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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회색빛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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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52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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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2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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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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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DUMMY

쿠안군의 전술 회의가 끝난 후, 저녁식사가 끝난 식당 앞에서 때 아닌 작은 소란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팽의 신발끈이 헐겁게 묶여 있는 것을 우연히 본 한 병사가 그녀의 신발끈을 묶어주려고 하자, 쿠안부대의 뭇남성들이 서로 그 영광스러운 봉사를 하겠다며 모여든 것이다. 열댓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앉아있던 팽이 고혹적인 미소와 함께 상냥하게 거절했기 때문에, 남심이 흔들린 병사들은 거의 두 배수까지 늘었고, 급기야 서로 힘자랑을 하여 팽의 관심을 끌려는 분위기까지 연출되어 버렸다.


지난 번 쿠안의 설득으로 함께 식사한 이래 팽의 아름다운 모습은 열정이 넘치는 남정네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기 때문에 그녀의 신발끈을 묶기 위한 경쟁은 밑도 끝도없이 불타올랐고, 팽은 아무리 좋은 말로 거절해도 이들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매우 난감해져버렸다.


"다들 뭐하는 거야? 팽님도, 저런 멍청이들을 상대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 베어버리십시오."


마침 식당 앞을 지나던 쿠안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소리를 하며 병사들을 꾸짖고, 병사들은 여전히 장난을 가득 담은 야유를 대장에게 퍼부었다.


"시끄러워, 멍청이들아. 팽님의 신발끈은 너희가 묶기에는 너무 고결하니, 너희는 너희들 신발끈이나 묶어!"


군중의 야유를 뒤로 하고 쿠안은 팽을 데리고 나온 다음, 그는 팽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가죽 끈을 묶어주었다.


"아... 저..."


"괜찮습니다. 평소에 여러가지로 신세지고 있으니 그 보답으로."


쿠안이 핫하하, 하고 웃자 팽은 고개를 까딱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라즈나 일족에게 이성의 신발끈을 묶는 행위는 사랑을 고백한다는 뜻이에요."


"그런 뜻이 있는 줄 몰랐군요."


쿠안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평상시 대로 대사를 읊조렸다.


"하지만 의미를 알았어도 제가 묶어드렸을 겁니다."


팽의 고운 손이 그녀의 앞에 모아졌다. 팽은 황송한 얼굴로 뺨을 붉히며 쿠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쿠안은 파괴력 넘치는 반응에 잠시 말을 잊었다가, "농담입니다."라고 말할 찬스를 성벽너머로 날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고 있는데?"


아델베르트는 아멜리아에게 힘없이 물었다. 아멜리아는 양 팔을 붕붕 돌리며 외쳐댔다.


"아이, 참 언니, 낚은 물고기라고 밥 안 주면 언젠간 도망간다니깐요! 가뜩이나 대장님이 긴 머리 패티쉬인데 팽씨는 찰랑찰랑한데다가 옷도 착 달라붙고, 부티에 귀티에 교양 넘치는 루이씨도 라이벌로 나타났잖아요! 뼛속까지 남자를 홀려먹을것 같은 나이스 보디의 리프베아체만 해도 쿠안님을 노리고 있는지 쿠안님에게 노려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아델베르트는 아멜리아의 머리를 주먹으로 꾸욱꾸욱 눌러주었고, "아파요! 성장기인 소녀에게 무슨 잔혹한 짓을 하시는 거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아델베르트의 공격이 멈추자 아멜리아는 다시 신이나서 외쳐댔다.


"가뜩이나 언니는 요즘 피부도 푸서푸석하고 머리칼도 막 갈라져서 개털같은데 이러다가 쿠안님을 뺏긴다니깐요!"


"..."


"아파요! 아, 진짜로 아프다구요! 키가~! 성장판이~!"


아멜리아는 즐거운 듯 꽥꽥 댔지만 아델베르트는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었으니 새삼 실망할 것은 없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이튿날 아침, 쿠안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출격하는 아멜리아를 불러 작전을 설명했다.


"우체계곡을 향해 출격한 카자라스 백작은 안면이 있지. 전에 그 사람 밑에서 싸워봤는데, 전술적 지식은 정말 적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작전 회의에 끼어들려고 노력하더군. 이번에 직접 대장을 맡은 이상 그는 가벼운 속임수에도 속아넘어갈거야."


아멜리아는 기억을 더듬다가 짝, 하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저도 기억나요, 그 참견쟁이 영주님. 어떤 속임수를 쓰면 되는데요?"


"오스본 포웰에게 500명을 붙여줬어. 적당한 길을 막고, 목책을 세운 다음 넌 그 한가운데에 앉아있으면 돼. 나머지 두 사람은 각자의 부대를 이끌고 잠복하도록."


"잠복했다가 적이 오면 치라구요? 상대는 5만인데?"


아멜리아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쿠안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절대로 안와."




카자라스 백작은 40대 초반의 남자로 스스로를 상당한 전략가라 칭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 전투에 나간 횟수가 거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본인은 그 점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의 집사인 레티치아는 원래 노예 출신으로 그를 위해 충성을 다 하였으며, 제법 전략적 안목이 있어서 그의 무능한데도 열심이기만 한 상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적의 목책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카자라스는 레티치아만 데리고 적을 살피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는 손바닥을 치며-잠복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적의 전술을 꿰뚫었다고 선언했다.


"몇 년 전에 쿠안의 용병대를 고용한 적이 있었지. 그 때 쿠안의 전술을 바로 옆에서 보았지. 이유가 없어보이는 명령도, 결국은 전투를 이기기 위함이었어. 지금 저 목책 사이에 있는 소녀는 틀림없이 쿠안대의 공병대장 아멜리아 크루즈다."


카라자스 백작은 길게 하품을 하고 있는 단발머리의 소녀를 기리켰다.


"위험한 자입니까요?"


레티치아가 두려운 듯 묻자 카자라스 백작은 눈을 살짝 감고 기억을 떠올렸다.


"공성대장으로서는 매우 유능했지. 실제 전투에서는 싸우는 걸 못봤어. 아니, 도망다니던 것 같은데."


목책의 그림자로 의자를 옮긴 아멜리아는 슬쩍 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별 거 아니란 뜻입니까요?"


레티치아가 김이 빠져 묻자 카자라스는 "그렇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걸세!"라고 언성을 높였다.


"쿠안이 이유없는 전략을 짤리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저건 속임수야!"


그는 잠복중이란 사실도 잊고 이제는 코까지 골고 있는 아멜리아에게 마구 손가락질을 해댔다.


"근처로 정찰대를 보내야겠어. 필히 적의 병력이 매복해 있을거야."


과연 그의 예측대로 동쪽 석산에는 자리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포웰의 군사가 흩어져 있었고, 서쪽 덤불에는 찬란한 황금빛 광체를 뿜어내는 왕실 정예병이 엎드려서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이것 보게나! 나의 예측대로가 아닌가!"


"하지만 놈들의 잠복위치가 이상한뎁쇼. 저 석산은 병력을 숨기기 좋지 않고, 반대로 공격받았다가는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요. 게다가 서쪽 덤불에 있는 부대는 설령 안개 속에서 천 피야메세 밖에 있다해도 눈에 보이지 않을깝쇼?"


"그것 역시 수상해!"


레티치아는 자신의 주인이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말씀은..."


"잘 보게, 레티치아. 서쪽 덤불의 부대는 왕실 근위대, 즉 쿠안 군의 최정예부대라네!"


"쿠안군의 최정예라굽쇼? 소문에는 도련님 부대라고 하든데..."


"모르는 소리로군. 들어보게, 레티치아. 쿠안이 왕실근위대를 이끌고 아론의 3천 기병을 사로잡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나? 군대도 어찌 할 수 없던 그 용병단 말일세. 또 마진을 공략할 때에 그들의 거점 파뮤를 왕실근위대만으로 지키게 했다네. 듣자하니 왕실근위대는 마진의 적들을 맞서 단 한명도 다치지 않았다더군."


"그거야, 안싸워서 그런거 아니겠습니까요?"


레티치아가 지당한 의견을 냈지만 카자라스 백작의 귓등에도 닿지 않았다.


"또 브랜과 맞설 때도 선두에 세웠다고 했다네. 그런데 전투가 끝난 후에 역시 한명도 다치지 않았지!"


"그건 도망쳐서 그런 것이..."


"그것 뿐만이 아닐세! 티에세를 공략할 때 왕실 근위대를 남겨 브랜을 견제할 정도로 쿠안은 그들을 신뢰하고 있지."


레티치아는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의 주인을 바라보다가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어떤 술수가 있을 지 모르는데 우리가 적의 정예와 직접 맞설 이유가 없지. 이긴다 해도 손해가 크면 안되지 않은가. 여기서는 다른 길의 동맹군이 후방을 쳐주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네. 그 때 공을 세울 기회가 올게야."


"다른 동맹군이 후방에서 안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요? 다른 부대가 패배한다거나 하면요?"


"쯧쯧, 레티치아. 미련한 소릴하는 구만. 여기에 적의 정예가 모여있는데 어찌하여 다른 루트에서 패배가 있겠는가. 아무튼 지금은 싸울때가 아니라 기회를 기다릴 때네."


레티치아는 길잃은 당나귀처럼 눈을 꿈뻑거렸지만 어차피 전투를 해도 이익이 없다는 점에 동의했으므로 그대로 아군을 대기시켰다.


작가의말

월요일에는 제가 서울에 없어서 올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문피아가 말입니다요... 스마트 폰으로 올리는게 굉장히... 아주 엄청나게 어려워요.

물론 제가 스마트폰을 잘 못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쪽이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 두 개 올리겠습니다. 1시간 내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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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31 0 27쪽
45 4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30 0 8쪽
44 43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151 0 26쪽
43 42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133 1 13쪽
42 41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07 1 15쪽
41 40화. 옛 연인 -3 15.09.30 119 1 15쪽
40 39화. 옛 연인 -2 15.09.21 149 1 12쪽
39 38화. 옛 연인 -1 15.09.18 123 0 8쪽
38 37화. 의도된 급변 15.08.31 169 0 15쪽
37 36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192 0 13쪽
36 35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65 2 16쪽
35 34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156 2 15쪽
34 33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142 1 10쪽
33 32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31 1 19쪽
» 31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305 1 9쪽
31 30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88 2 9쪽
30 29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167 1 16쪽
29 28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201 1 28쪽
28 27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71 1 8쪽
27 26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41 1 7쪽
26 25화. 잡담 15.06.19 168 1 6쪽
25 24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203 1 16쪽
24 23화. 패배를 앞두고 -2 15.06.12 372 1 16쪽
23 22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224 1 6쪽
22 21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200 1 22쪽
21 20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229 1 8쪽
20 19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212 1 10쪽
19 18화. 사투의 끝 15.05.13 202 1 18쪽
18 17화. 사투- 후편 15.05.11 191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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