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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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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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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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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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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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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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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4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3-

DUMMY

아크 로렐라이.


백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수용한 메트로폴리스급 부유도시이자 아크간 교역의 중심지.

여덟 개의 대운하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대의 거대 화물선이 드나들고, 고도로 발달된 인프라로 어느 아크보다도 윤택한 삶을 제공했다.

로렐라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과거 대륙에 있었다는 깎아지른 산 절벽과 전 세계 모든 꽃을 볼 수 있다는 운하 엘리베이터는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재앙급 타이탄비스트, 코드네임 ‘히에로펀트(Hierophant)’의 출몰로 이 모든 것은 파괴되고 말았다.

이제 로렐라이는 밑바닥에 가라앉지도, 그렇다고 물 위에 뜨지도 못한 채 위태위태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바닷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맙소사······.”


보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엉망으로 훼손된 아크 로렐라이는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상 이끼와 수초로 뒤덮인 거대한 암초 덩어리에 불과했다. 모크가 구현한 3D 축소모델이 아니라면 아크라는 것을 알아보지도 못했으리라.

마치 부서진 상자갑 같은 모양새다.

엉망으로 무너진 빌딩이나 인위적인 구조물의 흔적들이 과거 부유도시였다는 사실을 간신히 증명하고 있었다.

보니는 평생을 가까이 바다에서 그리고 바다 밑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이는 주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성운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쵸, 쵸즌··· 저건 도대체···?”


주디는 호칭을 바꿔 말하는 것도 깜빡할 정도로 놀라며 물었다.


“내가 놀랠 거라고 했지?”


성운은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천검(千劍, Thousand Sword)의 다미앙 말레’와 뱅가드 헌터 스쿼드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히에로펀트는 로렐라이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결국 다미앙은 히에로펀트와 동귀어진을 택하며 함께 심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여기를 어떻게··· 아니, 무슨 수로 찾아낸 거지?”

“보수를 돈 대신 무용담으로 받고 싶다면 얼마든지 말해주지.”

“하!”


보니가 인상을 구기며 이마를 탁 쳤다.


“헛소리하고 자빠졌네.”

“리빙메탈은 저기 안에 있어. 데려다 주면 내가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게.”

“어이! 잠깐 잠깐, 안에 있는 건 확실해? 그리고 무슨 수로 탐사하게?”


그랜트가 튀어나온 뻐드렁니를 더욱 크게 드러내며 끼어들었다.

당연히 의심할만한 문제다. 심해까지 가라앉아 기능을 멈춘 아크에 산소가 있을리 만무했고 무엇보다도 잘못 들어갔다가는 다시 밖으로 나가지 못할 위험도 컸다.

비록 침몰하면서 많이 부서졌다고는 하나 로렐라이는 메트로폴리스급 크기의 아크다. 내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광대했다.


“아크 로렐라이는 침몰했지만 아직 기능하고 있어. 0.5노트로 심해 바닥을 이동하고 있었잖아. 안에도 적지만 산소가 남아 있을 거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난 알아. 그러니까 믿어.”


새결의 단정적인 말에 보니는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설명이 없으니 영 꺼림칙했을 뿐이다.

주저하는 선장의 모습에 식인아귀호 승조원들이 모여 들었다.


“믿어도 될라나.”

“밑져야 본전이야, 선장. 한번 가봅시다.”

“그래, 선장! 설마 쫀거야? 케헷.”


-쫄보! 쫄보! 쫄보!


보리스와 그랜트뿐만 아니라 모크까지 보니를 부추겼다. 존칭을 붙이고는 있어도 어딘가 놀리는 분위기다.


“닥쳐, 이놈들아!”


-쿵 쿵 쿵!


보니는 괜히 애꿎은 모크의 계기판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보리스와 그랜트의 머리에도 꿀밤을 한방씩 먹였다.


“음, 난 왜···.”

“켁.”

-끄악!


보리스는 점잖게 설득한 것에 불과했는데 꿀밤을 맞은 것이 억울했는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당연히 보니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냐. 자식들아. 안 그래도 갈 참이었다. 위치로!”

“위치로.”

“조오아쓰!”


-정박이다아! 정바아아아아악!


식인아귀호는 느릿한 속도로 심해에서 유영하는 로렐라이에 접근했다.


“모크. 소나 드론으로 돌입 포인트를 찾아. 똑바로 탐색해! 잘못 들어갔다가 갇히면 답도 없으니까.”


-아이아이 맴

-정밀 스캔 개시

-정밀 스캔 중···


소나 드론이 아크 로렐라이를 다시 한 번 더 훑었다.

이번 두 번째 스캔은 훨씬 빨리 끝났다. 모크가 3D모델링으로 띄워놓은 로렐라이의 중간 부분쯤에 반짝이는 점 하나를 띄웠다.


-27도 북남 방향에 포인트 확인

-돌입합니까?


“돌입.”

“예이! 입장하십니다!”


멈춰있던 식인아귀호의 엔진이 돌았다.

아크 로렐라이는 육중한 덩치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충돌한다. 그러나 숙련된 식인아귀호의 승조원들은 능숙하게 지정된 포인트를 찾았다.


-쿠우우우웅


식인아귀호가 로렐라이로 다가가자 진동했다. 위험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으, 선장! 해류가 너무 심한데?”

“자칫하다가는 휩쓸리겠어!”


멀리서는 몰랐는데 로렐라이에 가까이 다가가니 휘몰아치는 해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식인아귀호는 그야말로 거센 물살을 거스르는 아귀 꼴이었다.


“으아아, 위험해! 위험하다고!”

“선장!”


보리스와 그랜트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외쳤다. 생각보다 긴박한 상황 같았다.


“흥, 모크! 간섭력 콘솔 스텐바이!”


-아이아이 맴!


보니가 왼눈에 쓰고 있던 안대를 오른눈으로 위치를 바꿨다.

성운은 보니가 닌자처럼 무언가 수상한 동술(瞳術)이라도 쓰는 줄 알고 살펴봤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눈동자다. 조금 색이 옅은 갈색이라는 것 정도 뿐 특별한 것은 없었다.


뭐야, 패션 안대였냐!


성운이 태클을 걸 타이밍 없이 식인아귀호 천장에서 수상한 모양의 조종대가 내려왔다. 어디서 굉장히 많이 본 모양이다. 그건 다름 아닌···


“엑박 컨트롤러잖아?”


바로 게임기 컨트롤러다. 컨트롤러의 중앙에는 엑스박스의 로고가 아닌 초롱아귀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보니는 엑박 컨트롤러를 붙잡았다.


-우우웅 우우웅 우웅


그리고 보니의 몸 주변에서 흐릿한 연기가 일렁이며 피어올랐다. 이건 간섭력이다.


새결도 적잖게 놀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각성자였나.”

“짜식아! 비록 선장님이 퇴학당하긴 했어도 어엿한 아카데미 학생이셨다~ 이거야!”

“그렌트! 계속 주둥이 나불거리면 진짜 걷어차 버릴 거야. 그리고 난 내 발로 나온 거거든?”


모든 각성자가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고 헌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체나 용병단체 혹은 템플러와 같은 기사단에 차출되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니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바다의 삶을 선택한 것 같았다.


“후우, 좋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거의 2주 만이구만. 어디 한번 날뛰어보실까.”


-간섭력 식인아귀호에 링크

-수치 안정

-드라이브 인!


식인아귀호의 머리에 달린 초롱이 푸른 등불을 피워 올렸다. 잠수정이 보니의 간섭력에 반응한 것이다.

이로써 보니는 초롱을 통해 시야를 공유했다. 간섭력을 통한 초감각이었다.


“간다!”


식인아귀호가 로렐라이에 바짝 붙었다. 거센 해류 탓에 함교 내부가 흔들렸다. 새결은 난간을 움켜잡았고, 성운은 주디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했다.


“큭···.”


보니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자칫 잘못하다가 부딪히면 끝장이다. 이곳은 몇 백 미터 아래의 심해. 사실상 우주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선체에 작은 구멍이라도 나면 엄청난 수압에 의해 수장될 것이다.


“흠···.”


보니가 진지한 표정으로 게임기 컨트롤러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영 긴장감을 떨어트렸지만, 성운 외에는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보리스. 속도 유지해! 신호를 보내면 단숨에 끌어올린다.”

“맡겨 두십쇼.”


보니는 입술을 핥으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멈춰 있던 손가락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지금이다아아아!”


보니의 외침과 함께 보리스가 가속했다. 식인아귀호는 화장실 변기에 빨려 들어가는 휴지처럼 로렐라이 몸체에 난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크윽······.”


식인아귀호 내부는 가속에 의해 엄청난 중력이 전해졌다. 경고등이 미친 듯이 번쩍였다. 내부 통로가 꽤 굽이졌는지 이리저리 몸이 이리저리 쏠렸다.


“오호라···.”


롤러코스터, 아니 후룸라이드인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다.

윤혁은 태평한 마음으로 감상을 떠올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죽을 맛이었다. 심해 속 죽음의 놀이기구였다.


“우아아아악!”


새결조차도 이를 앙다물고 아찔한 감각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속도가 최고점에 일렀을 때 쯤, 식인아귀호가 서서히 감속했다.


“후우···.”


보니가 짧게 숨을 내뱉으며 컨트롤러에서 손을 땠다.


“하핫, 나조차도 이 몸의 실력에 가끔 놀란다니까.”


-우에에에에에에엑···


모크가 기계음으로 속을 게워내는 소리를 냈다. 항해에 잔뼈가 굵은 보리스와 그랜트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으윽, 토할거 같슴다아···.”

“어이구. 괜찮아. 괜찮아. 도착했다고.”


성운은 주디의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켜줬다. 아마 일반 십대 소녀였으면 기절했을 것이다. 이만큼 버틴 것만 해도 장했다.

새결도 땀이 맺힌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디지? 안으로 들어왔나?”

“그래. 우리는 지금 로렐라이 내부다. 위치로 따지면··· 이쯤 되겠네.”


보니는 3D축소모델의 한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식인아귀호는 로렐라이의 중심부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또한 샤쇠르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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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70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2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4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4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7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3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6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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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7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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