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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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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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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39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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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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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38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7-

DUMMY

“흐아암···.”


보니는 모크의 계기판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찢어져라 하품했다.


지루했다. 너무나도 지루했다.


보리스는 한숨 자러갔다. 그랜트는 의자에 앉아서 오래된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읽었는지 표지가 너덜너덜했다.

표지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왼눈 아래에 흉터가 있는 소년이 그려져 있었다.


“또 읽냐? 아니, 다음 권도 없는데 왜 주구장창 그것만 읽는 거야?”

“케헤헷, 다음 부분을 상상하는게 꽤 재밌거든요. 그리고 실례에요! 이 만화책은 그야말로 해적의 교과서라구요!”


그랜트가 주먹을 불끈 쥐며 반박했다. 그랜트는 저 만화책을 열권 정도 소장하고 있었는데 하나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며 다른 아크를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권을 수집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랜트는 낄낄거리며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보니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쓰읍, 해저억? 우린 해적이 아니라 합법적인 인양꾼이라니깐.”

“에이~ 왜 그래요, 선장님. 우리 정도면 어엿한 해적이라니깐요.”


그랜트는 만화책을 가슴에 가져가며 꿈을 꾸는 소녀처럼 눈을 반짝였다. 못해도 백번 이상은 읽었다. 이제는 모든 내용의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였다.


“후아, 선장님. 하늘섬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아니 심해에는 괴물이 우글거리고 손에서 불덩이를 뿜어내는 놈들이 천지인데 있을 법하지 않나요?”


뻐드렁니가 튀어나온 험상궂은 바다 사나이가 저러니 정말 꼴불견이다.

보니는 피식하고 웃으며 다리를 바닥에 내렸다.


“몰라 임마. 딴 건 몰라도 세금 뜯는 빌어 처먹을 공무원 자식들은 우글거린다.”


너무 심심해서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 했다.


“어이, 물주님 시종씨. 어, 뭐라 해야 하지.”

“주디.”


성운과 있을 때의 사근사근한 모습은 없었다. 지금 주디의 눈은 마치 군인처럼 차갑고 딱딱했다. 아니, 군인이 아니라 군견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보니는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그녀에게 있어 주디는 그저 인상을 좀 구기고 있는 꼬마 아가씨에 불과했다.


“어어 그래 주디. 그 대단한 물주님은 언제쯤 돌아온데?”

“일을 모두 해결하면.”

“아니, 그니까~ 허이 참··· 드럽게 유도리 없네.”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보니가 씨익 웃었다.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다.

주디는 보니의 미소에 왠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리끼리 소소하게 탐험이나 한번 할까 해서 말이야···.”

“기각입니다. 불상사를 대비해서 기체 정비나 하시죠.”


주디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보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식인아귀호는 언제나 만전이야! 그렇지 모크?”


-올 그린

-문제없없없없어 벗다! 문제 벗다! 벗어!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지 않은 보고다. 그럼에도 보니는 ‘봤지?’라는 듯 콧김을 뿜으며 엄지를 척하고 올렸다.


“어딜 봐서 만전이라는 거죠?”

“어허, 이정도면 말짱한 정도가 아니야. 최상이라고.”


보니의 계속되는 설득에도 주디는 꼼짝하지 않았다. 이에 보니는 오기가 생겨서 더욱 집요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정도면 탐험에 대한 집착마저 느껴진다.


“너 계속 그 양반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죽치고 앉아 있을 생각이야? 진정 일류 부하라면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서 해야지. 언제까지 떠먹여주길 바라는 거야!”

“음···.”


오, 고민하고 있네. 고민하고 있어.


확실히 주디는 보니의 지적에 흔들렸다. 생각해보니 매번 쵸즌에게 역으로 보살핌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뭔가 성과를 올려야 했다.


“···좋습니다. 뭘 해볼 생각이죠?”


주디의 응답에 보니가 캡을 다시금 거꾸로 썼다.


“그랜트! 보리스 깨워.”

“데뎃? 탐사입니까?”

“그래.”


그랜트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보리스를 데리고 나왔다.

보리스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북슬북슬해 보이는 하늘색 잠옷에 나이트캡을 쓰고 있었다. 잠이 덜 깼는지 움직임이 굉장히 둔하다.


“으··· 뭔 일입니까, 선장.”

“모험. 우리가 세끼 밥과 잠보다 좋아하는 거다.”

“그건 선장님이나 그렇죠. 후우···.”


보리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 앉았다.

식인아귀호는 엔진음을 내며 앞으로 서서히 나아갔다. 잠항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변을 둘러볼 셈이었다.

새결과 성운이 넘어갔던 벽을 따라 쭉 흘러내려가자 커다란 통로가 하나 나타났다. 물이 깊게 잠겨 있어서 식인아귀호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아크의 지하시설은 어지간히 고위 공직자가 아니면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돼. 도대체 왜일까? 꿀이라도 발라놓은 걸까?”


이유야 간단하다.

아크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는 최중요 시설. 아크의 조정이 어긋나면 이는 곧 대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 세밀한 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에게 출입이 허락된 구역도 극히 한정적이었다. 지하시설의 관리는 오직 트윈즈가 도맡아 했다.


“···.”


주디도 곰곰이 생각했지만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사실 이유를 알아도 답을 해서는 안됐다.

비밀조직 칠드런의 행적을 유추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뭐겠어. 정말 꿀을 발라놓은 거겠지.”


보니는 아크의 지하시설에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다.

아크의 유동인구, 교통, 경제, 의식주 등등 이 모든 것을 담고 있을 막대한 양의 데이터.

아크간의 교류가 쉽지 않은 프론테라에서 이런 데이터는 귀중한 자원이다. 이번에 발견한 아크 로렐라이에 대한 정보만 해도 꽤나 큰 가격으로 팔아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데이터까지? 원플러스 원이 아닌, 원플러스 투나 다름없는 성과다!

단말기를 연결할 단자만 찾으면 해킹할 수 있다. 보리스는 제법 끝내주는 해커라서 충분히 가능했다.

보니는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는지 혀를 낼름거렸다.


“케헷헤, 제가 뭐랬습니까. 선장님은 진짜 훌륭한 해적이라구요.”

“후우, 가슴 뜨거운 모험심을 그렇게 부른다면 얼마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갈련다.”


식인아귀호가 완전히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물에 잠기기 전에는 얼마나 컸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번성했을 때의 로렐라이는 도대체 얼마나 거대했을까.


“복수의 미확인 물체 감지.”

“냅둬. 기껏해야 심해어나 뭐 그런 거겠지.”


심해에는 별의 별 생명체가 살아 있는 곳이다. 이미 로렐라이로 오는 여정에서도 빅죠와 마주쳤지 않았는가.

그런데 보리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레이더뿐만 아니라 열화상카메라에도 이상한 광경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터널 천장에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빼곡히 매달려 있었다.


“아닙니다. 뭔가 이상한데요?”


-쿵!


보리스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식인아귀호 천장에 무언가 부딪혔다.

묵직하다. 체감상 사람 크기의 가까운 무언가가 떨어진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쿵 쿵


거기서 끝나지 않고 끝없이 식인아귀호 천장을 때렸다. 식인아귀호 뿐만 아니라 물 위에도 터널 천장에 달린 사람형체가 계속해서 떨어졌다.


“뭐야? 모크!”


-선체 외부 충격 감지

-분석 중··· 인식

-인간입니다


“사람이라고? 여기에? 외부 카메라 화면 띄워!”


모크가 식인아귀호 선체 카메라로 바깥 상황을 비췄다. 카메라에 비춰진 것은 다름 아닌···


큼지막한 따개비를 등에 달고 있는 인간시체, 패러좀이었다.


“이건 뭐야?”

“패러사이트···.”


주디의 두 눈이 커졌다. 침수한 로렐라이에 패러사이트가 아직 남아 있을 줄이야. 그것도 시체에 기생하는 형태의 패러사이트다. 주디도 기록으로만 봤던 개체였다.


-카각 칵 쿠그그그극


다닥다닥 들러붙은 패러좀들은 식인아귀호 선체를 손톱으로 긁고 주먹으로 내려쳤다.

주디의 얼굴빛이 변했다.


“처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선체 바깥에 있는 놈들을 무슨 수로? 그리고 왜 해야 하지?”


보니는 걱정 말라는 투였다. 한술 더 떠서 그렌트는 심술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헹, 백날 때려봐라. 그게 부서지나.”


식인아귀호는 낡았어도 심해의 수압에도 버티는 장갑을 갖추고 있었다. 인간 크기인 패러좀의 근력이 통할 수준이 아니다.


-카앙 쿵 끼이이이익


패러좀들은 손이 뭉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선체를 때려댔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손톱으로 긁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카가가각 카각 카가가가각


그러나 패러좀의 등에 붙은 따개비에서 촉수가 삐져나오자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다. 촉수가 드릴처럼 선체를 파고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체 손상율 2.34%

-위험


“젠장, 놈들이 장갑판에 구멍을 내고 있어!”


그랜트가 침을 튀기며 외쳤다.


“잠항해!”


잠수해서 올라탄 패러좀들을 떼어낼 셈이었다. 하지만 패러좀들의 등에 붙은 따개비는 평범한 장식이 아니었다.

놈들은 물속에 들어가니 더욱 활기차게 박자를 타면서 촉수를 장갑판에 찔러 넣었다.


-쿵 쿠웅 카가각 쿵!


“으아, 다시 부상! 부상!”


어쩔 수 없이 물 위로 올라와야 했다. 식인아귀호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만한 무기가 달려 있지 않았다.

하기사 어떤 잠수정이 선체에 달라붙은 괴물을 때어내기 위한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직접 떼어내야 했다.

주디가 허리춤에 찬 톤파 두 자루를 꺼내들었다.


“해치를 여세요.”


톤파가 간섭력을 받으며 파르르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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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3- +1 21.11.29 356 11 15쪽
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71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3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5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5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8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4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7 14 13쪽
18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2 21.11.11 469 13 11쪽
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8 16 8쪽
16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21.11.08 480 13 9쪽
15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21.11.06 490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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