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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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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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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74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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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7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6-

DUMMY

새결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한 여성의 시체를 살펴봤다.


당연하겠지만, 평범한 시체가 아니다. 시체 등에 달려 있는 커다란 따개비로 보건데 패러좀이 분명했다. 비활성화 상태라서 움직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반응하기 전에 숨통을 끊을까?


새결은 주변을 둘러봤다.

가압기 탱크 수십 대가 줄지어 세워진 장소다.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따뜻하고 축축했다.

그래서 그런지 패러좀이 특히 많이 모여 있었다.

어떤 녀석은 난간에 빨래마냥 널려 있었고, 어떤 놈은 가압기 탱크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못해도 스무 마리는 되어 보였다.

선제공격으로 눈앞에 있는 패러좀을 처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면 주변의 패러좀 모두와 싸워야 한다.


“칫···.”


새결은 혀를 찼다.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발걸음과 숨소리를 죽이고 돌파해야 한다.


패러좀 녀석들 감각기관은 본체의 따개비와 숙주의 시체가 공유한다.

따개비에 삐져나온 혀는 ‘기류’를 감지한다. 어설프게 지나가다가는 바람의 움직임 탓에 들키고 만다.

반대로 숙주는 소리에 반응한다. 만약 깨우게 되면 기괴한 비명을 질러서 다른 패러좀을 불러들인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괴물들이었다.


‘여기만 지나가면···.’


샤쇠르는 가까운 곳에 있다.

이 구역으로 들어오면서 목걸이의 진동과 온기가 더욱 강해졌다. 게다가 챔버는 언제나 가압실 바로 옆에 있었다.


확실하다. 여기만 지나면 샤쇠르가 있는 챔버에 도착한다.

새결은 구부정하게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툭


가압기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탓에 새결의 가벼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섭력을 사용해서 발걸음을 지워야 하나.

하지만 아무리 미세한 간섭력 컨트롤에 능한 새결이라도 리스크가 컸다.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반발력에 의해 바닥에서 튕겨나가 버릴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차박


물이 찬 바닥에 다른 발을 내딛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결의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들킬 정도의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결은 호흡을 조절하며 다른 발을 계속 내딛었다. 그래도 긴장감에 익숙해져서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슈욱


그러나 너무 쉽게 안심한 탓일까.

새결이 가압기 탱크에 찰싹 붙어 있는 패러좀 옆을 지나가는데, 녀석이 반응했다.


“음···.”


새결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이지 않았다. 두 눈알만 굴려서 상황을 살폈다.

패러좀은 깨어나진 않았다. 다만 숙주인 따개비만 기다란 혀를 쭉 빼들었다.

촉수와 같은 형태의 혀가 허공에서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흔들거렸다.


‘내 움직임에 반응한 게 아니야.’


따개비의 껍질이 움찔거렸다.

놈은 촉수를 이용해 공기 중의 산소와 습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문제는 놈이 최고로 예민한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서 움직였다가는 꼼짝없이 들킨다.

새결은 석상처럼 굳어서 패러좀의 촉수가 다시 갑각 안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1초, 2초, 3초···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패러좀의 기분 나쁜 숨소리만 들려왔다.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결은 좋게 말해도 참을성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지금도 방아쇠에 검지가 반쯤 걸려 있었다.


‘다 죽일 수 있어···.’


부정적인 기운이 스멀거리며 심장을 옥죄었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끌 새가 없었다. 고작 이런 기생충 괴물들에게 발목을 잡혀 있어서는 안됐다.

샤쇠르를 얻어야 한다. 종말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한다.

새결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슈욱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었다. 촉수가 다시 갑각 안으로 들어갔다.

새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풀어서 터질 것 같았던 음험한 기운이 가라앉았다. 새결은 폭력적인 본능을 진정시키며 다음 발을 내딛었다.


그때였다.


-캬아아아아악!


“뭐···?”


패러좀이 깨어났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촉수 두 개가 흔들거렸다. 눈앞에 있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뒤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제기랄!”


한 마리는 바닥에, 다른 한 마리는 천장에 붙어 있었다. 놈들은 괴성을 지르면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새결은 주저 없이 돌격소총(AR)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머즐플래시가 번쩍이며 탄환이 발사됐다.


-퍽 퍽 퍽!


쏟아진 탄환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패러좀의 머리와 가슴을 파고들었다. 두 놈은 깨어난 것과 동시에 영원히 다시 잠들어버렸다.

문제는 다른 놈들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르륵 캬아아아아!

-캬으으으으으윽!


끔찍한 광경이었다. 수십 구의 패러좀들이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뭐, 좋아.”


그 모습에 새결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잠입은 역시 취향이 아니었다. 어쩌면 원했던 바인지도 모른다.

단발로 해뒀던 소총의 조종간을 연사로 바꿨다.


-크으으으···

-캬아아악!


사방에서 패러좀들이 비틀거리며 새결을 향해 다가왔다.


“덤벼!”


새결은 앞으로 전진하면서 돌격소총을 발사했다. 금속의 파열음과 함께 총알이 패러좀들을 휩쓸었다.

머리, 심장, 척추, 다시 머리. 새결에게 다가오던 패러좀은 어김없이 탄환 세례를 받아야 했다.

새결은 점사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이동했다. 움직이면서 쏘는데도 탄환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퍽 퍽 퍽 퍽!


제자리에서 싸우면 둘러싸인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싸워야 했다.

새결의 사격에 또 패러좀 한 마리가 쓰러졌다. 그러나 다른 세 마리가 이내 빈자리를 채웠다. 당연하겠지만 놈들은 총알 따위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달칵


소총의 탄창 하나가 금방 비워졌다. 새결은 바로 다음 탄창으로 갈아 끼우며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캬아!


그러는 사이 뒤에서 패러좀이 덮쳐왔다. 새결은 곧바로 몸을 돌리며 개머리판으로 패러좀의 안면을 가격했다.


-퍽!


안면을 맞은 패러좀이 뒤로 주춤 물러서자 새결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통이 깨지며 채액이 흩뿌려졌다.

그러나 어느새 주변에 패러좀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처음 눈대중으로 스무 마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못해도 오십 마리는 됐다.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니 혼자서 아무리 소총을 연발로 갈겨도 밀어내기 쉽지 않았다.


“그래! 와라! 다 와! 난 여기 있다!”


새결은 악귀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권총을 패스트드로우, 근접전투(CQB)를 실행했다.

몸통에 두발 머리에 한발. 머리는 뜨거웠지만 움직임은 기계처럼 정확했다.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방아쇠를 당기며 패러좀을 쓰러트렸다.

그럼에도 패러좀들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새결은 가볍게 패러좀의 손아귀를 피하며 헌터장갑에 간섭력을 담아 주먹을 후려쳤다.


-파삭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패러좀의 머리통이 터져버렸다. 애초에 썩어가는 육체였기 때문에 더욱 쉽게 박살났다.

머리가 터진 패러좀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기울여졌다. 새결은 몸을 빙글 돌며 회전력을 더해 머리가 터진 패러좀의 가슴팍에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퍼억!


가슴팍을 걷어차인 패러좀이 뒤로 밀려났다. 몰려오던 패러좀들은 졸지에 서로 뒤엉켜서 볼링핀처럼 나동그라졌다.

그 틈에 새결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하앗!”


계속 싸우는 것은 전력낭비다. 새결은 징검다리를 타듯 패러좀의 머리나 어깨를 밟으며 펄쩍 펄쩍 뛰어 넘어갔다.

챔버로 내려가는 지하실 입구는 약 2~30미터. 멀지 않았다.

단숨에 돌파한다!


-캬악!


패러좀들은 머리 위를 뛰어다니는 새결을 붙잡기 위해 두 팔을 위로 치켜 올렸다. 졸지에 힙합콘서트장의 관객마냥 팔들이 물결쳤다.

덩달아 따개비의 촉수까지 뻗쳐 올라왔다. 촉수는 새결의 발목이나 허리를 붙잡기 위해 흐느적이며 날름거렸다.

새결은 헌터장갑으로 나이프를 뽑아 휘둘렀다. 촉수가 단숨에 잘리며 채액을 쏟았다.


-캬학!

-크르륵 캬아아아!


더 빠르게. 더 빨리!


새결은 정신없이 패러좀들을 밟아 뛰어서 입구 앞에 도착했다.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소란을 듣고 더 많은 패러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챔버로 들어가면 계속해서 따라올 것이다.

새결은 등에 맨 배낭에서 세열 수류탄 하나와 예비 탄창를 꺼냈다. 탄창은 빠르게 전술조끼에 집어넣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그러고는 배낭에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담았다. 배낭 안에는 수류탄이 여섯 개 가량 들어 있었다.


“거지같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새결은 수류탄이 든 배낭을 몰려오는 패러좀들을 향해 냅다 던지고, 곧바로 몸을 돌려 입구 안으로 달렸다.


-꽈아아앙!


수류탄이 폭발하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수류탄의 폭발에 가압기 탱크까지 휘말리며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쿠르르르···


새결이 달려 내려가는 철제 계단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었다. 곧이어 입구도 무너져서 봉쇄되고 말았다.


-후욱


매캐한 먼지가 섞인 후폭풍이 불어왔다.

새결은 가로막힌 입구를 바라봤다.

돌아갈 길은 챔버에서 다시 찾으면 된다. 문제는 과연 시간 안에 샤쇠르를 찾고 식인아귀호로 복귀할 수 있느냐 였다.


‘어차피 샤쇠르를 찾지 못하면 돌아가는 것도 의미 없어.’


샤쇠르가 없으면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없다.

새결은 소총을 장전하고 나선형으로 꼬인 철제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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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 +2 21.11.30 334 10 8쪽
32 31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3- +1 21.11.29 355 11 15쪽
31 30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21.11.27 354 13 9쪽
30 29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1- +3 21.11.26 369 13 9쪽
29 28화. 그들이 사는 세계 -2- 21.11.25 379 9 10쪽
28 27화. 그들이 사는 세계 -1- 21.11.23 382 11 13쪽
27 26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2- 21.11.22 392 13 11쪽
26 25화. 수수께끼의 전학생 유성운 -1- 21.11.20 403 13 10쪽
25 24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2- +1 21.11.19 382 14 10쪽
24 23화. 지금이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 -1- +4 21.11.18 390 11 9쪽
23 22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5- 21.11.17 384 12 7쪽
22 21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4- +3 21.11.16 387 13 10쪽
21 20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3- 21.11.15 390 13 10쪽
20 19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2- 21.11.13 413 11 13쪽
19 18화.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 -1- +1 21.11.12 456 14 13쪽
18 17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6- +2 21.11.11 468 13 11쪽
17 16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5- +2 21.11.09 486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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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네가 선택한 아카데미다 -3- 21.11.06 48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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