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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7,833
추천수 :
56
글자수 :
280,342

작성
15.05.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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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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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DUMMY

아퀼리노는 나이에 비해 제법 어려보였다. 소년처럼 난 주근깨가 그를 어려 보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면 그의 한결같은 순정이나 감성이 그를 젊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8세 연상의 리프베아체을 위해 열번이라도 죽을 수도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다녔다. 그런 일편단심이기에 오늘 아침 그가 매우 기분이 언짢은 것은 이해할 법한 일이었다. 리프베아체는 오늘 새벽 갑자기 방문한 중년의 풍체좋은 미남자와 방에 틀어박혀서 세시간째 안나오고 있는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때쯤에 아퀼리노는 참지 못하고 작은 쟁반에 아침식사거리-훈제 베이컨, 구운 민어, 삶은 계란, 손바닥만한 빵 두쪽, 신선한 우유-를 담아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심호흡을 세번 하고 방문에 손을 대려고 할때 문이 열렸고, 그는 황급해 접시를 두 손으로 잡아야만 했다. 열린 문에서는 조금 전의 미남자가 조금은 지친 얼굴로 걸어나와 아퀼리노에게 가볍게 목례하고는 표표히 떠났다.


방 안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아퀼리노가 무척 좋아하는 지적 미인상이었다. 평소에 그녀는 안경이 무겁다고 쓰지 않는다-양피지와 문서를 대조하며 훑어보는 리프베아체에게 아퀼리노는 황급히 물었다.


"누굽니까? 방금 그 남자는?"


리프베아체는 아퀼리노의 목소리가 완전히 뒤집힌 것 따윈 사소한 문제라는 듯 흥얼거리듯 대답했다.


"외교 담당관 루노야."


아퀼리노는 돌아온 대답을 이해하기 위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외교 담당관이 있었나요?"


"전 리베리아 외무관이었어. 지금은 우리편 외교관."


"어... 외교관이 왜 필요하죠?"


"카유마브 대륙의 엔카와에 지원을 교섭해야하니까."


"지원이요?"


"그래. 지원."


리프베아체는 후후, 하고 불길한 웃음을 고의적으로 지어보였다. 아퀼리노는 처음 날갯짓을 배우고 둥지 위에서 날아오르려고 보니 바로 아래가 낭떨어지인 것을 깨달은 새끼새처럼 입만 뻥끗거리다가 겨우 생각 속의 말을 꺼냈다.


"지원교섭은 설마, 전쟁 준비는 아니겠죠?"


"아하하, 아퀼리노. 그냥 병사와 식량, 배와 무기에 대한 이야기였어."


"전쟁준비잖아요!"


아퀼리노가 꽥 비명을 질렀지만 리프베아체는 태연히 그가 가져다준 우유를 입에 댔다.


"어차피 실패했다네. 엔카와의 왕은 우리편이 아닌가봐."


"설마 전쟁을 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라고 불안한 얼굴로 묻는 아퀼리노를 보며 리프베아체는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할건데."


그녀의 아무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아퀼리노는 잠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 아름다운 도시 호르치는 오늘 아침도 참 활기차다. 창 밖에서 쏟아져들어오는 햇살은 영롱하기까지한데, 새소리와 파도소리가 어울어지는 이 소리는 마치 천사의 노랫소리같았다.


그가 마음을 정리하고 리프베아체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는 아퀼리노가 가져온 빵을 입에 물고 있었다. 체리색의 입술에 하얀 빵이 닿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저기, 아무리 우리가 리베리아 제국 출신이지만 험멜을 막을 정도의 의리는 없어요."


라고 아퀼리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의 이 충성심은 애처로울 정도이다. 왕성에서 쫓겨나 유배를 왔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하다니...


하지만 리프베아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퀼리노."


"그러니까... 전쟁을 일으키신다고 했잖아요?"


"그래."


"험멜군은 강하다구요."


"알고 있어, 그런건."


"그래도 험멜군과 싸우실 건가요?"


리프베아체는 그제야 그가 착각했다는 걸 알고 아하하, 소리내서 웃은 다음,


"난 험멜과 동맹을 맺고 리베리아를 칠거야."


라고 그의 생각을 수정해주었다.


"누구랑 뭘하고 누굴 친다구요!"


아퀼리나의 목소리가 관사를 쩌렁쩌렁 울렸다. 리프베아체는 아이를 설득하는 것처럼 잔잔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티프소와 전쟁이 시작되면 이 상태로는 질거야. 험멜군에 쿠안군에 리베리아군이 모두 나뉘어있잖아? 서둘러 리베리아를 통일하지 않으면 분할된 상태로 티프소와 맞서야 한다구."


아퀼리노는 여전히 고성으로, "그럼 리베리아를 도와 험멜을 치는 것이 순리 아닙니까?"라고 소리쳤다. 리프베아체는 후후, 하고 다시금 불길한 웃음을 짓고,


"레프그루츠 대공이 날 반역자로 지목했다던데?"라고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지만 오해잖아요? 오해는 풀 수 있을 겁니다!"


"오해를 풀 수야 있겠지만 그 시간은 짧지 않아. 아니, 여기서는 오해를 못풀고 내가 단두대에서 이슬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아. 히드오레 가문은 나와 앙숙이니까."


"그... 그럼 어쩌죠?"


리프베아체의 죽음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퀼리노가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리프베아체는 안경을 벗으며, 될대로 되라는 것처럼 "그냥 속시원하게 반란을 일으켜버리는거지."라고 말해주었다.


"자리에서 주저앉아 두통이 오고 있는 머리를 누르고 싶어질 정도로 상쾌하시네요."


아퀼리노가 담담히 그녀에게 딴지를 걸어보았지만 그녀는 태연했다.


"험멜이 발페아케이르에 있는 지금 티프소는 리베리아를 반드시 공격해. 기정사실이야. 정해진 미래야. 티프소를 막아야 하잖아?"


아킬리노는 이제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건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마를 잠시 누르고 있다가,


"우리가 참전해도 티프소를 막고 뭐고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의 병력은 겨우 3천인 걸 아시나요?"라고 지당한 반대의견을 내보았다. 리프베아체는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의견에 수긍했다.


"우리만 참전해도 의미는 없어.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모아야해."


"누가 우리 편이 되기나 할까요?"


아퀼리노가 더할 나위없이 침통하게 묻자, 리프베아체는 빙긋 웃은 다음,


"꽤 많아."


라고 자신감 있게 대꾸했다.


작가의말

세줄 민어는 호르치지구에서 많이 잡힙니다. 세줄 민어를 다른 지역까지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리프베아체의 수완 덕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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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4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70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6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7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2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2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9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4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3 1 16쪽
»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5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1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30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2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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