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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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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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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18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2.06 23:10
조회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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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DUMMY

죠의 담담한 발언에 대한 여파는 죠의 예상보다 더욱 거대하게 역무실을 휘감아 버렸다. 절망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가 막힌다는 거죠?”


다급하게 돌프가 죠를 향해 질문을 던졌고, 이에 죠는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채로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추어리에서 이렇게 되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니까요.”


그리고 돌프는 죠가 내놓은 답변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성을 내면서 되물었다.


“시스템? 세턴 시티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 있단 말입니까?!”

“왜 없겠습니까? 세턴 시티는 외부와 차단되는 시스템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바깥과 연결되는 전철 통로를 막아놓는 시스템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그런 시스템이 마련 되어 있고, 그것을 행하는 매뉴얼들도 있습니다. ···그걸 모르고 계셨습니까?”

“아, 아니. 제 말은 왜 지금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느냐는 말입니다! 안에서 이런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데 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겠냐는 말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은 일반적인 테러나 사고로 인한 경우를 말하는 거겠죠.”


돌프는 자신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죠가 점점 더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대체 기관사에 불과한 자가 뭘 안다고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 세턴 시티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생추어리의 관계자인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할 터였다. 그런데도 고작 전철을 움직이는 기관사에 불과한 자가 왜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으로 만들어대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하아···.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세턴 시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그것들과 뭐가 다르다고 하는 겁니까? 대체 뭐가 그리 차이가 난다고, 바깥으로 나가는 길이 막혔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겁니까?!”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죠가 어이없다는 투로 내뱉는 질문에 결국 돌프는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화가 폭발해버렸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흘러가는 시간조차도 아까운 이 상황에서?!”


돌프는 다시금 죠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아채고,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죠에게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런 돌프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죠는 여전히 차분함을 잃지 않은 목소리로 돌프의 의문에 답을 들려주었다.


“당신이 말한 것도 틀리진 않아요. 하지만 바깥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차단시키는 경우가 하나 있죠. ···바로 전염병들이 퍼진 상황.”


죠의 답을 들은 돌프는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순식간에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아버렸다.


“현재 세턴 시티에 펴져 있는 정체 모를 역병은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 경우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모든 수단을 막아버리죠···. 알아요···. 나도 압니다···.”


돌프에게 멱살을 잡혔던 죠는 주저앉아있는 돌프에게 그가 잊어먹고 있던 사실을 전해주었고, 돌프는 자신이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고, 희망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버렸다.


세턴 시티에 퍼지고 있는 스컬지로 인해서 변모된 사람들이 나왔고, 세턴 시티에 깔려 있는 CCTV라는 눈들은 그것을 포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들은 세턴 시티를 책임지는 생추어리의 부서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고, 그 영상을 본 생추어리가 세턴 시티에 취할 행동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세턴 시티의 봉쇄. 외부로의 위협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광고로 내세우고 있지만, 반대로 세턴 시티의 내부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에 그것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겼지만, 혹시 모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다고 세턴 시티를 만들어 낸 로드 트레인이 강하게 주장하여 만들어진 시스템이었다.


그 시스템 하나 때문에 생추어리 관계자들은 조롱하는 의미로 이 세턴 시티를 감옥 도시라고 부르곤 했었다. 이 도시에 오면서부터 숙달했던 사항이었는데 자신이 이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에 돌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이곳으로 향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런 절망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물론 돌프 뿐만 아니라 다른 교관들도 브랜드의 의견이 제일 좋은 생각이라 여겨서 감옥 도시라는 이명을 가지게 만든 그 시스템에 대해서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돌프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써 그에 대한 책임감이 남들보다 더 컸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절망에 대한 죄책감 또한 남들보다 거대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어떻게···.’

“내부에서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프는 누군가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는 것을 느꼈고, 이에 안도감이 느껴지면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는 없네. 나는 기관사일 뿐이야. 이곳에 있는 시스템을 온전히 다루지는 못하니까 말이야.”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을 제가 한 명 알고 있습니다. 후훗.”


자신감이 넘치는 말을 하는 사람의 정체는 바로 생존자들이 이곳으로 향하게끔 만든 브랜드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돌프는 자신이 가졌던 안도감과 기대감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을 절망으로 인도한 브랜드에게 화를 내려 했지만, 이어지는 브랜드의 말에 행동에 나설 의지를 남김없이 상실해 버렸다.


“저와 조를 이루고 있는 마티라는 훈련병이 컴퓨터를 아주 잘 다룹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긴 뭐하지만, 해킹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고 있죠. 마티라면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오오!”


브랜드가 제시한 새로운 희망에 돌프와 죠를 제외한 역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 탄성은 사람들에게 쌓여있던 절망을 걷어내 주었고, 절망이 걷힌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해주러 온 구원자나 영웅을 보는 것처럼 브랜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마티라는 훈련병을 어서 이리로 데리고 오게.”


하지만 돌프만은 브랜드를 경계했다. 돌프는 사람이 변한 것처럼 리더쉽을 발휘하는 브랜드가 수상하다고 여겼다. 물론 자신의 경험상. 이런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밑에서 교육을 받던 브랜드는 결코 그런 케이스의 사람이 아니었다.


오로지 육체 능력만을 믿고, 전술이나 교육 쪽의 수업은 진저리를 치고, 여자들과 노는 것만을 좋아하던 브랜드가 갑자기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그것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발휘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이기적이고 배려심이나 책임감이라곤 자신에게 없는 단어로 치부하는 자였다.


‘그런 브랜드가 이렇게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사람들을 이끌려고 한 다라···.’


돌프는 자신이 봐왔던 브랜드를 믿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있어···. 저 녀석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브랜드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은 너무나 신격화되어 있기에 아직은 돌프가 브랜드를 깎아내릴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지금 브랜드에게 의심이 가는 점을 쏟아내려 한다면, 자신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내쳐질 수도 있었다.


‘상황을 좀 더 살피는 게 좋겠군.’


돌프의 지시에 브랜드는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경계를 한 후에 마티를 데리러 자리를 빠져나왔고, 아무도 자신을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경멸과 짜증을 드러내면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무래도 저 양반은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은데···.”


자신에게 지시를 보내고 있는 생추어리의 구원자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면서 브랜드는 생각을 굳혔다는 듯이 자신이 떠나 온 역무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돌프를 제거해야겠어.”


섬뜩한 결심을 한 브랜드는 자신의 성공에 대한 방해물이 되고 있는 돌프를 떠올리면서 잔인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감히 영웅이 되려고 하는 나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려고 하다니···. 그것만으로도 제거당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충분해···. 후후후.”


비열한 웃음소리를 조용히 내뱉으면서 브랜드는 핸드폰을 들어서 돌프를 제거할 방법을 자신이 걸어갈 영웅의 길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구원자에게 물어보려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구원자의 이야기를 들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것은 자신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였지만.


브랜드가 마티를 데려온 후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마티는 돌프로부터 전후 사정을 듣고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의욕을 불태우면서 역무실의 시스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에 마티는 뿌듯하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돌프에게 말했다.


“설정은 끝났습니다. 제 예상보다 시스템을 조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네요. 이제 전철이 근처에 도착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릴 겁니다.”

“굉장하군. 수고했네.”


마티의 수고와 업적에 비하면 아주 간소한 칭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티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것은 훈련소에 입소한 후부터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돌프의 칭찬을 처음으로 들었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왔던 실력이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서 오는 뿌듯함이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자긍심 또한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전철만 움직일 수 있으면 되겠군요.”

“···사람들을 모두 이동시키도록 하지. 어서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만 싶군.”


일부러 죠의 말을 무시하면서 돌프는 주변에 있는 교관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죠는 자신과 말다툼을 벌인 사실 때문인지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돌프를 노려보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대항도 할 수가 없었다. 이 감옥 도시에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은 좋으나 싫으나 전철을 운전해야만 했고, 그것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돌프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그에게 대항한다면 이 생존자 그룹에서 내쳐질 것이고, 죠 혼자서 이 지옥을 해쳐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으니까.


‘더러워도 그의 말은 따라야지. ···지금은 말이야.’


생각을 마친 죠가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역무실에는 이제 단 한 명도 숨을 쉬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프를 비롯한 심지어 이곳에 갇혀있던 죠 역시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역무실의 입구에는 현재 역무실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감지하여 인원수를 알려주는 기계가 달려 있었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던 그 기계는 분명히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간 역무실에서 ‘7’이라는 숫자를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역무실에서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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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8) 17.02.27 318 5 11쪽
12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7) 17.02.24 407 5 13쪽
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3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6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69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5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0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396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0 5 13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4 5 12쪽
11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4 5 12쪽
11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09 6 12쪽
11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67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2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66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28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3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79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1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54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38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59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68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1 8 15쪽
10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4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4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1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7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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