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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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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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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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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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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DUMMY

성운은 재해급 타이탄비스트와 싸웠던 기억을 더듬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둘 다입니다. 매개체 없이 원소를 구현하려면 주변의 간섭입자를 체내로 흡수해서 변형, 그리고 방출해내야 하죠.”


르엉 교수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법 쓸 만한 학생이 B반에 들어온 것 같았다.


“정답입니다. 방출과 흡수는 단독적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보성의 원리로 상호보완하며 발현되기도 하죠. 따라서 간섭기술의 베리에이션은 무궁무진해요. 훌륭한 답입니다. 성운군.”


임기응변으로 낸 답치고는 좋은 평가다.


게다가 윤혁은 현실세계에서도 이루지 못한 쾌거를 이뤘다. 학교 다니면서 선생님에게 빠따질이나 많이 받아봤지 칭찬을 받은 적은 손에 꼽았다.


“과학자들도 규명하지 못한 가능성이 여러분들 안에 있는 겁니다.”


르엉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간섭력 랭크란 흡수해서 저장한 간섭입자를 체화하는 재적량을 의미했다. 동시에 이를 다루고 이해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성운은 르엉 교수의 강의에 빨려 들어갔다.


알지 못하는 세계. 알지 못하는 지식. 수업이 이렇게나 흥미로운 것이었나?


성운은 정신없이 노트에 필기하며 집중했다. 현실세계에서도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쯤은 문제없었을 것이다.


르엉 교수의 수업은 3시간을 가득 채워서야 끝이 났다. 길다면 길었지만 또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이기도 했다.


종탑에서 들려오는 둔한 종소리와 함께 성운은 기지개를 켰다. 자, 이제 점심시간이다.


# # #


유성운은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면서 첫 인상과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낡았다. 무지하게 낡았다.


고장 난 설비가 곳곳에서 보였고, 그대로 방치해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식당의 키오스크 기계. 다섯 개 중 작동하는 것은 고작 두 개에 불과했다. 그래서 밥 한 끼 먹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쵸즌은 식사를 굳이 할 필요 없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중세 성의 식당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장소에서 밥을 먹어보고 싶긴 했는데 말이다.


“성에서 제육덮밥을 먹어볼 기회였는데···.”


놀랍게도 메뉴를 보니 제육볶음과 돈까스가 있었다. 역시나 남자의 소울푸드. 마침내 세계인들이 알아준 것인가. 아쉽지만 맛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성운은 입맛을 다시며 교정을 돌아다녔다.


사실 르엉 교수의 강의 내용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간섭력과 그에 해당된 다양한 이론들이었다.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전부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기분이었다.


어쩌면 학교생활이 썩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도대체 이놈의 공명은 뭐야?”


쵸즌의 간섭력은 방출 랭크 6, 흡수 랭크 6 그리고 공명 랭크 6이다.


르엉 교수도 공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단순히 아직 규명되지 않은 간섭력의 형태가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성운은 학생들이 없는 광장 벤치로 나왔다.


햇살이 따뜻했다. 성운처럼 홀로 나와 앉아서 햇볕을 쬐는 학생도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성운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서 눈을 감았다. 심호흡으로 마음은 진정시키며 집중했다.


평생 해본적 없는 '명상'이라는 것을 해볼 심상이었다.


르엉 교수는 분명 머리와 가슴으로 간섭력을 통제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와 가슴은 당연히 이성과 감성을 의미하는 거겠지.


그러기 위해서라면 역시나 전통적인 방식인 명상을 하는 것이 맞다.


타이탄비스트와 싸웠을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되는대로 힘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르엉 교수의 이론 수업을 통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 쵸즌의 힘을 조금 더 잘 ‘인식’할 수 있었다.


“후우······.”


깊은 호흡을 마시며 르엉 교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눈을 감자 수많은 UI문구가 보였지만, 깊게 집중할수록 그것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껴라.


애매모호한 말이지만 알 것 같았다. 아니지. 르엉 교수의 말대로라면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거겠지.


“하아······.”


끌어 마셨던 숨을 깊게 내뱉었다. 천천히, 천천히. 성운은 자신의 내면으로 가라앉았다.


공명(共鳴)은 울림이다.


인간의 머리에서는 일종의 뇌파를 발산한다. 이는 간섭력도 마찬가지.


공명은 어쩌면 타인의 간섭력을 감지하거나 동조하는 등 르엉 교수가 말한 ‘느낌’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키잉


순간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음의 진동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둔중한 감각이라 느꼈는지 맡았는지, 혹은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갑자기 수십 수백 명의 목소리가 성운의 머릿속에서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윽?”


깜짝 놀란 성운은 황급히 눈을 떴다. 너무 시끄러워서 순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뭐, 뭐야? 이건 뭐지?”


그 목소리는 뭐였지? 성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봤다.


벤치에 앉아 있거나 광장을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렇게 큰소리가 들렸으면 성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눈치 챘어야 했다.


성운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방금과 같이 집중했다. 이번에는 놀라서 집중력을 흐트러지지 않도록 더욱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다시금 목소리들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번에는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눈을 감았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사물과 사람의 실루엣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제3자의 시각으로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아, 수업 들어가기 존나 싫다.’

‘오, 팬티 보인다. 개꿀.’

‘이번 학기 학비 대려면 빠듯한데. 큰일이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늘려야하나.’

‘진심 파올로 개새끼. 대가리 깨버리고 싶어. 씹새끼.’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주변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말이 보이는 것이지 시각에 의존한 감각이 절대 아니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초자연적인 감각을 통해 그들을 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프로페서 엑스야? 나 머리 벗겨지는 거 아니지?


섬뜩한 생각에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성운은 황급히 다시 목소리에 집중했다. 침착하게 주변 학생들의 생각을 하나씩 받아들였다.


비단 생각만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초조함, 흥분감, 슬픔 등 각종 마음까지 전해졌다.


“맙소사. 말도 안 되는 능력이잖아.”


성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공명의 범위는 거의 아카데미를 뒤덮을 정도였다.


아카데미에는 300여명의 학생과 10여명의 교수가 있었다. 그 외에도 잡다한 교직원 및 관계자들. 미약한 간섭력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성운의 공명에 감지됐다.


쵸즌이 지닌 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어, 새결 말레다.”


성운은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새결을 감지했다. 녀석은 아카데미 첨탑 옥상에 있었다. 그래. 비운의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도 실패했지. 왜지? 안일했기 때문이야.’


새결은 첨탑에서 홀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강박에 가까운 상념에 젖어 있었다. 전해지는 감정은 불안감, 슬픔 그리고 분노.


‘자잘한 장애물은 밟아버리겠어. 다 박살내주지. 그래야 살릴 수 있어. 모두를. 망설여서는 안 돼. 한번 겪었으니 알잖아.’


새결 말레는 세상 풍파에 정면으로 시달리는 다크한 캐릭터의 전형이다.


회귀하기 전 그는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철저히 외면 받았다. 간섭력 랭크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자잘한 괴롭힘까지 당했다. 심지어 샤쇠르를 얻고 난 후에도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종말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은 사소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결속되지 못했다.


그 탓에 종말을 막아야 할 인물들은 각개격파 당한다.


그 반동으로 새결은 정말이지 사춘기 소년 특유의 아집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회귀 후 도드라졌다. 쉽사리 감정을 표출하고 경솔하며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역으로 덜미를 잡혀서 일을 그르쳤다. 회귀 전 보다는 동료들을 더 많이 모으지만, 적으로 돌아선 이들이 반절 이상이었다.


“그렇게 놔두지 않겠어. 새결 말레.”


성운은 중얼거렸다. 이야기를 온전한 엔딩으로 이끌고, 프론테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결 말레의 쓸데없는 폭주를 막아야 했다.


만약 상황이 꼬인다면?


그러면 성운 본인이 해결하면 된다. 아직까지 동기율이 감소한 적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괜찮지 않을까? 지금까지 너무나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응?”


새결이 있는 옥상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기묘한 간섭력의 소유자였다. 파장이 미약해서 순간 놓칠 뻔했다.


“누구지?”


-새결아. 여기서 뭐해? 무슨 일 있는 거니?


누군가가 새결을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으셨으면 추천과 선작 한번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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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2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3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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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21.11.08 480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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