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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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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93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7.02.04 01:47
조회
404
추천
5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DUMMY

살기 위해서 전철역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을 릭과 스테판은 탐욕에 젖은 눈으로 내려 보았다.


“샤하하. 마치 사람의 발길을 피해서 도망치는 개미들 같구나.”


기괴한 손으로 사람들이 뛰어가는 것을 낚아채는 듯한 손짓을 해대면서 스테판은 흡족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네요. 으스러트리고 싶을 정도로···.”


릭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꿈틀거리는 자신의 파괴 욕구를 참아내는 게 힘겨운지 안달 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두 마리의 괴물은 곧 있으면 자신들이 학살한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면서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자신들은 윤성과 로그. 그중에서 특히 윤성을 향한 복수를 완성시킬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이 된 이후부터 가지게 된 살육에 대한 욕망을 마음껏 풀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에 저절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저것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배가 고파오는군.”


스테판은 녹색 액체가 비쳐 보이는 자신의 하반신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들을 괴물로 만들어 낸 스컬지로 인한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식성은 인간이었던 시절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사람들의 피가 아니면 목에서 타오르는 갈증이 풀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고기가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자신들의 배를 채울 수가 없었다.


이런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바뀌고 난 뒤로 아직까지 배를 채우지 못했던 스테판은 점점 더 윤성을 향한 복수나 자신들의 살육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배부터 먼저 채우고 싶은 식욕의 욕구가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리로 오는 길에 시체들이나 아직 살아남은 다른 생존자들을 사냥하여 먹어치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테판은 자신의 첫 먹이를 윤성과 관련된 사람들로 정해놨었기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다른 것으로 배를 채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단 한 번의 살인으로 복수와 욕망. 그리고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하면 그 첫 먹이는 자신에게 더없는 만족감과 극상의 맛을 선사해 줄 것이 분명할 터였다.


“그렇다면 서둘러 습격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릭이 스테판의 중얼거림을 듣고,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질문했다.


“멍청한 놈. 그렇게 생각이 짧으니까. 실패한 것 아니냐?”


릭의 질문을 들은 스테판은 짧게 한숨을 쉬면서 릭을 나무라듯이 말을 이었다.


“저것들이 향하는 곳이 어디냐? 바로 전철역이잖아? 저것들이 저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그냥 입구만 지키고 있어도 저것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가 있단 말이다. 만약 네 말대로 지금 타이밍에 우리가 저 녀석들을 습격하면 어떻게 되겠냐?”

“···도망치겠죠?”

“그래! 그걸 아는 녀석이 그따위로 말을 해! 넌 정말···. 너무나 모자란 녀석이구나!”


정답을 이야기한 릭에게 오히려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짜증을 쏟아낸 스테판은 다시 사람들의 행렬을 무너뜨리는 듯한 손짓을 하면서 조용히 릭을 타이르는 듯이 중얼거렸다.


“참아야 한다. 일단은 참아야 해.”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스테판은 사람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주먹을 만들어 낸 후에 말했다.


“윤성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자들은 모두 저곳에서 죽어야만 해. 샤하하.”


그리고 기괴하게 찢어진 얼굴을 드러내면서 릭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말했다.


“인내는 언제나 달콤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샤하하하하!”


절망의 화신임을 자처하는 두 마리의 괴물이 몸을 움직인 것은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세턴 시티 역으로 들어간 후였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갈망으로 앞 다투어 세턴 시티 역으로 들어섰던 사람들은 점차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하나둘씩 제자리에서 멈춰 서기 시작했다. 역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데에 실패한 돌프는 헐레벌떡 그들을 따라잡은 후에 그들이 승강장으로 향하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기만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혼잣말을 했다.


“···뭐지? 왜 앞으로 가질 않은 거지?”


돌프는 왠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승강장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마치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승강장은 먹이를 기다리는 파리지옥이라는 식물처럼 보였고, 이에 원인 모를 공포를 느낀 돌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중얼거렸다.


“···두려워서인가?”

“그건 아니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돌프는 재빨리 그쪽으로 총을 겨누었고, 그곳에서 무덤덤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그레이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결국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대체 당신은···.”

“아. 놀랐다면 미안하네.”


돌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사과를 한 그레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돌프에게 들으라는 듯이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스컬지 때문에 만들어진 괴물들의 존재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은 감이 상당히 좋아졌나 보군. 초식동물들처럼 말이야···.”

“하아···.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그레이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돌프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레이가 자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물었다.


“간단하네. 자네들은 이 역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여길 왔겠지?”

“그렇소. 바깥의 평범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 세턴 시티에서는 예를 들자면 테러 같은 것이 일어났을 경우에 사람들을 대피시키는데 전철을 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까요.”

“호오? 오히려 전철 같은 것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흥. 뭘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요. 생추어리에서 만든 전철들은 고도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 어떤 위협에도 안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소.”

“그래? 그렇다면 왜 이 전철역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없을까?”

“뭐요?”


그레이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이 물어보는 돌프를 조롱하는 것처럼 양손을 펼쳐서 한 바퀴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자네의 말대로라면 이미 이곳은 바깥으로 대피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야 하는 거잖나? 그런데 왜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냐고?”

“그, 그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에서 이런 재앙이 펼쳐졌다는 것 자체도 어이없는 일일 텐데. 대피를 위한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동되고 있지 않은 것 아닌가?”

“아,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


그레이의 말을 들은 돌프는 당황해하면서 근처에 있는 교관들과 훈련병들을 데리고 역무실로 향했고, 그런 돌프의 뒷모습을 그레이는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돌프를 바라보는 그의 하얀 눈에 담겨 있는 생각이 과연 무엇일지는 그 누구도 알아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돌프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애써 눌러놨던 공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세턴 시티의 대피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를 점점 더 겁쟁이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혼자서 이 감옥 같은 살육의 도시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자신의 자존심과 지위에 대한 책임감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의 본심은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도망가고만 싶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이렇게 무너지면 안 돼!’


돌프는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훈련소에 있던 교관들과 훈련병들.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생존자들까지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들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눈빛을 쏘아댔다. 그리고 돌프는 그런 눈빛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냉철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 나약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런 사람들의 눈빛에 떠밀려 이런 중책을 맡게 됐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는 없어!’


각오를 다진 돌프는 어느새 도착한 역무실 앞에서 길게 심호흡을 한 후에 문을 열어 재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돌프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줄에 묶여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여, 여보세요! 괜찮습니까?”

“으···. 예상보다 사람이 빨리 와서 다행이군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그 남자는 웃으면서 돌프를 반겨주었다.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돌프는 다급하게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묶여있는 줄을 풀어주면서 말했다.


“괴물들이 줄을 묶어놨을 리는 없고···. 누가 한 짓입니까? 여기 역무실에는 당신 혼자 밖에 없나요?”

“보면 알지 않습니까? 아무도 없어요. 모두 도망쳤습니다.”


줄이 풀리자마자 남자는 아픈 부위를 주무르며 간간이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이곳 사람입니까?”

“예. 기관사인 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죠가 돌프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서 손을 내밀자 돌프는 다급한 목소리로 재차 질문했다.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돌프가 악수를 받아주지 않자 죠는 민망하다는 듯이 손을 주물럭거리면서 돌프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모두 도망쳤다고 말했지 않았습니까?”

“아니. 제 말은 왜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시스템대로 사람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저를 이렇게 처박아 버리고 왜 그들은 도망쳤을까요?”


악수를 받아주지 않은 돌프에게 복수하는 듯이 죠는 돌프의 말을 잘라먹으면서 빈정거렸다. 그러자 돌프는 화가 났는지 죠의 멱살을 잡아채면서 외쳤다.


“지금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이 역에 도착했습니다. 세턴 시티의 대피 시스템만을 믿고요! 그런데 왜 당신밖에 남아있지 않느냐고요! 다른 사람들은 왜 시스템을 따르지 않은 겁니까?!”

“···그걸 몰라서 묻소?”


화를 내며 자신을 윽박지르는 돌프에게 죠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리고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돌프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을 이었다.


“무서워서 도망친 것 아니겠소.”


단호하게 돌프가 제발 아니기를 바랐던 진실을 대답해준 죠는 돌프를 지나쳐 역무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떤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돌프는 결국 현재 상황이 안겨주는 감정에 짓눌려 큰 목소리로 연신 욕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젠장! 젠자아아앙!”


자신들이 가진 유일한 희망이었던 세턴 시티 역의 대피 시스템은 그것을 이루는 사람들이 가진 공포와 이기심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돌프 뿐만이 아니라 같이 온 교관들과 훈련병들 역시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쳐버린 자들을 원망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아직 전철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원망이 내미는 거대한 입에 삼켜져 연신 욕을 내뱉고 있던 사람들은 담담하게 말을 꺼내는 죠의 말에 일제히 하던 욕을 멈추고,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탈출할 수 있는지는 그 전철과 통로를 먼저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통로요? 그건 왜 살펴봐야 하죠?”


자신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돌프는 최대한 조심하면서 그에게 질문했고, 죠는 그들의 희망을 살짝 거두어가는 말을 잠시 뜸을 들이더니 털어놓았다.


“바깥에서 세턴 시티와 연결되는 곳을 막아버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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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6) 17.02.22 404 5 12쪽
12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5) 17.02.20 386 5 13쪽
12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4) +1 17.02.18 369 5 13쪽
11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3) +1 17.02.15 445 6 12쪽
11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2) 17.02.13 501 7 12쪽
11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1) 17.02.10 396 6 12쪽
116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0) 17.02.08 511 5 13쪽
115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9) +1 17.02.06 484 5 12쪽
»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8) 17.02.04 405 5 12쪽
113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7) 17.02.01 409 6 12쪽
112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6) +1 17.01.30 468 7 12쪽
111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5) 17.01.28 493 7 15쪽
110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4) 17.01.25 466 7 13쪽
109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3) 17.01.24 428 8 12쪽
108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2) +1 17.01.20 544 7 12쪽
107 2부 감옥 도시 - 생존을 위한 여정 (1) 17.01.19 579 8 11쪽
10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8) 17.01.16 462 10 15쪽
10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7) 17.01.13 455 7 13쪽
10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6) 17.01.12 538 7 13쪽
10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5) 17.01.09 459 7 12쪽
10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4) 17.01.06 468 7 13쪽
10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3) 17.01.04 542 8 15쪽
10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2) 17.01.02 444 7 12쪽
9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1) 16.12.31 544 8 13쪽
9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0) 16.12.28 531 11 13쪽
9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9) 16.12.26 477 8 12쪽
9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8) 16.12.24 50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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