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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님의 서재입니다.

네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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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작품등록일 :
2021.07.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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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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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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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날파리(2)

DUMMY

#23. 귀찮은 날파리(2)



처음 김체건과의 수련을 시작한 날.

자신의 진전이라고는 했으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금 꺼림칙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역사적으로 그는 일본에 건너가 왜검을 배운 장본인이었으니까. 왜의 색이 짙은 검법을 내게 전해주지 않을까 걱정되었던 것.


하지만 김체건의 입에서 들은 내용은 달랐다.


‘아둔한 임금은 조선의 검술이 왜보다 하찮아, 전쟁에서 졌던 것이라 여겼다. 그리하여 내게 왜검을 훔쳐 배워오라 하였다.’


‘그곳에서 배운 것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겠으나, 그들의 검에는 ‘기와 인’ 이 존재하지 않았다. 흔하디흔한 조선의 본국검법과 조선세법이 월등하다는 것만 깨달았다.’


그는 이후에도 청으로 건너가 다양한 무예를 접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검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라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렇게 조선에 돌아와, 그간 경험한 많은 무예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만든 것이 바로 만검식 萬劍式.


‘내가 등선의 순간, 생에 욕심을 가졌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일대종사들과는 다르게 완벽을 추구했던 그는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만검식을 완성했다.

그 깨달음을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그것은 그의 영혼이 승천을 거부하고, 애병인 사인참사검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스승님. 그런데 왜 만검식입니까?’

‘그것은······.’


일만 가지 검술의 정수를 담았다는 말에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딴지를 걸었다가,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던지···.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김체건의 진전은 시간을 넘어 내게 전해지고 있었다.


뻐억!-


“끄윽!”


아프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아프다. 정신체인 상태로 맞는 것인데, 어째서 이리도 생생하게 고통이 느껴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얕다! 그런 어중간한 품으론 절대 용의 역린을 찌를 수 없다!”


뻐억!-


생긴 건 목검인데.

통짜 무쇠로 맞은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큭!”

“틀렸다! 어찌하여 힘을 흘리려고만 하는 것이냐! 내 분명 찬격의 묘를 알려주지 않았더냐!”


뻐억!-


한국 랭킹 1위?

우습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현실은 이렇듯 죽은 노인네한테 매 맞는 실정인 것을···.


이러한 위력적인 무예가 어째서 현대에 이르러서 사라진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아. 하아···.”

“허? 벌써 지친 것이냐. 배움이 이리도 느려서야···. 내 아들을 가르칠 때와는 너무도 달라 심히 당황스럽구나.”


아니, 잠깐만요. 어르신.

댁 아들도 그쪽처럼 검선이 된 천재라고요. 오히려 당신보다 더 뛰어나다는 기록들이 있을 정도인데, 내가 어떻게 그런 희대의 재능충을 따라갑니까···.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체건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오늘 수련은 여기에서 끝내겠다.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항시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거라.”

“···예. 스승님.”

“그만 나가보거라.”


더 얻어터졌다간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네. 스승님!”


인검에서 빠져나오자 식은땀을 비처럼 흘리고 있는 육체가 느껴졌다.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 * *



띵동-


수련에 지쳐 침대에 퍼져있는 내 귓가로 초인종 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율씨를 만나러 온 사람인데···”

“아 네 잠시만요.”


방 안에 있었어도 대화 소리는 똑똑히 들려왔다.


‘나를 만나러 와?’


나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비밀로 해달라 관리국에 부탁했었기에, 내 이름과 주소를 알고 찾아온 이가 달갑지는 않았다.


똑똑-


“아들 누가 너 찾아왔는데?”

“금방 나갈게.”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보였다. 깔끔한 수트에 단정히 빗어 올린 머리는 자기관리에 꽤 신경 쓰는 인물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누구신데 제가 사는 곳을 알고 찾아오신 겁니까?”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에, 반길 수가 없었다. 그런 내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소를 띠운 채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만석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송주석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명함 하나를 내미는 그의 손을 무시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저는 어떻게 이곳을 알았냐고 물었는데요.”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강율씨를 만나고 싶어서 실례를 범했네요.”


이번에도 대답을 교묘히 회피하는 남자.

아무래도 정보의 출처는 듣기 힘들어 보였기에 다른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결코 나쁜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서서 얘기할 만한 일은 아니니··· 자리를 옮기심이 어떠실까요?”


내 뒤의 어머니를 슬쩍 훑는 시선을 보니, 내게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를 따라 이동한 곳은 근처의 작은 카페. 분명 손님이 꽤 많았던 곳이었는데 통째로 빌리기라도 한 것인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말씀해보시죠. 무슨 일입니까?”

“하핫, 이거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시군요.”


내 성격이 딱히 급한 편은 아니다.

그저 쓸데없는 곳에 내 귀중한 휴식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싫었을 뿐.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만석그룹의 직원입니다. 그중에서도 회장님을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어쩌라고?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아내었다.


“직설을 좋아하시는 듯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장님께선 강율씨를 아주 높게 평가하시고 계십니다.”


회장 따위가 뭐라고 나를 평가한단 말인가?


“인재를 사랑하시는 회장님께선 강율씨를 스카우트하고자 하십니다. 당연히 업계 최고의 액수로 말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보다 훨씬···.”

“거절하겠습니다.”

“네? 아니, 아직 더 말씀 드릴 것이···.”

“용건은 들었으니 일어나보겠습니다.”


돈? 물론 좋은 것이지만, 어차피 돈이야 힘이 있으면 어련히 따라오는 법. 굳이 남 밑에 들어가 구르며 벌 필요는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만석그룹이라면 더더욱.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내게 악당이나 쓸법한 상투적인 말이 들려왔다.


“네. 후회하죠, 뭐.”


그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모습에 송주석은 다음 수를 꺼냈다.


“진재열. 잘 아시죠?”


모를 리가 있나? 내게 선물을 주고 떠난 이를.


“모르는 이름입니다만.”

“며칠 전 관리국 근처 식당에서 강율씨와 다툼이 있었던 사람 말입니다.”


이제야 알겠다. 그놈들을 고용한 곳이 만석이었군. 큰돈을 주고 영입한 각성자를 잃었으니 그 손해에 눈이 뒤집혀 조사를 한 것이었나?


“예의를 모르는 두 녀석을 혼낸 기억은 있습니다만.”

“그 둘이 죽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설마 내가 그랬다 주장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하하. 설마요. 저는 단지 이 사실이 언론에 퍼지기라도 하면 강율씨께서 난처하지 않으실까 걱정되는 마음에 하는 소리입니다.”


협박도 참 저질스럽게 한다.

비록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빠져있긴 했지만, 여론에 휩쓸릴 만큼 약한 멘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저는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하시죠. 그럼 이만.”


가게를 막 나가려는 찰나, 결국 송주석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강율씨 어머니께선 안 괜찮으실··· 컥!”


눈 깜짝할 사이, 내 손에 목을 잡힌 송주석은 고통에 신음하며 바둥거리고 있었다.


“한 번만 더 그딴소리 입에 올려봐. 만석그룹은 그날로 사라질 테니까.”

“컥, 꺼억.”

“너희 잘나신 회장한테 똑똑히 전해. 봐주는 건 지금 한 번뿐이라고.”


눈알이 뒤로 넘어가기 직전에야 겨우 풀려난 녀석은 바닥에 쓰러져 연신 기침을 해댔다.


“다신 나를 만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쓰러져 있는 그를 뒤로하고 카페를 나섰다.



* * *



“죄송합니다.”

“하핫! 그래, 천하의 송 실장이 바닥에 나뒹굴었단 말이지? 내 그 광경을 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되겠어. 하하핫!”

“······.”


강율을 만나 곤욕만 치르고 왔다는 보고에도 오만석 회장은 한참을 웃고 있었다.


“젊음이라는 게 말이지. 다 좋은데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용을 부린다는 거지. 어린 나이에 그런 힘까지 갖게 되었으니, 더욱 앞뒤 분간을 못 하는 망아지 새끼가 된 것이고.”

“······.”


송주석이 생각하기에 단순히 어리기 때문에 만용을 부린 모습은 아니었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강율이라는 자는 이런 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자고로 어른이란 그런 미련한 아이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겠나?”

“···네, 회장님.”

“언론사들 만나서 그놈이 범인이라고 몰아 봐. 기왕이면 이전 미제사건까지 엮어서 연쇄 살인으로.”

“연쇄··· 살인 말입니까?”


송주석의 머릿속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지 말라고 얘기하던 강율의 모습이 떠올랐다.


“허어, 송 실장 오늘 왜 이러지? 내가 되묻는 거 싫어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죄송합니다.”

“누가 여론을 조장했는지는, 머리가 달려있으면 알 테지. 똥줄이 타면 알아서 찾아올 거야.”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하기는 했지만, 위험하다는 신호가 송실장의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나가 봐.”


탁-


회장실을 나온 송주석은 생각했다.

강율은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이라고.


말단 사원에서 이 자리까지 빠르게 올라오는 데에는 능력도 능력이었지만, 눈치와 직감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감이, 지금 늦기 전에 발을 빼라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진재열을 죽인 게 진짜 그 사람이라면···.’


30층 펜트하우스를 외부에서 자유로이 들락거리는 것이, 그의 한계는커녕 쉬운 일이었다면?


꿀꺽-


마른 침을 삼킨 송주석은 괜스레 자신의 목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비상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계단실에 들어선 후, 한참 망설이던 그는 결국 결심한 듯 핸드폰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였다.


뚜르르-


익숙한 기본 통화 연결음이 울렸다.


“후우···.”


사는 곳도 알아냈는데, 전화번호를 모를 리가 없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것이 설득률이 높았기에 찾아갔던 것이었다.


뚜르르-


그 어린 청년과 통화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확실하게 발을 빼기 위해선 반드시 통화를 해야 했다.


-여보세요?


“네. 강율 씨. 안녕하세요.”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전화 목소리만으로 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육체능력이 극에 달한 각성자는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인가.


“그, 그런 거 아닙니다! 꼭 드려야 할 말이 있어서 전화 드린 겁니다!”


-하아. 뭔데요?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

송주석은 결국 주사위를 던졌다.


“강율 씨. 사실은······.”


그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핸드폰 너머의 청년에게 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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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피에 물든 마천루 +4 21.08.21 3,796 143 12쪽
30 강율과 아이들(2) +8 21.08.20 4,030 1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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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2) +8 21.08.04 7,604 2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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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형이 왜 거기서 나와 +8 21.07.29 9,129 192 12쪽
8 첫 번째 불꽃의 주인(3) +12 21.07.28 9,443 196 12쪽
7 첫 번째 불꽃의 주인(2) +8 21.07.27 9,868 176 13쪽
6 첫 번째 불꽃의 주인 +14 21.07.27 10,540 188 11쪽
5 붉게 물든 하늘(2) +8 21.07.26 10,732 216 13쪽
4 붉게 물든 하늘 +7 21.07.26 10,987 212 14쪽
3 야 너두? +10 21.07.26 11,625 297 12쪽
2 두 번째 시작 +12 21.07.26 14,305 28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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