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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님의 서재입니다.

네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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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작품등록일 :
2021.07.26 10:55
최근연재일 :
2021.08.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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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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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격의 시간(2)

DUMMY

#16. 반격의 시간(2)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방.

흐드러진 매화꽃보다 붉은 머리칼을 지닌 여성이 한 손에 와인잔을 든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와인잔 안의 액체가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 들어가는 광경은 고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저 하얀색의 공간. 그것이 대체 어떤 점에서 재미를 주는 것인지, 여성은 아름다운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끼익-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섰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은 것이 못마땅했는지, 그녀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례하네요. 당신을 초대한 기억은 없는데.”

“멍청한 짓을 했더군.”

“과거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계자도 아닌 사람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룰을 관리하는 것은 내 사명이기도 하다.”

“그래요. 룰. 좋은 말이죠. 그런데···.”


남자에게로 몸을 돌린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허공에서 아름답게 흩날렸다.


“승리자가 둘이 생기는 경우엔 어떤 룰이 적용되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건···.”

“저도 궁금하긴 하지만, 도박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래서 이번 일에 생각보다 큰 힘을 사용했죠. 하지만 룰을 어기진 않았답니다.”

“결국. 제 살 파먹는 일이 될 거다.”


피식-


여성은 그 말이 가소로웠는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글쎄요? 당신을 원망하진 않지만, 당신이 정말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

“저는 제 아이들을 믿어요. 다소의 출혈이 있더라도, 분명 나에게 다시 승리를 가져다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다시 공허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전원 전투 준비!”


스릉!-


인검을 뽑아 든 내 앞을 자연스럽게 막아서는 유준호. 고작 며칠이었지만, 충분한 실전 경험을 함께 치렀기에 팀원 모두가 빠르게 전투 포지션을 잡았다.


일반 경찰 병력과 서희수는 가운데.

다른 각성자들은 후방과 좌우를 경계했다.


“형. 뭐, 뭔가 엄청 큰 게 오고 있는 거 같아요.”


내 옆에 선 박시준은 S급의 각성자답게, 멀리서 느껴지는 마력을 감지하고 한껏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쿠우우!”


시야에 들어온 진동의 정체는 거대한 멧돼지의 외형을 가진 ‘새비지 보어’. 높이 3M, 길이 5M에 달하는 녀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치겠군.’


중형급의 괴수 중에선 최약으로 꼽히는 녀석이긴 하지만, 튜토리얼에서 중형이 튀어나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위님!”

“알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새비지 보어가 돌격해오는 정면에 선 유준호는 방패를 두 손으로 잡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하압!”


진압 방패가 푸르스름한 마력으로 뒤덮였고, 달려든 새비지 보어와 큰 충돌을 일으켰다.


콰아앙!-


누군가를 보호할 때 방어력이 극도로 상승하는 특성. ‘꺾이지 않는 신념’ 은 거대한 멧돼지와의 충돌에서도 그가 제 자리에서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박시준! 측면으로!”

“네!”


멧돼지의 약점은 돌진에는 강할지라도, 몸의 회전이 극도로 느리다는 것. 이 녀석이 중급 괴수 최약체라 불리는 이유는 그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의 스킵은 좀··· 아니잖아!’


푸확-


휘두른 인검에, 녀석의 튼튼한 가죽이 갈라지며 검붉은 피가 세차게 흘러내렸다. 과거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성과에 자신감이 더해졌다.


“하앗!”


박시준 또한 착실하게 상처를 내고 있었다. 과거의 최성준과 비교하면 하찮을 정도였지만, 아직 경험과 숙련도가 부족한 시준에게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도축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소 잡는 칼을 쥐여준다 하여, 바로 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쿠어어!”


옆구리가 꽤나 아팠는지, 유준호와의 힘싸움을 포기하고 방향 전환을 하는 새비지 보어. 그래 봐야 나와 박시준의 속도는 절대 쫓아올 수 없다.


녀석이 아무리 애를 써도, 지금 잡고 있는 포메이션은 변하지 않는다. 놈이 지금 하는 짓은 옆구리를 본대에게 내어주는 행위가 될 뿐이다.


“서희수!”

“알았어!”


마력을 끌어올리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거대한 불덩이를 만들어 새비지 보어의 옆구리를 향해 날렸다.


콰아앙!-


“쿠이익!”


꽤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녀석의 움직임이 일순 멈췄고, 기회라 생각한 경찰들이 녀석을 향해 소총을 들어 올렸다.


탕, 탕탕!-


들려오는 소총의 격발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괴수에게 현대의 병기는 통하지 않는다. 총탄이 가죽 표면의 마력장에 튕겨 나가며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었다.


“사격 중지! 총은 통하지 않는다!”


경찰 중 높은 계급의 인물이 그 광경에 바로 사격을 중지시켰다.


‘이창훈이라고 했던가?’


처음 경찰서에 왔을 때 만났던 강력 1팀의 팀장이라는 사람이었다. 정예로 뽑힐 만큼, 판단력이 좋은 사람.

튕겨 나온 총탄에 아군이 피격당할 확률이 높기에, 적절하고 빠른 조치였다.


“우리는 주변 경계를 맡는다! 특수팀이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네!”


끊임없이 상처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나, 새비지 보어는 중형 괴수답게 튼튼한 내구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좀 쓰러져라!’


푹!-


많은 상처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녀석의 몸에 인검을 깊게 박아넣었다. 그 상태로 이어진 횡베기.


“흐아압!”


푸확!-


두꺼운 지방층을 뚫고 새비지 보어의 내장이 피와 함께 쏟아져 내렸고, 녀석은 힘이 다한 듯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헉, 허억···. 형. 우리가 잡았어요!”


지친 듯 숨을 헐떡이는 박시준이 믿기지 않는 듯 거대한 새비지 보어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이 멧돼지는 대체···.”


마찬가지로 숨을 몰아쉬는 유준호 대위를 보니, 어째서 최성준이 초반에 이 사람을 자주 데리고 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방어할 때만큼은 S급에 못지않아.’


그가 새비지 보어의 돌진을 막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놈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면 지금처럼 쉬운 레이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특성을 주지는 않는군. 괴수들은 특성이 없는 건가?’


강탈의 효과는 ‘죽인 각성자’ 가 아닌 ‘죽인 대상’ 으로 변화한 상태. 혹시나? 하고 내심 기대했었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대열 정리하고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네. 팀장님.”


사방이 트인 이곳은 위험하다.

최대한 빠르게 자리를 옮겨, 목표인 고블린 동굴이나 안전한 공간을 찾아야만 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클리어하겠다.’


각자의 무기를 꼬나쥔 30명의 부대는, 잔뜩 긴장한 채 밀림 속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 *



몇 번의 새비지 보어와 전투 이후, 우리는 동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은 고블린의 소굴이 아닌 비어있는 장소였다.


밀림의 밤은 빠르고 위험했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수색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입구가 좁은 이곳이라면, 중형 괴수로부터 몸을 숨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타닥, 타닥-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이 동굴 내부를 밝혀주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다소 불안한 눈빛으로 물어오는 이창훈 팀장.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이들은 반격하라는 의미 불명의 메시지만 받았지. 뭘 하라는 건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 와중 이런 정체불명의 밀림 한복판에 떨어졌으니··· 불안할 수밖에.


“글쎄요. 반격이라 했으니, 이 밀림 어딘가 분명 우리를 공격했던 놈들의 소굴이 있을 겁니다.”

“그럼···. 작전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가 어째서 우려를 표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식량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고작 해봐야 하루 안에는 정리할 수 있을거라 자신했었기에, 많은 식량을 챙겨오지 않았다. 애초에 많이 챙길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었고.


“뭔가 좋은 수라도?”

“아까 우리가 잡았던 거대한 놈들. 뭘 닮았는지 보셨잖습니까.”

“···멧돼지.”


괴수 중에는 식용이 가능한 녀석들이 있었다.

다행히 새비지 보어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식용 괴수중 하나였다. 어지간한 돼지보다 맛이 좋기로 유명한 녀석은 한우보다도 비싼, 고급 식재료였다.


“내일 날이 밝으면 제일 가까운 녀석의 사체를 가져올 생각입니다. 물론, 먹기 전에 식용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해보긴 해야겠죠.”

“테스트는 어떻게?”


어떻게 하긴.

잘 구워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뭐, 제가 조금 먹어보죠.”

“안 됩니다. 리더인 팀장님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괜찮습니다. 각성자가 되면서 몸이 튼튼해지기도 했고, 아주 조금 먹어보는 건 문제 없습니다.”


상식을 초월한 각성자의 신체는.

이따금씩 좋은 핑계가 되고는 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체가 밤 중에 사라지거나 하진 않을까요.”

“없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언가가 그걸 먹었다는 뜻이니까요.”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밤이 깊어져 있었고, 불침번을 제외한 팀원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 또한 자리에 누워있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 동굴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밀림. 그리고 튜토리얼의 중형 괴수.


‘생각해라, 강율.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만 해.’


내가 알던 튜토리얼은 아니었으나, 머릿속에 있는 몬스터가 출현했으니···. 기억 속 어딘가 분명 단서가 있을 것이다.


‘새비지 보어의 주 서식지는 고대의 숲인데.’


하지만 이곳은 고대의 숲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고블린이 그곳에서 출현한다는 소리 따위는 들어본 적도 없다.


‘고블린··· 새비지 보어··· 오래된 숲···.’


벌떡!-


“뭐야, 갑자기?”


내 움직임에 잠에서 깬 서희수가 물어왔지만, 지금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원시림···.”

“뭐?”


그곳에 대한 것은 글로만 접했었기에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기억을 긁어모을수록 확신이 생겼다.


‘원시 고블린?’


외형이나 전투력. 무엇 하나 고블린과 닮은 구석은 없었지만, 엄연히 이름에 고블린이 들어가는 놈들. 그리고 녀석들은 원시림에 서식한다.


‘미친. 튜토리얼에서 그딴 놈들을 상대하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시스템이 맛탱이가 갔거나, 누군가 조작을···.


‘설마.’


이 상황이 고의로 초래된 것이라면?

검선 김체건을 만나면서 알게 된, 잠시 뒤로 미루었던 한 가지 의구심이 떠올랐다.


격이 높은 자들은 과거를 기억한다는 의혹.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 존재는 아마 나를 죽이려 들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그 증거일 것이고.


“뭔데. 무슨 일인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에게 대충 둘러대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죽이고 싶다면. 더 확실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 가설이 참이라 가정한다면,

지금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


나를 천천히 괴롭힌 다음에 죽이려고 하거나.

어떤 제약 때문에 제대로 간섭하지 못하거나.


생각할 수록 후자에 가능성이 더 쏠렸다. 아무래도 ‘고블린에 대한 반격’ 이라는 튜토리얼의 틀 안에서 손을 쓴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보란 듯이 클리어해 줄 테니.’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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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에 물든 마천루(3) +4 21.08.24 2,754 113 12쪽
32 피에 물든 마천루(2) +2 21.08.23 3,100 115 13쪽
31 피에 물든 마천루 +4 21.08.21 3,797 143 12쪽
30 강율과 아이들(2) +8 21.08.20 4,031 160 13쪽
29 강율과 아이들 +10 21.08.19 4,233 165 13쪽
28 퍼스트 타임(2) +6 21.08.18 4,405 182 12쪽
27 퍼스트 타임 +2 21.08.17 4,618 168 11쪽
26 귀찮은 날파리(4) +7 21.08.16 4,760 160 12쪽
25 귀찮은 날파리(3) +7 21.08.14 5,091 182 13쪽
24 귀찮은 날파리(2) +14 21.08.13 5,161 177 11쪽
23 귀찮은 날파리 +6 21.08.12 5,287 156 12쪽
22 다시 일상(2) +6 21.08.11 5,425 158 12쪽
21 다시 일상 +5 21.08.10 5,619 165 13쪽
20 원시림의 목마(3) +4 21.08.09 5,688 173 13쪽
19 원시림의 목마(2) +6 21.08.08 5,767 166 13쪽
18 원시림의 목마 +7 21.08.07 6,221 169 14쪽
» 반격의 시간(2) +7 21.08.06 6,803 173 12쪽
16 반격의 시간 +8 21.08.05 7,264 189 12쪽
15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2) +8 21.08.04 7,605 202 13쪽
14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 +5 21.08.03 7,672 183 15쪽
13 그런 거 아니야 +7 21.08.02 7,941 189 11쪽
12 화가는 왕을 꿈꾼다(2) +10 21.08.01 8,231 176 12쪽
11 화가는 왕을 꿈꾼다. +13 21.07.31 8,603 178 14쪽
10 형이 왜 거기서 나와(2) +7 21.07.30 8,955 195 15쪽
9 형이 왜 거기서 나와 +8 21.07.29 9,130 192 12쪽
8 첫 번째 불꽃의 주인(3) +12 21.07.28 9,443 196 12쪽
7 첫 번째 불꽃의 주인(2) +8 21.07.27 9,868 176 13쪽
6 첫 번째 불꽃의 주인 +14 21.07.27 10,541 188 11쪽
5 붉게 물든 하늘(2) +8 21.07.26 10,733 216 13쪽
4 붉게 물든 하늘 +7 21.07.26 10,988 212 14쪽
3 야 너두? +10 21.07.26 11,626 297 12쪽
2 두 번째 시작 +12 21.07.26 14,307 288 11쪽
1 Prologue. +4 21.07.26 15,494 32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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