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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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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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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1.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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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DUMMY

유성운.


굴지의 통신단말기 대기업 보더라인사(社) 총수의 외손자. 아크 춘향 태생. 나이는 17세. 키는 183cm. 몸무게는 74kg. 부모 모두 사망.

새결은 퇴원을 하고 나서부터 성운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정보는 많지 않았다.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딱 알려져도 상관없을 정도만 있다.

그 점이 더욱 수상했다. 새결은 자료를 덮고는 조용히 기억을 더듬어봤다.


회귀 전 유성운은 갑자기 전학을 왔고, 조용히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한 아이였다.

눈에 띄는 타입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렇다고 괴롭힘 받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이 희미했다.

새결도 열심히 회귀 전 삶을 복기해야 간신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녀석의 행동이 바뀌었어. 어째서?’


회귀 전 삶에서 성운은 새결이 아르투르 무리에게 얻어맞을 때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갑자기 자신을 도와주며, 심지어 회귀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물증은 없다. 그러나 심증으로는 확실했다.


‘설마 놈도 회귀자인가.’


새결은 눈에 힘을 잔뜩 주고 홀로 앉아 점심을 먹는 성운을 관찰했다.

제육볶음과 돈까스 두 개의 메뉴를 한꺼번에 먹고 있다. 한창 사춘기의 학생들인 것을 감안해도 상당한 양이다.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밥을 떠먹었다.


“성운! 오~ 뭐야, 너도 돈까스파야? 으잉? 제육도 먹네?”


그때 두툼한 덩치의 유리스가 나타나 성운과 합석했다. 이외에도 항상 함께 다니는 친구 두 명도 자리에 껴서 앉았다.

누구였더라. 유치한 양갈래 머리의 여학생은 비비안 벨, 얼굴이 가무잡잡한 남학생 쪽은 에스벤 아거스라만일 것이다.


“오이오이, 왜 자꾸 혼자 다녀. 섭하게. 그래도 우린 함께 했던 ‘전우’잖아!”


에스벤은 안경을 검지로 끌어올리며 주걱턱을 비틀어 올렸다.

B반에서 키가 제일 컸지만 너무 말라서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한없이 연약해보였다. 심지어 여학생들 보다 다리가 얇았다.


“히히, 너 도망친 거 때문에 부끄러워서 그래? 신경 쓰지 말라니까~ 우리 같은 초식동물은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지! 생존본능이 뛰어난 거니까.”


비비안이 성운의 어깨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성운은 당황하며 자리를 만들었다.

유리스 무리들은 얼른 성운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아니, 뭐. 그건 아니고··· 니들은 밥 안 먹어?”

“식권 살 돈이 없어!”


비비안이 주근깨 가득한 얼굴을 활짝 피며 미소를 지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성운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면 식당을 왜 온 거야···.”

“어머, 왜 왔긴. 불쌍한 성운이가 혼자 밥 먹으니까 온 거지~”

“···그건 그렇다 치고 돈은 왜 없어?”


성운과 저 오타쿠 삼인방은 모의전 이후로 자주 어울렸다. 원래부터 좀 겉도는 아이들이었는데 서로 취미가 맞는지 매우 친해진 듯 했다.


“대종말 전 시기의 레트로 게임 데이터 100메가바이트를 질러버렸어.”

“난 로드리고 구축함 700분의 1 스케일 프라모델.”

“루나땅 굿즈를 좀 사다 보니 말야···.”


유리스부터 비비안, 에스벤 순으로 차근차근 과소비한 내역을 줄줄이 읊었다. 그야말로 오타쿠 삼인방이 따로 없었다.

성운은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작작 좀 쓰지 진짜···.”


결국 성운은 품에서 식권 석장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이들은 왁자지껄하게 성운을 껴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식권을 받았다.


“우히힛, 이러려고 온건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고마워 성운쿤!”


곧 오타쿠 삼인방은 음식을 가져와서 먹으며 성운과 수다를 떨었다. 대부분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새결은 곧 엿듣는 것을 관두고 식사에 집중했다.


참고로 새결은 제육파다.


# # #


밥을 먹고 난 후에도 새결의 밀착 감시는 계속됐다.

성운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오타쿠 삼인방과 돌아다니며 잡담을 이어갔다. 역시나 쓸 만한 내용은 없었다.


오후 강의는 ‘헌터법 및 행정학’이었다. 끔찍하리만큼 지겨운 내용의 암기 위주 수업이다.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머리가 빠진 60대 노년의 교수 쿠마르 루바스 교수는 헛기침을 하며 두터운 책을 내려놓았다.


“정식으로 인증 받은 어뎁트 헌터에게는 어느 정도의 사법권한이 부여된다. 물론 그 범위는 매우 한정적이다. 고로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 모두 페이지 165-1을 펴도록.”


쿠마르 교수는 헌터도 아니고 심지어 각성자도 아니다. 그러나 IHC 임원을 역임했던 고위 관리직 은퇴자로 행정과 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해박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깐깐했다.


“으어어, 토나와···.”


성운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업을 들었다.

새결은 이미 필수 법령을 모두 암기하고 있었다. 이미 몇 년간 헌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회귀자라면 이런 단순 암기과목은 이미 기억하고 있을 텐데.’


혹시 본인이 감시당하고 있는 것을 이미 눈치 챈 걸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확실치가 않았다. 새결은 필사적으로 쿠마르 교수의 강의를 필기하는 성운을 노려봤다.

강의가 끝나고 필수 교양 과목인 체력단련 때도 새결은 성운의 관찰을 이어갔다.


성운은 전 강의 때와 달리 체력단련에는 한결 편해보였다. 운동장을 몇 바퀴나 뛰어도 호흡이 일정했고 턱걸이는 일부러 스무 개쯤에 멈춘 것으로 보였다.


‘힘을 감추고 있어.’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자세가 엉망인데도 무거운 중량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특히 스쿼트에서 그 모습이 도드라졌다.

중량봉 양쪽에 20kg 원판이 두 개씩 꽂혀 있다. 얼추 100kg에 달하는 무게를 단 채 가볍게 스쿼트를 15번 실행했다. 다만 허리를 엉성하게 펴고 발의 위치도 좋지 않았다.


‘근력이 너무 강해서 자세가 이상함을 못 느끼는 거야.’


웨이트 트레이닝에 있어 올바른 자세를 잡는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도 있지만, 들어 올리는 힘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함도 있다.

따라서 좋은 자세일수록 무게를 더 잘 칠 수 있다.

성운은 그런 구조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무슨··· 성운군! 그러다가는 허리 아작 나!”


성운의 모습을 보던 로니 커틀러 교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우람한 대흉근이 젖가슴처럼 덜렁거렸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결을 따라 갈라지는 대퇴근은 흑마를 연상시켰다.


“발 전체에 체중을 퍼트리고 등은 최대한 구부러진 곳 없이! 바는 몸 쪽으로 당기면서 등에 긴장을 주고! 그래 그거야. 이제야 좀 봐줄만 하네. 고관절이 좀 굳어있기는 해도 쓸 만해.”


로니 교수의 지시에 성운의 자세가 제법 좋아졌다.

로니 교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멋지게 미소 지었다. 하얀 치아와 함께 번들거리는 검은 대머리가 빛에 반사됐다.


“호오, 그나저나 힘이 제법인데? 제대로만 하면 자네도 나처럼 될 수 있겠어. 알겠나? 기억하라고. 라잇 웨잇 베이베!”

“아, 알겠으니까. 너무 다가오지 마세요.”


성운은 질색했으나 은근히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운동을 좋아하나?

한편 오타쿠 삼인방은 버피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탓이다.

비비안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유리스나 에스벤도 사정은 비슷했다.


“사, 살려줘어. 으어어억. 우엑···.”

“큰일이야. 나 다리에 감각이 없어!”

"이 무슨 가혹. 소인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아득히 초월했소!"


새결은 고개를 저으며 데드리프트를 하기 위해 중량봉에 원판을 끼웠다. 그런데 누군가가 새결을 도와 원판을 같이 끼워 넣었다.


“야, 같이 좀 쓰자.”


고개를 들어보니 아르투르였다. 녀석은 어색한지 새결과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실습 모의전 이후 아르투르 무리는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회귀 전에는 오타쿠 삼인방이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는 했는데,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새결은 잠시 아르투르를 멍하게 보다가 코웃음 쳤다.


“왜? 힘 키워서 복수하게?”

“뭐, 임마?!”


새결의 도발적인 말에 샤루크가 발끈하며 끼어들었다. 아르투르는 그런 샤루크를 점잖게 밀어냈다.


“아니, 얻어 맞은 게 너무 아파서 관둘래. 그것보다는··· 너한테 운동이나 좀 배우는게 나을 것 같다.”


새결은 아르투르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르투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저번에는 미안했다. 우리가 너무 어린애처럼 굴었어. 야, 샤루크. 너도 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사과해.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아르투르의 윽박지름에 샤루크가 쭈뼛거리며 새결의 눈치를 봤다.


“그, 그게 어··· 미, 미안.”

“여자애들은 따로 사과시킬게. 운동 싫다고 어딘가에 짱 박혀 있거든.”


새결은 목 안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싫은 감각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적어도 죄를 뉘우치고 바뀌고 싶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자신도 두 번째 기회를 받았지 않았나? 게다가 아르투르나 샤루크는 철없는 십대 청소년에 불과했다.

이미 벌어지지 않은 일을 가지고 열을 낼 필요 없었다.


“됐어. 멍하니 있지 말고 무게나 더 올려.”


새결은 손을 내저었다. 오글거리고 어색했다. 아르투르는 피식 하고 웃으며 팔짱을 꼈다.


“괜찮겠냐. 너, 쌈질 좀 잘 한다고 객기 부리는 거 아니야? 허리 나간다~”

“내기 할래?”


새결은 성운의 관찰을 좀 미뤄두기로 하고 아르투르 무리와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언제나 홀로 골방에 처박혀서 수련했던 새결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체력단련이 끝난 후, 새결은 아카데미의 교장 오딜리에 아슬로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새결이 다미앙 말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

그녀라면 성운에 관한 정보를 좀 더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작가의말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공기청정기 꼭 틀어놓으시고 주무시길 바랍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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