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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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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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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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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DUMMY

선두에서 정찰대를 이끌고 있던 아델베르트는 메이야의 군대가 데이멋성을 포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이멋성에 연합군이 묶여있다는 것은 아직 쿠안이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며, 작전이 성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루자나님은 후미를 공격하여 성 안의 군대와 호응하세요. 디지 분대는 적의 퇴로를 끊고 리프베아체의 본대의 위치를 확인, 카를로스 분대와 램투로 분대는 적의 반격에 대비하세요. 아론 본대는..."


아론은 아델베르트의 작전을 듣기도 전에 병사들에게 외쳤다.


"지금부터 우리의 대장님을 구하러 간다! 적은 겨우 5만이다!"


병사들의 우뢰와 같은 외침이 뒤를 이었다. 곧 이어 천지를 진동하는 말발굽소리가 땅을 울렸다. 두 장수의 패전 소식을 듣고 침울해져서는 다음 작전을 짜던 메이야는 아론의 기습에 가슴이 철렁해서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카리나 장군은 죽고 프래도르님은 크게 다쳤다. 이런 때에 적의 본진이 우리에게 왔다면 이 이상 우리가 여기에서 싸울 이유가 없다. 여기서는 물러서는 것이 옳으리라."


메이야는 후방으로 창병을 세워 적의 돌격을 방어하게 하고 일사분란하게 군대를 물러나게 했다. 아론은 무리하게 추격하지 않고 데이멋성으로 병사를 돌렸다. 늦은 석양 아래에서 팽을 곁에 두고 당당히 걸어나오는 쿠안을 보고 나서야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이긴 했지만 쿠안의 눈에는 힘이 넘쳤고, 자신만만한 표정도 그대로였던 것이다.


"형님, 다 죽다 살아나셨습니다."


카를로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작전 성공을 경축하자 쿠안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나도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어. 앞으로는 선두에 서는 역할은 아론에게 맡겨야겠군."


쿠안은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고 깊게 숨을 내쉰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아론에게 말했다.


"아론, 케를로 돌아가야 해. 즉시 전 부대를 통솔해서 이동을 준비하도록."




아델베르트는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가 무사할 것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당당한 걸음걸이나, 기고만장한 표정을 다시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녀는 몇 번이나 문질렀던 눈가를 다시 손등으로 훔쳤다. 그녀는 쿠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누구보다도 멀리서 그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 걸어나오던 쿠안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았지만, 아델베르트가 너무나 멀리 있었기 때문에 보지 못했다.




일주일이나 피를 말리는 대치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카자라스 백작은 말도 못하게 창백해졌다. 적의 매복대는 들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잠복해있었고, 아멜리아는 창에 기대어 조는 걸로 모자라, 아예 진문 앞에 자리를 깔아놓고 누워서 자고 있었다.


레티치아에게 아군의 후방 공세를 기다리라는 명령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적의 후방에 아군의 깃발이 나타날리 없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역시 적은 허세가 아니겠습니까요?"


"레티치아, 자네는 진실로 전술의 전, 아니 지읒자도 모르는구만. 창병이라는 것은 기습을 하기에 좋지 않지. 그런데 창병을 숲에 숨기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말이... 안됩죠."


"쿠안은 이유없는 전술을 쓸리가 없다네! 그 속임수에 우리가 당하면 전략에서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레티치아는 슬슬 자신의 주군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함에 괴로워하던 아멜리아가 명령서를 한장 받고, "퇴각이야, 퇴각! 다 케를로 돌아가자~"라고 외치는 순간에도 카자라스 백작의 전략설명은 이어지고 있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퇴각을 외치는 걸 봐도 알지 않겠나! 우리가 여기에서 공격을 하지 않으니까 조바심이 나서 연기를 하는 거야! 우리가 덤비면 즉시 반격할 것이야! 쿠안의 전술은 역시 빈틈이 없지만, 나는 그 정도의 수에는 걸려들지 않지. 어떠한가, 레티치아."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겁니까요?"


"두고보게, 저들은 퇴각하는 척 하면서 다시 잠복할 걸세. 우리가 추격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그렇다면 그 작전을 우린 역으로 이용할 걸세! 여기서 더 기다려서 놈들이 당황하게 만드는 거지!"


"그렇구먼요..."


"우리의 협격으로 이미 케를은 점령되었을 터! 아군이 지원을 와주는 순간 적들은 모두..."


아멜리아에게 퇴각 명령을 전달받은 휴고와 포웰은 즉시라도 감사기도를 올릴 것 같은 표정으로 전 부대를 이끌고 도망치듯이 계곡을 빠져나갔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카자라스 백작이 진군을 재개한 것은 그로부터 48시간 후로, 이미 아멜리아의 별동대는 케를에 당도한 후였다. 정작 아멜리아 본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한 건지 전혀 몰랐지만.




가장 먼저 출전한 아멜리아대는 거의 열흘만에 케를로 돌아온 셈이었다. 교전도 없는 의미 불명의 작전을 완수하고 돌아왔을 때 아멜리아는 포웰에게 지도를 다시 볼 것을 요청했다. 그녀의 부하들은 그들의 대장이 길치라며 입을 모았고, 휴고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피곤하다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후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탄성을 질렀다.




13일 전.


아론을 앞세워 루이를 구해낸 쿠안은 본진 막사로 돌아오자마자 루이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설마 이 상황에서 나에게 명령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루이?"


"그건 무리겠죠. 전 패장인데다가 이 사람들은 당신의 군대니까요. 도리어 당신의 지시에 따를 생각이에요."


루이가 힘없이 말하자 쿠안은 눈에 불을 켜고 외쳤다.


"그렇다면 즉시 나의 침실로 갈 것을 명령한다!"


루이가 흘겨보자 쿠안은 소리내어 웃었다.


"농담이라구, 루이. 여전히 재미없는 성격이로군."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는 당신은 변함이 없군요."


"뭐, 그래도 멋지게 구해준 왕자님에게 사랑의 키스 정도는 해줄 거라 예상했는데 말이야."


"말타고 오면서 30번쯤 했던 말이로군요."


루이가 피식 웃자 쿠안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녀는 그런 쿠안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응?"


"제가 힘이 없는 걸 보고 일부러 농담을 하신거죠?"


"음."


쿠안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나 "착각은 자유."라고 말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여 루이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역시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뭐, 그런 편이지. 나도 동의해."


직접적인 칭찬에 쿠안이 어영부영 대답하고, "좋아. 어쨌든, 서로 할 일이 끝나면 데이트라도 하자구. 못다한 이야기가 많잖아?"라고 말하며 윙크해보였다.


"할 일이요?"


"연합군을 막아야지."


쿠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루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야 그렇지만... 전 무슨 일을 하면 되죠?"


"루이, 네가 할 일은..."


쿠안은 조금 뜸을 들인 다음,


"성벽을 만드는 거다."


라고 말해서 루이의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게 만들었다.




열흘 간, 루이는 케를의 행정권을 장악하고 천여명의 병사와 백성들을 동원하여 성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근처에는 숲이 없었고, 산악지대에서도 좋은 돌을 얻기 어려웠다. 쿠안도 거기에 대해서는 완전히 방도가 없을 정도였다.


"방법이 없으면서도 성벽을 만들라는 건가요?"


"난 행정가가 아니니까. 대 리베리아제국의 우수한 총리인 루이님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으시겠지."


"방법도 방법이지만 시간은 어떻게 하려구요? 하루 이틀만에 성벽이 세워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뭐, 열흘 정도는 어떻게든 만들어 볼게."


"그 사이에 적은 오지 않는 건가요?"


"전투에 대한 건 나에게 다 맡겨줘. 루이, 너는 성벽을 만들면 돼. 아주 견고할 필요는 없어. 상대는 공성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으니까."


루이는 "그럼, 잘 부탁해."라고 말하고 휙하고 나가버리는 쿠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풋하고 웃어버렸다. 쿠안은 루이가 성벽을 세울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루이는 쿠안의 말을 들으며 이미 세워두었던 방법을 시행하기 위해 지도와 펜을 들었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케를의 상인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쿠안이 1000여명의 병사를 남겨주어서 노동력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노동력 보다 문제는 성벽을 세울 재료였다.


"황제폐하를 지키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진실한 목소리에 리베리아의 그들은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뒤의 루이의 행보는 백성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건물 외각의 모든 건물을 빌리겠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원상복귀 시켜드리지요."


루이는 건물 주인들을 강제 이주시킨다음 건물 그 자체를 이어 붙여서 성벽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케를은 애초부터 제법 부유한 상업도시였으며, 특히 부자들의 건물은 도시 외각에 위치해 있었다. 그녀는 부유한 저택 중에 높은 건물을 경계탑으로 삼고, 벽을 높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길을 모두 막고, 그 사이에 허물어 버린 건물의 잔해를 높게 쌓았다. 이미 성벽이라 부르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루이는 개의치 않았다.


"처음부터 방법은 이것 뿐이었어. 아무 방법도 준비해 두지 않고 성벽을 만들라니, 정말 모시고 싶은 상사가 아니네."


완성되어가는 성벽을 보며 그녀는 즐겁게 투덜거렸다. 아멜리아의 부대가 돌아올 때까지의 11일, 루이는 보란 듯이 높이 4미터, 케를 전체를 감싸는 성벽을 만들어냈다.


"우와... 정말 여기가 케를이었군요."


아멜리아는 기이한 건물들을 끼워맞춘 것 같이 생긴 성벽위에 만든 사령본부에 들어오며 까불거렸다.


"역시 일국의 총리는 대단하네요! 사람들의 집을 뺏어서 짓다니 막무가내에요!"


루이는 그런 아멜리아의 말은 신경쓰지도 않고 완성된 성벽의 지도를 받아 정독하다가 문득 물었다.


"집이 뺏긴 시민들의 불만이 엄청난데, 쿠안 루트가 백작이 처리해 줄건가요?"


아멜리아는 킥킥 웃었다.


"전쟁이 끝나면 남작 작위라도 하나씩 내려준다고 하면 되겠죠."


맥주병을 들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포웰이 우울한 얼굴로 물었다.


"저... 이걸로 정말로 적의 대군을 막을 수 있는건가요?"


"적이 공성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어요."


루이는 자신있게 말했지만 포웰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우리에겐 지금 병력이 없는데도요?"


"그건..."


거기에 대해서는 루이도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쿠안 본대가 돌아올때까지 이 성벽을 지켜내야하지만, 현재의 병력은 아멜리아의 공성대 천 오백명과 성벽을 짓던 병력 천명, 그리고 왕실 기사단 천여명 뿐이었다.


"도합 3천으로 카자라스 백작의 5만 병력을 막아야 한단 말이군요."


아멜리아는 남 이야기인 것처럼 딸기 주스를 홀짝이며 재미있다는 듯이 설명했다.


"아론 오빠 식대로면, 명당 12명을 막아야 하는 거네요!"


"17명쯤이에요."


포웰이 서글픈 목소리로 수정해주었다.


"거기에 우리쪽의 방어 담당 장수는... 쿠안 백작도 아니고 아론도 아니지 않은가."


금빛 갑옷을 벗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휴고가 아멜리아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하하, 큰일 난 건가요?"


"큰일이지 않은가! 쿠안 백작이 돌아오려면 3일은 걸릴걸세! 아니, 더 걸릴지도 몰라! 그런데 우리는..."


아멜리아는 척, 하고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휴고의 불만을 막았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충분히 막을 수 있답니다."


"... 뭐.. 뭔가 방도를 알려주고 간건가?"


휴고가 못미더워하자 아멜리아는 깔깔 웃었다.


"퓨슈슉, 파팍 하고 막으면 돼요."


회의실 안의 모두의 얼굴 빛이 어두워 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카자라스 백작이 계곡을 빠져나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한참이나 기다리며 주위에 정찰병을 보냈지만 적의 매복은 존재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을 막던 부대는 3천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쿠안이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속았다는 것 이상으로 그를 흥분시켰다. 레티치아는 그런 주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달랬지만, 자칭 전략가인 그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기까지 잘도 우리를 속였지만 우리는 결국 여기까지에 도착한 걸세, 레티치아. 이제부터 우리는 케를을 점령하기만 하면 되는거야!"


카자라스 백작이 입에 거품을 물고 외쳤다.


"하찮은 속임수로 우리의 공격을 잠시 막아냈지만, 쿠안 장군의 꾀도 여기까지로군! 적의 본대는 케를을 떠나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우리는 먼저 케를에 도착한 걸세, 레티치아! 이제 우리는 아무도 없는 성에 들어가서 점령만 하면 되는거야! 협격(協擊)의 승리일세!"


이미 승리한 것처럼 외치는 주인과 달리, 레티치아는 신중하게 케를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백작님, 케를 주위에 성벽이 있는뎁쇼."


"그건 사소한 문제일세!"


"우리는 공성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요."


"레티치아, 이 어리석은 사람아. 우리는 적보다 10배 이상이 많다네! 공성 준비가 없어도 우리가 저 빈성을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네!"


"적은 있긴 합니다요. 그러니까, 아멜리아 장군의 부대와 왕실 근위대 말씀입지요."


"왕실 근위대! 그 도련님 부대 말인가! 도망치는 것 밖에 못하는 샌님들이지 않은가!"


자신이 얼마나 왕실 근위대를 칭찬했었는지도 잊고 카자라스는 적을 단번에 본질에 가깝게 깎아내렸다.


"자아, 즉시 공격 명령을 내리게! 시덥잖은 속임수에 대한 복수를 할 차례야!"


이미 대의고 뭐고 없는 그의 공격지시에 레티치아는 하는 수 없이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레티치아의 입장에서도 확실히 이 상황에서는 공격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상대의 총사령관의 역량이었다. 쿠안은 그들-정확히는 그의 주군-이 무엇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케를에 먼저 도착한 그의 주군이 공격을 지시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 방비를 해두었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었다.




"저, 정말로 오고 있지 않은가! 정말로 적이 오고 있지 않은가!"


지평선 가득히 나타난 카자라스 군단에 휴고는 덜덜 떨었다. 계곡의 숲에 있을 때 미처 몰랐던 적군의 위용을 눈으로 확인하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성벽위에서 적을 내려다보는 아멜리아는 태연했다.


"이것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서도 우린 버텨낸 적이 있어요. 저 정도를 가지고 뭘 놀래고 그러세요?"


"아... 아멜리아 공"


휴고는 물론 포웰과 루이도 아멜리아의 당당한 말투에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곁에 세워져 있던 나무곤봉을 들고, 가벼운 손놀림으로 몇바퀴 크게 돌린다음 옆구리에 끼었다. 곤봉에서 붕붕, 경쾌한 소리가 나자 포웰은 입을 쩍 벌리고 새로운 생명체를 본 것처럼 아멜리아를 쳐다보았다.


"뭐하세요? 전투 준비입니다. 북쪽 성벽이 비교적 높으니까 휴고씨가 맡아주세요. 적이 난입하지 못하도록 성벽위에서 대기, 포웰씨는 남쪽에서 혹시 모를 적의 공세를 방어해주세요. 담당 병사들은 이미 정해두었구요, 루이 언니는 동쪽에 궁병대를 이끌어주세요. 적들은 서쪽의 가장 낮은 성벽을 넘으려 할 거에요. 그 쪽은 제가 막겠습니다."


이제는 아예 입을 떡 벌리고 아멜리아를 보고 있던 휴고는 조심조심 물었다.


"그... 자네... 그러니까 아멜리아 공은.. 싸울 수 있는 건가?"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아멜리아는 한쪽 엄지손가락을 들며 이를 드러내고 웃어보였다.


"우리 부대의 대장직은 실력 순서로 뽑는다구요."


작가의말

더위에 대하여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제가 졌어요. 나그네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냥 녹은 초콜릿처럼 바닥에 붙어있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덥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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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70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6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7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2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2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9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4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3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30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2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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