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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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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2,726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1.30 23:49
조회
471
추천
7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DUMMY

두 마리의 괴물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의 복수의 대상인 윤성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친 후부터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로그와 함께 지옥으로 변한 세턴 시티를 터덜터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뚜렷한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서 도망칠 생각만 했던 윤성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힘없던 자신의 발걸음을 멈췄다.


“···어디로 가야 하지?”


윤성의 이 질문은 윤성 자신도 답을 내릴 수가 없는 질문이었고, 유일하게 그의 곁에 남아있는 로그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줄 수 없었다.


너무나 공허했고, 너무나 외로웠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비난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게 크기도 했지만, 자신을 노리는 릭이 이번에는 또 어떤 술수를 쓸지 모르기 때문에 레이첼을 비롯한 자신이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사람들에게서 도망을 쳐버렸다.


“···내가 선택한 게 옳았던 걸까? 이렇게 도망을 칠 게 아니라 나를 비난하고 두려워하는 그 사람들에게 맞서는 게 나았을까? 레이첼, 비올라. 그리고 그레이의 곁을 떠나온 게 과연 그들이 나와 함께 있으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윤성은 잠시 뜸을 들이면서 악취가 가시지 않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그저 더 이상 상처를 받는 게 두려워서 나 자신을 위한 변명을 쏟아내면서 도망친 게 아닐까?”


그의 양손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나 고약했기에 윤성은 근처에 있는 물웅덩이에 자신의 손을 닦으면서 로그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어떻게 생각해? 난···. 스스로 정했던 목표도 버리고, 그저 도망을 친 겁쟁이일 뿐인 걸까?”

“···끄응.”


로그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기보다는 윤성을 위로해주는 것을 선택한 듯이 그의 얼굴을 혀로 핥아댔다.


“···너라도 내 옆에 있어 주니. 참 다행이다.”


윤성은 자신의 얼굴을 핥는 로그의 혀에 간지러움을 느끼면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마음에 울 것만 같았지만, 미소를 지을 수 있었고,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는 로그의 존재에 더없이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살아남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로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떠나온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내비친 윤성은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초점을 잃었던 붉은 눈에서 점점 생기가 비치며 미약하게 남아있던 불씨가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크르르···.”


그리고 그런 윤성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처럼 로그도 윤성에게 애교를 떨던 것을 멈추고, 전투태세를 잡으면서 낮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로그가 노려보고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을 잡아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입에 묻은 피들을 혀로 음미하는 괴물들이 윤성과 로그를 노리고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단 이 주변부터 정리를 해야겠네.”


칼들을 손에 쥐며 윤성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괴물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괴물들은 로그는 둘째 치더라도 자신들의 먹이에 불과한 인간이 자신들을 보고 도망도 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을 보고, 일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물들 중에 아직 배를 채우지 못한 한 녀석이 다른 괴물들에게 자신의 식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제일 먼저 윤성을 향해 뛰어왔고, 어서 그의 피와 고기로 자신의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기를 소망했다.


그 괴물이 자신에게 최대한 가까이 오기까지 윤성은 칼들을 들어 올리지 않은 채로 기다렸다. 천천히 숨을 고르는 그 모습은 느긋하게 보일 정도로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윤성은 또다시 뛰쳐나오려고 하는 자신의 내면에 가둬진 광기의 괴물을 억누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를 풀어라! 어서! 다시금 저들의 피와 살로 우리의 욕정을 채우자!”


광기의 괴물은 다시금 윤성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사슬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이런 광기의 괴물을 향한 윤성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꺼져.”


광기의 괴물의 속삭임에 대한 자신의 답을 내뱉은 윤성은 어느 샌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을 향해서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칼을 재빠르게 휘둘렀다.


윤성이 휘두른 칼은 주변의 공기를 가르면서 굉음을 발산했고, 그 궤적에 닿아있던 괴물의 얼굴을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버렸다.


“로그. 일단 이 주변부터 청소 좀 하자! ···스트레스 해소도 좀 할 겸 말이야.”

“컹! 컹!”


윤성의 말을 들은 로그는 분노가 담긴 대답을 토해냈고, 윤성이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먼저 몸을 날려서 괴물들의 한복판으로 쳐들어가 그들을 물어뜯고, 할퀴고, 잡아 뜯어버리기 시작했다.


“···너도 화가 많이 났었구나.”


분노에 휩싸인 로그의 모습을 보면서 윤성은 씁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말을 못하는 데다가 예전부터 윤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묵묵히 지탱해주는 모습만 봐오다 보니 윤성은 로그가 현재 어떤 심경인지 제대로 파악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이 언제나 로그에게 빚만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사과를 해야겠어.”


로그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커진 윤성은 괴물들을 정리하고 로그에게 사과할 것을 결심했고, 반대쪽에 있는 괴물들을 향해서 마치 사냥하는 맹수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서 아직도 날뛰고 있는 광기의 짐승의 영향은 받질 않았지만, 괴물들을 공격하는 윤성의 모습은 여전히 괴물이나 악마처럼 보이고 있었다.


윤성은 이를 드러내고, 붉은 눈을 불태우고, 살을 찢어버릴 정도로 휘몰아치는 냉기를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윤성은 릭과 싸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에게 들은 비난과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버리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릭과 스컬지의 괴물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자 했고, 그들에 대한 원망을 숨기고 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싸우고만 싶었다. 사람들의 눈과 그것으로 인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레이첼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이 입을 피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은 이 빌어먹을 괴물들을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리고 신경 쓸 것이 없어진 지금의 윤성은 원인모를 자유를 느끼고 있었고, 은밀히 느껴지는 해방감에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 정도면 된 건가?”


오랫동안 이어진 학살의 시간이 마침내 끝을 고하자 윤성은 숨을 헐떡이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저 멀리에서 로그도 그와 마찬가지로 지쳤는지 혀를 내민 채로 헥헥 거리고 있었고, 나란히 숨을 고르고 있는 둘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숨이 붙어 있는 생명체들은 없는 듯 보였다.


“이만하면 청소는 어느 정도 된 것 같네. 수고했어. 로그.”


지친 몸을 이끌고 로그의 곁에 온 윤성은 로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청소했다고 하는 주변의 광경이 맘에 든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말로는 청소했다곤 하지만 그들 주변의 광경은 무척 처참했다. 괴물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흘려댄 피는 근처에 있는 하수구로 흘러가거나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지만, 워낙에 그 양이 많아서인지 거대한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를 쏟아내고 있는 괴물들의 시체는 잘리고 찢겨진 채로 산처럼 쌓여있는 판국이었다. 청소를 완료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윤성과 로그의 주변은 악취가 진동하는 시체의 땅이 되었다.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는 끝난 것 같군.”


자신들이 만들어 낸 광경에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윤성은 주변의 공기를 얼려버릴 듯한 살기를 내뿜었고, 그것은 로그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체의 땅을 만들어낸 둘은 자신들이 소중한 이들을 떠나게 만든 릭에게 예전보다 강한 분노와 증오를 품고 있었고, 이번에야말로 자신들이 가진 이 분노와 증오를 고스란히 그들에게 풀어낼 생각이었다.


윤성과 로그가 뿜어내는 살기가 워낙 강해서인지 피 냄새를 맡고 다가온 괴물 한 마리가 지레 겁을 집어먹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괴물이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 순간에 허공에서 날아온 화살이 무심하게 그 괴물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한참을 찾았네···. 여기서 둘 다 뭐하는 거야?”


하나의 화살로 괴물을 죽인 스완은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윤성과 로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고, 로그는 꼬리를 흔들면서 스완을 반겨주었다.


“···쫓겨났어.”


허탈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준 윤성에게 스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거봐. 내가 힘들 거라고 했지?”


스완의 질책이 섞인 말을 들은 윤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스완은 투구를 벗은 후에 로그와 윤성을 동시에 안아주면서 그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많이 힘들었겠네. ···많이 아팠겠네.”


따듯하게 자신을 위로해주는 스완의 말을 들으면서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녀가 등을 두르려주면서 해주는 위로는 사람들에게서 괴물로 취급받으면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고, 힘이 날 수 있게 해주는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윤성은 퉁명스럽게 스완에게 말을 했다. 자신이 그녀의 위로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대한 냉정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말투에는 조금의 울먹거림이 들어있기에 스완은 웃으며 말했다.


“왜? 이런 미인 품에 안겨서 좋지 않았어?”

“···좋기는 퍽이나···.”


소름이 끼친다는 듯한 몸짓을 보이면서 윤성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고, 이에 스완은 윤성의 행동에 상처받았다는 듯이 로그를 끌어안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하네. 정말···.”

“됐고.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또다시 스완의 페이스에 말릴 것이라고 여긴 윤성은 재빨리 그녀의 용건을 물었고, 이에 스완은 자신의 팔에 장착된 핸드북을 작동시켜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운 후에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이걸 봐.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떠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뭐?”


아직 홀로그램 모니터가 로딩 중이었기에 윤성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한 마디의 질문을 스완에게 던졌지만, 스완은 손가락으로 홀로그램 모니터의 화면만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 로딩이 끝난 홀로그램 모니터에서는 화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목소리들이 윤성의 귀에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윤성은 즉각 분노가 담긴 외침을 토해내었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릭과 스테판이 한 이야기를 들은 윤성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당장에라도 그들을 찾아가 갈가리 찢어놓고 말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렸고, 스완은 윤성의 그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게 자신의 투구를 착용한 후에 손을 들어서 윤성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평상시의 윤성이라면 스완의 이런 행동에 의문을 가졌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생각 같은 것은 나중에 해도 됐다. 지금은 어서 빨리 자신이 떠나온 사람들에게 가야만 했다. 또다시 그 괴물들의 손에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절대로, 결단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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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8) 17.02.27 322 5 11쪽
12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7) 17.02.24 410 5 13쪽
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8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7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72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8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5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401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5 5 13쪽
11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8 5 12쪽
11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9 5 12쪽
11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16 6 12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72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4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72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32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8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85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6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61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45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61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71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5 8 15쪽
10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8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9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6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9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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