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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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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25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2.27 23:45
조회
318
추천
5
글자
11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8)

DUMMY

통로로 퍼져나가는 자욱한 흙먼지를 뿌려대며 땅으로 추락한 스테판은 역겨운 신음을 읊어대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욱한 흙먼지 안에서는 정신을 잃은 스테판을 노려보는 한 쌍의 붉은 눈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커헉···! 드디어, 드디어 땅으로 떨어지셨군···.”


스테판의 등에 매달린 채로 그의 날개를 공격하여 땅으로 떨어지게 한 장본인인 윤성은 피를 토해내면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두 눈에서 나고 있는 붉은 빛은 전혀 힘이 떨어지지 않고, 더욱더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통로를 따라 불어오는 미세한 바람의 영향으로 자욱하게 깔려있던 흙먼지들이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오직 피처럼 붉은 눈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던 윤성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절망의 괴물 중 한 마리에게 치명상을 입힌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모습을 드러낸 윤성의 상태는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처참했고, 끔찍했다. 스테판의 등에 매달려 있었을 때 채 회복되지도 않았던 몸으로 무리해서인지, 윤성의 팔과 다리는 끔찍하게 뒤틀려있었고, 스테판의 비행에 의한 영향인지, 아니면 바닥에 떨어졌던 충격으로 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윤성의 피부는 넝마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 갈라진 틈으로 붉게 물든 뼈와 파열된 근육들이 모습을 보였다.


“하아···. 하아···. 하아···.”


아무리 스컬지로 인해서 초월적인 회복력을 손에 넣었다고는 해도 그 회복력이 윤성의 체력까지 회복시켜주지는 않기 때문에 윤성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땅에 떨어진 스테판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로 그저 자신이 증오하는 절망의 괴물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윤성의 뒤틀린 손에는 손바닥과 손가락들이 찢어지고,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은색 빛을 발산하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망할! 네놈의 멱을 따버릴 힘이 남아있지 않군···.”


간절함과 아쉬움이 물씬 느껴지는 윤성의 중얼거림은 생각보다 크게 정신을 잃은 스테판을 제외한 통로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 왔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천천히 자신들이 숨어있던 전철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윤성의 단순한 투정에 가까웠던 중얼거림은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컸다. 사람들은 윤성이 데니스와 안나를 구해준 것을 목격했고,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그가 고통스러워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 끝에 결국 윤성이 절망의 괴물 중에 한 마리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윤성의 처절함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손에 무기를 쥐고,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전철에서 나왔다. 그것은 모든 것을 윤성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였고, 윤성이 힘이 남아있지 않은 이 순간에 자신들이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윤성을 돕기 위해서 전철에서 나온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눈에서는 강인한 영혼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찬란한 빛이 나오고 있었다.


윤성을 돕기 위해서 나온 사람들의 맨 앞에는 레이첼이 있었다. 그녀는 윤성의 중얼거림을 가장 먼저 들었고, 더 이상은 윤성 혼자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지에 동조하는 것처럼 그녀의 친구들과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서 지쳐있는 윤성에게 다가왔고, 처절하게 상처를 입은 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뭐, 뭐야···?”


오직 스테판의 목을 베고 싶다는 열망에 오직 그만을 노려보고 있던 윤성은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사람들의 존재에 놀랐고, 자신의 피와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흠칫 몸을 떨었다.


“나예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윤성은 자신의 불안감을 녹여주는 그리웠던 목소리를 듣고, 자동으로 그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움직였다. 그곳에는 밝게 빛나는 눈부신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마음에 가지고 있던 분노와 증오가 꺼져가고, 그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올랐다.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된 순간에는 가슴이 너무 아파 왔었다. 칼날에 베인 것처럼, 총알에 뚫린 것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자신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새겨진 것만 같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의 분노와 증오를 식혀주고 있는 이 상황이 윤성에겐 꿈처럼 느껴졌다.


윤성은 어느샌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첼.”

“그래요···. 나예요···.”


힘겹게 자신의 이름을 부른 윤성과 눈이 마주치자 자신의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레이첼은 윤성을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두 번 다시 그를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저, 저기.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야···.”


윤성을 도우러 온 그룹의 리더인 레이첼이 윤성과 끌어안고 있는 사이에 리나가 조심스럽게 레이첼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저 괴물···.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은데?”


리나의 말을 들은 윤성은 재빨리 레이첼을 자신의 뒤에 숨기면서 스테판을 주시했다. 그리고 윤성은 스테판과 눈이 마주쳤다.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역겨운 그 눈과 말이다.


“이···이···이···.”


숙주의 타오르는 분노와 증오에 영향을 받았는지, 스테판의 얼굴에 있는 녹색 액체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스테판은 용납할 수 없었다. 감히 그분의 새로운 힘이 될 자신을 이렇게 만들다니. 감히 아름답게 하늘을 날아다니던 자신을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땅에 처박히게 하다니. 스테판은 저 실패작이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의 존재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역겨웠다.


“되먹지 못한 쓰레기 실패작 따위가!”


분노와 증오의 일갈을 내뱉으면서 스테판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몸을 채 가누지 못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르지도, 하다못해 땅에서 몸을 조금이라도 띄우지 못했다.


“으으으으!”


스테판은 타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추스르지 못하고, 어떻게든 윤성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으레 날개를 잃은 벌레들이 그러는 것처럼 역겹고 추한 몸을 꿈틀대면서 조금씩 윤성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스테판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허용해야만 했다.


윤성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스테판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고, 회복력이 다른 스컬지 개체들보다 떨어지는 스테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들을 그대로 허용하면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으악! 아아악! 이! 이!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


자신의 먹이에 불과하고, 자신의 음식에 불과했던 존재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모욕감을 느낀 스테판은 주체하지 못할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지만, 현재의 자신의 상태로는 먹이들에게 조차도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한발씩, 한발씩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총구에서 발사되고 있는 총알들은 무참히 스테판의 몸을 때려대고 있었고, 조금씩이지만, 그의 몸을 갉아대고 피가 흘러나오게 하였다.


‘위, 위험한데. 이대로 계속 공격을 당하는 건···.’


조그맣지만 연속되는 공격에 자신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스테판은 분노와 증오가 시들기 시작하면서, 불안하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회복력이 약한 자신이 이렇게 계속해서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이 된다면 또다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무슨··· 무슨 수를 써야···.”


다급하게 자신의 목숨을 구할 방법을 찾으려 애쓰면서 이제는 윤성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스테판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스테판의 움직임은 이제까지 중에 가장 역겹고 추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신들의 공격이 땅에 떨어진 절망의 괴물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모든 탄환을 퍼부을 기세로 스테판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무리에 무기를 들고 합류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고, 무력하게 사람들이 퍼붓는 공격을 당하는 스테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도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시작했다.


“멈추지 못하겠냐!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자신들의 손으로 절망의 괴물 중 한 마리를 끝장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열에 사로잡혀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강한 분노의 외침에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면서 총의 방아쇠에 걸려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


“감히! 감히이이이!”


격렬한 분노를 토하면서 사람들과 스테판의 사이를 막아선 자는 또 다른 절망의 괴물인 릭이었다. 릭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분노하고 있었는데. 으레 분노를 표현하는 색이 붉은색인 것처럼 현재 그의 몸도 그가 가진 분노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피처럼 붉고, 타오르는 불 그 자체로 보이는 붉은 색을.


“버러지 같은 먹이들 주제에! 감히 내 아버지에게 손을 데고, 내 아버지가 피를 흘리게 만들다니!”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분노의 화신인 것처럼 붉게 타오르는 거대한 몸으로 사람들에게 다시금 공포를 심어주면서 릭은 외쳤다.


“네놈들을 모두 살려두지 않겠다!”


릭은 자신의 꼬리 촉수로 윤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자신들을 노리고 날아드는 거대한 붉은 촉수를 보면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릭의 분노가 담긴 공격이 사람들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어느새 사람들의 앞을 막아선 로그가 자신의 촉수들로 사람들을 보호하는 장벽을 친 것이었다.


“또다시 날 방해하는 거냐?! 그분에게 버림받은 실패작인 주제에!”


릭이 분노를 토해내면서 자신의 꼬리 촉수를 가로막은 로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자, 갑자기 로그가 ‘깨갱’ 소리를 내면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현재 릭의 모습이 지옥의 악마와도 같긴 하지만, 로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결코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릭이 극심한 분노를 지니게 되면서 생기게 된 릭의 육체가 일으킨 변화 때문이었다. 릭은 분노로 몸이 붉어진 것뿐만 아니라, 강한 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는데. 그 열기는 릭의 꼬리 촉수에 닿은 전철이 녹아내릴 정도로 강한 열기였다. 아버지인 스테판을 지키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릭 본인도 알지 못했던 능력이 새롭게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아들아.”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는 릭에게 감동한 스테판은 그 오랜 세월 동안에 그렇게 입에 담지 않았던, 릭이 그토록 듣고 싶던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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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9) 17.03.01 339 7 11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8) 17.02.27 319 5 11쪽
12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7) 17.02.24 407 5 13쪽
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3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6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69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5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0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396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0 5 13쪽
11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4 5 12쪽
11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4 5 12쪽
11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09 6 12쪽
11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67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2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66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28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3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79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1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54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38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59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68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1 8 15쪽
10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4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4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1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7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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