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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33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18 20:00
조회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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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해독하다 - 5.

DUMMY

코룸 중앙의회장.

코룸의 자치권과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는 권력의 장으로, 본래는 얼굴을 보이고 이름을 밝혀야만 들어올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네 명의 의회장과 여덟명의 지구장이 모두 얼굴을 가린채로 들어왔다.

누가 누군지를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자리 또한 평소와는 달랐다.

코룸을 관리하는 열두명의 권력자간에는 틀림없이 서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원탁에 둘러앉았다.

심지어 음성변조를 위해 벽 곳곳에 이명의 주술까지 걸어둔 흔적이 보인다.

이래서야 뒷배들의 음험함이 담긴 모략장소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부끄럽게 하고 있는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모습을 가리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중 11시 방향에 앉은 사람이 손을 들어 의제를 꺼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비밀회의를 요청한 이유는 북문의 좀비무리가 모 세력과 부딪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비와 부딪히고 있다라..."

"어째서지?"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포식으로 강해진다지만 좀비만큼은 그렇지가 않다.

생명을 가지지 않은 죽음은 포식한다한들 좋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왜 좀비와 싸우고 있는건가. 아직 보고를 듣지 못한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부딪힌 집단은 오크와 트롤의 잔당으로 여겨집니다."

"나참. 그래서 그 종족들을 싸그리 잡아야한다고 했더니만.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중앙의회의 무능함은 여전하군요. 결국 그들이 남긴 잔당을 우리가 처리해야한단거 아닙니까."

"차라리 중앙의회에 보고해서 뒷처리를 맡기는게 낫지 않나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가장 처음 말을 꺼낸 자가 마지막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은 뒷처리를 맡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그게..."


남자가 땀을 닦으려다 그만 후드를 반쯤 벗어버렸다.

덕분에 남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 도시의 북구 지구장이자 북문 수문장을 겸임하고 있는 테페로였다.


"좀비무리가... 전멸했습니다."


순간 이 공간에 얼음마법이라도 시전된 것처럼 정적이 맴돌았다.

좀비가 전멸했다고? 그 수가 3만일텐데?

물론 오크와 트롤의 수가 많다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다.

절멸을 앞둔 종족의 군세가 그렇게까지 대단할리가 없다.

혹은 시간이 많다면야 가능할 수도 있다. 조금씩 조금씩, 쥐가 치즈를 파먹듯이 먹다보면 언젠가는 거대한 치즈덩이도 다 먹어버릴테니까.


"보고가 늦은게 아닙니까? 오크와 트롤이 나타난게 이미 수십일 전이라던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이 모습을 보인건 불과 3일 전입니다. 언듯 보아도 그 수는 3천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지 않습니까?"


톤이 높은 목소리에 사람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약제조합의 의장, 또 다른 이명은 미마녀 에오르.

이 회장에 이명의 주술을 걸어둔 장본인이기도 하다.


"좀비가 아무리 접근하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산개해있는 좀비를 며칠만에 토벌하기란 힘들텐데요."

"그 건에 대해선 내가 말하지."


또 다른 방향에서 대답한 남자는 아예 스스로 후드를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숨긴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는 과거에는 상당히 이름높은 헌터였고, 지금도 그 실력이 전혀 쇠하지 않았다고 하는 로젤란이다.


"확인해본 바, 오크의 무리는 늑대를 길들인 것으로 확인되었소. 그 수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늑대가 좀비의 무리를 유도해 자신들에게로 오게끔 하더군. 아쉽게도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늑대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오."

"늑대를 길들였다라."


다들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분명했다.

후드가 다들 조금씩 꺾으며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코룸을 방어하는 방위선이 무너졌단 것이겠죠."


그 말 대로다.

좀비의 무리는 코룸을 수호하는 하나의 방위벽이다.

일부러 썩은 시체의 벽을 만들어 몬스터의 접근을 차단하는, 설령 몬스터가 온다 하더라도 좀비의 군대로 싸우게끔 유도했다.

물론 그런 방법을 취한다면, 좀비가 코룸으로 오거나 교역하는 인간들을 덮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좀비의 보충은 언제부터 가능하지?"

"당장은 힘듭니다."


좀비를 만들어 코룸의 외곽에 흩뿌린게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좀비가 접근을 기피하게 할 방법과 수단정도는 미리 만들어두었다.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라거나. 아니면 감형을 바라는 무기수도 없는건가?"

"그게... 한동안 평화로웠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하, 이거 참.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우선 중요한건 오크의 군단입니다. 트롤과의 연합에 늑대까지 길들인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뭔가 깨달은게 있는 모양인가보죠. 그 수가 얼마되지는 않지만, 저희도 자치군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 요청하는건... 아냐, 무리겠지. 그 자식들은 한 번 발을 들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캐묻고 다니니까."

"헌터협회에 요청할까요?"

"3천의 오크를 토벌해달라고?"

"어려운건 아니겠죠. 개개인의 실력이라면 헌터가 군대보단 조금 더 나을테니."

"하지만 아무래도 드는 돈이..."

"그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테페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걸 꺼내보는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그게 뭐냐고 되묻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에서 나오는 거라면 결국 그것일테니.

오히려 반색하며 나섰다.


"오오! 완성된건가? 우리의 비원이었던 것이 드디어!"

"네, 아직 의식을 박아넣지는 못했지만, 시험삼아 먼저 움직여보는 것도 괜찮겠죠."

"볼 수 있나요?"


미마녀 에오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후드를 벗어제꼈다.

후드로 가리고 있던 옷은 속이 비쳐보이는 검은색 망사의 드레스였다. 조금 더 벗으면 좋으련만.


"보러 가시겠습니까?"

"가지."

"가죠. 바로."

"그럼 보여드리겠습니다. 지하통로로 가시죠."


테페로는 그것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체들의 왕, 버그베어를."



*



- 형, 이상하지 않아?


평야의 좀비를 거의 다 해치웠을 무렵, 동시에 대 인간전의 모의전이 끝났을 무렵, 틴이 걱정스러운 우려를 나타냈다.


- 뭐랄까...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


그저 감에 기대어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다.

좀비의 형태가 너무 온전하다. 심지어 상처 하나 없는 시체도 있다.

그 탓에 부패가 진행되며 몸의 고름이 빠져나오지 못해 더욱 흉측해졌다.

이런 시체들은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

자다가 갑자기 좀비가 되는 일이 없고서야.


- 그럴테지.


저벅. 저벅. 저벅.

킨은 좀비의 시체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곤죽이 되어버린 시체는 누가 먹다가 뱉어낸 토사물처럼 보였다.

덥썩.


- 형?!

- 오빠!!


킨은 그걸 먹었다.


- 배고파?!


킨은 입에 넣은 시체의 토사물을 뱉어내며 말했다.


- 독이다.

- 당연하지! 시체는 당연히 부패를 했으니까 독이... 독?

- 그래. 이 좀비들은 전부 독살당한거야.


먹고나서야 깨달은건 아니다.

킨도 보고 느낀게 있다. 그럼으로써 얻어낸 추측은 정답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확인을 해야만 했다.

과연 꼭 이렇게까지 추해져야만 했을까. 하며.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 쓰군. 아릿해.


이 독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선 직접 먹어보는게 가장 확실했다.

우선 마비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는건 마비독의 성분이 가장 높게 들어갔다는 것.

다음으로 느껴지는건 머리가 지릿해지는 느낌이다.

약간 들뜨는 느낌도 난다.

환각과 인식방해의 영향이다.

마지막으로 느껴지는건 강렬한 증오심이다.

감정을 고양시키기 위한 주술적 의미의 독이 혼합된 것이 분명하다.


'마비독이라면 암멜산의 들풀일테고, 환각은 자비오롱의 꽃, 인식방해라면 그게 뭐더라... 그래. 피오류나가 쓰는 독일테지. 주술은 모르겠군. 감도 안잡혀.'


전부 정답이었다.

독이라면 질리도록 먹어봤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살 수 있도록 그런 훈련을 받아왔다.

이제와 그 맛과 영향이 잊혀질리가 없다.


'만일 이런 합성독으로 좀비를 만들어내고 있는거라면...'


틀림없이 저 코룸의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합성독이 저절로 만들어질리도 없을테고, 시체가 이렇게 밖으로 쌓이지도 않을테니. 아마도 저 도시의 중앙, 그것도 가장 기밀성이 강한 건물 아래에 지하 통로가 있겠지.

그 통로와 이어진 외부의 동굴에서 좀비가 나오고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동굴은 어디?

만일을 위해 확인해두고 싶었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아!"


멀리서 인간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음색으로 봐서는 여자.

누군가 습격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떤 누구에게서? 좀비라면 더이상 없을텐데.

탁! 탁! 타타탁!

발걸음은 빨랐다. 본래라면 작은 언덕을 넘고 나무로 덮여진 숲을 빙 돌아가야 할테지만, 킨은 지형의 방해를 쉽게 건너뛰어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동굴. 그곳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여자가 맨발로 달리고 있다.

동굴 안에서 나온 무언가에 쫓기는건가?

여자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몸에 달라붙은 드레스가 걸음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 오빠, 저 암컷.


실이 말했다.


- 상당히 강한 것 같은데?


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여자의 온 몸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만 봐도 알 수 있다.

육체적인 강함이 아니라 주술적인 강함을 가진 실력자다.

아마도 마녀라는 호칭을 가지기에 무색할 정도의 실력자.

그런데 그런 실력자가 저렇게 도망을 치고 있다.

킨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았다. 대체 저정도의 실력자를 겁먹게하는건 누구란 말인가. 그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쿵. 쿵. 쿵. 쿵.

이윽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너무도 거대했고 흉측했다.

수백개의 시체를 기워만든, 붙여만든, 녹여만든 거대한 형상.

손과 발이 제멋대로 달려져있고 온 몸의 곳곳에 입과 눈이 붙어져있다.

그와중에 거대한 두 손과 두 발만큼은 온전히 달려져있다. 아마도 몬스터도 같이 녹여내 만든 것이리라.

킨은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키메라. 다르게는 합성 몬스터라고 불리우는 괴수다.

괴수가 울부짖었다.


"크워어어어어어!"


그 강렬한 울림만큼은 가히 왕의 포효라 할 수 있었다.

킨은 과거의 기억에서 그 왕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 시체들의 왕, 버그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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