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요일 오전 4시 18분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892
추천수 :
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9.01 20:40
조회
28
추천
1
글자
8쪽

5. 들개와 사냥개(3)

DUMMY

5. 들개와 사냥개(3)


“더그씨, 그 의뢰, 할게요.”


급작스러운 레비의 대답에 매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레비는 단말기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흡족한 표정으로 나올 때까지 매그는 우두커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매그, 그 의뢰 꼭 하자. 꼭 해야 돼.”

“갑자기?”

“더그씨도 널 믿으니까 일부러 준 거잖아?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


리미트 걸린 팔다리로는 위험하다며 말린 게 몇 분이 채 되지 않았다. 레비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것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무슨 일을 생각하는 건지 그녀의 머릿속이 궁금했지만 말을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긴 한데... 네가 위험하다면서.”

“내놔.”

“응?”


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레비는 다짜고짜 달려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다리를 붙잡았다.


“우아아악, 왜 이래!”

“니 다리 내놔!”


영문을 모르는 매그는 서둘러 레비의 마수(魔手)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레비가 다칠까 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의체가 아닌 신체의 힘도 일반 성인 남자 이상인데다 안에는 스켈레톤 외골격을 낀 매그는 맥없이 레비의 손길에 당할수밖에 없었다.


“흠~흠.”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무거운 의수와 의족을 간단하게 떼낸 레비는 그걸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매그는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레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몇 분 만에 내려온 레비는 의체를 매그 옆에 내려놓았다.


“자.”

“자. 라고 하면 내가 고맙다고 할까 봐?”


일단 받았으니 끼긴 하겠지만...


매그는 누운 채 한쪽 팔로 접합부에 끼우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자꾸만 빠지는 팔에 매그는 홧김에 팔을 떨어트리듯 내려놓았다.


“야, 니가 뺐으니까 좀 도와라.”

“니 팔다리를 왜?”


그녀는 긴 소파에 엎어져 잡지에 집중했다. 말해봤자 안 들어 줄 게 뻔한 걸 알고 있는 매그는 어거지로 바닥을 뒹굴며 팔과 다리를 어렵사리 끼웠다.

팔다리가 다시 생긴 매그는 다시 소파에 앉아 식어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위에서 뭐한 거야?”

“뭐겠어. 리미트 해제하고 왔지.”


그녀는 과자 봉지를 뜯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와작, 하는 소리가 말소리와 섞였다.


“뭐야, 할 수 있었어?”

“누가 걸어 놨겠어. 아빠가 부탁하니까 내가 했는걸.”


제니토는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편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설정이야 괜찮지만 매그처럼 폭발적이고 미세한 출력을 요구하는 경우 레비한테 맡겼다. 이번에 걸어놓은 락도 레비한테 부탁했기 때문에 그녀가 쉽게 풀 수 있었다.


“그거 아저씨가 풀지 말랬는데 괜찮을까?”

“더그씨가 부탁했다고 하면 돼.”


제니토한테 맞는 미래에서 제니토가 더그에게 분노를 쏟아 내는 미래로 바뀌었다.


“으음...”


그녀의 속을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아저씨한테 혼나지만 않는다면야 상관없다. 나중에 위스키 한 병이면 깨끗이 해결되겠지. 의뢰가 끝나면 들어오는 돈만 최소 삼천이다. 수십 병은 가볍게 사드릴 수 있는 돈이었다.


매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9시까지 가려면 슬슬 준비해야 한다.

그가 나가려하자 레비는 잡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매그에게 말했다.


“아 맞다, 매그야. 나갈 때 쓰레기봉투 좀 버려 줘.”

“니가 해!”


그렇게 말은 했지만 결국 그는 두 손 가득 봉투를 들고 나갔다.




매그는 열차에서 내려 단말기를 꺼내 눌렀다. 오 초도 되지 않아 통화가 연결되었다.


“도착했냐?”

<이미 역전(驛前)이다. 얼른 올라와.>


매그는 단말기를 닫고 나가는 계단을 찾기 위해 역 안을 거닐었다. 그러다 문득 시야 끝에 붉은빛이 살짝 보였다. 색깔만 봐도 누군지 짐작이 되었다.


사무실에서 본 모습과 달리 지금은 완전 무장한 상태인 자야였다. 그녀는 언더붑 스타일의 검은색 소매없는 짧은 크롭티를 입고 그 위에 붉은 스켈레톤의 외골격을 장착했다. 붉게 염색한 머리 위로는 여우의 귀처럼 생긴 기계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는 가슴 높이는 되는 큼직한 가방을 메고 있었다. 여우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가방이었지만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인사를 안 하고 지나칠 수 없었기에 매그는 가볍게 인사를 날렸다.


“안녕.”


자야는 매그의 말을 못 들은 건지 단말기만 볼 따름이었다.

뻘쭘해진 매그는 서둘러 계단으로 올라갔다.


매그는 자야가 껄끄러웠다. 대부분 앙넬라 외부의 의뢰를 해결하므로 협소하기 그지없는 인간관계를 가진 그였다. 딩고 주제에 낯을 가리는 성격도 한몫 했다. 당연히 그 나이 먹도록 여자와 대화한 적이 거의 없으니 인사만 하는 정도가 그에겐 최선이었다.


“너.”


절반쯤 올라갔을까, 뒤에서 말을 거는 소리에 매그는 고개를 돌렸다.


“매그라고 했지?”

“응?”


쿠웅.

그녀는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계단을 올라갔다.

뚜벅뚜벅.

매그의 눈앞까지 온 그녀는 다짜고짜 팔을 휘둘렀다.


슈욱.

“헉!”


순간적으로 휘두른 손을 무의식으로 피한 매그는 계단 난간까지 뒷걸음질 쳤다.


“갑자기 뭐야!”

“화풀이.”


자야는 복싱 자세를 잡았다. 툭툭 몸을 털더니 바로 주먹을 계속해서 날렸다. 매그는 대부분 피했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허둥지둥하다 턱에 한 방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당탕탕!

“큭!”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그는 바로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곧바로 계단에서 뛰어내린 자야의 발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찍어내리는 발을 막아 냈다. 낙하하는 힘과 외골격으로 강화된 자야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스켈레톤을 입은 오른팔이 떨릴 정도로 묵직했다.

다시금 날아오는 주먹과 발차기의 소나기를 막기 급급했다. 결국 매그에 배에 자야의 발이 꽂혀 몇 미터를 날아갔다.


“쿨럭쿨럭.”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한 매그는 씩씩거리며, 이번에는 먼저 자야에게 뛰어들었다. 자야가 자세를 푸는 게 그의 눈에 들어왔다.


“끝.”

“뭐?”


자야는 아까 내려놓은 가방을 다시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얻어맞기만 한 매그는 멍하니 바라보다 발끈해서 자야를 따라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야! 거기 멈춰!”


그녀의 어깨를 덥석 잡아채는 순간, 손목이 으스러지는 고통이 한순간 덮쳤다.

위잉.


“아윽.”


세상이 빙글 돌았다. 전신을 강타하는 통증에 한순간 눈앞이 까매졌다. 다시 보인 시야에는 밤하늘뿐이었다.


“조심해.”


매그는 콘크리트로 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자야는 그를 내려다보고는 그의 팔을 풀어 주었다.

위잉.

나지막한 기계음이 들리고 손목을 옥죄던 것이 풀렸다. 매그는 그제야 자신을 매다 꽂은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수많은 관절로 이루어진 기계 팔이었다. 그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가방에 도달했다. 매그가 자야를 잡는 순간 가방을 찢고 매그의 손목을 잡아챈 것이었다.


매그는 바닥에 앉아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나진 않은 것 같았다. 시큰거리는 손목을 움켜쥐고 일어난 매그는 저만치 걸어나간 자야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쳇.”


매그의 혀 차는 소리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8 Vaporeon
    작성일
    22.11.07 08:45
    No. 1

    사샤처럼 친한 사이면 몰라도 저게 맞는건가. 나도 아직 사펑 물이 덜들었나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7. 지하수로(3) +4 22.10.03 44 2 10쪽
53 7. 지하수로(2) +1 22.09.28 27 1 10쪽
52 7. 지하수로(1) 22.09.27 24 1 10쪽
51 6. 가족(4) 22.09.22 26 1 12쪽
50 6. 가족(3) 22.09.22 23 1 7쪽
49 6. 가족(2) 22.09.20 22 0 12쪽
48 6. 가족(1) 22.09.19 27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6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5 1 10쪽
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7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8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40 5. 들개와 사냥개(9) 22.09.03 32 1 11쪽
39 5. 들개와 사냥개(8) +1 22.09.02 28 1 10쪽
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5 1 10쪽
37 5. 들개와 사냥개(6) 22.09.01 28 1 10쪽
36 5. 들개와 사냥개(5) 22.09.01 26 1 9쪽
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9 1 8쪽
33 5. 들개와 사냥개(2) 22.09.01 27 1 11쪽
32 5. 들개와 사냥개(1) 22.09.01 33 1 10쪽
31 4. 라비라(LabiLa)(12) 22.09.01 34 2 15쪽
30 4. 라비라(LabiLa)(11) 22.09.01 27 0 10쪽
29 4. 라비라(LabiLa)(10) 22.09.01 30 2 10쪽
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6 1 10쪽
27 4. 라비라(LabiLa)(8) 22.08.31 29 1 9쪽
26 4. 라비라(LabiLa)(7) 22.08.31 31 1 14쪽
25 4. 라비라(LabiLa)(6) 22.08.31 28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