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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다 님의 서재입니다.

네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느다
작품등록일 :
2021.07.26 10:55
최근연재일 :
2021.08.24 10:2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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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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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37

작성
21.08.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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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런 거 아니야

DUMMY

#12. 그런 거 아니야



푸른 균열의 조각을 획득한 후.

비로소 완전히 혼자가 된 나는 강해진 육체의 속도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주변 풍경은 내게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가져다주어야겠지만, 한 노인네 때문에 시원함은커녕 답답함만 늘어가고 있었다.


‘스승님도 잘 모른단 말입니까?’


ㅡ 허허, 이 좁은 공간에 갇힌 늙은이에 불과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겠느냐.


몇 가지 의아한 것들을 물어보았지만 김체건은 내 궁금증을 전혀 해소시켜주지 않았다.


ㅡ 모든 일은 다 얽혀있는 법이다. 네가 나를 만난 것 또한 우연이 아니야. 분명 또 다른 하늘이 계획하셨음이라.


저놈의 또 다른 하늘은 대체 뭔지.

무슨 절대 방패도 아니고, 김체건 저 노인네는 뭘 물어보기만 하면 저런 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ㅡ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니···. 지금의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이름이 아니다.


‘예, 예. 아무렴 그렇겠죠.’


ㅡ 허어, 네 태도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심히 다른 것 같다만. 진전을 잇기 싫은 것이더냐?


‘아, 아닙니다! 스승님!’


이 노인네가 치사하게 이미 주기로 한 것을 가지고 나를 조련하려 든다.


‘그런데, 수련은 언제···?’


ㅡ 갈! 이전의 경우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말한 이 재앙의 날이 끝나거든, 수련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아무래도 그가 말하는 진전은 특성처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 모양. 특성 ‘검의 화신’ 을 ‘조금 얻어간 힘’ 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보면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인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지 않았음에도, 시준이 말했던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아파트 저편한세상.

말 그대로 여기서 살면 저세상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뜻의 아파트겠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저세상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ㅡ 지옥도가 따로 없구나···.


아이들은 하교 시간에 봉변을 당한 것인지 노란 소형버스 근처엔 많은 아이들이 죽어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여성들도 다르지 않았다.


도망치다 등허리에 단검을 맞아 쓰러져 죽은 사람. 벽을 타고 침입한 고블린을 피해 고층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깨져 죽은 사람 등.

갖은 이유로 생명이 끊어진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 대부분이 노인과 여성, 그리고 아이였다.

건장한 남성들은 대부분 일터에 있었을 테니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으득-


‘반드시, 갚아주겠습니다.’


시체들은 대부분 복부가 파헤쳐져 있었다. 넘치는 식량에 고블린들이 애호하는 부분만 먹어 치운 흔적이었다.


만약 박시준의 부모가 이곳에 왔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직접 확인해야 했다.


‘304동이면. 저곳이군.’


“끼에엑!”


나를 발견하곤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죽이며 전진했다. 고층의 생존자 중 몇이 그 모습을 보았는지 살려달라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모두를 살릴 만한 능력도,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다.’


애써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304동의 입구로 들어갔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았기에 계단을 이용, 빠른 속도로 층을 올라갔다.


탓-


두 번의 가벼운 도약에 한 층씩. 12층에 도착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202』


쿵쿵-


시준에게 들었던 1202호의 문을 두드렸지만, 예상했던 대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역시 오지 않은 건가.’


생각해보니 왔다고 해도 작동하지 않는 도어락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망치나 해머 따위로 잠금장치를 부수려고 했다면,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고블린에게 목숨을 잃었겠지.


‘시간만 낭비했군.’


몸을 돌려 근처의 대형 마트로 향하려던 순간,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새로운 특성을 얻기 전의 나였다면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


‘누군가 안에 있다.’


쿵쿵-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며 내가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시준이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혹시 안에 계신 분······.”


철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포수였다. 야구에서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바로 그 포수.


“시, 시준이는! 어디 있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다급하게 물어오는 그는 어느 스포츠 센터라도 털은 것인지 포수 장비를 갖춰 입었고, 한 손에는 철제 야구배트를 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찢긴 보호구와 찌그러지고 피로 얼룩진 야구배트가 그의 험난했던 지난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 * *



흔히들 모성애만큼 강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남자를 보니 그 말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부성애 또한 모성애 못지않게 강했다.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고요?”

“네···. 집에 들어올 방법이 이것밖에 없더군요.”


집에 돌아왔을. 혹은 돌아올 아들을 위해 보호구를 갖춰 입고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했지만···. 경비실에서 로프를 구해 옥상에서 12층까지 내려온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단한 사람이네.’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는 과정에서는 고블린들의 이목을 끌었는지, 거실 한편에 고블린 두 마리의 사체도 보였다.

용기와 실천력. 그리고 운마저 좋은 사람. 어지간한 각성자보다 낫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내분은 어디 계시죠?”

“아, 와이프는 근처 마트에 있습니다.”

“그럼 일단 그곳으로 가죠.”

“네? 지금 바로요?”

“가까운 곳이잖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시준의 아버지는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얘기하는 내 모습에 다소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는 그제야 내 모습이 이상하단 것을 알아차렸다.


피가 조금 묻어있기는 했지만, 먼 거리인 경찰서부터 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외모.

한 손에 들고 있는 검과 혼자 다니는 모습까지.


“혹시, 학생도 이상한 힘을 사용합니까?”

“이상한 힘이요?”

“그, 마트에 있을 때 한 여학생이···. 파, 파이어볼 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사용하길래···.”


아무래도 박시준이 청염을 보고 외쳤던 블루 파이어 소드의 베이스는 이 남자였던것 같다.


‘파이어 볼이라고? 설마.’


서희수. 그녀가 마트에서 지냈었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그게 이곳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여기에 있었다면. 최성준 그놈과 함께 튜토리얼을 클리어 했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놈을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그 사실을 숨긴 듯했다.


‘그렇다면, 그년도 거기에 있겠군.’


그 빌어먹을 집주인년의 얼굴을 떠올리자 머리에 피가 쏠리며 살심이 치솟았다. 그 재수 없는 대가리를 몸통과 분리시키고, 사지를 고블린 먹이로 던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ㅡ 아해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옆에 있는 자를 배려해야 하지 않겠느냐.


들려오는 검선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시준의 아버지를 바라보자, 안색이 창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ㅡ 내면의 수련 또한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정도의 살기라니···.

만년 하급 각성자였던 내게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다.


“괜찮습니까?”

“헉, 허억. 바, 방금 무슨···.”


그 또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당황하는 것이 당연했다. 신체의 자유를 일순 빼앗긴다는 것은 지독히도 불쾌한 경험이니까.


“제가 잠시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호, 혹시! 이게 패럴라이즈 마법입니까?”

“···네? 패, 뭐요?”

“순간 몸이 경직되면서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역시 학생도 그··· 매지션?”


확실했다.

박시준은 이 남자에게 크게 영향을 받았다.


“···아닙니다. 날이 지고 있으니 빨리 움직이죠.”

“네. 아, 저는 박명호라고 합니다.”

“강율입니다.”

“저, 혹시 다른 마법은 어떤 게 있습니까? 옷이 깔끔한 걸 보니, 텔레포트 같은 거로 경찰서에서······.”


판타지 소설 매니아가 분명한 시준의 아버지는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주절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그나마 조용해지나 싶었는데···. 검으로 고블린을 베어버리는 내 모습을 보고는, 진중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소드 매지션!”


그런 거 아니야···.



* * *



박정숙.

원소술사 특성을 개화한 서희수의 어미.


그녀는 자신의 딸이 나를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반대했었고, 틈만 나면 내가 있는 곳을 찾아와 독설을 쏟아냈었다.


‘네가 감히! 우리 희수를! 각성자에도 급이 있어. 이것아! 희수 만나겠다는 상위권 각성자들이······’

‘제발 주제 파악 좀 해라. 네가 희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왜 몰라. 응? 지금이라도······’

‘은혜도 모르는 버러지 같은 놈! 개새끼도 키워준 은혜는 안다는데, 너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2차 각성자인 나와 다른 1차 각성자. 거기에 원소술사라는 희귀한 특성을 개화했던 만큼, 많은 단체에서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였으니까.


비록 성장의 한계를 맞이하여 만년 중급에 머물렀던 서희수였지만,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진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겐 너무 아까울 정도로 빛나는 사람을.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서희수는 내 귓가에 찰진 욕설을 박아넣었다.


‘한 번만 더 그딴 생각 하면 죽여버린다.’


이 당시에만 해도 박정숙이 우리 어머니를 희생하여 살아남았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인류의 승리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즈음.

서희수는 우연한 기회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내게 진실을 알려왔다.


‘···미안해.’

‘그만해. 네가 한 짓도 아닌데 왜 자꾸······.’

‘미안해. 율아···.’

‘그만하라고 했잖아!’


하염없이 울고 있는 서희수를 달래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죽인 년의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준 사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서희수는 어머니와의 연을 끊었다.

딸의 자산 관리를 맡았던 박정숙은 이리저리 뒤로 착복해둔 돈이 많았던 모양인지, 연을 끊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부유한 삶을 살아갔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풍족한 삶을 살았겠지.


“가, 강율?”


그 집주인 박정숙은 지금.

내 앞에서 크게 당황하여 말을 더듬고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죽이진 않겠다.


단.

비루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도록 해주겠다.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처참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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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피에 물든 마천루(2) +2 21.08.23 3,100 115 13쪽
31 피에 물든 마천루 +4 21.08.21 3,798 1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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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귀찮은 날파리(2) +14 21.08.13 5,161 17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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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다시 일상 +5 21.08.10 5,620 16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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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원시림의 목마 +7 21.08.07 6,221 169 14쪽
17 반격의 시간(2) +7 21.08.06 6,803 173 12쪽
16 반격의 시간 +8 21.08.05 7,264 189 12쪽
15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2) +8 21.08.04 7,606 202 13쪽
14 호랑이를 등에 업은 쥐 +5 21.08.03 7,673 183 15쪽
» 그런 거 아니야 +7 21.08.02 7,942 189 11쪽
12 화가는 왕을 꿈꾼다(2) +10 21.08.01 8,231 176 12쪽
11 화가는 왕을 꿈꾼다. +13 21.07.31 8,604 178 14쪽
10 형이 왜 거기서 나와(2) +7 21.07.30 8,956 195 15쪽
9 형이 왜 거기서 나와 +8 21.07.29 9,131 192 12쪽
8 첫 번째 불꽃의 주인(3) +12 21.07.28 9,444 196 12쪽
7 첫 번째 불꽃의 주인(2) +8 21.07.27 9,869 176 13쪽
6 첫 번째 불꽃의 주인 +14 21.07.27 10,542 188 11쪽
5 붉게 물든 하늘(2) +8 21.07.26 10,733 216 13쪽
4 붉게 물든 하늘 +7 21.07.26 10,989 212 14쪽
3 야 너두? +10 21.07.26 11,628 297 12쪽
2 두 번째 시작 +12 21.07.26 14,308 288 11쪽
1 Prologue. +4 21.07.26 15,494 32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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