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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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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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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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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DUMMY

데이멋 성을 포위한 메이야는 평소보다 신중함을 더 했다. 성 근처는 평야지대이며, 비밀 수로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었으니 쿠안은 말그대로 독 안에 든 쥐였다.


다만 그 알 수 없는 전략가가 어떤 함정을 펼쳐놓고 기다리는 지 모르는 이상 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주저하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성을 헐어버리면 간단하지 않겠소?"


프래도르가 의견을 냈지만, 메이야는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지인 캐를은 성벽은 커녕 목책조차 없었다. 공성병기의 준비를 해오지 않았으니, 멀쩡한 성을 무너뜨릴 방도가 있을리 만무했다.


"공성병기를 만들면 되지 않나?"


카리나의 의견에도 메이야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근처에는 제대로 된 목재를 구할 수 있는 숲이 없으니, 공성을 위한 무기를 만들려면 못해도 3일은 이동을 해야하는데, 공성병기가 돌아올 때까지 열흘은 족히 걸리게 되는 것이니, 너무 오랫동안 전쟁이 지체되는 것이 걸렸다.


"역시 쿠안과 즉시 한판 붙어서 그를 쓰러뜨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야가 냉정히 판단하자 두 장수는 동시에 쿠안에 대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겁쟁이는 이 성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지 않소!"


"싸움을 두려워 하는 장수라니, 남자라 말할 수도 없군!"


두 장수가 다짜고짜 비난하는 이유는 이미 메이야대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메이야를 포함하여 성을 포위한 병사들이 밤낮없이 쿠안을 욕해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목이 쉴 때까지 쿠안은 커녕 그의 부하들의 반응조차 없었다. 아니, 도리어 빈 욕설만이 울리고 성은 인기척조차 없어서 누군가가 데이멋 성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를 내버려두고 케를로 다시 진공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메이야가 조심스레 말했지만, 두 장수는 완고하기 그지 없었다.


"작은 주인께서는 아직 전쟁을 모르시는 것 같소. 성안의 식량은 한정되었을 터이니 우리는 그저 지키기만 해도 저들이 항복할 것이 틀림없는데 어찌하여 포위를 풀겠소?"


"견디다 못한 쿠안은 직접 성문을 열것이다. 염려는 접어두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


카리나가 껄껄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메이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말 성문이 열릴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쿠안의 작전이 이 곳에 있는 그의 부대를 묶어두는데 그치는 것이라면 교전을 할리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메이야는 의문이 커져만 갔다. 쿠안이 이곳에 있는 부대를 묶어둔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부대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곳의 부대가 패한다면, 쿠안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카리나와 프래도르의 말대로 쿠안이 이 성에서 버티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평야 한가운데의 성은 비밀통로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와 그의 부하들은 성안 어디엔가에서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다면, 식량부족이든 물부족이든 언젠가는 고개를 내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장수로군요.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공성병기도 동시에 준비하도록 하죠.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될테니까요."


메이야가 낸 결론에 카리나는 호탕하게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어. 저 성은 애초에 물이 없지. 사흘이면 문이 열리고 놈들이 덤벼올 것이야!"


메이야는 당연히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겨우 사흘만에 성문을 열고 달려나온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성에 틀어박힐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틀렸다. 과연 카리나의 말대로 3일이 지나기 전에 성문이 열린 것이다.


"어떤가! 내 말이 정확하지 않았는가! 내가 앞장서서 그 겁쟁이놈의 목을 가져오겠다!"


남쪽 해자 위의 활짝 열린 성문을 손가락질하며 카리나는 소리높여 외치고, 자신의 할버드를 가져오게 시켰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적이 달려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히 꿍꿍이 속이 있을 겁니다. 대놓고 적의 함정에 걸릴 수는 없습니다."


메이야는 투덜거리는 카리나를 말리고, 날랜자들을 뽑아 100명의 정찰부대를 편성해서 성 안으로 투입시켰다. 두 시간에 걸친 탐색 끝에 돌아온 정찰부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적은 커녕 쥐새끼 한마리도 없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는 필히 데이멋성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이 틀림없소. 내가 가서 직접 탐색하리이다."


프래도르가 그의 레이피어를 들며 일어났지만 메이야는 다시 그를 달래고, 다시한번 100명의 2차 정찰대의 투입했다.


"성의 곳곳을 뒤졌으나 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시간 이상이 지나 돌아온 정찰대의 말에도 메이야는 주력부대의 진입을 막았다.


"신중해야 합니다. 적의 술수를 알 때까지 교전은 피해야 합니다."


"작은 주인은 언제까지 적을 찾기만 할 생각이신가!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 적이 바라는 것임이 틀림없다!"


"카리나님의 말씀대로요. 우리가 즉시 부대를 끌고 진입해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하면 적이 고개를 내밀 것이오."


"아직 성의 지하를 탐색하지 않았습니다. 정찰대를 보내서 적의 위치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서 보내서 적을 찾아주시오. 이번에도 적을 찾지 못하면 내가 직접 정찰대에 서리이다!"


카리나는 울그락불그락해서 외쳤다. 메이야는 다시한번 병사를 뽑아 지하를 탐색할 것을 지시했다. 정찰대가 어둠이 짙은 성으로 들어간 다음, 30분이 되기전에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리고 잠시 후, 단 한명의 어린 병사만이 실금을 한 채로 비틀비틀 걸어돌아왔다. 그는 소리내어 울며 외쳤다.


"유령이 있었습니다! 어둠에서부터 놈들이 덮쳐왔습니다! 적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습니다!"


메이야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입을 벌리고 있는 데이멋 성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다가오면서 성의 그림자는 거대한 악마의 머리처럼 보였다.




팽은 긴 흑발을 땋아서 뒤로 묶었다. 그녀의 여성용 전통무구에는 머리를 묶는 끈이 달려있었다. 기름을 먹인 가죽으로 만든 검은 갑옷을 걸치고, 그 위에 검은 천갑옷을 겹쳐입었다.


손에 낀 장갑과 얼굴에 두른 검은 천도 모두 검은색으로, 성의 어둠속에 녹아들기 위한 장비였다. 그녀는 두개의 곡도를 들었다. 손잡이까지 모두 미스릴로 제련된 이 양날 검은 '낫족제비'라고 불리웠는데, 날이 매우 얇고 가벼워서 적의 입장에서는 휘두르는 경로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어둠을 사냥감을 노리는 고양이처럼 노려보았다.




첫 전투는 예정대로의 승리였다. 하지만 전투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쿠안에게는 충분한 병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의 부대에게 유리한 전장을 선택했다.


이 성에 머물고 있는 부대의 수는 겨우 500명으로, 라즈나 일족 중에서도 특히 강하고 굳센 자들이었다. 어둠에 녹아들 수 있는 라즈나 일족이었으니 이 성에서 싸우는 이상 상대가 누구든지 패할리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적수(敵數)일 때의 이야기.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적은 무려 5만에 이르렀다. 쿠안이 노리는 것은 본인이 미끼가 되어 적들이 이 성에서 멈출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출정 전에들었다.


쿠안은 팽에게 작전을 설명한 다음 조심스럽게 물었다.


"팽님. 라즈나 일족의 협조 없이는 작전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극도로 위험합니다. 저 자신은 물론 팽님과 라즈나 일족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팽은 눈이 부실정도로 환하게 미소지었다.


"쿠안님을 모신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쿠안님은 황제폐하를 구하시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실거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소녀와 저희 일족은 쿠안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팽님의 말씀은 감사합니다. 저 역시 팽님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팽은 딱 잘라 말했다.


"전 한낱 병사에 지나지 않으니, 죽게 된다하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쿠안님을 잃는다면 세상은 흐름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쿠안님께서는 결코 저를 위해 목숨을 거시면 안됩니다."


쿠안은 각오를 굳혔다. 그는 벨트포치의 여덟자루의 단검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날이 가는 검을 들었다. 고대 티프소의 동방에서 쓰이던 무기와 닮은 그의 검은, 날이 한쪽방향만 있는 '도'였다. 길이는 40세야메세정도였고 무게도 비교적 가벼워서, 한손이나 두손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쿠안님이 도를 쓰시는 것은 소녀는 여지껏 보지 못했습니다."


팽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쿠안은 싱긋 웃고 날을 살핀 후 검집에 집어넣으며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자제하고 있었지요. 이번에는 어쩔 수 없으니 실력발휘를 해볼까 합니다."라고 했다.




기습을 가해 적을 모조리 전멸시켰다. 이제 곧 적의 중추부대가 성을 침입해 올 것이다. 쿠안은 중얼거렸다.


"그때까지 내 몸이 버텨주기를..."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는 기도했다. 검을 쥐는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시한폭탄처럼, 언젠가 터질 그의 육체는 그의 기도를 더욱 독실하게 만들었다.


"내 몸이 버티게 해주시오... 여신이든 뭐든, 제발..."


그의 무례한 기도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횃불의 빛을 밝힌 무리가 계단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앞장 선 것은 자신만큼이나 거대한 할버드를 든 전사와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고 있는 금발의 미청년이었다.


작가의말

매우 덥습니다.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한겨울의 온풍기보다 뜨거운 기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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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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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69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8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3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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