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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3,876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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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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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DUMMY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낸 새결은 교장실 문 앞에 섰다.


교장 오딜리에 아슬로는 다미앙 말레의 절친한 친구이자, 새결이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회귀 전 새결과 아드리아나를 쓰레기 같은 고아원에서 데리고 나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 걸리기는 했어도 다미앙의 유품 ‘샤쇠르’를 직접 구해다 주기까지 했다.

현재의 삶에서는 고아원을 직접 박차고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새결은 오딜리에를 은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똑 똑


“들어와.”


새결이 이름을 밝히기도 전에 피곤에 찌든 목소리가 문 안에서 들려왔다. 타이탄비스트 토벌 원정을 다녀온 직후의 그녀는 언제나 지쳐 있었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 있는 오딜리에가 새결을 맞이했다. 체구가 워낙 작아서 그런지 의자에 거의 파묻혀져 있었다.


“왔냐. 적당히 앉아.”


오딜리에는 각성자라는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어려 보였다. 많아 봐야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예쁘장한 소녀였다.

반면 목소리는 상당히 쉬어 있었다. 어디 가서 소리라도 지른 걸까.


새결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오딜리에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교장인데 격식이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왜 불렀어요?”

“내가 불렀냐? 아, 내가 불렀네. 미안, 정신이 없다.”


오딜리에는 머리를 거칠게 벅벅 긁었다. 정수리를 긁을 때마다 푸른 머리카락이 파도쳤다. 비인간적인 머리색은 그녀가 엘프의 피를 짙게 타고 태어났다는 증거다.

길러서 예쁘게 땋고 다니면 동화책에서 나올 법헌 미모인데, 오딜리에는 꾸미는 것 자체를 번거로워했다. 목덜미가 보일 정도의 짧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도 손질하기 귀찮아서다.

소녀 같은 외모와 달리 속은 영락없는 중년 아저씨였다. 눈에는 생기가 없었고 어깨도 축 늘어진 것이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


“그래.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잘 지내고 있지?”


오딜리에는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서랍을 열어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위스키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리잔을 두 개 가져오더니 위스키를 따랐다.

오딜리에의 시선은 흐르는 감귤색 위스키에 고정됐다. 안부를 물었지만 대답 따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잔을 반절이나 채우고, 새결의 잔에 위스키를 따르던 중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탁 하고 때렸다.


“아차차, 넌 못 마시지. 그냥 내가 마시마.”


오딜리에는 새결의 잔을 마저 채우고, 두 잔의 위스키를 연달아 꿀떡 꿀떡 삼켰다. 인상 한번 구기지 않고 아주 물처럼 위스키를 들이켰다.


“후우, 빌어먹을. 살 것 같네.”


오딜리에는 재차 유리잔에 위스키를 따르려다가 손이 멎었다. 그러더니 잔을 치우고 아예 병째로 위스키를 들이켰다.

새결은 그 모습을 턱을 괘고 지켜봤다.


“이야기하려고 부른 거에요? 아니면 사람 앉혀놓고 고주망태 되려고 부른 거에요?”

“임마 난 안 취해. 아니, 못 취한다. 왜 거지같은 엘프는 간만 튼튼할까? 개 같은 거. 흠흠, 뭐 여튼.”


새결의 핀잔에 오딜리에는 술 마시는 것을 멈췄다.


“한건 했더만. 실습 때 패러사이트 잡았다면서. 네 간섭력으로는 택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했냐?”

“그냥 뭐. 팀워크로··· 설마 그것 때문에 불렀어요?”

“겸사겸사. 내가 워낙 바쁘다 보니 잘 못 챙겨주잖냐. 너그 아버지한테 볼 낯이 있어야 말이지.”


새결은 오딜리에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교장인데 이렇게 대놓고 편애해도 돼요? 안 좋은 말 나오면 어쩌게요.”

“뭐 어쩔 건데. 내가 그 엿 같은 아카데미 교장인데. 여기 주인이 나야, 짜샤.”


오딜리에는 깔깔 웃으며 책상에 발을 올렸다. 다리가 짧아서 발끝만 간신히 책상에 닿았다.

바지를 입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치마였으면 팬티가 다 보였을 것이다. 성격상 보여도 상관 하지 않았겠지만.


“실은 힘들어 죽겠다. 지금 바깥은 개판이야. 알고 있냐? 아니, 당연히 모르겠지."


새결은 조용히 오딜리에의 말을 경청했다. 어차피 그녀도 새결의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재해급 타이탄비스트가 아크 춘향을 박살내버린 소식은 들었지? 거기 말고도 다른 아크 두 군데에도 습격이 있었어.”


아크 춘향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자체 운영하는 베테랑 헌터 스쿼드 팀이 기적적으로 재해급 타이탄비스트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두 아크는 춘향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

타이탄비스트의 공격으로 기능을 모두 상실, 해수면으로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한 것은 덤이다.


“추적대에 있다가 졸지에 난민 구조대로 빠졌지 뭐냐. 그래도 내가 갔으니 망정이지.”


오딜리에는 참혹했던 현장을 다시 떠올리는 듯 눈동자가 흐려졌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위스키병을 흔들었다. 반절 이하로 줄어든 술은 병 안에서 찰랑거리며 소용돌이쳤다.


“그런데도 염병할 뱅가드 헌터라는 놈들은 다 틀어박혀서 코빼기도 안보여. 개새끼들 진짜. 그나마 나이팅게일만 이번에 도와주러 왔더라.”


나이팅게일은 간섭력으로 죽은 사람도 되살린다고 할 정도의 막강한 치유계 뱅가드 헌터였다.

심지어 외과수술도 능해서 그녀가 나타난 지역에서는 사상자가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면 뭐해. 타이탄비스트 토벌을 해야 이런 일이 안 터지지.”


오딜리에는 다시 위스키를 쭉 들이켰다. 그런데 웬걸. 술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오딜리에가 위스키병을 들어봤다.


“얼레? 뭐야, 얼어버렸잖아.”


오딜리에는 간섭력으로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간섭력에 의해 위스키 병이 통째로 얼어버린 것이다. 지금 보니 병에서 한기가 피어오르며 성에가 껴 있었다.


갑자기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목덜미로 찬바람이 훑고 지나간 기분이다. 이 기묘한 감각은 무엇일까. 오딜리에는 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하, 나도 나이가 먹긴 먹었나 보다.”

“그냥 취하신 거 같은데요.”

“그래, 그럴지도.”


새결은 이제야 오딜리에가 왜 자기를 불렀는지 알았다.


‘어리광부리려고 불렀구만.’


오딜리에는 환갑을 넘긴 할머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를 먹고 거친 삶을 살아서 아저씨처럼 변했다 해도 정신은 외향을 따라 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새결은 오딜리에의 투정을 받아줄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 1학년 주니어로 전학 온 녀석 아세요?”

“유성운? 어 그럼 알지. 이야, 그 녀석 덕택에 그래도 한 시름 놨잖아?”


아크대항전에서 두 번이나 연달아 패배한 이졸데는 심각한 자원난을 겪고 있었다. 물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필수 시설이 아닌 섹터는 폐쇄, 임시 수몰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성운이 갑작스레 이졸데 헌터 아카데미로 오면서, 그의 조부가 운영하는 보더라인이 거액의 크레딧을 기부했다.

이 덕에 아크 이졸데가 이번 겨울의 난방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 등의 생필품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그게 다에요?”

“음, 그거 외에는 없는데. 왜? 갑질하디?”


오딜리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정을 봐서는 따로 숨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딜리에는 다른건 몰라도 거짓말은 지독하게 못했다.


“아니, 뒷배경이라든지 그런 거는요?”

“뒷배경? 있잖아. 굴지의 IT 단말기 기업 보더라인.”


낭패다. 성운에 관해서 그래도 뭐라도 조금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딜리에조차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 기숙사를 독방으로 배정해달라더라. 어휴, 그 정도 크래딧을 주셨는데 암요. 원하신다면 따로 시중 드는 사람이라도 하나 붙여주고 싶더라니까.”

“······.”

“뭐냐 그 눈은. 너 임마, 사회는 돈이 최고란다. 크래딧보다는 현물인 코인이 더 낫기는 한데 말이지.”


코인은 리빙메탈로 주조한 화폐를 의미했다. 가상화폐와 달리 코인은 실질적으로 사용될 구석이 많아서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됐고. 딴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서 빨리 졸업해. 바로 우리 스쿼드로 껴줄 테니까. 일손이 없어! 쓸 만한 녀석은 더더욱 없고.”


실제로 회귀 전 새결은 졸업을 하고 오딜리에의 스쿼드에 합류해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새결은 오딜리에가 이렇게 피곤해 하고 힘들어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오딜리에는 아카데미 밖에서 겪는 참혹한 현실의 반의반도 새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그것만큼은 어른의 책임인양 새결 앞에서는 시답잖은 농담으로 일관했다.


‘힘이 필요해.’


한시라도 빨리 오딜리에의 스쿼드에 합류해야 한다. 회귀 전에는 자그마치 5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성운을 만나고 나서야 더 정확해졌다. 녀석은 정체는 물론 힘을 숨기고 있었다.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그런 위험요소가 눈앞에 나타나니 안달이 났다.


“그러니까 학교생활 잘하고. 간섭력은 차차 나아질 거니까. 너는 그녀석의 아들이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말하는 오딜리에도 알고 있었다.

새결의 간섭력을 개화하려면 샤쇠르가 필요했다.

오딜리에는 바깥 업무를 보면서 샤쇠르의 탐색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샤쇠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새결은 샤쇠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주말 지나고 다음 주에 내 수업 있으니까. 꼭 참석하고. A반 B반 통합 강의야. 그거 하고 난 다시 떠난다. 필요한거 있으면 그 전에 말해.”

“아뇨, 없어요. 이야기 끝났으면 전 갑니다.”


새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론이 내려지니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새결의 귀에는 오딜리에의 작별 인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주말 안에 샤쇠르를 찾기로 결심했다.


“아이고고··· 진짜 걱정이네.”


오딜리에는 새결이 나간 문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나심 교수가 전달한 내용이 아무래도 영 마음에 걸렸다.


‘패러사이트가 죽고 나서도 수십 번이나 더 찔렀습니다. 거의 넝마꼴로 만들었더군요.’


처음 전장에 나가는 신병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다.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적 시체에 몇 번이나 총을 쏘고, 칼로 찌른다. 그러나 나심 교수는 그런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전투의지는 중요하죠. 하지만 새결은 과합니다.’


새결이 부상을 치료하며 받은 심리치료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지목됐다. 일반 학생으로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진단결과였다. 불안감 수치가 PTSD를 겪는 병사와 흡사하게 나왔다.

오딜리에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파묻었다.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다미.”


오딜리에는 멍하게 중얼거리며 천장을 노려봤다.


작가의말

미세먼지가 어마어마하네요.


눈도 따갑고 코는 막히고 죽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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