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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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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9
추천수 :
56
글자수 :
280,342

작성
15.05.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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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0화. 패배를 앞두고 -1

DUMMY

논티아 수비대의 에스테반 갈라테아 대위는 32세로 언뜻 보면 자기 나이에 맞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페르디마 사관학교 수석졸업생이며 총한번 잡아본적 없는 시민들을 1년에 10만명의 군인으로 교육할 수 있는 훈병시스템을 만들어 낸 내정가였고, 실전에서는 적절한 작전을 활용하는 것에 누구보다도 능한 전략가 였기에 동기들보다 몇 년 일찍 승진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인사과의 근무자들은 에스테반 대위가 사실상 좌천지로 꼽히는 논티아에 가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궁금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군인들은 그녀가 파벌싸움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티프소 군부가 크무스파와 반 크무스파로 나뉘어졌던 수십년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만도 했고, 사실 그들의 생각은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 에스테반은 철저하게 중립을 유지했다. 그녀는 티프소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군인이 되었고, 한시도 그 생각을 놓쳐본 일이 없었다.


때문에 크무스가 주장하는 테르센트와의 무한한 화평에 찬성하지 않았고, 게르벨츠 주식회사의 호전적인 정책에도 대놓고 반대했다. 그녀는 오직 무력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에게 요구된 것은 대단히 평범하고 일률적인 부속품 같은 군인의 역할였다. 크무스는 그녀의 발상을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곁에 두지 않았고, 게르벨츠 주식회사에서도 그녀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였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그녀 역시 더 이상 중책을 맡을 의사가 없었다. 그녀는 군말없이 논티아 배치에 찬성했다.


이 인사배치는 그녀의 재능을 썩히는 결과였으나 결과만 보면 최악은 아니게 되었다. 논티아에서 벌어진 험멜군과의 전투에서 그녀는 기치 덕분에 상당한 병력을 근교로 퇴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에스테반은 험멜이 모두 떠난 후 도착한 페르디마 군의 중추인 비트리즈 중장과 대면했고, 같이 페르디마 시로 돌아오며 말했다.


"적은 오넬 시로 들어갈 겁니다. 페르디마시는 목적이 아니에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비트리즈 중장이 어린 대위에게 묻자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지금 페르디마 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에스테반이 본진에서 물러난 다음 비트리즈는 아델모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였던거야?"


아델모는 쿡, 하고 웃으며 설명해줬다.


"험멜 장군은 우리의 기동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요. 그가 헤스시를 함락시킨것은 바로 얼마 전이니, 그가 페르디마시로 아무리 빨리 온다 해도 우리는 이미 도시로 들어간 후가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오넬시였던 거에요. 우리의 본대가 페르디마시에 도착한 순간에 그는 이미 오넬시를 점령하고 있을거라는 이야기에요."


비트리즈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왜 오넬시를 점령하려는 거지?"


아델모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의 목적은 아직도 알 수 없네요. 오넬 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아니에요. 틀림없이요."


"그가 페르디마시로 들어와 우리 군과 맞설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는건가?"


아델모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딱 한번 끄덕였다.


"그는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있어요. 이는 우리의 영지로 들어온 험멜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죠."


"음. 적은 병력을 보충할 수 없으니까."


비트리즈의 말에 아델모는 다시한번 끄덕였다.


"아무리 험멜이라지만 부대를 만들어 낼 수는 없어요. 그는 우리 12사단과의 교전은 절대적으로 피할 겁니다. 그가 이기기도 어렵지만, 이긴 후에 남은 병력이 없다면 그건 그의 패배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도 대륙건너에서 추가병력이 올지도 모르잖아?"


"첩보에 의하면 리베리아 대륙에서는 추가병력이 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퇴로가 끊긴 정도는 아니지만, 쿠안이라고 하는 젊은 리베리아의 장수가 험멜의 세력을 공격하고 있는데 그게 매우 심각한가봐요."


"호오."


비트리즈가 추임새를 넣자 아델모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험멜이 그걸 예상하지 못한건 치명적이겠죠. 자신의 부하를 너무 믿었거나, 리베리아의 군세를 얕봤거나, 둘 중 하나일거에요."


"만약 지원이 있었다면 페르디마시를 노릴 수도 있었겠군."


"그래도 오넬 시를 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델모의 말에 비트리즈는 "어째서?"라고 이유를 물었다. 아델모는 다시 설명했다.


"험멜이 오넬 시를 쳤다면 험멜의 추가병력은 헤스시로 들어왔겠죠. 우리는 어느쪽도 수복할 수 없으니, 그 다음 적들의 공세는 두 갈래가 됩니다. 우리의 병력을 나눠야 하는거죠."


비트리즈는 손바닥을 쳤다.


"우리 입장에선 천만다행이군. 헤스시의 21연대는 어떻게 되었어?"


"조금 전에 보고가 들어왔어요. 악셀 중령은 전원 퇴각시켰다고 하네요."


"오호, 그 악셀 중령이? 죽어도 맞설만한 사람인데."


"좋은 참모가 있겠죠. 저처럼요."


비트리즈는 아델모의 말에 소리내어 웃었다.


"좋아, 험멜은 갈곳을 잃었다. 리베리아의 쿠안 장군에게 감사하며 험멜을 섬멸하는 것만 남았어."


비트리즈는 페르디마시의 수비대에게 출격준비를 지시했다. 12사단과 21연대, 논티아의 수비대를 합친 부대는 예비군을 포함한 티프소 보병 3만에 4행 전차 200대, 특수기갑부대 500기로 이 규모는 테르센트와 화평한 이래 가장 거대한 군사작전이었다. 험멜의 부대가 3만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할때 이 군사 작전은 패할리 없었다. 비트리즈는 에스테반에게 임시직을 주어 중령급 참모를 맡기고 빠진 부분을 검토하게 하였다. 에스테반은 즉시 출진 병력을 재구성하여 기동력을 살리게 하였고, 비트리즈는 단 한번의 검토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적이 오넬시에 이르렀다는 첩보가 들어온 것은 12사단이 페르디마시로 돌아온지 하루만의 일이었다.




험멜은 오넬을 점령하자마자 티프소인들에게 가택을 나오지 말것을 경고한 후 보급물자를 풀어 부대를 정비했다. 그의 작전대로라면 다음은 페르디마시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원에게서 돌아온 정보는 그의 그런 생각을 한번에 부숴버렸다.


"아버지. 쿠안 남작의 부대에게 티에세가 점령되었습니다."


매쉬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아버지에게 보고했다.


"노드 장군의 부대는 우리를 지원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헤스시는 사실상 비어있게 되었습니다."


험멜은 침통함에 입을 다물었다. 작전실 내의 모든 장군들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리베리아 대륙부터 공격했어야 했을까요?"


매쉬의 말에 험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었어. 티프소의 연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가 설령 전멸한다 해도 그것만 막을 수 있다면 이 작전은 성공한 거야."


"그럼, 역시 페르디마시로 가시겠습니까?"


라이트 브라이저도 평소의 유쾌함을 잃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험멜은 "그렇소."라고 대답했다.


"적은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너희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험멜의 말에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모아 말했다.


"아닙니다. 장군님이 안계셨다면 우리는 이미 살아있는 목숨이 아닙니다. 모쪼록 맘대로 쓰십시오. 병사들도 모두 장군님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좋아, 우리는 페르디마 시로 간다. 목표는 이 세상의 멸망을 막는 것이다!"


험멜군의 마지막 출진은 5주 13일로 기록되었다. 참전수는 매쉬 캔틱과 라이트 브라이저를 포함한 30여명의 상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2만 5천의 병사들이었다. 단 한명도 패배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자신의 임무를 포기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험멜 특공대는 두 자리수 이상의 전투를 치뤄낸 최정예입니다. 리베리아 제국은 물론 테르센트 전역에서도 그들보다 강한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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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50 2 13쪽
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1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8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70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7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3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2 1 19쪽
32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8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2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9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4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3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30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2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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