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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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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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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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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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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DUMMY

1028년 7주 3일, 페드루크 공작은 출진에 앞서 각급의 군단장들을 불러 모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장에서 그는 지도를 펼쳐놓고 세부작전을 설명했다.


"우리는 케를을 세방향에서 포위할 것입니다. 케를에 이르는 가장 짧은 루트인 케를 평야, 가장 먼 우회로인 동부 우체계곡, 그 중간의 거리인 서부 리텐브로 지방이 그것입니다. 쿠안이 케를에 병력을 두고 방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케를은 제대로 된 성벽도 없고, 단시간에 성벽을 쌓기에는 방어선이 너무 깁니다. 그렇다면 그는 필히 병력을 이끌고 우리를 요격하려고 할 터이며, 우리는 그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게 한 상태로 케를을 점령할 것입니다."


회의장에 울리는 근엄한 목소리를 이어 웅성거림이 뒤따랐다. 페드루크 공작은 조용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지도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베버 바우몰 백작의 3군단과 만수아 루헤쉬 백작의 5군단은 케를 평야를 가로질러 최단거리로 공격해주십시오. 쿠안은 케를 평야에 대군을 배치할 것이며, 적의 주력을 상대하게 되겠지요. 우리가 적보다 병력이 많다고 하나 쿠안의 군대는 강하니, 교전을 하시더라도 무리하면 안될 것입니다."


60줄에 접어든 두 백작은 감동으로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투에 여신의 가호가 있으리라!"


베버 바우몰 백작의 축언에 페드루크 공작은 멋진 미소로 화답하고, 카라자스 키르히르프 백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키르히르프 백작님은 4군단을 이끌고 동부 우체계곡으로 가주십시오. 적들이 백작님의 출정 소식을 알면 그곳을 막을 수 밖에 없을 터인데, 그것만으로 쿠안은 적지 않은 수의 부대를 빼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쿠안이 계곡방면의 방어를 느슨하게 한다면 그 길로 케를로 진군하시고 아군의 후방을 지원해주시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공작의 아들 메이야 백작의 차례였다.


"너는 서부 리텐브로 지방을 통해 케를로 향해라. 어느쪽이든 아군이 움직이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지원하고, 쿠안의 방어병력이 있다면 기회를 보아 격파, 케를을 노려라. 쿠안과 루이 시건을 사로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이제 공작은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저와 리프베아체님은 본대를 이끌고 케를 평야를 지원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의 30만은 적 3만을 전 방위에서 포위하게 될 것이며, 폐하를 농락하는 불온한 역적들을 모두 격파하게 될 것입니다!"


참모들은 마치 전장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페드루크 공작의 빈틈 없는 작전에 감탄하며 환호했다. 각 군단장들은 각기 출병 선언을 하고 병사를 내었으니, 출격하는 병사의 수만해도 언덕과 언덕, 산등성이와 계곡을 메울 지경이었다.




한편, 같은 날, 루이를 구출해낸 쿠안은 본대로 합류하자마자 그 길로 케틀에 입성했다.


"입성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케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죠."


아멜리아가 투덜거렸다.


"심지어 막사를 치지도 않았잖아요. 여태까지 행군하느라 이미 녹초가 되었는데!"


쿠안은 아멜리아의 불평을 무시하고 사열된 병사의 앞에 서서 근엄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적이 출격했다고 한다. 총 병력은 30만이며, 그것도 축소되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적의 총 수가 적어도 50만, 많으면 100만에 이를 거라 생각한다."


쿠안의 설명에 병사는 물론 듣고있는 참모들 마저 깜짝 놀랐다. 쿠안은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도망치고 싶은가? 그것도 좋겠지. 허나 우리가 물러나면 황제폐하를 지킬 군대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나는 나의 목숨을 폐하를 위해 걸었으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러날 자들은 여기에서 빠져라! 허나 잊지마라, 역사가 너희를 비겁자라 기억한다는 것을! 폐하를 버리고 본인의 안위를 위해 도망쳤다는 것은 후대로 전해질 것이다!"


"... 쿠안님 왜 저래요? 평소에는 저런 연설 안하잖아요."


아멜리아는 참지 못하고 아델베르트에게 소곤소곤 물었다.


"아마, 우리 군의 대부분의 의용대라서 그럴거야. 용병대일 때랑은 다르니까."


"사기고취를 하기위해 황제폐하를 팔아먹고 있는거군요?"


아멜리아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치며 이해했고,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아델베르트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쿠안이 지금 하는 충성심을 고취하는 연설은 다름 아닌 병사들을 위한 연설인 것이다. 그의 전술은 언제나 희생자를 최소로 했다. 어쩔수 없는 희생자를 감안해야 하는 전투라면 쿠안은 과감히 전략 자체를 수정해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난 사람이 죽는 건 싫어. 아군도, 적군도."


수년전, 어느 날 밤 그가 술에 취해서 했던 말을 아델베르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편도, 적도 최소한으로 죽은 상태로 우리가 이겨야 해."


"궤변이시군요, 쿠안님의 말씀은."


아델베르트가 그렇게 말하고 웃자 쿠안은 힘없이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아델베르트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쿠안은 일장의 연설이 끝낸 후, 참모들이 회의실에 모이자마자 "이번엔 적을 격파하기가 힘들어."라고 말했다.


"네? 아까 연설할 때는 그냥 우리가 다 이김! 이렇게 들렸는데요?"


아멜리아가 투덜거리자 쿠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나. 적은 우리의 10배는 많아. 이번 적장은 무려 페드루크 공작이고, 그 아래 병사들도 민병대 수준이 아냐. 유명한 장수만 쳐도 두손으로 세도 모자라고, 유능한 참모는 수레로 실어 날라야하는데 우리가 그냥 이길 수 있을리 없지."


쿠안의 물흐르듯한 설명에 아멜리아는 입을 헤-하고 벌리고 눈을 깜빡이다가, "그럼 도망쳐야하나요?"라고 물었다.


"아니, 뭐 격파하긴 힘들지만 할만큼 해봐야지. 안되면 다른 작전을 찾고."


쿠안은 껄껄 웃고 지도를 꺼내들었다.


"적은 세방향으로 오고 있지. 이대로라면 케를은 완벽히 포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아. 난가까운 길의 적은 격파하고, 먼 길의 적은 속이고, 중간 길의 적은 막을 생각이야."


쿠안은 세 방향의 길에 목탄펜으로 줄을 긋고, 각각의 군단장 이름을 적어넣으며 설명했다.


"케를 평야는 최단거리고, 기병이면 2일, 보병이면 6일이면 지나갈 수 있어. 여긴 우리의 주력부대로 막는 수밖에 없어. 10만의 숫자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데다가 후방에 적의 본대도 있으니까. 아론을 대장으로, 아델베르트를 참모로 삼겠어. 적은 이동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출격일을 다르게 하고 있어. 병사를 충분히 쉬게한 후 상대해도 괜찮을거야."


"운용을 할 지휘관이 몇 명 더 필요합니다. 누가 좋겠습니까?"


아론이 묻자 쿠안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카를로스, 알투로, 디지가 좋겠군."이라고 대답한 다음, "마루자나님도 라즈나 일족과 함께 같이 가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이네요. 다른 루트는 괜찮나요?"


아델베르트의 지적에 쿠안은 웃어보이고 다시 펜을 놀리며 말을 이었다.


"리텐브로 지방으로는 메이야 백작이 온다고 해. 그 수가 적지 않으니 내가 직접 가겠어. 팽님은 150명의 라즈나 일족에서도 특히 강한 이들을 뽑아 저와 함께 가주십시오."


"쿠안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함께 하겠습니다."


팽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부터 안절부절하고 있는 휴고에게 다가갔다.


"동부 우체계곡은 우회로고, 주력 이동로는 아니지만 분명히 군대가 이동할만한 길은 있습니다. 잠복하기에도 최적이지요. 문제는 그 숫자가 5만입니다. 어설픈 병력으로는 적과 맞설 수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아군의 최정예를 배치할 생각입니다."


휴고는 하얗게 질려서 "최정예라구...?"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왕실 근위병이지요."


쿠안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환한 미소를 뿌렸고, 아멜리아는 으엑,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참모는 포웰이 좋겠군요."


그 한마디에 거품물고 졸도하기 직전 상태가 된 오스본 포웰을 무시하고 쿠안은 아멜리아에게 "너도 같이 가드려라."라고 명령했다.


"... 헤에..."


아멜리아는 안절부절 못하는 두 남자를 번갈아바라보다가, "정말요?"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작전은 준비되어 있어."


쿠안은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케를은 라빈 그라나드의 입구에 있는 상업도시로, 부호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상업으로 성공한 대부호들은 아름다운 저택을 도시 외각에 둘러 지었는데, 하나같이 웅장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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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0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2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7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69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2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4 1 9쪽
»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6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0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8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3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1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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