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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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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810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2.01 23:28
조회
409
추천
6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DUMMY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절망과 희망의 존재를 전혀 상상하지도 못하는 생존자들은 그저 전철역으로 향하는 여정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들은 세 명씩 조를 이루고, 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되도록 서로 뭉쳐 다니게끔 노력하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조를 이루고 있는 세 명 중에 두 사람은 총을 비롯한 무기를 들고 있었고, 그 무기들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조에 속한 나머지 한 사람은 대부분 아이나 여자들. 그리고 부상자들 같은 신체적인 약자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들은 총알 같은 보급품이나 식량들을 나누어 메면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런 짐들을 들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자들은 가장 안쪽에 배치되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이들이 여정을 시작하고, 아무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직도 배를 덜 채운 괴물들은 생존자들을 노리고 습격을 해왔고, 그 습격의 여파로 몇 명인가 목숨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괴물의 습격으로 자신의 가족이나 소중한 이들을 잃은 그들은 생존자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돌프에게 왜 윤성과 로그를 내쫓았냐면서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윤성과 로그가 그들을 이끌고 훈련소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지금보다 무기도 부족했고, 생존자들의 절망과 공포가 더 컸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죽음의 화신들에게 끌려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프는 이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그럼 당신들은 왜 그 괴물들이 떠날 때 막질 않았죠?”


이런 돌프의 질문에 반발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그 괴물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당신들을 도왔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 녀석들에게 우리 목숨을 맡기는 게 잘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돌프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하는 연설의 내용에 레이첼은 울컥하였지만, 비올라가 말려서 그에게 반발하지 못했다. 그레이는 돌프가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양손으로 양쪽 귀를 후벼대면서 그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구멍으로 들어오는 것을 봉쇄했다.


자신을 향해 보란 듯이 딴청을 피우는 그레이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진 돌프였지만, 윤성과 로그와는 다르게 그를 내치는 것은 힘들었다. 물론 그의 외모로 보자면 괴물 중 하나로 덮어씌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이 여정을 시작한 뒤로 그레이의 존재가 생존자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레이는 레이첼, 비올라와 함께 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근처에 있는 다른 조를 포함한 몇몇의 사람들은 그레이 덕분에 한순간에 날아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스컬지로 만들어진 괴물들의 약점이 머리라는 것은 이미 윤성이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에 알 수 있었지만, 괴물들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재빨라서 그들의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교관들은 괴물들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는 적응했지만, 훈련생들과 일반인들 중에는 그 움직임을 쫓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레이는 어디서 자꾸 나오는지 모를 단검들을 던져 괴물들이 사람들을 죽이려는 순간을 수없이 막아내었고, 그렇게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그레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 그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비록 외모만 보자면 그도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그레이는 윤성처럼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존재로 느껴질 만큼의 요상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존자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인 돌프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자신의 신경을 긁어놓는 행동을 일삼는 그레이의 존재가 결코 달가울 수가 없었다. 윤성과 로그를 떠나게 만든 것에 대한 앙갚음인지 그레이는 사람들을 구하고 나면 반드시 돌프를 슬쩍 바라보곤 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돌프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레이의 눈을 통해서 그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던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 봐. 내가 너희들만으로는 이 사람들을 지키기 힘들다고 했지?’


그의 눈빛이 자신의 결정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돌프는 그레이를 향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를 키워나가고 있었지만, 생존자들 사이에서 그레이가 차지하는 위치가 점점 커져 나갔기에 자신이 손을 쓰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현재 돌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그저 마음속으로나마 그레이를 마음껏 욕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돌프의 분노의 대상인 된 그레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별로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들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윤성과 로그가 떠난 후에 자신들이 믿었던 훈련소의 교관들과 훈련생들이 생각보다 미덥지 못하다는 것에서 오는 공포와 불안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프를 비난했던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모두 자신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들뿐이었다. 아마 잡아먹힌다는 죽음의 형태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윤성과 로그가 떠나도록 내버려 둔 것이 자신들의 큰 실수였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자들에게 기대는 법이니까···.’


그레이는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중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이 지닌 본성이라고 여겼기에 큰 비난을 하지는 않았다. 윤성과 로그가 떠난 지금. 레이첼과 비올라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고, 그들을 지키기에는 아무래도 무기를 든 사람이 많은 이런 그룹에 남아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되도록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만 했다.


돌프와 그레이가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쌓아가고 있는 사이. 그레이를 향한 다른 종류의 악감정을 품고 있는 자가 한 명 있었다.


‘쳇. 뭐 저런 영감이 다 있어?’


돌프처럼 대놓고 자신의 불만을 표하지 못하고 있는 자는 바로 마티와 조를 짜고 있는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돌프가 자신들의 목적지를 그의 의견대로 전철역으로 결정한 후에 세 명씩 조를 짜라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레이첼과 친구인 마티에게 다가가 자신과 조를 짜자고 요청했다.


“···왜 나랑 조를 짜려는 거지?”


마티도 눈치가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가 자신과 조를 짜려는 속셈을 간파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가 형식적인 질문을 던진 이유는 친구들 중에 리나와 마이크가 함께 조를 짜는 것은 확정적이었고, 레이첼은 그레이와 조를 짜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혼자 남은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었고, 브랜드라면 무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자신의 결점을 충분히 보완해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그야 너와 함께하고 싶어 서지. 우린 바로 이웃에 사는 사이 아니냐? 그러니 내가 널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


마티는 브랜드가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속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뭐? 이웃에 사는 사이? 아무리 같은 기숙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쓰고 있는 방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빌어먹을 놈 같으니!’


물론 두 사람이 같은 기숙사의 같은 층에서 살고 있었지만, 마티는 302호에 머물고 있었고 브랜드는 315호에 살고 있었다. 이웃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상당했을뿐더러 마티는 기숙사에서 브랜드가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보나 마나 목적은 레이첼이겠지···. 하아. 어떻게 한담?’


브랜드의 목적은 뻔했다. 조를 짠 후에 자신과 친구들이 레이첼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것 같으니까. 자신도 그사이에 끼고 싶어서 수작을 부리는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자신과 브랜드가 조를 이룬다면 레이첼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마 그 남자의 일 때문에 우리에게 악감정이 좀 쌓였을 텐데···.’


마티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슬쩍 레이첼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여전히 붉은 눈을 가진 그 남자를 생각하는 듯 보였고,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을 것이라고 마티는 짐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브랜드와 조를 이루게 되면···. 으으으.’


이후의 상황은 미래가 다가오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티는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살아남아서 이 지긋지긋한 도시를 벗어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다른 성적은 둘째 치더라도 브랜드의 전투 성적은 늘 레이첼과 함께 상위권이었다. 그런 브랜드와 조를 이룬다면 자신이 죽을 확률은 많이 줄어들게 분명했다. 게다가 레이첼도 근처에 있고, 뛰어난 솜씨를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 그레이까지 함께라면 자신이 생존할 확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었다.


“···그래.”


결국, 고심 끝에 마티는 브랜드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브랜드는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마티를 무시하면서 레이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비록 그 이후에 레이첼에게 집적대다가 그레이에게 얻어터지긴 했지만. 적어도 그는 레이첼과 가까이 있겠다는 자신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런데 저 영감이 문제란 말이지···. 뭐 하는 양반이길래 저렇게 잘 싸운담?’


브랜드는 레이첼의 가까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그녀에게 자신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녀가 위험할 때에 그녀를 구해주고,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는 탁월한 리더쉽을 보여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그레이라는 존재 때문에 무참하게 깨어지고 있었다.


레이첼 또한 자신이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괴물들을 상대로 잘 대처하고 있었다. 예전에 자신이 봐주면서 싸우던 그녀의 실력과는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발전을 했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브랜드는 크게 당황했다.


‘안 좋은데···. 이러다간 레이첼의 마음을 얻는 건 둘째 치더라도 생추어리에서 받을 내 평가가 떨어질 수도 있겠어.’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브랜드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면서 생추어리의 평가와 레이첼의 마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품은 채로 생존자들은 언제, 어디서 괴물들이 습격해올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을 덮어쓴 채로 떨리는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디고 있었고,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그들의 얼굴에서 점점 생기와 희망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 그들의 여정은 누군가가 내뱉은 한 마디에 끝을 고하는 듯 보였다.


“저길 봐! 세턴 시티역이야!”


누가 그 말을 내뱉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들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여겨지는 전철역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노려보는 절망의 존재들을 깨닫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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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4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6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69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5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1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396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1 5 13쪽
11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4 5 12쪽
11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5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10 6 12쪽
11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68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3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67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28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4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80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2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55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38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59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68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2 8 15쪽
10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5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4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1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7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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