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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7,710
추천수 :
7,417
글자수 :
1,371,797

작성
23.08.12 09:05
조회
2,712
추천
43
글자
12쪽

"언약"

DUMMY

"혹시 잠들어 있는 마족의 수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소? 그들 중 당신과 같은 강자들은 몇이나 되오? 그들 또한 당신처럼 인간에게 호의적이오?"

"역시 그대는 참 흥미로워.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저 겁먹고 불안에 떨며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 해가 될지, 이용할 수 있을지만 걱정하지. 하지만 그대에게선 불안함은 느껴지나 전혀 겁먹는 기색이 없어. 숫자가 몇인지, 강자가 몇인지 호의적이지 않다면 마치 우리를 언제든 처단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두렵소, 그렇기에 묻는 것이오."

"하하하, 칭찬이니 개의치 말게. 하지만, 우리의 숫자는 나도 모르네. 일반적으로는 인간에게 적대적이지만 또 나 같은 자가 있는지도 모르지. 다만, 우리가 깨어난다 해도 서로 연락하거나 그런 사이는 아닐세. 따라서 연합도 없지, 마왕이 돌아오지 않는 한...."


"마왕은 죽은 것이 맞소?"

"자, 정보는 여기까지. 더는 말해 줄 수 없네, 이해해 주시게."


그의 말처럼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에 자신의 안위부터 걱정하고, 혹여나 있을 분쟁에 대비해 마족이라는 새로운 세력에 빌붙어볼 궁리만 하기 바쁠 것이다.


나도 무섭고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와 알프 이오나에게 마족이란 과거의 문헌에서나 나오는 그런 전설적인 존재가 아닌 그 기세와 위압감을 실제로 피부로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대로 겁을 먹고 움츠러든다면 나만 믿고 따르는 내 백성들과 내 사람들을 지켜낼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마족이란 존재가 과연 옛 문헌처럼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인지, 그 수와 위협에 대해 알아두어야 대비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몬드는 그런 내 모습이 약간 도전적이고 호기롭게 느껴졌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천만 다행히도 제몬드 또한 전체적인 마족의 수나 각각의 성향들은 모르지만, 공동체로 뭉치는 인간과는 다르게 마족은 개인주의적이라 말했다.


제몬드가 말하길 일례로, 몽마들의 왕인 제몬드 휘하의 몽마들도 진심으로 제몬드를 따르는 수하 몇을 제외하고는 적당한 명분이 없다면 왕인 자신조차 다른 몽마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하지 못한다 했다.


거기다 적법한 지시를 내렸어도 그것을 따를지 말지에 관한 것도 전적으로 마족들 개인에게 달려있으며,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만큼 마족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단 이야기고 그의 말대로라면 내가 가장 걱정하는 옛 문헌처럼 마족들이 연합하여 인류에 대대적인 위협을 가할 일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가 말미에 나지막이 덧붙이긴 했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는 현재와 같이 마왕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라 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왕이 정말 옛 문헌대로 완벽하게 이 대륙에서 토벌된 것이 맞는지 물었지만, 이번에도 제몬드에게 씌워진 금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면 나머지 한가지, 그대에게 선물 하나를 주겠네. 그대 혹시 바라는 것이 있는가? 내 능력 내에서라면 무엇이든 한가지 들어주도록 하지."

"마족에게 언약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 것이오?"


"언약이란 말 그대로일세 약속과 같은 것. 하지만 절대적인 강제력이 있는 것이네."

"이행치 않으면 어찌 되는 것이오?"


"존재의 소멸. 마족에게 언약이란 자신의 존재를 걸고 하는 맹세일세."


마족에게 있어 언약이란 존재를 걸고 하는 맹세였다. 인간들 또한 명예의 맹세 혹은 기사도의 맹세 등 다양한 맹세를 함으로써 약속에 대한 무게를 지키지만, 마족들처럼 목숨을 거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의 맹세 또한 단순히 명예나 이름, 신념 같은 것을 걸고 하는 맹세가 아닌 일종의 강제력을 지니고 있는 것 처럼 마족들의 언약은 무한의 생명을 지닌 그들의 존재를 거는 만큼 강한 강제력을 지닌 것이었다.


"제몬드 내 요구를 말하겠소.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그대의 무조건적인 도움 한번. 그것이 내 요구사항이오."

"하하하하하하하, 역시 매번 재밌는 선택으로 날 놀라게 하는군. 인간과 마족의 시간의 개념은 다르네. 하물며 몽마들의 왕인 나와는 더욱 다르지, 인간의 일평생이 나에게는 그저 하룻밤 꿈같이 짧은 시간이란 말이네. 하지만 그대는 나와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하고 있군. 좋네, 나 몽마들의 왕 제몬드는 존재를 걸고 이 자리에서 언약하노라. 언젠가 인간 그대와 다시 만나는 날 그대에게 무조건적인 단 한 번의 도움을 주겠노라."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그에게 요구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을 직접 보았기에 이런 기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 당장 그의 권능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취하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마족의 부활, 마족의 제사장 호로스, 불확실한 마왕의 생사.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미래의 위협을 생각한다면 단순하게 단발성으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였다.


그렇기에 결정할 수 있었다. 앞으로 분명 제몬드와는 다시 조우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적으로든 아니면 아군으로든. 


나는 제몬드에게 내 요구를 말했고. 제몬드는 여태껏 가장 크게 웃으며 내 선택을 지지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언약이 시작 되었다.


언약을 마친 제몬드의 몸에서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짙은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나더니 이내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던 검은 연기는 내 손목 안쪽으로 스며들더니 이내 손목 쪽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졌다.


"이제 그대들과 나 사이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군. 그럼 언젠가 만날 그대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겠네."


'푸스스스스슥'


언약이 마무리되자 제몬드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재회할 날을 기다리겠단 말과 함께 몸이 짙은 검은색으로 뒤덮이다 우리가 대응할 새도 없이 부서져 흩날리며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휴우."

"음."


"아차, 나 혼자 멋대로 결정해버렸네, 괜찮아 이오나?"


눈앞에서 제몬드가 사라지자 뒤에서 깊은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알프와 이오나의 존재가 생각났다.


분명 두 사람은 나와 그리 거리가 떨어지지 않은 채 내 뒤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몬드와 대화할 때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마치 이 세상에 제몬드와 나 오로지 두 존재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제서라도 두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나는 내 멋대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린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무리를 이끄는 게 나였다 하더라도 나는 마탑의 의뢰를 받아 온 사람이고, 최소한 두 사람의 뜻은 물어보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괜찮아요, 그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는 몰라도 아마 옳으신 선택을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음? 바로 두 사람 바로 내 뒤에 있었지 않아? 제몬드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었어?"


"네, 어느 순간 검은색의 반투명한 막에 갇혀 그자와 백작님이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순 있어도 말을 하거나 움직일 수 없었 어요. 아마 설사 제가 나설 수 있었다고 해도 그자가 저와 대화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맞습니다. 백작님, 저 또한 이오나와 같은 생각입니다."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제몬드가 나와 대화하는 순간에 두 사람과 나와 제몬드 사이의 공간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었다고 했다.


아마 제몬드의 행동으로 보아 그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그저 오랜 수면과 봉인 끝에 처음 만난 인간이란 존재가 나였고 그런 나에게서 흥미를 느낀 것 같아서 인 것 같았다.


다행히도 이오나와 알프는 내 의견을 지지해 주었고 어차피 상황이 달랐다 하더라도 내가 사리사욕으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해 주어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어쨌든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사정 설명은 해야 하기에 두사람에게 제몬드와 나눈 이야기를 해주려 하자, 알프는 나중에 영지로 가서 듣겠다 했고 이오나는 내가 마탑주에게 보고한 뒤 마탑주가 필요하다 생각되면 자신에게 말해줄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렇게 우리는 길고 길었던 동굴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동굴 밖으로 나섰다.


"윽...으웩..."

"흐음..."


동굴 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만큼 밖은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난 듯했다. 해가 떠오르다 못해,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무언가 썩는듯한 심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나야 몇일간 겪었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빠르게 입과 코를 가리는 복면을 썼지만, 알프와 이오나는 갑작스러운 냄새에 심각하게 당황한듯했다.


알프는 가까스로 참으며 복면을 두르기 시작했으나, 이오나는 헛구역질까지 해가며 간신히 복면을 둘러썼다.


"오...데카 톤 이시여... 어찌..."


"백작님이 보신 게 정확하셨던 듯합니다. 온통 심각하게 부패한 사체들입니다."


동굴에서 나와 결계 밖으로 향하기 위해 마을을 지나던 우리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마을은 저마다 이곳저곳에 토사물이 흩뿌려져 있었고, 울부짖는 사람들, 이 종족의 신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심각하게 부패한 시신들이 즐비했다.


"올바른 결정을 하신 겁니다. 사자에게는 안식이 필요합니다."

"잘하신 거에요, 자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사자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면 그건 이기적인 거예요..."


"고마워 알프 이오나, 나는 후회하지 않아. 사자에겐 안식이. 산자에겐 삶이."


주변을 둘러보며 표정이 굳어가는 내게 알프와 이오나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들의 말처럼 나는 내가 한 선택이 진정 옳았는지 잠시간 고민에 빠져들었지만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두 사람의 말에 다시금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마을을 지나쳐 우리는 결계 밖으로 빠져나왔다. 결계를 나와 이오나는 결계를 보수하기 시작했고, 알프는 혹시 주변에 다른 마을이 있는지 그리고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겠다며 정찰을 자처하고 나섰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마탑주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지역 안정화를 위한 병력과 대규모 조사단을 파견할 테니 이곳에서 며칠만 더 고생 해달라는 회신이 왔다.


그렇게 이오나는 결계 주변에 대기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고 나 또한 알프와 함께 조금 더 먼 곳까지 인근을 정찰을 하고 돌아왔다.


인근의 마을 다섯곳 중 두 곳이 이곳과 같은 상태였고 그 마을의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모두 같은 동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중요한 사항을 인계해주시고 복귀하시면 됩니다."


며칠 간의 정찰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탑주가 말한 대규모 병력과 조사단이 도착했다. 조사단장은 대략 4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였고 우리에게 정중한 태도로 현장을 인계하고 마탑으로 복귀하면 된다고 알려왔다. 


나는 마탑의 조사단과 병력을 처음으로 보았다. 마탑의 병력은 대부분의 무장이 창이라는 점만 뺀다면 어느 다른 국가의 병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마탑의 병력이 왜 이런 냉 병기를 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단의 복장은 조금 특이했는데, 언뜻 보아 일반적인 기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자들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마법사나 마술사, 그리고 마녀들처럼 펑퍼짐한 로브를 걸치지 않고 체인메일 위에 브레스트 플레이트를 걸친 경장비를 무장하였다.


그리고 보통의 기사들처럼 투 핸드 소드나 롱 소드 그리고 방패 이런 식의 무장이 아닌 왼 허리춤에는 이오나와 같은 짧은 막대기를, 오른 허리춤에는 나와 같은 아밍소드를 패용한 모습이었다.


너무 오래 그들을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혹시 실례가 될까 싶어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조사단장에게 인계 한 후 잉게리움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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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봉인" +2 23.08.07 2,871 40 12쪽
48 "제몬드" 23.08.06 2,875 45 13쪽
47 "문 뒤" +5 23.08.05 2,926 41 14쪽
46 "동굴의 비밀" +4 23.08.04 3,031 46 14쪽
45 "수상한 동굴" +2 23.08.03 3,042 50 12쪽
44 "마을조사" +5 23.08.02 3,141 50 15쪽
43 "마탑주의 의뢰" 23.08.01 3,122 50 12쪽
42 "잉게리움" 23.07.31 3,212 46 13쪽
41 "마탑으로" +2 23.07.30 3,290 48 12쪽
40 "영지의 발전, 그리고?" +6 23.07.29 3,389 46 13쪽
39 "스위든 백작" +3 23.07.28 3,297 49 13쪽
38 "모여드는 사람들" 23.07.27 3,319 47 13쪽
37 "미래를위한계획" +2 23.07.26 3,444 50 13쪽
36 "전쟁의 의미" +4 23.07.25 3,471 53 14쪽
35 "완벽한 승리" 23.07.24 3,452 51 12쪽
34 "기습 공격" +2 23.07.23 3,454 49 16쪽
33 "용병 모르단" +3 23.07.22 3,513 47 15쪽
32 "습격자의정체" +1 23.07.21 3,524 47 15쪽
31 "한밤의 습격자" +4 23.07.20 3,632 54 13쪽
30 "흑색 봉투의 서신" 23.07.19 3,778 50 14쪽
29 "정혼자" +2 23.07.18 3,959 48 16쪽
28 "카렌의 눈물" 23.07.17 3,864 52 13쪽
27 "레이디 카렌" 23.07.16 4,028 54 12쪽
26 "오랜 친구" 23.07.15 4,139 58 12쪽
25 "황제" +4 23.07.14 4,287 55 12쪽
24 "마도공학" +2 23.07.13 4,292 55 12쪽
23 "아티팩트" 23.07.12 4,364 59 11쪽
22 "마법용품점" +1 23.07.11 4,551 57 12쪽
21 "미친 난쟁이" +2 23.07.11 4,682 56 12쪽
20 "맥주는 역시" 23.07.10 5,304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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