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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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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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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25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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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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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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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들개와 사냥개(12)

DUMMY

5. 들개와 사냥개(12)


“이제 됐지?”


버논은 사샤를 향해 웃음 지었다. 사샤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방해할 근거가 부족했다. 그는 버논의 말을 잠자코 듣기 시작했다.


“자야가 저렇게 된 건 재폭주 때문이야. 정확하게는 재폭주에 대응하는 준비가 전혀 없어. 장비도, 프로그램도 단발성 폭주에만 집중되어 있으니 제어가 안될 수밖에.”

“둘 다 폭주하는 건 똑같지 않나?”


클락의 말에 버논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부정했다.


“다르다고. 재폭주는 폭주와 엄연히 다른 메커니즘이야. 트리거가 완전히 달라. 일반적인 폭주의 트리거는 생체 뇌가 전뇌를 잠식하는 순간이야. 그걸 파악한 프로그램이 상황에 맞춰 장비를 재조정하는 게 자야의 폭주 상태야.”


버논의 말에 클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폭주는 달라. 이미 잠식당하고 있던 전뇌의 범위를 더욱 확산하는 거야. 지금까지는 다음 폭주까지 꽤 걸렸지?”

“그래. 아무리 짧아도 30분이 지난 후 폭주했지.”

“그건 전뇌의 잠식을 끊은 이후에 다시 시작한 거야. 그건 재폭주가 아니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으니까. 이번 재폭주는 아직 전뇌의 잠식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폭주에 돌입한 거야. 그러니 프로그램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은 거다.”


자야의 폭주가 끝나면 기본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그러나 이번엔 폭주가 끝나기 직전 재폭주에 돌입해 버렸고 폭주 트리거를 인식하지 못한 기계는 기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기본 프로그램은 생체 뇌의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지 않는다. 결국 생체 뇌의 영향력이 전뇌 대부분에 미치게 되었다.


“생체 뇌의 신호를 조절하지 못하니까 잠식률이 높아지고 몸의 통제권이 완전히 넘어간 거야. 억제 프로그램을 발동해봤자 자야의 외골격은 너희의 신호보다 전뇌의 신호를 우선으로 받게 되니 디바이스가 작동과 정지를 반복하다 망가졌지.”


그제야 클락은 제어가 되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서로 상반된 신호를 받아들이던 장비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 상황에서 클락의 대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계속 과열하는 망가져 가는 구속 디바이스는 꺼버리는 편이 자야에게 데미지가 적었다.


“재폭주의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뇌에 충격을 받았거나 감정이 고양하거나 둘 중 하나겠군. 그래도 이번 기회에 재폭주를 대비하는 게 어때?”

“그래야겠지. 다음번에도 재폭주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클락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버논은 웃으며 말했다.


“내게 맡겨. 내가 완벽하게 조정해주지. 알고리즘만 손봐도 해결이 가능하니까. 거기에 더해서 너네 장비 좀 바꿔야겠다. 폭주 메커니즘도 바꾸는 게 좋겠고 냉각 시스템도 비효율적이야. 우리 아마스 제품으로...”

“아마스 건... 유지비만 해도 지금의 배는 들어.”


아마스의 제품은 확실히 성능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 장비의 몇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 맞춘 장비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바꾼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새 제품이었다.


“비용은 전부 내가 부담하지, 이래 봬도 넥스에서도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 돈은 충분해. 거기에 내 기술도 전폭적으로 공개해주고. 어때?”

“뭐?”


클락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의문을 품기에는 너무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여우 꼬리단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는 일방적인 거래였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클락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렇기에 더욱 의심이 들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도와주려는 의도를 필사적으로 생각해봤다.


“안 돼.”

“자야!”


어느새 일어난 자야가 클락을 막아섰다. 클락은 서둘러 자야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몸은 괜찮아?”

“응.”

“무리하지 마. 오늘은 그만 쉬자.”


어릴 때는 자야의 보호자로서, 성장한 이후에는 서포터로서 그녀를 보호해온 클락은 자야가 무리하는 걸 알고 있었다. 전신의 근육이 혹사당한 자야의 몸은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야는 클락의 배려를 거절했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어.”

“이제부턴 우리가 처리할게.”

“아니, 내가 할게.”


내가 여우 꼬리단의 단장이니까.

뒷 말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여우 꼬리단의 리더는 자야다. 클락도 그걸 알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 단원의 역할은 자야를 서포트해주는 것. 이끄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


“버논, 넌 우리 단원이 아니야. 우린 그걸 받을 이유가 없어.”

“음... 너희에게 손해는 없을 텐데?”

“필요 없어. 우린 네 도움을 받을 만큼 약하지 않아.”


고집이라도 상관없다. 자야가 가는 길은 오직 그녀만이 정할 수 있다. 배려나 자선은 필요 없었다. 도움을 받는 순간부터 그들의 입김이 작용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버논도 자야 못지않게 고집이 있었다.


“그렇다면 스폰서가 돼 주지. 그러면 상관없지 않아?”


자야의 얼굴에 순수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게까지 해서 날 도우려는 이유가 뭐지?”


자야의 말에 버논은 킬킬 웃었다.


“딱히 뭘 바라는 건 아냐. 아마스에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한 것뿐. 안 그래도 요새 개발을 못 했더니 좀이 쑤셔.”

“아마스에서 가만 안둘거야.”


자야의 말대로 버논의 말을 들었다간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아마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었다. 버논의 행동은 아마스의 재산권에 침범하는 범죄였다.


“해코지따윈 없다고 단언하지. 거기에 내 친구가 힘이 좀 있거든.”

“누구?”

“제프리.”

“제프리? 아마스의 오너?”


그 말을 들은 더그는 깜짝 놀랐다. 아마스사의 오너인 제프리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줄 몰랐다. 버논을 조사하며 모은 자료에도 없는 정보였다.


“그걸 증명할 수 있어?”

“어... 지금 당장은 어렵겠는데.”


버논은 더그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더그는 무시했다. 제프리와의 관계를 증명해 줄 정보가 아직 없었다.


“아니, 됐어. 아마스와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럼 내가 제프한테 허락 맡고 오면 되지?”

“그만.”


계속된 버논의 고집을 더그가 막았다. 자칫 잘못하면 기업간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되도록 평화롭게 살고 싶은 게 더그의 바람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야. 아마스와도 이야기해야 하고, 무엇보다 우린 휴식이 필요해.”

“그렇지만...”


버논은 반박하려 했지만 날카로운 더그의 눈초리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에 아마스의 샐러리맨이 있으니 걔가 데려다줄거다. 다프네, 프란츠를 데려와.”

“네.”


더그의 뒤에 있던 비서 다프네가 대답하곤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바탕 대화가 끝나자 자야는 단원이 준비해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연속된 전투에 혹사당한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걸 무시한 대가는 고통으로 돌아왔다.


“버논이라 했나?”


자야의 말에 버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싸우는 곳에 따라 오고 싶은 거지?”

“아아.”


버논은 잊고 있던 이유를 떠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자야도, 더그도, 사샤도 그것이 궁금했다.


“내가 만든 장비를 보러 왔지.”

“저거?”


사샤는 박살이 난 열 대의 풀아머를 가리켰다. 버논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저런 거랑 비교도 안 되지.”

“그렇게 대단한 건가?”

“그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만든 건데 대단한 게 당연하지!”


버논은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제품은 자부심에 걸맞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녀석들, 그건 안썼군. 쩝, 한 번 가동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응? 한 번도 안 써본 거야?”

“아마스한테 퇴짜 맞은 거야. 전력을 어마무시하게 잡아먹거든.”


하긴, 풀아머를 아무리 충전한다 해도 전력 소모 값이 지나치게 많았다. 그 이유가 버논이 만든 병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처먹는 거야?”

“그건...”

“더그님, 데려왔습니다.”


때마침 도착한 프란츠로 인해 버논의 말이 끊겼다. 비서 다프네의 뒤에 프란츠와 매그가 함께 걸어왔다.


“수고했다, 다프네.”

“무슨 일입니까?”

“더그, 의뢰는 이제 끝난 거죠?”


둘은 자야나 사샤에 비해 크게 다치지 않아 이미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


“그래, 매그. 나머진 우리에게 맡겨. 돈은 내일 보내줄게.”

“알겠어요.”


더그는 시선을 매그에서 프란츠로 옮겼다.


“프란츠, 치료가 끝났으면 복귀해도 좋아. 의뢰는 끝이다. 우리가 뒷정리하고 남아 있는 장비와 자료는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마스의 직원 중 한 명을 구출했다. 그를 데리고 복귀해.”


더그는 버논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를 본 프란츠의 눈이 흔들렸다. 항상 미소짓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표정으로 변했다.


“프란츠?”


그다음의 행동은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탕!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프란츠의 손에는 총이 있었고 총구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프란츠는 번개 같은 속도로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어 버논의 머리를 향해 발사한 것이다.


캉!


“헉!”


버논은 운이 좋았다. 자야의 바로 옆에 서 있었던 그는 죽지 않았다. 자야에게서 아직 해제하지 않은 히드라가 총알을 쳐낸 덕분에 버논의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았다.


사샤는 프란츠의 손을 발로 차냈다. 그의 권총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무슨 짓이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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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6. 가족(1) 22.09.19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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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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