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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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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7,820
추천수 :
56
글자수 :
280,342

작성
16.01.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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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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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DUMMY

페드루크 공작은 병사를 이끌고 당당하게 케를로 향했다. 그는 지난 전투에서 성과를 얻지 못하고 퇴각한 만수아 백작과 카자라스 백작에게 후군을 맡기고 메이야를 참모로 삼아 스스로 선두에 섰는데, 공작의 직속 부하들의 위풍이 대단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외교 담당관인 루노를 먼저 보내 쿠안에게 전투의 의지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쿠안 백작님, 페드루크 공작님께서는 당신이 항복한다면 무익한 전투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권고를 한다 해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와 같은 무인과 겨룰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라는 말을 덧붙이셨지요. 정정당당히 싸워보도록 합시다."


"이건 좀 멋지군요! 이런 메시지를 받은 이상 제대로 붙어보는 수 밖에 없어요!"


아멜리아가 명랑하게 외쳤지만 루이는 누구보다도 먼저 반대했다.


"쿠안, 우리가 적에게 제법 타격을 주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수는 아군의 수 배입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전투가 없어서 피로가 낮고, 보급수준이 좋아서 사기가 높아요. 정면에서 부딛치는 것은 피해야 해요."


하지만 쿠안은 루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남자라면 물러설 수 없는 제안이군요. 좋습니다. 정정당당히 붙어보죠. 페드루크 공작님께 전해주시오. 9주 5일, 정오에 케를과 페르디망의 중간지점에서 군대를 내어 싸워보자고 말이오."


쿠안의 위풍당당함에 경의를 표하며 루노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막사를 나갔다. 아멜리아는 "역시 남자군요! 뜨거운 열혈의 피가 끓어오르는 거군요~!"라고 외쳐댔고, 아델베르트는 그런 아멜리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수리를 꾹꾹 눌러주었다.


"정말로 군대를 내어 싸우실 것입니까?"


팽이 나직히 의중을 물었지만 쿠안은 유쾌하게 웃을 뿐이었다.


3일 후, 정말로 약속대로 쿠안은 아론, 카를로스를 대동하고 5천의 병력을 이끌고 성을 떠났다.


"쿠안, 당신이 성을 비운 사이에 적이 오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그럼 아멜리아에게 막으라고 하면 돼."


"쿠안님, 적들의 속임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설마 내가 속겠어? 나는 속는건 취미에 안맞아."


루이와 아델베르트는 입을 모아 그의 작전에 우려를 표했지만, 쿠안은 염려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듯이 출진했다.


페드루크 공작 역시 직속 부대만을 이끌고 앞서나와 쿠안을 맞이했다. 쿠안이 언뜻 보니 백마 위에서 아군을 살피는 페드루크의 곁에 존재감이 엄청난 장수 하나가 버티고 있었다.


그는 사슬마갑을 채운 거대한 흑마를 탔는데, 녹색 빛이 도는 판금갑옷에 거대한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에메랄드빛의 검이었는데, 언뜻 보기에는 그레이트 소드로 보였지만, 검신이 훨씬 가는데 반해 길이는 훨씬 길었다.


"저것이 페드루크 공작의 바카무트로군. 아론, 네 적수가 될 것 같은데?"


쿠안의 말에 아론은 강철창을 빗겨들고 말 위에서 언제라도 달려나갈 기세로 적을 쏘아보았다. 페드루크군의 진형에서도 아론의 모습은 한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신장과 같은 그의 모습에 병사들의 웅성거림이 뒤따랐다. 메이야는 나직히 바카무트에게 "저것이 그 유명한 아론입니다. 마상전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하죠."라고 전했다.


"전장은 허명(虛名)이 난무하는 곳이오. 검을 부딪혀보기 전까지 어떠한 소문도 믿을 이유가 없소이다."


바카무트가 당당히 말하자 페드루크 공작이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떠한가, 바카무트. 저 아론이란 놈을 베어 공을 세울 수 있겠는가?"


"주군의 명령만 있다면 누구든 제 검을 당해낼 수 없을 겁니다."


"좋다! 가서 저 놈을 베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쿠안의 목을 베어와라!"


바카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섰다. 아론 역시 쿠안의 명령에 따라 창을 들고 달려나갔다.


"하아아!"


바카무트는 천지를 흔드는 사자후와 함께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아론은 그 검을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 쳐올렸지만, 하마터면 말에서 미끄러질 뻔할 정도로 힘에서 밀렸다. 바카무트가 말을 돌려 다시 달려들자 아론 역시 창을 다시 잡고 그와 맞섰지만, 아슬아슬한 몇번의 부딪힘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돌려 본진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북을 울리고, 전군에게 소리를 지르게 하라!"


페드루크군은 눈 앞에서 바카무트를 당해내지 못한 적장을 보고 기세등등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쿠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은 다음 슬그머니 군대를 물러나게 하였다.


"도망가게 둘 수는 없지! 전군, 돌진하여 적을 쳐라!"


페드루크의 호령에 군대가 움직이자 쿠안군은 그때를 노렸다는 듯이 포향을 쏘았다. 포향소리에 맞춰 달려나오는 것은 카를로스가 이끄는 기병대였다. 카를로스는 직접 창을 들고 선두에 서서 적의 중심을 관통할 기세로 질주하였다.


하지만 페드루크군에는 바카무트가 있었다. 녹색의 기사가 단 일격으로 선두의 기병대 두명을 말째로 베어버리자 카를로스는 혀를 내두르며 말의 방향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부대장이 그 모양이니 다른 병사들도 싸울 의지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페드루크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쿠안군은 이제는 아예 무기마저 던지고 달아나버렸다. 엄청난 양의 보급품 역시 그대로 두고 떠났기 때문에 페드루크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쿠안의 전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이런 것이다! 진정한 힘 앞에서는 어떤 전략이 있다하여도 무의미할 뿐이다!"


바카무트의 외침을 뒤로하고 쿠안은 케를까지 병력을 물렸다. 잃은 병사는 많지 않았지만, 사기는 바닥을 치는 것이 당연했다.


"정면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농성으로 전향해야 할까요?"


루이가 걱정스럽게 묻자 쿠안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제 성벽은 의미가 없어. 농성으로만은 적을 버틸 수 없을거야."


"지난 번에는 잘 막아냈잖아요? 그, 그, 카 뭐 아저씨를 상대로 말이에요."


아멜리아가 이의를 제기하자 쿠안은 "지난 번 카자라스 백작은 속임수에 걸려든 것 때문에 공격을 서둘렀고, 공성 준비를 안한상태로 성을 쳤지."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장수만 있다면 준비된 농성병력 수백으로 공성준비가 전혀 안된 수만을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고대사를 조금만 들춰봐도 전례를 찾을 수 있는 일이지."


쿠안의 말에 아멜리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토라진 척했다. 쿠안은 무시하고 "거꾸로 말하면 제대로 농성준비가 되어있는 적을 상대하는 건 무리란 뜻이야."라며 설명을 계속했다.


"루이가 만든 성벽은 제대로 된 공성추를 받아낼 수 없어. 해지를 파놓긴 했지만 저 정도의 규모는 어차피 반나절도 못가서 메워질테지."


"그럼 역시 정면에서 맞부딪쳐야 하나요?"


루이가 눈치를 보며 묻자 쿠안은 유쾌하게 웃었다.


"뭘 걱정하고 있는거야, 루이? 내가 질거라고 생각해?"


루이는 "방금 졌잖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입을 꾹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염려마. 난 이 전투를 이길 생각으로 하고 있는거니까."


쿠안은 자신감 넘치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다음 전술을 지시하기에 앞서 전투의 방침을 정했다.


"비겁하게 가보자."


"비겁하게... 요?"


루이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자 묻자 쿠안은 씨익 웃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비겁하게 하자구."


작가의말

케를 평야는 광활한 초원으로, 양떼 방목 정도를 제외하면 생산성이 없습니다. 최근 루이의 지시에 따라 물길을 따라 황무지를 개척하여 농사를 짓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성과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넓은 초원은 대군이 주둔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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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69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8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3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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