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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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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3,872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1.30 19:00
조회
333
추천
10
글자
8쪽

3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

DUMMY

아크 이졸데는 방어선을 위해 구축된 군항 외에도 두 개의 항구가 있다.


하나는 물류를 싣는 화물선과 인양선이 정박하는 무역항이다. 해운 기업들의 입김이 가장 강한 곳으로 군항만큼이나 엄중한 관리 하에 운영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어선과 몇 없는 여객선이 들어오는 항구다. 정식 절차를 걸쳐 아크 이졸대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여느 아크가 그렇듯 밀입국과 불법적인 인양을 위해 숨겨진 항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공통적으로 ‘검은항만(Black harbour)’이라고 불린다.

새결은 아크 로렐라이로 가기 위해 바로 그 악명 높은 검은항만에 도착했다.


“조심히 옮겨. 조심히!”

“출항은 아직이오. 어허, 물러서. 물러서지 않으면 총알맛을 보여주지.”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야? 뭐? 씨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시간은 자정을 넘긴 새벽 두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항만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최근 아크 내부 사정이 팍팍해지며 불법 밀반입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게다가 아크 이졸데가 의도적으로 검은항만에 대한 제제를 느슨하게 하는 탓도 있었다.

이곳에서 새결은 가라앉은 아크 로렐라이로 데려다 줄 배를 찾아야 했다. 엄밀히 말해 배가 아닌 잠수함이 필요했다.

문제는 새결이 너무 어려 보인다는 점이다.

항구 특성상 거칠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보이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


새결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주변을 살펴봤다.

수상할 정도로 큰 상자가 지게차로 실려 내려왔다. 밀입국을 하는 무리도 보였다. 영세한 아크 이졸데에 밀입국이라니. 어지간히 힘든 사정의 아크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

불법 인양선도 보였다. 검은항만에서 제일 질이 안 좋은 부류다. 이들은 육지에서도 사건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범죄자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사람을 싣고 나가는 배가 몇 없었다.

낭패다. 이렇게 배가 없어서야 아무리 크레딧과 코인을 챙겨왔어도 무용지물이다.

새결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꼼지락 거렸다.


“어이, 꼬맹이.”


누군가가 등 뒤에서 불렀다. 여자의 목소리다. 설마 시비 걸려는 건 아니겠지. 새결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래. 너. 여기에 꼬맹이가 너 말고 누가 있어.”


왼쪽 눈에 안대를 낀 여성이다. 낡고 더러운 캡모자를 쓰고 양모털을 넣은 청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왜?”

“나가는 배 찾는 거지?”


새결을 밀항자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기사 검은항만에서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밀항자, 해적 아니면 거지밖에 없다.


“그래.”

“2천 크레딧이면 어디든 데려다주지.”


2천 크레딧이면 4인 가정 하나가 한 달간 생활할 비용이다. 새결은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흠칫했다.


“2백 크레딧 정도일 줄 알았는데···.”

“푸핫. 통통배 빌려서 낚시나 하러 온 거야?”


안대 낀 여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쳤다.

큰일이다. 수중에 들고 있는 돈은 4백 크레딧이 전부였다. 새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사실 돈을 구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돈말고 현물도 가능해?”

“금이나 보석 같은 것도 받기는 한다만···.”

“리빙메탈이라면?”


안대로 가려지지 않는 눈이 커졌다. 리빙메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 하지만 선수금으로 3백을 먼저 내지. 일을 제대로 해내준다면 리빙메탈을 줄께.”

“하! 꼬맹이가 입은 살았네. 내가 뭘 믿고 해줘야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약하게 나오면 믿음을 주지 못한다. 새결은 조금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싫으면 관둬. 다른 배로 가면 되니까.”

“미안하지만, 오늘 나가는 배는 우리 밖에 없어. 태풍이 올 거라서 다들 며칠간 쉬거든.”


북반구를 지나는 와중에 태풍이라. 바다 위에 휘몰아치는 얼음폭풍을 떠올리니 오싹하다. 그럼에 새결은 물러서지 않았다.


“리빙메탈이라면 목숨을 걸 뱃사람은 쌔고 쌨어.”

“허이구야. 제법 자신감이 넘치네? 뭐, 좋아. 배짱 마음에 들어.”


여성은 씨익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따라와. 대신 리빙메탈이 거짓말이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런데 폭풍이면 당신 배도 위험하지 않아?”

“우린 바다 아래를 다니니까, 괜찮아. 탈거야 말거야?”


운 좋게도 잠수정이다. 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샤쇠르를 찾아가는 이 여정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 # #


“오, 좋아. 오고 있네.”


성운은 멀리서 다가오는 두 개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어두운 밤에도 대낮처럼 보이는 성운은 단번에 새결과 애꾸눈 여선장 보니 카일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예상대로다.


성운은 새결이 아크 로렐라이로 가는 여정에 합류하도록 술수를 부려 놨다.

바로 검은항만에 있는 모든 배에 하루 일당을 줘서 매수한 것이다. 거의 2천만 크레딧을 사용했다. 그 중 단 한 척의 배만 남겨뒀는데, 그 배가 바로 여선장 보니의 배다.

이것이 프론테라를 뒤에서 주무르는 비밀조직 칠드런을 등에 업은 쵸즌의 힘이다.

아마 오늘 검은항만의 선장들은 술집에 모여서 거나하게 잔치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제법 미친 계획인데? 좋아. 하지.’


성운이 가라앉은 아크 로렐라이 탐사 계획을 밝히자 보니는 선뜻 수락했다.

보니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잠수정을 소유한 베테랑 선원이다.

본래 불법 인양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데,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로 간이 큰 선장으로 이 일대에서 나름 유명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모는 잠수정은 그야말로 박물관에 전시해야 될 정도로 낡아빠졌기 때문이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면 절대로 그녀의 잠수정에 타지 않았다.

처음 성운이 보니가 모는 잠수정 ‘식인아귀’를 보고 느낀 감상은, 이거 잠수했다가 그대로 가라앉는 거 아니야? 였다.

주디에게 가장 거칠고 겁을 모르는 뱃사람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아주 제대로 일을 수행한 것 같았다. 너무 제대로 해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다.


“물주님. 출항 준비는 끝났수다. 선장님이 오시면 바로 출발 할 수 있어.”


큰 덩치의 험상궂은 얼굴을 한 남성, 보리스가 성운에게 보고했다. 흔히 거꾸로 머리카락이 나는, 대머리에 턱수염이 가득한 선원이었다.


“굳. 이제부터 물주라고 하지마. 음, 그래 조니라고 불러. 알겠지?”

“저는 제시하고 싶슴다!”


성운의 옆에 서있던 주디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그녀는 가짜 수염에 흉터까지 이마에 그려놓았다. 어스름한 불빛이 아니면 정말 학예회에 해적분장을 하고 나온 초등학생 같았다.


보리스는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니든 조쉬든 하나님이든 맘대로들 하슈. 댁들 아니었으면 선장님 배도 없었을 테니까.”


본래 식인상어는 폐기될 운명이었다. 잠수정의 수리와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쵸즌은 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며, 따로 보수까지 약속했다.


“케헤헤, 정말 형씨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선장님이 매일 술만 퍼먹어서 걱정이 많았거든.”


보리스와 대조적으로 깡마르고 뻐드렁니가 튀어나온 선원 그랜트가 성운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식인아귀의 구성원은 보니, 보리스, 그랜트 이렇게 셋이다. 여기에 잠수정의 AI ‘모크’까지 끼면 넷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운과 주디는 그저 위장으로 잠수정에 오르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은 없었다. 새결에게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서 잡일이나 하며 눈에 띄지만 않으면 됐다.


“어이! 준비 됐어?”

“예, 선장. 언제든 출항 가능합니다.”


보리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성운은 헌팅캡을 더욱 깊게 눌러 썼다.


자, 즐거운 항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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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6- +2 21.12.07 304 11 10쪽
37 36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5- +1 21.12.06 302 10 10쪽
36 35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4- 21.12.04 301 11 9쪽
35 34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3- +1 21.12.03 302 12 10쪽
34 3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 21.12.02 313 12 13쪽
» 3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 +2 21.11.30 334 10 8쪽
32 31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3- +1 21.11.29 355 11 15쪽
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69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2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2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4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6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3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6 14 13쪽
18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2 21.11.11 468 13 11쪽
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6 16 8쪽
16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21.11.08 479 13 9쪽
15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21.11.06 489 12 11쪽
14 13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2- 21.11.05 526 13 13쪽
13 12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1- +1 21.11.04 576 16 13쪽
12 11화. 전학 준비 -3- 21.11.02 618 21 11쪽
11 10화. 전학 준비 -2- +4 21.11.01 732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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