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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님의 서재입니다.

네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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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작품등록일 :
2021.07.26 10:55
최근연재일 :
2021.08.24 10:2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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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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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37

작성
21.07.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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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첫 번째 불꽃의 주인

DUMMY

#5. 첫 번째 불꽃의 주인



붉은 장막에 가려져, 해는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점차 어둠이 도시를 잠식해가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여기서 보내야겠어.’


모든 문명이 정지한 도시에서의 밤은 매우 어둡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이들과 밤에 움직이게 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자, 다 됐다. 이제 괜찮을 거야.”

“가, 감사합니다. 아줌마.”


가방에 몇 가지 치료 물품을 챙긴 것이 다행이었다.


“신기하네. 벌써 피가 멎다니······.”


처음 단검을 무작정 뽑아내려던 나를 말리시던 어머니였다. 어디서 들은 것이 있으신지 칼에 찔렸을 경우 함부로 뽑으면 큰일 난다면서.


그런 그녀의 반대에도 불구. 단검을 뽑아내자 철철 흘러내리는 피에 그녀는 기겁했지만, 이어진 압박 지혈에 금세 피가 멎은 상황이었다.


‘각성자라면 당연한 일이니까.’


각성하며 상승하는 것은 기본적인 피지컬 외에 각종 저항력과 재생능력도 포함되었다.

저런 작은 상처 따위. 각성자의 경우 하룻밤이 지나고 나면 충분히 다 나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이라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각성자는 육체의 성장이 끝난 사람들이었다. 아이의 몸으로 각성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저, 캐··· 아니. 형.”


나를 부르는 아이의 눈에는 존경이 가득했다.

하긴, 위기의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 목숨을 구해줬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왜?”

“혹시 형도···. 그······, 저기.”


답답했다.

아직 추측이긴 하지만,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이런 아이가 청염의 주인이라니.


‘과거에는 최성준이 이 녀석을 구했었겠지.’


희귀한 특성의 보유자란 것을 알아내자마자 죽였을 것이고.


“맞아.”

“네?”


이 녀석이 지금 타이밍이 물어올 것은 뻔했다.


“각성자 맞아.”

“아.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주먹을 불끈 쥐는 녀석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저, 저도 형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아까처럼 허무하게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녀석은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각성자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쎄.”


대수롭지 않게 말한 것이지만, 꼭 쥐었던 녀석의 주먹이 풀리는 것이 보인다. 알기 쉬운 단순한 녀석이다.


“나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제, 제가요?”

“그래.”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다시 쥐는 녀석.

시준이라고 했었나? 죽음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을 보니, 떡잎은 괜찮아 보인다.


“강율.”

“···?”


어머니가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각성자가 뭐니? 대체 내 아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들어야겠어. 하나도 빠짐없이.”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런 모습의 어머니는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 얘기해줄게.”


미래를 경험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는 얘기는 어머니라 하더라도 얘기할 수 없었다. 내 손으로 인류의 승리를 빼앗았다는 것은 오롯이 나 혼자만이 감당해야 할 무게였다.


각성자. 튜토리얼. 괴수들의 출현.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세계였다면 절대 믿지 못할 이야기. 하지만 지금 닥친 비상식적인 상황들 속에서라면 조금은 믿어봄 직한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해주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잖아.”

“하아···. 그렇네. 아무튼 어디 아프거나 그런건 아닌 거지?”

“당연하지. 오히려 아주 건강해.”


다행히 어머니는 비교적 쉽게 납득하셨다. 아무래도 내게 해가 되는 게 아닌, 좋은 일이라 판단하신 거겠지.


어머니의 의문을 해소해드린 이후.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건물 내에 남아 있는 고블린은 없었다. 물론 생존자 또한···. 각 층 상가들의 주 출입구는 모두 방화 유리로 되어 있었고, 고블린들은 그것을 부술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재빠르게 철제문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 숨더라도 지능이 높은 고블린들은 건물 외벽을 타고. 창문을 부순 뒤 진입하여 인간을 죽인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의 생존은 검도관의 사범이 필사적으로 이뤄낸 기적. 시준이 아닌 사범이 각성을 했었다면, 건물 내의 모든 사람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인의 시체라도. 제대로 예우하여 장례 할 수 있는 여유라곤 없었기에 다른 곳으로 옮겨둔 상태였다.


그렇게 내부를 정리하고 건물의 입구를 막고 나자 밤이 깊어졌고, 정신적으로 지친 아이들과 어머니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 * *



창밖의 도시에 점차 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잠들어 계셨고, 아이들 또한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잠들지 않았다.

못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만.


건물의 입구를 막아놓았다 해도, 인간의 냄새를 맡은 고블린들이 언제 외벽을 타고 올라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조금 피곤하긴 하네.’


아무리 각성자라 할지라도 잠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일반인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매한가지.


‘이제 슬슬 출발해야겠어.’


고개를 돌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이.

박시준.


어제, 녀석은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고 술술 대답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제우스의 뜻을 거스르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는 티탄족 프로메테우스. 그 덕분에 인간이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이는 매우 희귀한 S급의 신화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째서 푸른 불꽃인지 의아하긴 하지만···.’


욕심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 힘만 가질 수 있다면···. 내로라하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꿀리지 않을 만한 위치에 올라설 것이고, 내 사람들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저 아이를 죽일 일은 없다. 나는 결코 최성준과 같은 길을 걸어갈 생각이 없으니까.


또한 놈에게 빼앗은 강탈의 설명에 ‘낮은 확률’ 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던 만큼, 반드시 획득하게 될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최성준이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가장 확실한 길은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사람들을 위해 검을 휘둘러 줄 아군이 필요했다. 그리고 저 아이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으음···.”


잠에서 깨어난 녀석은 나를 발견하곤 미소짓는다. 목숨의 은인이 밤새 자신을 지켜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 녀석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캐, 아니 형. 안 잤어요?”

“누군가는 경계를 해야 하니까.”

“입구도 막아놨는데도요?”

“고블린들은 영악해. 그리고 벽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하지.”

“아···. 죄송해요. 제가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안절부절못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각성자는 하루 정도 안 자도 크게 상관없으니까. 너는 다쳐서 깊게 잠들었던 거고.”

“아···.”

“다리는 좀 어때?”

“멀쩡해요. 진짜 하루 만에 다 낫다니. 믿기지 않아요.”

“그게 네가 가진 신체 능력이니까 익숙해지도록 해. 하지만, 또 어제처럼 행동했다간···.”

“······.”


꿀꺽-


마른 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긴장하는 녀석의 얼굴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쫄지 마, 인마. 정 무서우면 날 따라다니면서 좀 배워보든가.”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그래.”

“그, 그럼 우리 부모님 찾는 걸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서 멀지 않아요! 몇 시간만 가면······.”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신 내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두운 낯빛으로 얘기하는 박시준.

그래, 이 녀석도 부모가 있겠지. 하지만···.


“안돼. 위험해.”

“그래도 형이 도와주면···!”

“내가 누구와 함께 다니는지 알고 있잖아.”

“아!···.”


짧은 이 한마디를 던진 것으로.

박시준은 나를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낮에 벌어진 일이야. 일하러 출근하셨을 것 아냐? 집에 계신다는 보장이 없어.”

“······.”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 우리 엄마랑 니 친구들을 거기 데려다준 뒤에 찾으러 가보자.”

“아! 고마워요. 캐, 아니. 형!”


그제야 표정이 밝아지는 녀석이었다.

왜 자꾸 나를 캐 뭐시기로 부르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딱히 상관은 없겠지.


“그렇게 결정했으니, 빨리 움직이자.”

“네, 형!”


경찰서가 있는 방향에서 들려오던 총성은 한 시간 전부터 멎은 상태. 그 정도 시간이면 모든 전투가 끝났을 테니, 움직이기엔 지금이 적기였다.


“야, 일어나!”

“으아···.”


빨리 움직이는 만큼 자신의 부모님을 찾으러 갈 시간도 당겨진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인지. 시준은 서둘러 아이들을 깨웠다.


어머니까지 일어나신 후, 가방에 챙겨 온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건물을 나섰다.


“으읍-!”


어제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일까.

아이들은 곳곳에 널린 시체들을 보고도 소리를 지르거나 구역질을 하지는 않았다. 표정이 창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 중 박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나를 따라왔다.


‘제법인데.’


모든 각성자가 처음부터 잘 싸우는 것은 아니었기에, 첫 퀘스트에서 많은 각성자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죽어갔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정신력.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뭘 하겠는가.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니 죽임당할 수 밖에.


그런 면에서 박시준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처음 재앙을 맞이했을 때보다 훨씬 침착했다.


“쉿-.”


사거리의 코너 옆에서 작게 들리는 소리.

가던 길을 멈추고 일행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일곱 마리···.’


약 100 미터 전방.

질펀하게 늘어져 식사를 즐기고 있는 고블린들. 혈향이 가득했기에, 냄새로 우리들을 알아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까닥-


가까이 오라는 손짓에 다가오는 박시준.

연습용 검을 꽉 쥐고 있는 녀석에게 작게 속삭였다.


“저기, 보이지?”

“네.”

“왼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 두 마리는 네가 처리해.”


고블린 따위 몇 마리가 있든 혼자 처리하는 데 별문제는 없지만, 이 녀석의 실전 경험이 중요했다.


“제, 제가요?”


자신 없어 보이는 목소리에 조금 불안해졌지만,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한다면···. 다짐을 깨고 청염을 내가 가져와야만 할 수도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어제 네가 했던 일을 생각해.”

“···알겠어요. 형.”

“내가 먼저 나갈 테니, 뒤따라서 출발해.”

“네.”


깊은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조심해.”


걱정하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식칼을 꺼내 쥐었다.


“박시준. 준비됐지?”

“네.”

“그럼, 간다.”


탓-


빠르게 달려드는 내 모습을 생각보다 일찍 발견한 고블린 한 마리가 기겁하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은색의 작은 물건.


‘젠장!’


익숙한 형태를 한 그것은 한 자루의 권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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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반격의 시간 +8 21.08.05 7,264 189 12쪽
15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2) +8 21.08.04 7,604 2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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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화가는 왕을 꿈꾼다(2) +10 21.08.01 8,231 1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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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번째 불꽃의 주인(2) +8 21.07.27 9,868 17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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