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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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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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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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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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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5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4-

DUMMY

식인아귀호의 해치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린 해치에서 붉은 머리카락에 캡모자를 뒤집어쓴 머리 하나 삐쭉하고 올라왔다. 바로 패션 애꾸눈 여선장 보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거 참 귀신이 다이빙하고 배영을 할 노릇이네. 진짜 공기가 있잖아?”


식인아귀호는 심해에서 곡예를 하듯 잠수정을 몰아 로렐라이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반신반의 한 마음으로 주변을 탐색했는데, 새결이 호언장담한 대로 아크 내부에는 산소가 감지됐다.


-타악!


레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며 식인아귀호의 전면부 서치라이트에 불이 들어왔다.

밝은 빛이 어둠을 가르며 내부를 비췄다. 천장이 높고 주변이 확 트인 공동이었다. 아크의 내부에 이렇게 넓은 빈공간이 있을 줄이야. 일종의 에어포켓 같은 역할을 하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몇 십 년 동안 내부에 산소가 남아있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아크 로렐라이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엉망으로 손상됐지만 아직 재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모크. 저쪽으로 가봐.”


보니는 저 멀리 희미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식인아귀호가 방향을 잡고 다가가니 예상대로였다. 벽이다.

자연절벽이 아니라 연구소나 발전소 같은 곳의 내벽이었다. 물이끼가 좀 끼어 있긴 했어도 인위적인 구조물인 것이 티가 났다.

식인아귀호는 벽을 따라 흘러내려갔다. 이윽고 벽을 타고 오르는 사다리 같은 것을 발견했다.


“어이, 꼬맹아. 어떡할 거야?”

“비켜.”


새결은 이미 로렐라이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는 사비를 털어서 구매한 돌격소총을 장전했다.

허리에 찬 홀스터에는 권총이, 허벅지에는 단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술조끼에는 탄창집이 가득 꽂혀 있었고, 등에 맨 가방에는 세열수류탄과 폭약 등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손에는 헌터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모의전 수업 중에 슬쩍한 것 같았다.

홀로 심해에 가라앉은 아크를 탐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보니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그런 새결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전쟁이라도 하러 가는 거냐.”


새결은 대답 대신 사다리에 매달렸다. 머릿속에는 샤쇠르를 되찾을 생각으로 가득했다.

회귀 전 오딜리에가 로렐라이 내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덤벼들어서 고생을 좀 했다고만 말했다.

새결이 무장을 철저하게 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보니는 사다리를 오르려는 새결을 바라봤다. 성인도 되지 않은 꼬맹이가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런 위험천만한 곳까지 왔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가벼운 이유는 아닐 것이다. 보니도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죽지마라.”

“지금으로부터 24시간 안에 내가 못 돌아오면 그냥 떠나. 로렐라이의 정보면 돈이 될 테니까. 리빙메탈을 못 얻더라도 손해는 없을 거야.”

“흥, 여기까지 올 정신 나간 녀석은 너밖에 없을 걸?”


새결은 피식 웃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버렸다.


# # #


“물주님은 어떻게 할 생각?”


그랜트가 콘비프 통조림을 땄다. 시간은 얼추 오후 다섯 시다. 물속이더라도 되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 좋았다.

그는 포크로 콘비프를 큼지막하게 떠서 입에 넣었다. 염장된 통조림 고기라서 무지하게 짤 텐데 잘도 퍼먹었다.


“따라 가야지.”

“담력이 대단하시구만. 나라면 절대 안 갈 거요.”


보리스도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팩에 담긴 액체를 죽죽 짜먹었다. 보니는 콘비프를 딱딱해 보이는 비스킷과 함께 먹고 있었다.


“안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거야. 뭐 나야 돈만 받으면 상관없지만.”


보니는 콘비프를 왕창 올린 비스킷을 한 움큼 입에 넣어 볼을 부풀렸다. 간섭 컨트롤러로 식인아귀호를 조종하면 극심하게 배가 고팠다.


“얘를 여기에 두고 갈 테니까, 허튼 짓 하지 마. 이래보여도 아카데미 수석이야.”

“엣? 그게 무슨? 성운님, 혼자 가심까?”


주디가 놀란 토끼처럼 고개를 바짝 치켜들었다. 성운은 주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몰래 따라가야 해서 혼자 가는 게 나아. 난 괜찮으니까, 여기 험상궂은 양반들이 내빼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 있어.”

“우리를 뭐로 보는 거야! 그런 짓거리는 안 해!”


보니가 입 안에 가득 넣은 콘비프 비스킷을 강제로 꿀떡 삼키며 외쳤다. 그러자 그랜트가 고개를 획 돌렸다.


“···어, 안 해요?”

“안 해!”


보니가 손을 치켜들자 그랜트가 호다닥 도망가 버렸다.

사실 성운은 정말 식인아귀호 크루가 버리고 간데도 상관없었다.

주디는 진짜로 아카데미 수석 시니어였고, 심지어 칠드런 소속이라 힘을 숨기고 있다. 백에 하나 주디가 실패한데도 성운은 새결 하나쯤은 데리고 심해 밖으로 나올 자신도 있었다.

성운은 나갈 준비를 했다.

별거는 없었다. 대신 새결처럼 몰래 가져온 헌터장갑을 착용했다.

모의전 때 몇 번 사용해봤는데 확실히 간섭력 사용에 부담감이 적었다. 이참에 간섭력을 좀 더 섬세하게 컨트롤 해보는 연습도 해볼 생각이었다.

교보재 수량 파악하는 직원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사용하고 바로 돌려놓으면 되겠지.


“성운님.”


나가기 위해 사다리에 막 손을 올렸는데, 주디가 성운을 불렀다.


“응?”

“조심하십쇼.”


조심? 조심이라. 위험은 주로 자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복서들도 보이지 않은 주먹에 쓰러진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러나 윤혁은 아크 로렐라이에서의 위험요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웹소설로 읽었으니 당연했다.

무엇보다 이 파트는 아속아구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이어서 세세한 부분까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로렐라이에서의 위험요소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두 가지다.

첫째는 시체와 패러사이트가 융합한 괴생명체다. 히에로펀트가 이끌고 나타난 패러사이트의 혼종 같은 놈들로 좀비와 흡사한 잡몹들이다.

팬덤에서는 패러사이트와 좀비를 섞어서 간단하게 ‘패러좀’이라고들 불렀다. 무력은 별거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멘탈을 깎아먹는 흉측한 녀석들이다.

그리고 두 번째. 새결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두건을 뒤집어쓰고 정체불명의 간섭력을 마구 사용하는 막강한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는 여러모로 논란이 많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 왜 이때 한번 등장하고 나중에는 코빼기도 안 비추냐.

물론 작가놈은 설명하나 없었다. 때문에 독자들이 내린 한 가지 추론이 있다.

이 녀석이 바로 프론테라의 진정한 흑막 ‘앱솔루트’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물론 윤혁도 그렇게 짐작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해급 타이탄비스트만큼 위험할까?

성운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이정도 쯤은 껌이지.”


성운은 말하면서도 뭔가 쓸데없는 복선을 깔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흔히 안 좋은 예감이라고 하지. 그러나 별일이 있기 힘들다. 쵸즌에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들어갔다가 나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였다.


“이것도 플래그를 세우는 말인데.”


성운은 으쓱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식인아귀호에 올라섰다.


“읏차.”


새결이 떠난 지 삼십분 정도 지났다. 금방 따라 잡을 수 있으니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

성운의 계획은 이렇다. 공명으로 새결의 위치를 확인하며 뒤따라간다. 해매는 것 같으면 빠르게 앞질러서 길을 확보하고 눈에 띄는 단서를 뿌린다. 그러고 다시 뒤에서 따라간다.

그야말로 조강지처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내조다. 새결아. 형이 이렇게 힘쓴다. 너도 제발 뻘짓 하지 말고 몸 성하게 샤쇠르를 찾아다오.


-탕 탕 탕!


총성이 들렸다. 드디어 시작한 건가. 성운은 몸을 살짝 숙였다가 단숨에 뛰어올랐다.


-투웅


가볍게 잠수함 위를 박차고 뛰었을 뿐인데 식인아귀호가 물 위에서 출렁였다. 성운은 벽 위로 넘어가며 아차 했다. 식인아귀호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여전히 힘 조절은 까다로웠다.


“아오, 진짜 어렵네.”


조금만 더 힘을 잘못 줬으면 식인아귀호를 어이없이 침수시킬 뻔했다. 성운은 아크 춘향 때도 그렇고 힘 조절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는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정말 로렐라이를 영영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힐 수 있으니 말이다.


“음···.”


벽을 넘어오자 예의 파이프와 알 수 없는 기계가 잔뜩 있는 지하설비의 모습이 드러났다. 매트로폴리스급 아크여서 그런지, 이졸데와 춘향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었다.


“저쪽인가···.”


성운은 총성이 난 방향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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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3- +1 21.12.03 302 12 10쪽
34 3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 21.12.02 313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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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3- +1 21.11.29 355 11 15쪽
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69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2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2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2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4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6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3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5 14 13쪽
18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2 21.11.11 468 13 11쪽
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6 16 8쪽
16 15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4- 21.11.08 479 13 9쪽
15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21.11.06 489 12 11쪽
14 13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2- 21.11.05 526 13 13쪽
13 12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1- +1 21.11.04 576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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