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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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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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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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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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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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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DUMMY

아르투르 패거리는 여전히 시시덕거렸다.


하지만 성운의 분노를 감지한 다른 아이들은 눈에 띄게 말이 없어졌다.


교실 분위기가 차가워진 것을 눈치 챈 뒤에야 패거리는 머쓱하니 웃음을 멈췄다.


“쳇, 뭐야. 심각하게 폼이나 잡고.”


샤루크가 이죽거렸지만 동조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아르투르와 말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성운의 존재감이 거대했기 때문이다.


성운은 솔직히 말해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전혀.


타이탄비스트의 침공은 농담거리가 아니었다. 수많은 시민이 죽고 다친 대참사였다.


놈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헌터 중에는 시체조차 찾아내지 못한 이도 있었다.


성운은 집중치료실에 누워있던 죠르주와 아멜리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만약 쵸즌이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그랬다면 그들은 무사했을 지도 모른다.


성운은 굳이 말을 안 했을 뿐 지금까지 그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직접 본적은 있냐?”

“뭐?”


성운의 각기 다른 색의 두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르투르와 말레나, 샤루크는 성운의 섬뜩한 기색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성운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이탄비스트, 본적은 있냐고.”

“아니?”

“머리가 터지고 내장이 흘러나온 시체는? 딸을 지키려다가 건물에 깔려 으깨진 어머니의 모습은?”


교실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르투르는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얼어붙었다.


화를 낼까 하던 성운은 질린 아르투르의 얼굴에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불량아건 뭐건 어차피 애들이다. 좋게 타이르는 편이 좋으리라.


“겁이 나면 솔직히 겁난다고 말해도 돼. 넌 그래도 되는 나이니까.”


본심을 파고들어온 성운의 충고에 아르투르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사회 전반적으로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자리 잡은 타이탄비스트를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그런 타이탄비스트와 맞서 싸워야 하는 운명이다. 아마 누구보다도 집채만 한 괴물과 마주해야 한다는 공포가 클 것이다.


아르투르도 왕초노릇을 하는 양아치라고 해봐야 아카데미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고딩이다. 각성자이지만 제몫 하나 못하는 애송이 헌터 교육생.


정곡을 찔린 아르투르는 화를 내야 할지 속마음을 들켜서 쪽팔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새끼가···!”


내적갈등을 거치던 아르투르가 결국 화를 내기로 결심 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운은 내심 혀를 찼다. 너무 몰아붙였나. 순간 머리에 열이 올라서 심하게 무안을 줘버리고 말았다.


아르투르가 씨근덕거리며 성운에게 다가왔다.


좋아. 이렇게 된 거 화려하게 데뷔해주마. 힘줘서 때렸다가는 죽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힘을 좀 빼볼까.


하지만 신나는 교실 폭력이 시작되는 일은 없었다. 문이 열리며 르엉 다이애나 교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수의 등장에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르엉 다이애나는 아르투르를 보며 말했다.


“학생? 강의 시작할 거야. 자리에 앉도록.”


그때까지도 뻘쭘하게 서 있던 아르투르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너 이따가 보자.”


성운은 아르투르를 향해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그냥 한 대 치지. 역시나 꼬맹이들이다. 교수고 뭐고 정말 화나면 주먹을 휘둘러도 되는데 말이다.


성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너무 화려하게 학교생활을 시작했나?


# # #


르엉 다이애나 교수가 들어오자 예의 상세 프로필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름 : 르엉 다이애나]

[베테랑 헌터]

[방출 랭크3.9 / 흡수 랭크2.9]

[백인계 동남아시아]


르엉 교수는 전직헌터로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였다. 그러나 체내의 간섭력으로 인해 아무리 엄격하게 봐도 30대 초반으로밖에 안보였다.


교수는 줄이 달린 할머니 안경을 슬쩍 내리며 눈을 치켜떴다.


상당한 미인인데 하는 행동이나 옷차림이 빼박 할머니다. 틀어 올려서 동그랗게 묶은 헤어스타일도 고리타분해 보였다.


헌터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각성자들은 노화가 늦고 수명도 길다. 현재 프론테라 평균 수명은 발전한 의학과 과학력에 의해 110세까지 늘어났다.


헌터들은 간섭력에 따라 200세까지도 산다. 물론 어디 까지나 ‘살아남았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말이다.


르엉 교수는 칠판 앞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강의를 시작했다.


“전 시간에는 간섭력을 중심으로 생성된 산업클러스터에 관해 이야기했죠. 클러스터를 통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로 이번에는 간섭력에 관해 좀 더 심화된 지식을 배워 볼 겁니다.”


으어, 생각보다도 더 본격적이다. 고등학교 같은 느낌보다는 완전 대학인데? 이거 내가 따라갈 수 있으려나?


윤혁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전문대학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마케팅을 교양과목으로 신청했다가 알지 못하는 괴상한 용어로 고통 받았던 나날이 떠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르엉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방출과 흡수. 간섭력을 구분하는 가장 포괄적이고 명확한 명칭이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간섭입자’입니다. 음, 빛과 마찬가지로 파동-입자의 이중성이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파동이자 입자라는 건가? 빛이 그런 거였구나.


알쏭달쏭한 말이 많았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교양 다큐멘터리를 직관하는 기분이다.


학교 수업이라면 학을 뗐는데 이런 수업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다양한 물체에서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미시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세상이죠. 드넓은 프론테라보다도 알 수 없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편의를 위해 단순히 간섭입자라고 정의하는 것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르엉은 물리학을 곁다리로 포함하며 간섭력을 설명했다. 솔직히 과학 쪽은 정말 알아듣기 어려웠다.


대충 양자역학을 들먹이는 것 같았는데, 윤혁은 평생 이론물리 쪽은 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너무 난이도가 높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충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윤혁이 빙의한 쵸즌이라는 존재는 아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몸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곁가지로 셌군요. 하여튼 이 간섭입자는 평소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비활성화된 상태로 여기저기에 떠다닙니다. 그러다가 각성자의 간섭력에 의해 반응하죠.”


르엉 교수는 칠판에 인간의 실루엣을 대충 그리고, 몸체에는 ‘흡수’라 적고 밖에는 ‘방출’이라고 적었다.


“각성자들은 간섭력을 ‘방출’하거나 ‘흡수’해서 불가사의한 힘을 냅니다. 이는 초능력과 마법의 영역을 넘나들죠. 두 개의 차원이 겹쳐지며 그 개념도 합쳐진 겁니다.”


이세계는 지구의 과학대신 ‘마법’이라는 기술이 발전된 세상이었다. 흔히 말해 판타지 세계관이다.


허나 지구와 차원 충돌을 일으키며 이제 마법은 더 이상 허구의 것이 아니게 됐다.


“따라서 간섭력은 문화적인 특성을 타기도 합니다. 간혹 비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전승으로 내려오는 의식을 통해 간섭력과 비슷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그것이 바로 마법이나 주술인 것이지요.”


이 부분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그러면 현재 프론테라에도 ‘마법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걸까? 하기사 엘프나 드워프 같은 이종족이 지구의 인종과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면 없는 것도 이상하다.


“예를 들어보죠. 아뤼옐리아 리류메이 아티나.”


아뤼···뭐? 르엉 교수가 또박또박 혀가 자동으로 꼬이는 괴상한 이름을 언급했다.


성운은 ‘아뤼’까지만 적고 그 다음 말은 기억이 안 나서 팬을 잡은 손을 머뭇거렸다.


“우리에게는 ‘레이디 칼라미티’란 이름이 더 친숙한 뱅가드 헌터죠. 그녀는 이세계 종족인 순혈 엘프입니다. 따라서 간섭력을 사용하지만 좀 더 마법에 가깝죠.”


레이디 칼라미티(Lady Calamity)! 본명이 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었나.


화염과 폭발의 마녀. 최상위 랭크에 등극한 헌터다. 그러고 보니 칼라미티는 간섭력을 좀 더 마법처럼 사용하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레이디 칼라미티는 복잡한 술식과 주문으로 한계가 없는 간섭기술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전술급 핵폭탄에 버금되는 위력을 지팡이와 맨손으로 창조하지요.”


레이디 칼라미티는 그 예명에 걸맞은 엄청난 헌터다. 르엉 교수의 말대로 거대 규모의 화염과 폭발을 구사한다.


비록 재앙급 타이탄비스트와의 전투에서 제일 먼저 당해버리지만 말이다. 방심은 죄악이라니까.


물론 그녀의 죽음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먼 후의 일이다.


“이는 어쩌면 온전히 정신이 아닌 한계가 없는 마음에 기조를 두고 있는 지도 모르죠.”


르엉 교수는 잠깐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가져온 텀블러 병으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성운은 르엉 교수의 강의에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속아구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정교했다. 소설 속에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세상으로 떨어졌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목을 축인 르엉 교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따라서 간섭력은 오롯이 ‘머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보고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느껴야 하죠. 간섭력을 다루고 제어하는 것은 머리일지라도 그 원천은 ‘가슴’에서 나온다는 것.”


르엉 교수는 손바닥을 피며 나직이 무어라 속삭였다. 그러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미약한 형태이지만 도구나 매개체 없이는 이 정도가 적당했다. 이것도 르엉이 교수급이라서 가능한 묘기였다.


그녀는 살포시 불꽃을 쥐어서 주먹으로 머리와 가슴을 가볍게 두들겼다. 그리고 펼치며 입으로 입김을 훅 불었다.


“와···.”


학생들이 탄성을 냈다. 르엉 교수의 손바닥에서 사그라진 줄 알았던 작은 불꽃은 입김을 타고 나비로 변해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르엉 교수는 씨익 웃으며 손바닥을 짝 하고 쳤다.


불꽃 나비는 그 순간 수십 개로 나눠져 허공을 날아다녔다. 순식간에 강의실이 하늘거리는 불꽃 나비떼로 가득 찼다.


이윽고 나비는 하나하나 학생들에게 다가가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면 질문 하나를 하죠. 방금 전 제가 한 간섭기술은 방출일까요, 흡수일까요?”


당연하겠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르엉 교수는 스윽 학생들을 훑어봤다. 학생들은 슬금슬금 갯벌의 게들 마냥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다가 르엉 교수와 유성운이 눈을 딱 마주치고 말았다.


“음, 유성운 군. 오늘 전학 왔지요? 한번 대답해보시겠어요?”


성운은 낭패감을 느꼈다. 아직도 프론테라에 적응 중인데 난데없이 간섭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성운은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르엉 교수가 보인 묘기는 성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이었다. 심지어 성운은 아크 춘향에서 재해급 타이탄비스트와 싸울 때 플라즈마 광구를 재현해내기까지 했다.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던 성운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슬슬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질 기미입니다. 모두 건강챙기시길 빕니다.


겸사겸사 재밌게 읽으셨으면 추천과 선작도 좀... 부탁드립니다...! 


으어어, 애송이 글쟁이는 추천과 선작이 많이 고프답니다 ;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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