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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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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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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01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1.02 23:05
조회
444
추천
7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DUMMY

폴을 무사히 구해내는 데 성공한 윤성 일행은 괴물들에게 습격을 받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면서 생추어리의 훈련소로 향했다. 훈련소로 출발하기 전에 윤성은 훈련소로 가는 길에서 발견한 사람들만을 구해내겠다고 말했고, 그것은 레이첼이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었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세턴 시티의 모든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은 한계가 명확했고, 생존을 위해서 훈련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구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을 윤성과 로그, 그리고 그레이가 모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윤성은 일부러 로그를 앞세워서 그들을 구해냈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윤성이 발견하더라도 일단은 로그에게 그들을 구하는 일을 맡겼고, 윤성은 동시에 습격을 받는 상황이 아니면 여간해서는 먼저 나서지 않으면서 로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다가가 로그와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방법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윤성이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윤성은 로그가 스컬지로 인해 만들어진 다른 괴물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 걸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형제이자, 친구인 로그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로그가 그들을 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다른 괴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성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존자들은 로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로그는 괴물일 뿐이었다. 외형 자체도 일반적인 다른 동물들과 판이하게 달랐고,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거대한 괴물들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무리 윤성이 자신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로그를 향한 적개심과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로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렬에 로그가 끼는 것까지는 반발하지 않았다. 워낙 현재의 사태에 혼란을 느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도 없었지만, 윤성 일행과 함께하면 적어도 목숨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한 윤성은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불만도 내보이지 않고, 되도록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로그와 함께 행렬의 후미를 지키면서 걸어갔다.


물론 개중에는 이기적으로 구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자신들을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자신들은 따로 행동하겠다면서 자동차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자신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해달라고 요구하는 자들도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자들도 있었고, 다른 이가 가져온 식량이나 금품을 노리는 자도 있었다.


그러자 윤성과 그레이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이 행렬이 안전하게 생추어리의 훈련소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과 생존에 대한 본능을 최대한 자제하고 남들과 어우러져서 함께 행동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도망친 사람들이야 잡을 필요가 없었지만, 생존을 위한 행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자들은 윤성과 그레이가 각각 제압을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로그에게 가까이 있도록 배치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그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들의 행동을 자제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윤성과 그레이가 행렬에서 쫓아내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행렬에서 쫓겨난 이들은 행렬의 맨 뒤에 위치한 로그의 뒤를 졸졸 쫓아왔다. 로그에 대한 두려움이 크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더 두려웠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사람들을 구하며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윤성 일행이 구해낸 사람들의 수가 50명을 넘기게 되었다. 그러자 그레이는 생존자들의 행렬을 잠시 멈춘 후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이와 노인들. 그리고 여성들은 가급적 차에 태우고, 그 주변을 남자들이 둘러싸는 형태로 이동을 할 것을 건의했다.


물론 공포에 질린 일부 남자들은 그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비록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주긴 했지만, 왜 자신들에게 지시를 내리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왜 당신들이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겁니까? 우리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몰라요. 어차피 당신들도 자신들끼리 도망치는 것이 위험하니까. 우리들을 끌어들인 것 아닙니까?! 우리가 왜 위험한 위치에 서야 합니까?!”


생존자들의 행렬에서 제일 먼저 그레이에게 불만을 내비친 사람은 바로 월터였다. 그는 나름대로 사회에서 지위가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는 자기 뜻대로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비록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들로 인하여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었지만,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윤성과 그레이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당신들도 저 괴물 덕분에 살아남은 것 아닙니까? 왜 저 괴물이 당신들을 따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마치 자신들의 힘인 것처럼 우쭐해져서는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왜 우리가 당신들의 명령을 들어야 합니까? 당신들이 우리보다 뭐가 낫다는 겁니까?”


로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쌓였던 불만을 퍼붓는 월터의 의견을 듣더니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맞아요! 왜 우리가 당신들의 명령을 들어야 하죠?!”

“그깟 괴물 한 마리가 당신들을 따른다고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왜 우리가 이 행렬에서 추방되어야 해?! 이 행렬이 당신들의 소유는 아니지!”


어느덧 윤성과 그레이에 의해서 행렬에서 추방당했던 자들까지 헐레벌떡 합류하여 윤성과 그레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레이는 그런 그들의 비난과 불만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윤성은 달랐다.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당신들끼리 가면 되겠군. 우리는 여기서 이탈하겠소.”


윤성은 은은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말을 했는데, 그의 살기에 눌렸는지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던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게 뭡니까?!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자로군!”


자신을 지지하던 세력들의 기운이 윤성에 의해서 짓눌리자 월터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윤성을 비난했고, 이에 윤성은 월터에게 가까이 다가가 붉은 눈으로 그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우린 당신들의 목숨을 구했어. 우리가 당신들을 외면했다면 당신은 이렇게 두 발로 서서 우리를 비난하는 일조차 할 수가 없었을 거야. 우리가 당신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걸 명심해.”


윤성은 월터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에 손아귀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아악! 뭐, 뭐하는 거야?!”

“닥치고 들어. 당신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어야지. 이 생존자들의 행렬은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기심을 버리는 게 제일 좋지 않겠어?”


월터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자들을 내쫓은 거야. 그들이 남아 있어 봐야 이 행렬의 속도만 더 늦추게 되는 거니까. 당신들도 어서 빨리 이 지옥을 벗어나고 싶을 것 아니야? 영감님이 제안한 위치가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드나?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침몰하는 유람선에서 여자와 아이들을 비롯한 약자들을 먼저 피난시켰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어. 우리도 그렇게 상대적인 약자들을 보호하기 쉽게 진영을 짜겠다는 건데. 그게 그렇게 불만인가?”


화가 난 윤성은 점점 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버둥거리던 월터의 몸이 윤성의 손에 이끌려 공중으로 들어 올려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월터는 잠시 고통을 잊은 채로 자신의 몸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윤성의 괴력에 겁을 내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네가 내뱉은 말이 얼마나 너 자신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했나? 자신들보다 약자인 사람들을 위하고, 보호하고, 그들에게 아주 조금의 편의를 제공하는 게 그렇게나 비난받을 일인가?”

“아···아니요. 내가···내가 잘못했소.”


허공에 몸이 뜬 월터는 비굴함이 물씬 풍기는 표정을 지으며 윤성에게 사과했고, 이에 윤성은 월터를 붙잡던 손을 놓아 그를 땅으로 떨어뜨린 후에 으르렁거리면서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게 그렇게나 귀에 거슬린다면 해답은 간단해. ···꺼져.”


월터는 윤성의 말에 아픈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덜덜 떨었고, 윤성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로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시선들 중에서 오직 하나. 레이첼의 시선만은 그가 쉽사리 외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레이첼의 시선에는 윤성의 행동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했다. 물론 윤성도 이렇게 힘과 공포를 사용하여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것이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성은 생존자들에게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자신이 겪었던 검은 성벽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터진 재앙 때문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라고···?’


씁쓸한 마음에 로그의 곁에 선 윤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들에 대해서 깊은 실망감을 안은 채로 고개를 숙여 오직 땅만을 바라보면서 걸어갔다. 지금 당장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존재들을 자신의 눈에 넣고 싶지가 않았다.


살기를 풍기고, 자신의 힘으로 공포를 심어놓은 윤성 덕분인지 생존자들은 이후로는 별 탈 없이 그레이의 지시를 받으면서 이동했고, 결국에는 1차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생추어리의 훈련소에 도달했다.


생존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환호를 지르면서 기뻐했고, 일제히 훈련소를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레이첼과 비올라 역시 무사히 훈련소에 도착한 것을 기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의 뒤를 그레이가 따라나섰다.


순식간에 생존자들의 행렬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직 윤성과 로그만이 남아있었다. 윤성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무사히 훈련소에 도착하게 된 것에 약간의 안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훈련소로 향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윤성은 훈련소에 가까워지면서 잊을 수 없는 한 냄새가 자신들의 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것은 로그도 마찬가지였기에 윤성과 함께 발걸음을 멈춘 것이었다.


자신들을 자극하는 그 냄새의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윤성은 허리에 매어놨던 칼들을 천천히 손에 쥐면서 중얼거렸다.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윤성의 중얼거림을 들은 그 냄새의 주인인 릭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윤성에게 대답했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실험체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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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8) 17.02.27 319 5 11쪽
12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7) 17.02.24 408 5 13쪽
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4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6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69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5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1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396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1 5 13쪽
11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4 5 12쪽
114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5 5 12쪽
11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09 6 12쪽
11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68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3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66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28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4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79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2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55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38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59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68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2 8 15쪽
»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5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4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1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7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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