친 사샤와 약해진 의수를 낀 매그, 쉽지 않은 탈출 루트, 뒤처리 등등.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점이었다. 가늠해봐도 절반 정도를 처치하면 탄이 다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샤의 힘이 더 빠질 테니까. 지금도 위태위태한 상태의 사샤는...


“읏!”


사샤의 발이 정통으로 두 알을 때리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한줄기 새어나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용케 상대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이는 모습이 녀석다웠다.

하지만 힘도, 정확도도 떨어진 공격에 상대는 일어나 천천히 사샤에게 다가갔다.


매그가 나설 차례였다.


“쳇.”


어쨌든 매그 자신도 이 일에 관여가 되었으니 도와는 주겠지만, 다음부터는 국물도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예전에도 몇 번이나 했다는 걸 기억하자 입가에 웃음이 슬쩍 걸렸다.


“이 빚은 나중에 갚아라.”


난간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매그의 레빈에서 우레와 같은 총성이 울려 퍼졌다.




“내 칼!”


부하가 날아가는데도 바짐은 자신의 칼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칼을 집어 날을 살펴봤다. 총을 맞고도 약간 긁힌 흔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 그 칼 튼튼한데?”


매그의 총은 특수제작한 녀석이었다. 아무리 우수(右手)용 탄이지만 쇳덩이는 그냥 뚫을 수 있었다. 못 뚫었다는 것은 그만큼 칼이 좋은 놈이라는 뜻이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자신의 검에 흠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분노를 치솟게 했다. 그의 검은 자랑이었다. 자존심이자 긍지였다. 그가 패밀리를 이끌며 든든하게 지켰던 분신이었다.


그의 부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짐이 부하들에게 검을 주는 행위는 신성한 의식이었다. 의식은 그들을 하나로 모으게 했다. 라비라의 상징이 황소라면 바짐 패밀리의 심볼은 바짐의 검이었다.


그것이 한 녀석의 총탄에 상처가 갔다. 웬만한 총기도, 화력을 가득 부은 폭탄도 흠집 하나 안 나는 검이었다. 칼의 상처는 그의 패밀리 전체에 상처나 다름없었다.


그가 손을 들자 주변에 있던 부하들의 손에 무기가 하나씩 들었다. 모든 이들이 칼을 들고 그에게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몇몇은 총을 들긴 했지만, 주변 동료가 맞을까 봐 쏘지는 못했다.


매그는 날아오는 칼날을 가볍게 피했다. 그도 샐러리맨으로 2년, 프리랜서로 6년 버틴 잔뼈가 굵은 놈이었다. 이런 시정잡배들 휘두르는 것 정도는 슬쩍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있었다.


먼저 날아오는 칼날을 왼손으로 쳐냈다. 세게 친 건 아니었지만, 옆면을 정확히 쳐서 단번에 부러졌다. 가벼운 잽이 적의 콧등을 세게 쳐 넘어뜨렸다. 뒤이어 덤벼든 칼은 검날을 잡아 으스러뜨리고 발로 세게 차 밀었다. 단번에 서너 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넘어졌다.


그러나 매그도 방어에만 전념해야 했다. 옆에 지친 사샤를 지키기에는 적이 너무 많았다. 주변을 살폈다. 적밖에 없는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탈출구를 찾아보았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덤비는 놈의 명치에 왼손이 박혔다. 적은 늑골이 박살 나는 와중에 칼을 휘둘러 허벅지에 상처를 만들었다.


“윽!”


눈앞이 반짝였다. 빛을 반사하는 칼날이 보였다.

두손으로 검을 쥔 사내가 매그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려쳤다. 매그는 상체를 살짝 틀고 주먹으로 올려쳤다.


쩡!

왼 주먹과 검이 부딪치자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며 산산이 조각났다. 붉은 조명을 받은 파편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이래서는 끝이 없었다.


“덤벼!”


매그가 소리치자 몰려오던 적들은 움찔했다. 그걸 놓치지 않은 매그는 앞에 넘어져 있던 적의 한쪽 다리를 움켜잡았다.


“으아아아아”


그 상태로 몸을 빙글빙글 돌며 주변의 적을 모조리 쳐내 버렸다.

왼손으로만 적을 빙빙 돌리는 모습에 혼비백산한 적들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충분히 힘을 실은 매그는 회전하는 힘 그대로 적들을 향해 손에 쥔 발목을 놓아버렸다.


“으아악”

“끄악”


인간 대포가 되어 적진을 한순간 와해시켰다. 둘을 둘러싼 원에 틈이 생겼다. 매그는 사샤의 한쪽 팔을 잡고 어깨에 대충 둘러메고는 출구인 계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지하 1층으로만 올라가면 어떻게든 벗어날 방도가 생길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앞을 작은 인형이 가로막았다.


후우웅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매그의 귀에도 들렸다. 매그는 급히 검날의 궤도를 왼발로 차올렸다.


쩌엉!


“으읏!”


그러나 밀린 건 매그였다. 사샤를 보호하고 있는 것도 컸지만 매그의 생각 이상으로 검은 묵직했다. 그제야 적의 팔이 자신과 같은 의수인 걸 눈치챘다. 한차례 힘을 발산한 적의 팔에선 맹렬하게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꼬맹이?”


작은 몸집의 소년은 칼을 양손으로 곧게 잡았다. 정자세를 취한 소년은 한 발짝 내딛으며 매그의 머리를 향해 일자로 내려쳤다.


위험하다.

매그의 감이 경고했다.


매그는 사샤를 던져버리고 왼팔로 몸을 막았다.

콰앙!

금속끼리 부딪친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굉음이었다. 매그의 무거운 몸이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칼을 내려친 소년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저 칼을 힘껏 밀어 내릴 뿐이었다.


바짐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딜 도망가.”


뒤를 돌아보니 다들 총을 들고 그를 겨누고 있었다.


“쏴라!”


소년은 땅을 박차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매그와 사샤만 남은 그곳을 향해 무수한 탄막이 펼쳐졌다. 수십 명의 포화사격은 그들이 있는 곳을 먼지로 가득 채웠다.


매그는 기둥 뒤로 사샤를 집어 던지고 몸을 날렸다.


“으억, 살살 좀 던져!”

“살면 됐지.”


매그는 탄창을 갈아 끼우며 말했다. 매끄럽게 물 흐르듯 꺼낸 탄창을 옆구리에 채우고 대신 허벅지에서 강력한 좌수용 탄창을 꺼내 끼웠다.


“몸은 괜찮냐?”

“이 정도는 간지럽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몇 시간이나 맞은 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눈이 감기려는 그에게 매그는 허벅지를 열어 진통제가 들어있는 고압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나 주사 싫어하는데.”

“시끄러! 주면 덥석 받을 것이지.”


사샤는 얼굴을 찡그리며 허벅지에 바늘을 찔렀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시는 걸 느끼고 몸을 움직여봤다. 저리긴 하지만 그럭저럭 움직일만했다.


그때 총알의 비가 멈췄다. 하지만 사샤와 매그를 가린 기둥은 거의 반쯤 허물어져 있었다. 곳곳에 철근이 드러날 정도로 뜯겨나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바짐은 사샤를 향해 소리쳤다.


“사샤! 여기서 탈출한다 해도 평생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사샤는 이빨이 깨지도록 앙다물었다. 정보를 빼 왔을 때 라비라 인 건 알았지만 그게 바짐 패밀리가 담당한 걸 알았다면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짐은 사샤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녀석이었다. 그의 행동이 올가미가 되어 그의 목을 옥죄었다.


“야, 뭔가 좋은 수 없냐?”

“생각 중이야...”


사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분명 여기서 빠져나갔다간 죽을 때 까지 쫓아올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담판을 짓든 아니면 영원히 떠나든 하는 방법 말곤 없었다.


하지만 사샤는 아직 떠날 수 없는 몸이었다. 버릴 수 없는 것이 사샤에게 있었다. 그걸 버린다는 건 목숨을 버린다는 것.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순간, 구세주가 등장했다.


[매그, 시간을 벌 수 있어?]

“레비?”


매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방법을 찾았어. 아니, 이 방법 말고는 저 녀석들한테 벗어날 수 없겠지.]

“무슨 방법인데?”

[말하자면 길어. 이따가 보면 알 거야.]


무슨 방법으로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다른 방도는 없었다.


“어떻게 해주면 돼?”

[30분만 시간을 벌면 돼.]


참으로 명쾌한 방법이었다.


“쟤네들이 우릴 죽이고 묻는 데 걸리는 시간쯤 되겠군.”


사샤의 초 치는 소리에 매그는 버럭 화를 냈다.


“닥치지 못해!”


통화를 끊었다. 일단 살아나갈 방법은 생겼다.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 버느냐였다.

사샤는 생각에 잠겼다.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반짝이는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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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30 2 10쪽
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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