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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7,821
추천수 :
56
글자수 :
280,342

작성
15.06.19 10:18
조회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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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25화. 잡담

DUMMY

드물게 혼자 바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는 쿠안을 보고 아멜리아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곁에 앉은 다음 사과 주스를 시켰다.


"뭐야, 아멜리아.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구."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구요."


"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침실로 오면 될거야. 많은 걸 가르쳐줄 수 있지."


"지금 절 꼬시는 걸 보니 오늘밤 대장님은 제 매력에 헤롱헤롱이시군요."


아멜리아가 작은 가슴을 펴고 잘난 척하자 쿠안은 반사적으로 나온 작업멘트를 회수한 걸로 치기로 했다. 아멜리아는 사과주스 잔을 들고 진지하게 물었다.


"대장님은 보통 남자와는 다르게 여자를 보면 다 꼬시잖아요?"


"보통 남자는 여자만 보면 다 꼬셔."


"다른 남자는 안 그러던데."


"누구?"


"아론 오빠나..."


아멜리아는 한 손가락을 꼽았다.


"그 녀석은 말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거야.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거지."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이네요."


"그래. 아름다운 사랑이긴 해. 응원해주라고."


"그럼 카를로스 아저씨나..."


아멜리아는 또 다시 한 손가락을 꼽았다.


"그 녀석은 게이일지도 몰라."


"게이요?"


"여자보다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지."


"그럼..."


"그래. 실은 그 녀석은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포기했어."


아멜리아는 또 손가락을 하나 더 꼽았다.


"그럼 포웰씨는요?"


"그 사람은 서류정리를 사랑하지."


"그건 그냥 일이잖아요?"


"워크 홀릭같은 거야. 일을 사랑하게 되는거지."


"워크 홀릭... 어려운 단어네요."


"티프소에는 유명한 질병이라고 하더군."


"병인건가요?"


"음. 그는 병자야. 일을 사랑하게 된거지."


"흐응... 그렇구나."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근데 갑자기 왜?"


아멜리아는 갸웃했다.


"모든 여자는 다 꼬시면서 왜 팽씨는 안꼬셔요? 엄청난 미인이잖아요."


"바보녀석. 안 꼬셔봤을거 같냐."


"헤에... 이미 꼬셔봤군요."


"물론이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멜리아는 손바닥을 짝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변태도 이 정도로 당당하면 멋지네요."


"시비냐, 칭찬이냐?"


"그럼, 성공했어요?"


"뭐랄까. 오케이 사인은 받았지."


쿠안은 술잔을 입에 댔다.


"헤에... 진짜요?"


"성공이라면 성공이긴 한데... 돌아온 대답이 엄청났다구."


"뭐라고 했는데요?"


"자기는 좋다더라. 그래서 아버님께 허락을 받고 오세요, 라고."


"그 말한마디 안하고 인상 구기고 술만 먹는 근육 과다 아저씨의 허락이요?"


"음."


"설마 도전해보셨어요?"


"아니."


"왜요?"


"손님으로 모시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건 실례잖아."


쿠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멜리아는, "응..."하고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래도, 따님을 주십시오~라고 하면 꽤 멋지잖아요? 아빠의 로맨스 아닌가요?"


"아니, 좀 다르게 말해야하는데."


"뭐라구요?"


"따님의 첫날밤만 주십시오."


"..."


아멜리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이 헛나온 걸로 이해받으면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리지 않을까?"


"본심이 헛나온 걸로 이해받으면 웃으면서 어깨를 뽑아버릴걸요?"


"뭐, 어쨌든 그래서 죽고 싶지 않으니까 포기했지."


아멜리아는 "그런 거였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아멜리아가 입을 뗐다.


"저기요."


"또 뭔데."


"다른 거 물어봐도 돼요?"


"안 돼."


"아델베르트 언니랑 무슨 일 있었어요?"


"너 내 말 안 듣고 있지."


"코르 점령 직후에 분위기가 엄청 좋았잖아요?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차갑던데요."


"그야 그렇지."


"언니는 대장님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죠? 그거야말로 사랑! 이라는 느낌인데요."


아멜리아는 두손을 모아잡고 몸을 비비 꼬았다.


"하지만 뭐, 그때는 그때고..."


쿠안은 깊게 탄식했다.


"무슨 일 있었나요?"


"3일 전 아침에 아델베르트가 날 깨우러 아침에 막사로 왔는데..."


"짐승같은 대장님이 천사같은 언니가 화날 만한 일을 한건가요?"


"얌마. 그 수식어는 대단히 편파적인데."


쿠안은 그녀의 머리 위를 주먹으로 구깃구깃 눌렀지만 아멜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아델베르트 언니는 대장님이 성희롱을 해도 왠만해서는 화 안낼 것 같았는데요."


"성희롱이라니... 애정표현으로 해줘."


"언니의 인내심을 뛰어넘는 변태적인 애정표현을 한건가요?"


"이번엔 확실히 알겠다. 너 시비거는거지?"


"뭔가 화낼 만한 일을 한건가요?"


"아무 것도 안했어."


"그럼 왜 화내요?"


"술에 취한 디지가 내 옆에서 자고 있었어. 분명히 말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그 녀석 술먹다가 자기막사로 갔었다구. 화장실갔다가 잘못 찾아온거야."


"오해잖아요? 오해는 풀어야죠?"


"디지에게 직접 설명하게 했지."


쿠안은 디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처럼, 졸린 목소리로 칭얼거렸다.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 자꾸 대장이 술을 먹여서요... 깨고 나니까 대장 침대였어요, 죄송해요."


아멜리아는 우엑, 하고 혀를 내밀었다.


"최악이네요."


"그런 거다."


쿠안은 다시 술잔을 입에 댔다.


"저기요."


"이제 말 안할거다. 난 고독을 즐기고 싶다고. 오늘은 누구와도 말할 기분이 아냐."


"갱년기가 온 아저씨같네요."


"그런거다."


아멜리아는 쿠안이 화내지 않고 계속 술잔을 기울이는 걸 빤히 바라보다가 "저기요."라고 몇 번 더 말을 걸고 재미없는 반응을 즐기다가 먼저 떠났다. 쿠안은 그녀가 떠나고 나서 다시한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길... 시간이 얼마 없는데."


그는 병에 남은 마지막 증류주를 잔에 따르며 투덜거렸다.


작가의말

테르센트의 술 문화는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티프소보다 도수가 훨씬 높은데, 이는 테르센트인의 해독력이 티프소인보다 좋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테르센트인도 음주 다음날에는 숙취로 고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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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69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 25화. 잡담 15.06.19 169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3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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