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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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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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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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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DUMMY

B반은 아카데미 지하의 모의전 교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지하치고는 넓었다. 교장은 가건물과 컨테이너 등이 일정하게 배치돼 도시처럼 꾸며져 있었다.


최윤혁, 그러니까 성운은 모의전 교장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지난 달에 갔던 예비군 훈련장이 떠올랐다.


“다를 바가 없군.”


특유의 냄새까지 비슷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모든 모의전 교장은 다 같은 탈취제라도 사용하는 걸까?


대타이탄 실습 교수 나심 테오도르는 열중쉬어 자세로 B반 앞에 섰다.


키가 크진 않았지만 체구가 단단하고, 무엇보다 매서운 눈매를 한 사내였다. 특히 송충이 눈썹이 강렬했다.


그가 입은 디지털 군복과 검은 터번 덕분에 인상이 한층 더 빡셌다.


[이름 : 나심 테오도르]

[베테랑 헌터]

[방출 랭크3.2 / 흡수 랭크2.1]

[나이 64세]

[아리아인 및 중동계 백인]


헌터가 200살 가까이 산다는 점에서 저 헌터는 아직 30대에 불과한 나이였다.


그럼에도 무지하게 겉늙은 얼굴이다. 역시 군인 계열은 어딜 가나 늙는 건가.


그는 언덕 형태로 굳게 닫은 입을 열었다. 목청이 제법 좋았다.


“착용한 장비는 한 번 더 확인하라. 문제가 있으면 지금 말하도록.”


지급된 장비는 헬멧과 캐볼라 방탄복, 각반과 무릎 보호대 등 각종 보호구였다. 여기에 간섭실드가 더해지면, 총화기로도 각성자들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수습생용 범용 헌터장갑이 있었다.


헌터장갑은 간섭력 활용에 익숙지 않은 애송이들에게 지급되는 장비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간섭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느끼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


아무래도 신체 부위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 친숙한 것이 손이기 때문이다.


“윽, 좀 작은데?”


성운은 꽉 끼는 헌터장갑에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간신히 낀 탓에 손목 버클은 채우지도 못했다.


이게 다 보급 장비가 부족한 탓이다. 구비된 수량이 많지 않아서 몸에 맞지 않은 경우가 속출했다.


어떤 여학생은 너무 큰 캐볼라 방탄복 때문에 상자를 뒤집어 쓴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옆의 남학생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야, 쪼개지마. 죽을래?”


여학생은 핀잔을 주며 양 볼까지 올라온 캐볼라 방탄복을 간신히 끌어 내렸다.


'아대항전 패배의 영향이야.'


부족한 자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아대항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한편 나심 교수는 학생들의 장비 착용을 확인하고는 헌터장갑의 사용법을 설명했다.


“눈을 감고 형태를 떠올려라. 뚜렷할수록 좋다.”


나심 교수의 지시에 학생들은 각자 헌터장갑을 착용하고 간섭력을 발휘했다.


-스스슷


성운이 눈을 감고 집중하자 손아귀에 빛무리가 모이며 검 형태의 무기가 나타났다. 확실히 제대로 된 교습을 받으니 금방 요령을 익혔다.


하지만 다소 간섭력을 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뚜렷한 형태의 장검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으앗 차차···.”


성운은 다른 학생들이 눈치 채기 전에 얼른 무기를 거뒀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의 학생들은 성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각자 눈을 감고 손아귀에서 창이나 망치 등 다양한 형태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보니까 아르투르나 말레나는 그럭저럭 쓸만한 형태로 무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쳇···.”


반면 새결은 불완전한 형태의 검을 겨우 만들어냈다. 빛무리의 결집이 약해서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직 샤쇠르를 얻지 못해서 간섭력이 미약한 것이다.


새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래, 회귀하고 모든 힘을 잃어버렸으니 굉장히 열 받을 테지.


소설에서도 이 부분을 굳이 왜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축적한 간섭력 정도는 전승이라고 해서 대충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면 안됐나?


“간섭력 랭크가 낮더라도 헌터장갑이 있으면 간단한 구조의 무기를 생성할 수 있다. 물론 내구도가 나빠서 실전에서 사용할 물건은 아니지. 그러나 간편하고 실용적이다.”


나심 교수의 설명은 정확했다. 학생들은 각자 무기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이내 거둬들였다.


“대타이탄비스트 전용병장을 얻기 전까지는 보급품 헌터장갑이 너희들의 무기다.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라.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나심 교수가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어째 훈련교관 계통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새디스틱한 성향인걸까.


“10분 후 정해진 실습장에서 모의전을 실시한다. 그동안 교관들이 모니터링하며 평가할 것이다. 고로 정신 바짝 차리고 임무에 임하라.”


임무는 간단했다. 교장 안에 풀어 놓은 패러사이트를 색출하고 제거한다. 혹은 패러사이트의 공격을 버티면서 정해진 포인트에 도착해야 한다.


사실 어느 쪽이건 무지막지하게 위험하다. 다 자란 패러사이트는 일반인 남성 정도는 우습게 찢어버릴 수 있다.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평가 외에도 안전이 때문이었다.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래도 교육생들이다. 훈련으로 교육생이 사망하면 그야말로 불상사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탈인간적인 존재. 졸업하고 나면 타이탄비스트와 맞서 싸워야 한다.


고작 패러사이트 정도는 물리쳐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준비 됐나?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패러사이트가 쭉정이들을 걸러줄테니. 자, 이제 각자 위치로 가도록!"


살벌한 말이다. 그래도 저정도 엄포는 놔야 긴장을 좀 하겠지. 군대를 만기전역한 성운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성운의 등 뒤의 한 여학생이 소심하게 팔을 들어 올렸다.


“그··· 그래도 지금은 훈련 중인데요.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아이고, 관심병사가 하나 있었네. 같은 팀은 아니겠지?


슬쩍 뒤돌아봤는데 아뿔싸··· 같은 팀이다.


심한 곱슬머리가 눈을 가릴 정도로 덥수룩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인데 정리가 안 돼 있어서 답답하다. 피부는 분명 동양계일 텐데 몇 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것처럼 창백하다.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보이는 두터운 렌즈 안경이 어리숙한 인상을 배가 시켰다.


그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캐볼라 방탄복을 더욱 꽉 끼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가슴이었다.


‘불편하겠다. 저건.’


사춘기 시절 소녀들은 신체 발육이 너무 심하게 좋으면 오히려 콤플렉스로 자리 잡는다. 이 아이도 분명 그래 보였다. 정형적인 왕따 소녀 타입이다.


같은 팀원들의 표정이 성운과 마찬가지로 일그러지면서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이름 : 진미정]

[아크 이졸데 헌터 아카데미 재학 – 1학년 주니어]

[방출 1 / 흡수 0.9]

[북방계 몽골로이드]


멍청한 소리를 한 것 치고는 뛰어난 간섭력이다.


미정의 코앞까지 다가온 나심 교수는 부리부리한 눈을 크게 치켜떴다.


"훈련 주웅? 아주 팔자 좋은 개소리를 하고 있군. 갈!”


나심 교수의 우렁찬 기합소리에 헛소리를 한 여학생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정식 헌터가 되면 그 누구도 네놈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지 않는다! 알겠나? 네놈이 선택한 아카데미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나심 교수가 미정이의 미간을 찌를듯이 검지를 세웠다.


"계속 그렇게 허약한 소리를 하면, 패러사이트가 아니라 내가 직접 반죽음을 내주마!”

“히익!”


나심 교수의 일갈에 미정은 황급히 팔을 거뒀다.


그럼 그럼. 얻어맞아도 할 말이 없지. 손찌검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래도 젠틀한 편이다.


-삐빅 삐빅


마침 나심 교수의 손목시계가 알람이 울렸다.


“대열을 맞춰 서라. 즐거운 실습 시간이다.”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운의 팀은 진미정을 포함해 남학생 둘, 여학생 하나로 다섯 명이다. 기본적인 헌터 스쿼드의 진형에 맞춘 인원수다.


간섭력은 모두 별 볼일 없었다. 그나마 가장 높은 랭크가 진미정이었다. 허나 저 소녀는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성운은 슬쩍 그녀를 훑어보았다.


'미정이가 패닉을 일으킬 지도 몰라. 주의해야겠어.'


신경 쓰이는 것은 또 있었다. 새결쪽 팀도 걱정스런 점은 마찬가지였다.


새결의 팀 구성은 아르투르, 말레나, 샤루크, 발레라였다. 아르투르 일당이 의도적으로 새결과 같은 조를 짠 것이다. 보기만 해도 불안해지는 조합이다.


‘팀원 눈을 피해서 새결 쪽을 감시해야 하는데.’


성운은 아르투르 일당이 점심시간 동안 흉흉한 음모를 꾸민 것을 알고 있었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됐다.


“으으, 실습 중 사망률이 3%는 된다던데···.”

“얼마 안 되는데?”

“멍청아 100명 중에 3명은 죽는다는 거잖아.”

“개많네. 좆됐다.”

“일단 죽을 확률이 있다는 것부터가 충분히 위험해.”


실습이 막 시작되려고 하자 학생들의 긴장이 극에 달했다. 조용한 목소리로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얼차려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나심 교수는 적당히 못들은 척 하면서 넘어가 주었다.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주는 지도 모른다.


“그런 건 진짜 ‘실습’때나 벌어지는 일이야. 이번에는 튜토리얼이나 마찬가지고. 헛소리 그만하고 정줄 잡아. 괜히 다른 사람 발목 잡지 말고.”


B반의 반장 아나 리즈보아였다. 학생들은 그제야 조금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반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니었다.


'안 위험하긴 개뿔. 당연히 위험하지.'


성운은 학생들을 보며 내심 걱정이 됐다. 만약 아속아구의 세상에도 현실세계처럼 인권운동가들이 있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아무리 간섭력과 탈인간적인 신체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아카데미의 수습생들은 그저 십대 청소년들에 불과하다.


아카데미라는 장소, 교복, 그리고 수습생이라는 신분이 언제나 이 아이들을 옥죄고 있다. 본인들이 눈치 못 채고 있을뿐, 사실상 소년병들이나 다름없었다.


‘소설이 아니면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아이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현상을 유지하는 위태로운 세계.


평범한 사춘기 시절 따윈 없다. 사선을 넘어야 겨우 어른이 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책임감과 희생이 부여된다.


아나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충분히 인권유린의 현장이다. 성운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대열 맞춰! 돌입 10초 전!”


두근두근한 실습시간이 임박했다.


나심 교관이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학생들의 얼굴에 다시금 긴장감이 감돌았다.


성운은 다른 의미로 긴장됐다.


실습 도중에 얻을 만한 정보는 많다.


첫 번째로 헌터들의 싸움 방식을 기초부터 익혀야 한다.


아무리 모든 면에서 뛰어난 쵸즌이라지만 근본도 없는 막싸움이 어디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기회에 간섭력을 최대한 조절하며 실전 감각을 익혀야 했다.


둘째로는 새결의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 동기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적당히 개입하거나 지켜봐야 한다. 이는 적당히 교정 안에서 성운의 팀원을 따돌리면 해결 될 것 같았다.


물론 은밀하게 해야겠지. 그래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침내 호각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우루루 모의전 실습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가의말

즐겁고 두근거리는 모의전 시작!


오늘도 잊지 않으시고 되찾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처음 읽어주신 분들도 당연히 환영합니다. 흑흑, 정말이지 압도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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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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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7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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