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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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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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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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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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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4화. 패배를 앞두고 -3

DUMMY

북쪽 절벽의 티프소군의 한가운데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험멜은 뿌득, 소리가 나게 어금니를 악물었다. 라이트 브라우저와 그의 부하들이 어떻게든 그 폭발에서 벗어나기를 여신에게 기도했다. 하지만 잠시후 적의 진형이 정비되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라이트 브라이저는 빙벽 위를 점령하는데 실패했다. 그의 임무는 매쉬의 본대가 적진에 이를 때까지 저격대에게 혼전을 두는 것. 하지만 아직 매쉬군은 적진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일어날 일은 뻔했다.


험멜군의 궁병은 그 능력이 압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궁수들의 경험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개중에는 바람의 정령과 친한 병사도 있었다. 그들의 화살은 테르센트의 그 어떤 군대에 비할 바 없이 정확했다.


하지만 티프소의 저격대는 활과는 급이 달랐다. 그들은 '스나이퍼'라고 부르는 특수한 부대를 운영했고, 그 부대의 무기는 험멜군의 경험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두 배 이상의 거리를 빗나감 없이 쏠 수 있는 그들에게 험멜의 궁수대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적의 저격대를 견디지 못하고 험멜군이 물러나는 순간, 매쉬는 앞뒤로 적을 맞는 형국이 되었다. 계곡에 총성이 울렸다. 피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총탄은 눈으로 볼수조차 없었다. 등 뒤의 공격을 받자 험멜군들은 민첩함을 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포격에 무수한 병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3초의 차이를 둔것도 큰 효과가 있었다.


포격에 피해도, 이어지는 포격에는 반응할 수 없었다. 기관포대에 새로운 사수가 들어서자 정면의 병사들은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진형이 무너지면서 희생자는 급증했다.


"방패보병은 방패를 버려라! 전원 피해를 무시하라! 돌진, 돌진하라!"


매쉬는 자신의 병사들에게 '죽어라.'라고 명령했다. 그의 명령에 거부하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큰 함성이 울렸다. 포격과 총성 사이에서도 함성은 쩌렁쩌렁 계곡을 흔들었다. 그러던 중에 매쉬는 등에서 찌릿한 고통을 느꼈다. 몇발의 저격탄이 그의 갑옷을 뚫고 등에 박혔다.


"장군님! 피가...! 등에서...!"


"난 아무렇지도 않소! 돌진! 적과 근접하면 그때부터 우리의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전군, 돌진하라!"


매쉬의 패기에 병사들은 용기를 얻었다. 총탄을 맞아도, 거구의 병사는 넘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리가 터지는 순간, 그 뒤의 병사들이 달려나갔다. 기관포대의 총구가 그들을 겨누었다. 스나이퍼들은 적들의 등뒤를 노렸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은 적의 앞에 당도했다. 처음부터 승기를 얻는 법은 이것 뿐이었다. 50년전, 티프소와 테르센트의 전쟁에서의 재전이 임박한 것이다. 근접전에서 티프소군은 테르센트군을 능가할 수 없었다. 발페아케이르의 티프소군은 험멜군을 이길 수 없으리라고, 험멜군의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가장 앞선 험멜군의 병사는 보통의 병사들이 아니다. 다른 부대에 있었다면 상장급 장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이 티프소 본진의 바리케이트를 뛰어넘는 순간, 촤악, 하는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말 그대로 십 수명의 병사들은 공중에서 반으로 갈려버린 것이다. 요란한 굉음과 진동이 이어졌다. 바리케이트를 밀어내며 나타난 것은, 기계 갑옷에 전신을 가둔 새로운 타입의 적이었다.


5년전, 비트리즈-당시에는 소장이었다-가 군부에 군용 이어라트 개발건을 제시했을 때 군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군용 이어라트 기술은 이미 쇠퇴했소. 새로 개발한다고 해도 과거의 이어라트만 못할 것이오."


개발부의 그라디스 아브릴 소장이 딱잘라 거절했다.


"티프소의 이어라트는 결국 테르센트의 구식병기에 무너졌던 걸 모르는가? 자국을 방어하는데에는 큰 도움이 안되오. 차라리 포격기술을 개발해야..."


그는 퉁퉁하게 살찐 손가락으로, 그 손가락보다 두꺼운 시가를 들어올렸다.


"그래도 적이 접근하면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근접 해트해프 부대를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는 자신의 말에 만족한 듯 씨익 웃어보였다. 비트리즈는 거대한 돼지가 의자에 앉아서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해트해프 나이프를 쓰는 근접부대는 오랜 시간동안 티프소의 근접백병전 부대였다. 해트해프 나이프는 티프소의 마법 병기마저 잘라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지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대군을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티프소의 침략 초기에도 그 수는 1만을 넘은 적이 없었다.


"제가 육성하고자 하는 부대는 과거의 이어라트나 해트해프 부대가 아닙니다. 그 당시 이어라트는 기동타격부대였습니다. 접근전에 특화되었다해도 지키는 부대가 아니라 공격부대였지요. 해트해프 부대는 수비부대였지만, 장갑이 가볍기 때문에 적의 원거리 공격에 약했습니다. 해트해프 나이프의 가격도 그 당시나 지금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뭘 만들려고 하는것이오?"


그라디스가 묻자 비트리즈는 개발안을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아델모가 작성한 서류에는 하나의 빈틈도 없었지만 그라디스는 불쾌하다는 듯 몇 번 훑어보는 척만 하고 내려놓았다.


"제군이 그렇게 바란다면... 일단 상정은 해보겠소. 통과가 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통과될 겁니다. 전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요."


비트리즈는 그가 그 말뜻을 이해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거수 경례를 하고 휙 나와버렸다.


그녀의 말대로 개발건은 제대로 통과되었고, 그녀가 원하는 부대가 만들어졌다. 특수 기갑부대는 전투유닛 400기와 보조유닛 100기에 불과했지만 비트리즈에게는 충분한 숫자였고, 전투력은 그녀의 전술에 완벽히 부합했다.




매쉬는 적의 선두에 선 기계병을 보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빠르게 난전으로 몰고가지 않으면 전투는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는 창을 꼬나잡았다. 그리고 가장 앞선 기계병을 향해 창을 찔렀다. 미스릴제 창날은 정확히 기계병의 목을 노렸다. 그리고 매쉬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첫번째의 공격을 적이 막아내는가 했더니, 그대로 매쉬의 창날을 잘라버린 것이다. 매쉬는 그대로 창대로 적의 머리를 후려쳤다. 이번 공격은 정확히 맞았고 기계병은 거의 2미터쯤 날아가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몇초의 딜레이도 없이 그 병사는 다시 일어섰다. 그 사이에 매쉬는 새로운 기계병 두명과 맞서야 했다.


"장군님!"


그를 뒤따르던 병사가 새로운 창을 던졌다. 매쉬는 이를 악물었다. 기계병은 마치 거대한 벽처럼 아군의 돌진을 두줄로 서서 막고 있었다. 단 한명도 그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폭격과 사격은 멈추지 않았다. 매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적을 향해 달려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찬 바람이 불었다. 발페아케이르의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축축한 바람에 매쉬는 딱 한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난... 비트리즈 치릴로 중장이다. 네가 매쉬 캔틱이로군."


그의 앞에는 기계에 둘러쌓인 전사가 서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기계 적병을 이미 40기는 쓰러뜨렸다. 매쉬의 왼손의 검은 빛의 창은 부러져 있었다. 오른손에는 다른 병사의 창을 들고 있었다. 창날부분만 휘어져 있었다. 그 창날에 베어 넘긴 적의 팔은 붉은 선혈을 뿜었었다. 그 창날에 목을 찔린 기계 병사는 저항할 의사를 잃고 쓰러졌었다. 하지만 적들은 마냥 무력하지 않았다. 죽어가면서도 매쉬를 향해 푸른 빛이 도는 단검을 휘둘렀고, 핏줄을 끊고 근육을 잘라냈다. 비트리즈 중장은 겨우 서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매쉬를 향해 다시 중후한 목소리-여성의 목소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로 말했다.


"그대의 무공은... 티프소인인 나에게는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군. 그런 원시적인 무기로 이어라트를 쓰러뜨리다니..."


매쉬는 대답하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창을 휘두를 힘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비트리즈 역시 눈치챘지만,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이 대륙, 이 세계를 다시 전쟁의 업화로 휘감았다. 이것이 황제의 의지라면 통탄한 일이로군. 그대의 황제는 한낱 충동으로 이런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것인가!"


매쉬의 입에서 희미한 호흡과 함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전쟁은 황제의 뜻이 아니다. 너희는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다. 우리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창을 들었으니, 이곳에서 죽는다 하여도 여신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비트리즈 중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군. 우리가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다고?"


"너희들이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모르는건가?"


매쉬는 피투성이의 얼굴로 피식 웃었다.


"우리가 막지 못했으니 이제 너희도 우리 뒤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너희에게 여신의 곁에 설 자격은 없을터... 너희는 죽음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우리가 너희를 바라볼 것이다..."


비트리즈는 그의 도발에도 화내지 않았다. 다만 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중장님. 아직 적들은 저항하고 있습니다. 매쉬의 죽음은 적들의 전투 의지를 꺾을 것입니다."


아델모가 무전기를 통해 전투의 속행을 권유했지만 비트리즈는 눈을 찡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대의 항복은 그대의 부하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항복하면 내 명예를 걸고 누구 하나 다치게 하지 않겠다. 또한 부상자 전원을 치료해주겠다."


비트리즈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웠다. 그녀가 원치 않아도 티프소의 군부는 이들을 살려둘리 없다. 하지만 비트리즈는 계속 말했다.


"이 이상 전투를 원하지 않는다면 퇴각해도 좋다. 우리는 그대들을 쫓지 않을 것이다. 난 그대들의 죽음을 원치 않아."


"아까 것도 이번 것도 둘 다 무리에요, 중장님."


아델모가 사무적으로 태클을 걸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진정성은 없었다. 비트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눈 앞의 적들에게 경외심마저 느끼고 있던 것이다. 매쉬는 그의 창을 내려 놓았다.


"티프소에도 그대와 같은 무인이 있군. 하지만 우릴 막을 방법은... 죽음 뿐이다. 비트리즈 장군, 우리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면 발페아케이르의 페르디마시에서 죽은 연구원 페티마에 대해 조사해주길 바란다. 그녀는 지금 티프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쉬의 마지막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탄환이 그의 관자놀이를 관통해버린 것이다.


"매쉬 켄틱!"


비트리즈는 그에게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제기랄."


그녀는 매쉬의 시체 앞에서 중얼거리고 통신 회선으로 아델모에게 말했다.


"전투를 중지해. 이 이상 적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한다."


빙벽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은 첫포격을 기점으로 겨우 4시간 14분에 불과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50년 전 전쟁에서조차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수의 병력이 사망한 전례가 없었다.


티프소군의 사망자는 총1390명으로 이어라트 41기를 포함했다. 전투용 이어라트 35기, 보급형 이어라트 6기가 격파되었고, 매쉬 켄틱의 창에 대부분이 쓰러졌다. 한편 험멜군의 사망자는 집계상으로 2만 5천명 전원이었다. 100여명의 패잔병이 탈출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비트리즈는 관측병이 잘못 보고했다고 단언했다.





에스테반 대위에게 대령 대우로 전후처리를 맡기고, 비트리즈와 아델모는 소수 병력만을 이끌고 페르디마시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험멜이 전장에서 쓰러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트리즈는 험멜의 목적지가 페르디마시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왜 페르디마시로 오려고 하는 걸까요?"


"매쉬 켄틱은 페르디마시에 무언가가 있다고 했어."


"무언가...?"


"험멜을 만나서 직접 물어보면 돼."


"순순히 말해줄까요?"


"설득할 생각이야. 만약 그가 전쟁을 일으킨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안짤리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겠지."


비트리즈는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페르디마시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비트리즈 중장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검은 제복을 갖춰입은 그들이 게르벨츠 주식회사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비트리즈 중장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여성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승전을 경하드려요. 우리 게르벨츠 주식회사 페르디마시 지부에서는 중장님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비트리즈는 가식으로라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눈으로 그 여성을 살펴보았다. 1년 내내 찬바람이 부는 발페아케이르에 어울리지 않게도 그녀는 꽤나 얇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전혀 추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가슴부분이 파인 붉은 빛이 도는 드래스는 남녀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추워보이는군."


비트리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평하자 그녀는 우아하게 웃고 담담히 말했다.


"전 게르벨츠 주식회사의 카탈리나 구스타보라고 합니다. 지난 달에 제1 비서 겸 수석연구원을 맡게 되었죠."


"그렇군. 게르벨츠의 비서가 나에게 무슨 일이지?"


비트리즈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묻는 것을 아델모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게르벨츠 주식회사는 티프소 정부와 맞먹는 기업이었다. 게다가 게르벨츠는 군인들의 중요성을 항상 주장해왔고, 군인의 복지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군대를 위한 기업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기에 군부에서는 극히 평이 좋았다. 비트리즈 역시 게르벨츠에게 원한 관계가 있을리 없었는데도, 아델모의 눈에 비친 비트리즈는 마치 적을 만났을 때와 같은 것이다.


"중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틈을 노려 페르디마시로 잠입했던 적병을 중장님께 인도하기 위해 왔습니다."


"적병이라구요?"


아델모는 깜짝 놀라 물었다.


"설마 그들 중에..."


"험멜 켄틱 역시 있었습니다. 중장님과 승부하지 않고 도시로 잠입한 것을 보면 겁이 많았나보군요."


비트리즈는 미간을 더욱 찌푸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그들은 어디에 있지?"라고 물었다.


"저 트럭에 담겨있습니다."


카탈리나가 가리킨 곳에는 트럭 네대가 서 있었다.


"트럭? 적은 몇 명이었지요?"


아델모의 물음에 그녀는 미소와 함께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산산조각이 나서 몇 명인지 셀 수가 없었어요."


비트리즈는 게르벨츠의 사람들을 지나쳐서 트럭의 짐칸으로 향했다. 역겨운 피냄새가 차단막 밖까지 진동했다. 트럭안에는 비닐이 깔려있었고, 비닐 위에는 인간의 조각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방금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끝내고 온 비트리즈에게도 이 참담한 광경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험멜의 시체는 따로 빼놨습니다."


트럭은 지키던 사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고 검은색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비트리즈는 꿀꺽 침을 삼키고 봉투 안을 바라보았다. 험멜의 머리가 조각난 몸들 위에 놓여있었다. 그는 아직도 눈을 감지 않았다.


"손가락 한개는 못찾았습니다."


사원이 웃는 것처럼 덧붙인 말에 비트리즈는 이를 뿌득 갈고 뒤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카탈리나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라고 물었다.


"우리 회사의 보안장치에 걸렸습니다. 사원들이 힘을 합쳐 험멜과 싸웠죠."


"... 싸웠다고?"


비트리즈는 어이없다는 듯 트럭 안을 다시 바라보았다.


"게르벨츠에서는 사망자가 얼마나 되지?"


카탈리나는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비트리즈는 그녀를 노려보다가 뒤로 휙 돌았다.


"이 시체는 군부에서 모두 인수하겠소."


"예, 기꺼이. 중장님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비트리즈와 아델모는 페르디마시 외각의 본진으로 이동하는 내내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다만 딱 한마디, 비트리즈가 "조사해 봐."라고 던진 말에 아델모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작가의말

기계강화인간(이어라트)는 티프소 제1 시대에서는 상당히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테르센트에 이주한 이후 크무스 레드릭은 의학적인 목적을 제외한 이어라트 개조를 금지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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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70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9 1 6쪽
»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4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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